[경향신문 사설2017년1월19일]납득할 수 없는 이재용 영장 기각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433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어제 법원에서 기각됐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지금까지의 특검 수사 결과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요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이다.
사법부 판단은 존중하지만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인신 구속은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등 개인에게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법원은 수사에 미진한 점이 있고 의심이 들면 마땅히 구속영장을 기각해야 한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이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다. 수십명의 전관 변호사를 병풍처럼 세운 재벌 총수가 아닌 일반인이었어도 법원이 이처럼 결정했을까. 23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법은 평등하지 않았고 상식은 또 한번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야당도 일제히 비판 성명을 냈다. 경제 위기론과 재계 및 보수세력의 압박에 법원이 무릎을 꿇었다는 지적도 있다. 당연한 반응이라고 본다.
이 부회장의 핵심 혐의는 박 대통령 등에게 뇌물을 줬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최씨 측에 건넨 433억원의 대가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최씨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는 이른바 ‘피해자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당시 경영권 승계가 걸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으로 박 대통령과 정부 도움이 절실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부정한 방법으로 국민연금공단의 지원이 이뤄진 정황이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뇌물의 대가로 박 대통령에게 경영권의 안정적 승계라는 ‘부정한 청탁’을 한 것으로 규정했다. 특검은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2015년 6월 말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 등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성사될 수 있게 잘 챙겨보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법원도 이를 인정해 문 이사장의 구속영장을 지난달 발부했다. 그래놓고도 이 부회장의 청탁과 이 부회장이 건넨 돈의 대가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 판단대로라면 일련의 사건이 모두 독립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204억원 출연 외에도 최씨 모녀를 직접 지원했다. 재단 출연이야 다른 재벌·대기업도 했다지만 삼성은 승마 유망주 육성 명목으로 2015년 8월 최씨가 세운 독일의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1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가량을 송금했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최씨를 콕 집어서 지원한 것이다.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도 부정한 청탁이 없다고 봤다.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없이 자신의 영장이 청구됐다는 점도 호소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수사 상황에 따라서는 뇌물 수수자보다 뇌물 공여자를 먼저 구속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최종 타깃이 박 대통령인 만큼 특검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 신병 확보가 절실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다고 해서 이 부회장이 무죄라는 의미는 아니다. 특검도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매우 유감이나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특검은 추가 증거가 확보되는 대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 SK·롯데·CJ 등 다른 재벌 총수의 뇌물 공여 의혹 수사도 계속돼야 한다. 특검의 분발을 촉구한다.
[한겨레 사설 2017년1월19일 ] 삼성 앞에 멈춘 법원, 더 힘내야 할 특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구속이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터에 풀어줬다니 놀랍고 어이없다. 삼성 총수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중대한 사안에서 영장을 기각했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앞서 구속된 다른 사람들에 비해도 전혀 가볍지 않은 중대 범죄의 혐의를 받고 있는데도 구속을 면해줬으니 기업, 특히 삼성에만 유독 관대하다는 비판은 당연하다. 그런 예가 과거 여럿 있었으니 의심이 더해진다. 이 부회장이 이미 여러 차례 말 바꾸기와 위증을 했고 앞으로도 거대 기업조직을 동원해 진실을 은폐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풀어줬으니 증거 인멸까지 걱정된다. 이러니 재벌의 경제권력에 법원이 굴복했다거나 ‘삼성공화국’이라는 등의 말이 나오는 것이다.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삼성과 박근혜-최순실 사이에 ‘경영권 승계 도움’과 ‘금전적 지원’이 오간 사실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난 터다. 청와대 지시로 삼성에 특혜가 주어지고, 삼성에서 최순실-정유라 모녀와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돈이 전해진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돈의 성격에만 다툼이 있을 뿐이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혐의 자체가 전면 부인된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당하지 않은 돈을 요구하고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번 사건은 뇌물 말고는 달리 설명하기도 어렵다. 구속 전 피의자신문에서 이 부회장 쪽은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과 최순실-정유라 모녀 지원이 ‘대가관계 없는 일방적 요구에 의한 지원’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요·공갈의 피해자이니 뇌물공여죄를 물을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공갈죄라면 돈을 준 쪽이 손해를 보기 마련인데, 이번 사건에서 삼성은 손해는커녕 수백억원의 돈을 주고 수조원의 이익을 얻었다. 그 과정에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동원되면서 국민만 수천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그런데 어떻게 삼성이 공갈·강요의 피해자라는 말인가.
