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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31 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이슈

eros 2015. 8. 31. 20:34

[중앙일보 사설] 특수활동비, 눈먼 돈 안 되게 개선책 공론화해야


국가기관의 특수활동비에 대해 국회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하고 나섰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이 요구되는 활동 등을 위한 예산으로 일반적인 업무추진비와 달리 영수증을 따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일종의 ‘묻지마’ 비밀경비인 셈이다. 이 경비는 해마다 늘어 2015년엔 약 8800억원에 달한다. 국정원이 4782억원으로 절반이 넘고 국방부·경찰청·법무부,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실, 해경, 국회 순이다. 야당은 국회 예결위에 이 문제를 다룰 소위를 설치하자고 요구하면서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와 이기택 대법관 후보 임명동의 표결을 거부했다. 이 문제는 오는 1일 개회하는 정기국회에서도 쟁점이 될 것이다.

 국가기관의 업무 수행에 사용처를 공개할 수 없는 자금이 필요한 것은 불가피하다. 정보기관의 수사·작전·정보수집이나 군·검찰·경찰 등의 조직 관리를 위한 경비 등이 그렇다. 그러나 이런 취지와 달리 적잖은 공직자가 특수활동비를 개인 용도에 집행하곤 한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국회 운영위원장, 신계륜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특수활동비 중 일부를 각각 생활비와 자녀 유학비로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의정활동 지원 명목으로 지급된 특수활동비가 개인 용도로 사용됐다면 횡령죄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2013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재직 때 특수활동비를 개인통장에 넣어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이는 그가 후보를 사퇴하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야당이 갑자기 특수활동비 문제를 들어 대법관 후보 표결을 무산시킨 건 잘못이다. ‘한명숙 유죄판결’에 대한 과잉대응이라는 의심도 샀다. 그러나 특수활동비가 ‘보안’이라는 보자기에 가려 상당 부분 잘못 쓰여지는 건 사실이다. 여야는 합당한 절차에 따라 이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공청회도 열고 외국의 제도와 잘못 집행된 사례도 분석해 적절한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엄연한 국가 예산인 특수활동비가 일부 고위 감투의 ‘눈먼 돈’이 될 수는 없다.



[한겨레신문 사설] 누구를 위한 ‘국정 교과서’ 되살리기인가


9월이면 한국사 교과서를 다시 국정화할지 여부가 결정된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의 발언을 보면 정권 차원에서 이미 국정화 방침을 굳힌 듯하다. 하지만 이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세계적으로 전면적인 교과서 국정제를 운영하는 나라는 북한과 방글라데시, 몇몇 이슬람 국가뿐이다. 공산당 일당 체제인 중국도 우리와 같은 검정제다. 핀란드·프랑스·스웨덴·네덜란드 등 유럽에서는 검정제보다 더 나아간 자유발행제가 보편적이다. 긴 말을 하지 않더라도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정통성이 허약하고 억압적인 국가일수록 단일한 교과서를 선호하고, 자유가 충만한 나라일수록 다양한 교과서가 존재한다.

왜 그런지는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교과서 내용, 특히 역사를 정권의 입맛에 맞게 왜곡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험도 이를 뒷받침한다. 1974년 박정희 정권은 학자들의 반대를 누르고 한국사 국정 교과서 도입을 강행했다. 당시 교과서는 5·16 쿠데타 ‘혁명 공약’ 가운데 ‘민정 이양’을 약속한 대목을 왜곡함으로써, 자신의 약속을 깨고 장기집권에 나선 박정희 정권을 옹호했다. 이후 군사독재 시대의 교과서도 낯뜨거운 정권 찬양으로 얼룩졌다. 이런 식으로 정권의 입김이 교과서를 흔들면 학생들은 시대와 정권에 따라 변색되는 역사를 배우며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한다.

