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20100430금] 공천 후유증 손수 해결하지 못하는 정당들
선거 때마다 보는 여야의 공천 후유증이 6ㆍ2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중앙당의 결정에 반발한 낙천자들이 사법부에 시비를 가려달라고 소를 제기하는 예가 부쩍 늘었다. 서울 남부지법에는 어제까지 중앙당 공천 결정에 반발한 낙천자들의 공천결정 금지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9건이나 제기됐다. 일부 신청은 법원이 인용(認容)함에 따라 본안 소송으로 가게 됐다.
사법 절차를 밟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른 사회조직에서와 마찬가지로 정당 내부 의사결정의 효력과 정당성도 최종적으로는 사법적 판단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당 조직이 헌법적 보호를 받는 것은 그 공적 기능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결과다. 정당의 궁극적 목적인 민주정치가 갈등과 이해의 조정과 해소를 축으로 삼는다는 점도 상식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정당은 다른 어떤 조직보다 내부 갈등 해소에 뛰어나야 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정당과의 타협ㆍ조정에 필요한 경험을 축적한다. 이런 점에서 공천 후유증은 정당의 존재가치를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법원이 정당의 공천 결정의 문제점을 밝히더라도 최종 판단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선거가 끝난 뒤 공천 과정의 하자를 밝혀 공천 무효ㆍ취소 사유를 확인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 그에 따른 재ㆍ보궐 선거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공천 무효ㆍ취소를 확인하더라도 현재의 동시지방선거 체제 아래서는 한 선거구의 투표결과가 다른 선거구나 전국적 득표 상황과 완전히 독립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반드시 재ㆍ보궐 선거로 가야 할 합리적 논거도 약해진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다른 정치적 사안과 마찬가지로 공천 후유증을 사법부로 가져 가는 것이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이다. 사실상 낙천 불만을 달랠 정치적 보상이나 반대급부의 절충 과정이 될 수 있는 일을 맡아 처리해야 할 만큼 사법부는 한가하지 못하다. 사소한 일도 소송으로 끌고 가는 세태 때문에 안 그래도 법원의 짐이 무거운 마당에 정치권까지 부담을 보태서야 되겠는가.
[한겨레신문 사설-20100430금] 생명의 먹을거리보다 자전거도로가 중요한가
기어이 갈아엎을 모양이다. 그것도 신선한 채소 등을 재배하는 유기농단지를 깔아뭉개 자전거도로와 공원으로 만들겠다니 기가 막힌다. 수도권 주민들에게 무공해 채소를 공급하는 팔당 유기농단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국토해양부는 경기도 팔당지역 유기농단지를 놀이터로 만들기 위해 토지 강제수용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끝간데없는 무모함에 아연할 뿐이다.
우선 멀쩡하게 농사짓고 있는 땅을 갈아엎고 그곳에 위락시설을 만들겠다는 발상부터가 놀랍다. 자연을 온전히 놔두지 못하고 어떻게든 갈아엎고 파헤쳐 인공구조물로 변형시키겠다는 천박한 행태다. 더욱이 팔당 유기농단지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친환경 채소를 공급하는 요지다. 이곳 농민들은 이 지역을 유기농단지로 만들려고 수십년 동안 무농약 농사를 지으며 땅심을 길러왔다. 이런 곳을 뭉개버리고 놀이터로 만들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정부가 강제로 수용하겠다는 지역은 내년 9월 세계 유기농대회가 열릴 곳이다. 그만큼 유기농단지로서는 상징적인 곳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후보 시절인 2007년 9월 이곳에 들러 유기농이 우리 농업의 대안이라며 이 지역 농민들을 격려했다. 거름을 실은 경운기를 직접 몰며 농민들과의 친근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려 한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선거 때는 무슨 말을 못하냐”는 식으로 넘어갈 모양이다.
팔당 유기농단지에 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은 4대강 사업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유기농단지를 끼고 흐르는 한강의 바닥을 파헤칠 것도 아니고 댐을 새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 국토부는 4대강 하천부지 내 경작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방침 아래 이곳도 강제수용하겠다고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하천부지를 모조리 콘크리트로 말끔하게 포장해 눈요깃거리나 놀이터로 만드는 게 능사는 아니다. 퇴비가 강물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고 둘러대는데, 그건 핑계일 뿐 이보다 훨씬 더 큰 오염원을 끌어들이는 빌미가 되지 못한다.