법원은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해선 채 소명되지 않아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관련자 조사 등 수사도 아직 미진하다는 판단을 드러냈다. 뇌물죄는 준 쪽과 받은 쪽을 함께 처벌하는 범죄다. 법원 지적대로 특검이 뇌물 수수자로 지목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대가관계의 정황은 차고 넘치지만, 박 대통령 조사를 마쳐야 확실해지는 부분이 있을 터이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도 더 밝혀져야 한다. 이를 보완해 영장을 재청구할 수도 있다. 뇌물로 의심되는 다른 기업들의 금전 지원에 대한 수사도 고삐를 늦출 이유가 없다. 특검은 흔들림 없이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중앙일보사설 2017년1월19일] 법치주의 지켜낸 법원의 이재용 영장 기각 존중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법리와 증거의 무게를 새삼 일깨워준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어제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 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증거도 미흡하다”고 기각 사유를 적시했다. 영장 기각에 대해 정서적 거부감이 들어 일부에서 반발이 있지만, 무리한 뇌물죄 적용을 재검토하고 부실한 증거를 보완하라는 법원의 판단은 적절하며 존중돼야 할 것이다.
특검이 ‘흔들림 없는’ 수사를 다짐한 것은 다행이다. 이번 영장 기각을 전반적인 수사 방향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선 ‘기업 특검’으로 변질된 수사의 초점을 원래 본류(本流)였던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쪽으로 되돌려 놓아야 할 것이다. 또 구속이 곧 처벌이라는 시대는 지났다. 사실 구속이냐 불구속이냐는 수사 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법리적 다툼이 있는 사건에서는 불구속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방어권을 보장해주면서 진행해도 큰 문제가 없다.
삼성도 ‘영장 기각=면죄부’로 오해해선 안 된다. CEO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앞으로 사법부의 최종 판단까지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초래된 경영 혼란부터 시급히 정리하고 이미 큰 상처가 난 브랜드 이미지도 하루빨리 수습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공개적으로 다짐한 경영투명성 제고와 미래전략실 폐지 등의 약속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2017년1월20일] 특검, 국정 농단 本流 수사로 돌아가라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대가 관계와 부정 청탁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특검이 뇌물 공여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기각 사유까지 따질 것도 없다. 특검 관계자들은 그동안 '(뇌물 공여 혐의) 입증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했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호언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은 줄곧 있었다. 무엇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다 끝난 다음에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 면담이 있었고 그 뒤에 삼성의 승마 지원이 있었다. 합병 대가라기보다는 박 대통령의 강요 때문이라는 정황이 짙은 것이다. 면담에서 박 대통령은 승마 지원이 부족하다고 이 부회장에게 화를 냈다. 삼성이 합병 대가로 뇌물을 주기로 했다면 지원이 부족하다고 대통령에게 야단맞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보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 삼성의 지원은 회사 공금으로 집행됐다. 뇌물을 공금으로 주는 경우도 드물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이런 이유로 기업에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고 기업을 돈을 뜯긴 피해자(被害者)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특검이 검찰 수사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면 거기에 합당한 증거를 확보했어야 한다. 지금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박영수 특검은 임명장을 받은 직후 기자회견에서 '뇌물 공여'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말을 했다.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실제 수사를 시작한 후엔 국민연금본부부터 압수 수색했다. 진술과 증거를 축적해 범죄 사실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리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 뇌물 수수'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수사를 꿰맞춰 온 것은 아닌가.
특검이 이렇게 무리한 것은 무엇보다 검찰 수사를 능가하는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 때문으로 보인다.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가 나온다면 법 집행이 아니다. 또 다른 요인은 박 대통령에게 검찰이 적용한 '직권 남용과 강요'가 아니라 훨씬 형량이 큰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하려는 목적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검법은 명칭부터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규명 특검법'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적용했던 직권 남용과 강요 혐의만 충실히 입증해내도 특검법 목적은 달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검은 입증 가능 여부가 불투명한 뇌물 수수를 캐내는 쪽으로 힘을 쏟았다. '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인지 '삼성 뇌물' 수사인지 알 수 없게 됐다.
특검이 뇌물 공여가 된다고 판단했다 해도 기소만 하면 됐다. 도주하거나 증거를 없앨 가능성이 없는 이 부회장을 굳이 구속할 필요가 없었다. 이 역시 나중에 무죄가 되든 말든 피의자를 구속부터 하고 보는 검사들의 잘못된 인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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