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10년 4월 22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eros 2010. 4. 22. 14:54

[한국일보 사설-20100422목] 검찰, 언제나 '스폰서 망령' 벗어날지

 

검찰에 스폰서 망령의 검은 그림자가 다시 내습했다. 경남 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의 폭로 내용은 충격적이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57명의 전ㆍ현직 검사가 금품과 향응, 2차 접대를 받는 등 최소 100여 명의 검사가 건설업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게 된다. 정씨의 식사 대접을 받은 검사까지 합하면 300여 명에 이른다니 검찰이 뒤집어질 판이다.

 

검찰의 스폰서 문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해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스폰서 문제로 낙마했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을 받은 검사장이 검찰을 떠났다. 90년대 후반에는 의정부ㆍ대전 법조비리에 검사들이 대거 연루돼 옷을 벗거나 징계를 받았다.

 

스폰서는 권력의 단맛에 취해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검사를 노리기 마련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돈이나 향응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수사 현장에서 매일 보고 아는 검사들이 정작 스폰서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자신과 주변 관리에 엄격하지 못한 탓이 크다. 건설업자가 건네주는 돈을 받아 쓰고, 룸살롱은 물론 심지어 2차 접대까지 받으면서 부정부패와 비리 척결을 외치며 법의 칼을 휘두르는 것은 이율배반이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대검이 어제 검찰 외부 인사가 3분의 2 이상인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고 고검장을 단장으로 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착수키로 한 것은 신속하고도 적절한 조치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과 조사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면 조사결과는 결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그 결과는 검찰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검찰은 이번 기회를 전체 검사가 스폰서 문화와 단절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10년도 더 된 사건이라는 식의 안일한 자세는 검찰을 만신창이로 만들 뿐이다. 살을 도려내고 뼈를 발라내는 아픔을 각오해야 한다. 검찰이 스폰서 망령을 떨쳐내지 못하면 국민은 단 한 건의 검찰 수사결과도 믿지 않을 것이다. 묵묵히 본분을 지키며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검사들에게도 오욕의 굴레가 씌워질 것이다. 이런 사태가 결코 초래돼선 안 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422목] 시대착오적 ‘황장엽 암살조’, 석연찮은 사건 공개

 

새터민으로 위장 입국해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북한인 2명이 그제 구속됐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소속으로 지난해 11월 김영철 정찰총국장으로부터 직접 황씨 살해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황 전 비서는 1997년 한국에 도착한 뒤 줄곧 북한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해왔다. 북한 지도부의 핵심 인사였던 그의 발언은 국내외에서 상당히 무게 있게 받아들여졌다. 북한으로선 자기 체제의 아픈 곳을 찌르는 그가 그동안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이런 황씨를 망명 13년 만인 지금 와서 살해하려 했다니, 그 배경과 의도가 궁금해진다.

 

검찰과 정보당국 설명대로라면, 황씨 암살 지시는 그의 대외활동이 활발해진 때와 맞물린다. 황씨는 지난해 강연 등을 통해 북한의 3세 세습구도 등을 강하게 비난했다. 북한의 헌법 개정이 후계 세습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고, 북한의 생명줄인 중국과의 동맹관계를 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황씨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북한이 그즈음 본격화한 세습 후계구도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했다고 정보당국은 보는 모양이다. 이런 이유로 87살의 망명자를 암살하려 간첩까지 보냈다면, 냉전시기에나 있었던 시대착오적 행태임이 분명하다.

 

걱정되는 것은 이번 일이 대결의 시대로 퇴행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1968년 1·21사태나 1983년 아웅산 국립묘지 폭탄테러 등 크고 작은 사건으로 남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우리 사회는 정치·군사적 대결태세뿐 아니라 민주주의 후퇴 등 적잖은 희생을 치렀다. 사회적 혼란과 불안도 뒤따랐다. 북한 역시 경제적 지체와 국제적 고립을 겪어야 했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가 있다면 그 무모함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번 사건엔 석연찮은 대목도 없지 않다. 암살을 하려 했다면 무기는 무엇인지, 경호원들로 둘러싸인 황씨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은 있었는지 등 밝혀내야 할 의문이 여럿이다. 1, 2월에 검거된 이들의 구속 시점이 공교롭게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검사 향응 리스트 파문’ 보도와 겹친 것도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 한 게 아니냐는 따위 오해를 불러올 만하다. 사실이라면 이 역시 비난받아 마땅하다.