실용적으로만 따져봐도 이곳을 수도권 주민들에 대한 친환경 채소 공급지와 생태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하는 게 훨씬 이익이다. 자전거도로나 공원 만들 곳은 여기 아니라도 많다. 정부는 팔당 유기농단지를 강제수용해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당장 거둬들이기 바란다.
[동아일보 사설-20100430금] 포퓰리즘과 노동 경직성이 PIGS 재정위기 키웠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그리스와 포르투갈에 이어 28일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그리스는 정크본드 등급인 ‘BB+’로 3단계, 포르투갈은 ‘A―’로 2단계 강등됐다. 스페인은 1단계 떨어진 ‘AA’지만 경제 규모가 유럽에서 네 번째일 만큼 비중이 커서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 국가 위기의 핵심은 정부 씀씀이가 세수(稅收)보다 커서 생긴 재정적자다. 국가부채 100%가 넘는 이탈리아와 함께 머리글자를 따서 PIGS라고 한 덩어리로 취급된다. 미국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PIGS의 공통점으로 비대한 공공부문, 방만한 재정, 경직된 노동시장, 경쟁력 추락을 꼽았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의 집권세력은 이를 부추긴 포퓰리즘 좌파정부라는 점도 공통적이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임금과 복지혜택은 늘리고, 해고를 어렵게 해 되레 고용까지 어렵게 만드는 것이 이들 정부의 특징이다. 포르투갈은 유럽에서 경직된 노동시장으로 악명이 높다. 스페인은 유럽 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스는 강성 노동조합이 국가경제를 흔들고 있다.
이들 나라의 무능한 집권세력은 유로존에 편입된 후 교육이나 연구개발 투자는 뒤로 미룬 채 포퓰리즘 정책에 매달리느라 국가경쟁력을 키우지 않았다.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가 복지수준과 함께 노동생산성과 경쟁력을 키워온 것과 대조적이다. PIGS가 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당장 연금과 실업급여 등을 조정해 정부지출을 줄이고,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부문까지 더 일하고 덜 받아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성장에 힘써야 한다. 그러나 포퓰리즘의 단맛에 길들여진 노조의 반발이 거세 난관 돌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PIGS 국가를 보면 포퓰리즘에 사로잡힌 무능한 정권이 노동시장을 과보호할 때 어떤 난국이 닥치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3.3%로 주요 20개국(G20) 평균의 절반에 못 미치지만 안심할 수 없다. 우리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정치인이 무상급식 같은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PIGS의 몰락이 남의 나라 이야기일 수만은 없다.
[조선일보 사설-20100430금] 4대강, '2012년 시한'보다 江다운 江 살리는 게 중요
'4대강 사업'은 634㎞에 달하는 국가 주요 하천 물줄기를 한꺼번에 정비하는 사업이다. 외국도 세계적으로도 드문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본지의 10차례에 걸친 4대강 사업 심층진단에서 보았듯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4대강 정비가 필요한 것은 맞다. 낙동강·영산강은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등 태풍 때마다 상습 물난리를 겪었다. 강바닥을 깊게 파내면 물그릇이 커져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1980년대 중반 낙동강 하굿둑을 지을 때 500년 빈도의 홍수에도 대비한다며 초당 1만8000㎥의 유량(流量)에 견디게 설계했다. 4대강 사업에선 200년 빈도의 홍수에 버티게 설계했는데 그 유량이 초당 2만3000㎥다. 여름철 집중호우가 그만큼 강해지고 아스팔트·콘크리트 포장으로 빗물이 땅속으로 스미지 못하고 한꺼번에 강으로 흘러들어 하천이 홍수에 취약해졌다.
낙동강은 비가 오지 않는 계절엔 바지만 걷으면 강을 건널 수 있을 정도로 물이 부족하다. 영산강은 상류 댐들에서 수돗물 생산과 농업용으로 물을 빼 쓰는 바람에 중류 아래로는 물이 말라 하수처리장 배출수만 흘러간다. 댐을 늘리고 강에 보를 세우면 유량 확보에 도움이 된다. 1960~80년대에 공단에서 배출돼 하천 바닥에 쌓인 오염된 흙도 한번 치울 때가 됐다. 하천변 둔치 농업을 그냥 내버려두고는 수질을 개선할 수 없다.
