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그램…두 개의 계약'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A4용지 한 장의 무게. 어느 정도나 될까요?
5그램입니다.
작은 초콜릿 한 조각… 배드민턴 셔틀콕 하나 혹은 탁구공 2개의 무게. 플라스틱 볼펜 한 자루의 무게와 같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5그램에 불과한 작은 종이는 날카로운 단면을 갖고 있어 자칫하면 손가락을 베일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사람의 마음을 베이게 할 수도 있지요.
"을의 모든 종업원은 갑의 직원에 대하여 친절하게 대하여야…" 정부 공공기관 용역계약서에 적혀 있는 내용입니다.
-3회 이상 불친절하면 교체
-작업 중 콧노래 금지
-이적 행위 우려되면 해고
갑의 횡포를 보장하는 지시어로 가득한 이 작은 종이 한 장은 받아보는 이들의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냅니다.
정부기관조차 감싸주지 않는 을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지요.
'갑과 을' 올 한해 뉴스룸에서 많이 다뤄왔던 이슈입니다. 갑은 사용자. 그리고 을은 고용된 자.
우리는 대부분 을의 처지에 놓여있지만 때로는 갑의 위치를 누리며 또 다른 수없이 많은 을들을 만나기도 하지요.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갑과 을로 규정한 그 갈등은 눈물을 절망을 분노를, 때로는 죽음까지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여기 조금 다른 단어를 제안한 곳이 있습니다.
'同幸(동행)계약서'
서울 성북구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들과 계약을 맺으면서 갑을계약서가 아닌 동행계약서를 사용한 겁니다.
서로가 필요에 의해 맺는 계약이라는 뜻과 동시에 동행… 함께 행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지요. 성북구는 아예 이를 제도화하기로 했답니다.
사실 계약서 명칭 하나 바꾸는 게 무에 대수인가… 무슨 세상을 바꿀만한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름과 틀을 바꿈으로 해서 마음가짐도 조금 달리할 수는 있겠지요.
그들이 함께 서명한 종이 한 장은 그저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닌 두툼한 공존의 무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의 키워드 '5그램' 또 어떤 것이 있나 살펴보니 작은 상처치유 연고 하나의 용량도 대략 5그램이더군요.
5그램. 작은 종이 한 장으로도 세상은 이렇듯 울고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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