가뜩이나 현 정부 들어 역사 왜곡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참이다. 2013년 뉴라이트 성향의 교학사 교과서가 교육부 검정에 합격해 논란이 일었다. 역사 왜곡과 수준 미달의 내용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결국 채택률은 0%대에 머물렀다. 최근에는 국사편찬위원회가 독립운동 및 친일에 대한 서술을 축소하는 교과서 집필기준을 만들었다고 한다. 국정화까지 이뤄진다면 역사 교과서가 어떤 모습이 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박정희 정권 때 도입했던 한국사 국정 교과서를 박근혜 정권이 되살리려 하는 것은 실책의 반복이며 역사의 퇴행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사를 대입 필수과목으로 만들어 ‘단일한 교과서’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것도 똑같다. 하지만 입시의 편의를 위해 역사 교육의 본질을 훼손할 수는 없다. 입시 측면에서 보더라도 과거처럼 단일 교과서의 지엽적인 내용까지 출제하기보다 여러 검정 교과서에서 공통적으로 다루는 핵심 내용 위주로 출제하는 게 학생 부담을 줄인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말 그대로 백해무익일 뿐이다.


[경향신문 사설]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훼손되는 생태환경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부결시키면서 일관된 이유를 댔다.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적극 추진’ 지시를 내리자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 생태계 파괴 우려보다 경제성을 우선 고려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변경안은 환경성·경제성·안전성의 측면에서 1, 2차 신청 때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오히려 강원도와 양양군의 보고서가 경제성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그럼에도 사업 승인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4월 강원 양양군이 제출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변경안이 지난주 말 조건부로 통과되기까지 단 4개월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국립공원위원회는 모든 결정은 합의로 하는 관례마저 깨고 다수결로 통과를 결정하는 무리수까지 동원했다.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생태계 파괴와 난개발을 조장할 뿐 아니라 이를 막기 위한 사회적 논의마저 일순간에 허공으로 날려보낸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전국적으로 논란이 되는 각종 사업에 대한 국익적 결단을 내릴 수 있다. 그것은 정상적인 업무일뿐더러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개별사업자와 지자체에는 도움이 될망정 환경 보전이라는 국익은 철저히 외면하는 사업이다. 이번 승인에 대해 이명박 정권의 4대강 개발사업에 빗대 “산으로 간 4대강 사업”이라며 반발하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경제성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

박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 분산 개최 문제에 대해서도 부적절하게 개입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속가능한 올림픽의 로드맵을 제시한 ‘어젠다 2020’을 발표했을 때다. 박 대통령은 IOC의 평창 올림픽 분산 개최 의견에 대해 ‘의미가 없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는 천문학적인 재정부담의 완화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었던 분산 개최 논의에 찬물을 끼얹었다. 춘천 중도의 레고랜드 개발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일자리 창출을 거론하며 “국비지원을 고려하라”고까지 독려했다. 최근 이곳에서 청동기 유구와 유물이 쏟아지면서 문제가 복잡해졌지만 학계에서조차 청동기 유적 보존 방향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은 없다.

물론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책적 입장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공직사회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천혜의 생태계를 눈앞의 표로 바꾸려는 정치인들도 국민 심판을 받아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日, 반기문 유엔총장의 中전승절 참석 비난 자격 있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다음 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는 데 대해 일본이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항의했다. 일본 외무성은 “중국의 기념행사는 과거에 치중한 것이며 유엔은 회원국들이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촉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유엔 회원국이 제3국에서 열리는 행사 참석을 놓고 사무총장에게 항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2차대전 종전 70년을 맞고도 진솔한 반성을 회피하는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반 총장이 한국인이어서 나선 것이라면 더 옹졸하다. 