4대강 사업은 대규모 국토개조 사업이다. 22조원이 넘는 돈이 드는 데다 한번 손을 대면 다시 되돌리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면밀한 계획→모형 실험→작은 규모의 시범사업→한 지역 강에 대한 우선 시행→문제점과 시행착오의 시정→전체 강 공사라는 단계를 밟는 것이 나았다. 그러나 지금 4대강 사업은 2012년의 목표 시한 아래 전체 95개 구간에서 동시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예산 규모는 13조9000억원에서 22조2000억원으로 늘었고, 준설량은 2.2억㎥이던 것이 5.7억㎥로 늘었으며, 1~3m 높이의 보를 4개 만든다던 계획은 4~14m의 대형 보를 16개 세우는 걸로 바뀌었다. 충분한 예비타당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가 사전에 이뤄졌다면 이런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제기되는 지적들은 그것이 반대를 위한 반대 명분 만들기가 아니면 최대한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래야 4대강 사업의 논의가 정치적으로 범람하지 않고 객관적 토대를 따라 순리적(順理的)으로 흐르게 된다. 보 때문에 주변 저(低)지대가 침수된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면 보의 높이를 낮추는 대책을 세우고, 굴착공사로 인한 흙탕물로 동·식물의 서식환경이 교란되고 멸종위기종과 희귀종이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우려에도 바로바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공사로 물 흐름이 막혀 홍수 때 큰 피해라도 난다면 4대강 사업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된다. 그림 같던 모래톱을 파헤쳐 콘크리트로 바르거나 규격화된 조경(造景)으로 그 강이 그 강처럼 비슷비슷하게 바꿔놓아선 안 된다. 강(江)과 지역의 문화·역사가 멋들어지게 어우러지는 개성있는 개발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2012년이라는 시한에 쫓길 필요가 없다. 착공은 4대강을 동시에 했더라도 마무리는 공사 난이도와 지형·생태 특성을 감안해 어떤 강은 2012년, 어떤 강은 2014년에 끝내는 식으로 유연하게 정하는 게 낫다. 이 사업이 2012년이 아니라 그 몇 년 후에 완공된다 해도 강이 제대로 되살아나기만 한다면 그 공(功)은 지금 정부에 돌아간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어느 교수는 1990년대 영종도 공항을 만들 때 매립지의 땅이 꺼질 염려가 있다고 반대했었다. 그러나 지금 영종도 공항은 세계 제1의 공항으로 평가받으면서 주변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반대 진영도 오늘의 자신들 행동이 훗날 어떤 평가를 받게 될 것인지를 늘 머리에 떠올리면서 판단하고 발언하고 행동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0430금] 의료관광 1년 성과 미흡하나 갈 길이다
어제와 그제 의료관광 시행 1년을 평가하는 두 가지 상반된 자료가 나왔다. 지난해 5월 외국인 환자 유치가 허용된 이후의 성과를 놓고 보건복지부는 목표치를 12% 초과 달성했다고 장밋빛 평가를 내놓았다. 반면 일선 병원들의 93.4%는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양측이 체감도에서 극과 극을 달리는 듯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공통 분모를 찾을 수 있다. 희망이 엿보이나 아직은 미흡하고, 그래서 모자람을 채워 앞으로 더 큰 성과를 얻어내야 한다는 당위성이 요체다.
지난 1년 동안 의료 관광 수입은 입원 환자 1인당 평균 656만원으로 국내 환자의 3배가 넘는다. 10명은 1억원 넘게 썼다. 의료관광 산업이 고부가가치를 보장하는 외화벌이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인도는 미국의 10%, 영국의 15%에 불과한 진료비용을 무기로 올해 의료관광 목표를 10억달러로 세워놓고 있다. 우리의 의료 수준은 미국의 76%, 일본의 85%, 유럽의 87% 수준이라는 게 대한의학회의 평가다. 중국 대기업의 계열사 사장단이나 중동의 왕족 부부가 우리나라 병원을 찾은 건 의료 수준의 국제 공신력을 입증해 주는 사례다. 인도와 미국, 일본, 유럽 사이에서 한국식 고유 모델을 찾을 필요가 있다. 미국·일본·유럽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인도보다 훨씬 우수한 의료 수준이면 필요조건이 된다. 미국, 일본, 유럽에 필적할 의료수준으로 키운다면 충분조건에 가깝게 된다.
