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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앵커브리핑중 '아프냐…나도 아프다'

eros 2015. 9. 15. 19:36

"아프다"

어제(13일) 한 사찰의 약사여래상 점안식에 참석한 여야 대표가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한 말입니다.

그들의 몸과 마음이 아픈 이유는 제각각이었습니다. 갑작스레 불거진 가족의 문제… 당에서 불거진 내홍 탓이었다고 하는군요.

이들을 초청한 스님마저 "나라의 거목이 다 아프니 나도 아프다"고 답했다니 오늘 앵커브리핑의 키워드는 이렇게 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정치권이 병 나음을 갈구했던 약사여래불은 병을 치유하는 '의사 부처님'입니다. 몸이든 마음이든, 치유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가장 친근한 부처님의 현신 중 하나입니다.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사찰에 이 약사여래불이 세워진 이유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아픔과 치유'를 상징하는 약사불을 세우고 싶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하지요.

지금은 모두가 아픈 세상이니까요.

그리고 여야의 대표는 그 앞에서 모두 아픔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아프다'는 말은 세간의 이야깃거린 되었을지언정 공감의 대상은 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석연찮게 마무리된 가족의 일도… 혹은 그들만의 치열한 당내 분란도…

그들이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쓰다듬는 동안 정작 보듬어야 할 국민의 아픔은 뒤켠으로 비켜나게 된 것은 아니었는지…

경기도 용인시 미평리에는 '의왕불'이라 불리는 약사여래불이 서 있습니다. 온화한 미소가 절로 웃음을 자아내는 이 석불은 발이 보이지 않습니다.

왜 발이 보이지 않을까… 그저 추측해 보건대, 혹시 이런 의미는 아닐까요…

물리적인 거리를 넘어, 모두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 속에서 공존한다는 의미… 그래서 저토록 따뜻한 미소로 바라보는 많은 이들을 위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프냐…나도 아프다"

오늘의 키워드였습니다.

덧붙이자면… 어제 점안식을 끝낸 약사여래상은 사찰에 따르면, '좌불'로는 세계 최대 크기의 불상이라고 하는군요. 이런 금빛 불상이 가장 풍요로운 땅이라 하는 서울 강남에 현신한 것을 보면서 소박한 용인 약사불이 생각나 마음이 아픈 분들도 계실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