반 총장은 일본의 항의에 대해 “과거를 돌아보고 우리가 어떤 종류의 교훈을 배워왔는지, 그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가 더 밝은 미래를 향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열병식 참석의) 주된 목적”이라고 상세하고도 단호하게 답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보이는 퇴행적 입장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아베 총리는 중국의 초청을 받았으나 참석을 포기했다. ‘항일전쟁 승리’를 강조하는 행사에 패전국 대표로 참석하자니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도 일본에는 대중(對中)외교의 손실로 여겨질지 모른다. 아사히신문의 지적대로 “인권을 경시했던 시대를 극복하는 것이 종전 70주년을 맞은 시점의 과제”라면 일본은 과거 위안부 피해자에게 자행했던 인권 경시를 반성하고 적극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전승절을 둘러싼 외교전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중국은 전승절 불참을 밝힌 일본에 무력시위를 하듯 27일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동중국해에서 구축함 등 선박 100여 척과 전투기 수십 대를 동원해 대규모 훈련을 벌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내달 방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영유권 대립 문제를 거론할 방침을 밝혔다. 중국의 팽창주의를 놓고 미일과 중국의 마찰이 불거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은 최룡해 비서가 참석하지만 중국이 김정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느냐에 따라 북-중,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본이 중국의 외교적 이니셔티브에 반발하게 되면 한미일 대북(對北) 공조와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아시아 주요국 지도자 가운데 유일하게 전승절에 참석하는 박 대통령이 동북아의 새판을 짜는 외교 능력을 발휘할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이산 상봉도 北이 깨면 代價 치르는 구조로 가야


가족과의 생이별만큼 끔찍한 고통은 없을 것이다. 6·25로 인해 그런 고통 속에 살아온 우리 국민이 123만여명(1974년 추계)에 달한다. 이 사람들이 북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나게 해주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의무일 것이다. 북(北) 집단은 이 인간 본능에 가까운 비원(悲願)을 협상 카드로 써먹어왔다. 남쪽에서 무엇을 얻어내면 선심 쓰듯 찔끔찔끔 만나게 해주다가 맘에 안 드는 일이 생기면 손바닥 뒤집듯이 끊어버렸다.

남북 적십자사는 29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담을 9월 7일 열기로 합의했다. 우리 측이 날짜를 제안하고 북이 동의했다. 지뢰 도발에 이은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북이 궁지에 몰린 결과일 것이다. 이번 상봉이 성사되면 작년 2월 170명의 남북 가족들이 만난 데 이어 1년 7개월여 만이다.

2000년 1차 상봉 이후 지금까지 19차례의 상봉 행사를 통해 북의 가족을 만난 사람은 1만2000여명에 불과하다. 전체 1세대 실향민의 1%, 정부에 상봉을 신청한 12만여명의 10% 정도다. 이 12만여명 중에서도 지난 몇 년간 6만여명이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났고, 남은 사람도 절반이 80세 이상 고령(高齡)이다. 얼마 후면 1세대 실향민 모두가 가족을 가슴에 안고 세상을 뜰 수밖에 없다. 이것은 죄악(罪惡)이다.

그러나 북 집단에게 그런 죄의식을 기대한다는 것은 헛된 희망일 것이다. 북은 2013년 9월엔 상봉을 불과 나흘 앞두고 한·미 연합 훈련을 비난하며 일방적으로 이산 상봉을 취소했다. 처음부터 그럴 계획이었을 것이다. 2006년 1차 핵실험을 한 데 대해 우리 측이 쌀과 비료 지원을 일시 중단하자 이를 빌미로 중단시켰고, 작년 설 상봉 후에도 바로 미사일을 동해 상으로 쏘면서 끊어버렸다. 2005년 시작된 화상 상봉도 2년여 지속되다 북측의 일방적 중단 통보로 끝나고 말았다.

독일은 통일되기 전에도 수십 년 동안 제한된 범위 내에서나마 수백만명의 가족들이 지속적으로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하고 아예 이주(移住)까지 했다. 이것이 정상이고 지금 남북 간 상황은 극단적 비정상이다. 이제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는 문제를 더 이상 북의 선의(善意)에만 맡겨둘 수 없다.

이번에 남북은 '비정상적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고 합의했다. 대북 방송을 겁내고 있는 북으로선 다시 도발할 경우에 심각한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북이 이산가족 상봉을 다시 정치·군사 문제와 연결해 협상 카드로 써먹으려 한다면 이와 유사한 대가를 각오하게 만들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사방으로부터 고립되고 내부는 극도로 경직된 북 정권이 약점을 노출하고 있는 만큼 길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