국내 의료진의 수준은 척추나 피부, 간 이식 등 분야에서는 세계 정상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고 수재들이 의과대로 진학하는 현실은 부끄러운 자화상이나 의료 수준을 높이는 토양이다. 의료관광 특구 등 인프라 구축이나 정부 지원 강화, 마케팅 전략 개발 등 종합적인 접근으로 보완하면 의료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그러자면 영리병원 허용만을 놓고도 관련부처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는 정부 자세부터 고쳐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430금] 소비자들 혼란만 키운 아이패드 반입 해프닝
애플 아이패드의 국내반입 문제와 관련,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혼란스럽다. 아이패드가 국내에 유입되기 위해선 현행법상 전파인증 형식승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던 방통위가 다음달부터 개인이 아이패드를 휴대해 반입할 경우 1대에 한해 허용하겠다고 말을 바꾼 것이 그렇다. 여기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근 전자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아이패드를 보여준 것이 네티즌 사이에 논란이 되자 방통위가 이 같은 입장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고 보면 규제당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물론 방통위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했다. 인증을 받지 않은 기기는 원칙적으로 국내 반입이 불가능하지만 개인 반입의 경우 세관에서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가 있다는 점, 그리고 융합제품이 출시되는 기술환경의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이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라면 방통위가 왜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못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상황에 따라 법적 잣대가 왔다갔다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방통위의 이런 행태를 보고 우리나라가 아이패드에 대한 반입금지 조치를 해제한 것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전파인증 등은 미국 등 선진국들도 다 하는 일이고, 아이패드를 대량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다. 그런데도 마치 우리가 의도적으로 아이패드 반입을 금지했다가 대내외적 압력에 굴복해 봉쇄를 푼 것인양 오해하기 좋게 돼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애플이 아직 아이패드의 한국 출시 날짜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홍보한 꼴이 되고 말았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꼭 필요한 규제라면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고, 유연성이 요구될 때는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옳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해프닝은 단순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차제에 방통위는 규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再檢討)에 즉각 나설 필요가 있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430금] 지자체 개혁 핵심은 정당공천제 폐지
비리혐의로 수배 중이던 민종기 당진군수가 서울에서 30분 동안 시속 200㎞에 달하는 자동차 추격전 끝에 체포됐다. 특정 건설업체에 공사를 몰아준 대가로 3억원 상당의 별장을 뇌물로 받고 10억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한 사실이 적발되자 위조여권으로 출국하려다 잠적했다. 그동안 당진군수가 보인 행태는 한마디로 조폭이나 불량배 뺨칠 정도였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자 더 이상 지자체 개혁을 늦출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치권은 천안함 장병의 장례가 끝남에 따라 지방선거 채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시작부터 공천비리 등이 불거지면서 이번에도 지방자치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는 오는 2014년부터 서울과 6대 광역시 구의회를 폐지하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기초의회 폐지는 당연한 것이며 지자체 개혁을 위한 첫걸음이다. 본회의 처리에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구의회 폐지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의 온상인 정당공천제를 그대로 두고 시의원 숫자를 늘리는 등 '눈 가리고 아웅'하는 측면이 있다. 시의원이나 구의원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국민의 인식이다. 특히 정당공천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지자체가 바로 서기 어렵다.
기초자치단체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밥상'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정당공천제에서 비롯된다. 국회의원이 출신지역 단체장과 의원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방의회는 지역유지나 토착세력의 친목모임으로 전락해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 정당공천제를 그대로 두고 구의회만 없애는 것은 본질은 그대로 두고 겉모양만 약간 바꾼 것에 불과하다.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나 230여개 기초단체의 거의 전부가 수뢰 등 부패로 얼룩지고 구속 기소된 단체장도 부지기수다. 재선거 등으로 예산을 낭비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공천 때 영향력을 행사한 국회의원도 비리 등이 터지면 오리발을 내민다. 국가경쟁력을 좀먹고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지방자치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당공천제를 없애든가 아니면 비리 등 문제가 되면 공천한 정당이 책임지는 제도라도 도입해야 한다. 지자체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낮은 것은 정당공천제를 이용해 지역유지나 토착세력의 배만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 참여가 없는 자치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 이번 광역시 구의회 폐지를 계기로 지방자치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는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당진군수가 계속 나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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