 

 

[조선일보 사설-20100422목] 한·중 FTA, 통일 내다보는 아시아 경제 통합 방향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검토해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시장 환경이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는 데 대해 우리도 능동적으로, 효과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위기로 미국·유럽 시장이 위축된 것과 달리 중국 내수시장은 고속 팽창하고 있다. 더구나 반도체·휴대전화·디지털 TV 등 우리 주력 수출 상품의 주요 경쟁자인 대만은 중국과 경제협력협정(ECFA) 체결을 앞두고 있다. FTA 비준을 미루고 있는 미국에 대한 간접적인 압박 효과도 있다. 대통령은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지와의 회견에서 "한·미 FTA는 중국 변수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작년 한·중 교역액은 1410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교역액의 20.5%를 차지했다. 미국 9.7%, 일본 10.4%를 합친 것보다 더 크다. 그런데도 한·중 FTA는 2004년부터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참여한 공동 연구가 여러 차례 있었을 뿐, 정부 간 협상은 시작되지 못했다.

 

한·중 FTA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농업과 경공업 분야에서 한국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큰 데 비해 중국의 기술 발전으로 IT·자동차 같은 분야에서 우리가 얻을 혜택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쌀을 비롯해 민감한 품목을 다 빼도 좋다는 제안까지 해오면서 협상에 적극적이다. 아시아 경제 통합의 주도권을 둘러싼 일본과의 경쟁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중국과 일본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식으로 FTA 협상을 추진하기보다는 장차 EU 같은 아시아 경제권 통합과 한반도 통일 이후를 내다보는 큰 그림을 바탕으로 협상 전략을 세워야 한다. 눈앞의 경제적 이해를 넘어 정치·외교·안보·통상 차원에서 국익(國益)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기적인 FTA 전략이 나와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0422목] 한화 천안함 유족 특채 모범될 만 하다

 

한화그룹이 천안함 침몰사고로 숨진 승조원 유가족을 특별채용하기로 하고 그 뜻을 해군에 전달했다고 한다. 한화는 사망자의 직계 및 배우자를 대상으로 하되 사망자가 미혼이거나 부모가 없을 경우 형제·자매까지 채용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가족들에게 절실한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자는 김승연 회장의 제안으로 이뤄진 유가족 특채계획은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여러가지 측면에서 모범이 될 만하다는 게 우리의 견해다.

 

현재 사회 각계에서 천안함 참사로 인한 순직·실종자와 유가족을 돕겠다는 정성이 쌓이고 있다. 정부의 보상과 국민들이 보내주는 성금이 충격과 실의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조금은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 번으로 끝나는 성금이나 정부의 보상금과는 달리 유가족들에게 평생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것은 항구적인 삶의 방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는 경제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천안함 승조원들의 희생을 이 사회가 영원히 잊지 않고 있다는 더 숭고한 뜻을 내포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기아차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이 천안함 승조원 유자녀들에게 초등학교 입학 후 대학 졸업까지 학습비와 문화공연 관람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높이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한결같이 선량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녔던 희생자와 실종자들의 면면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얼마나 눈물지었던가. 그런 남편과 아들, 형제를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말을 찾는 것조차 미안했다. 하지만 크나큰 슬픔을 당하고도 남을 배려할 줄 알았던 유가족들이다. 고비고비마다 의연한 결단을 내려 우리를 숙연하게 했던 유가족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승조원들의 희생이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천안함 승조원들의 희생을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422목] 내륙 초광역권 개발, 세종시 문제해결이 관건

 

정부는 어제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제7차 지역발전위원회 회의를 열어 연내에 내륙 초광역개발권역을 지정하고 종합계획을 마련해 내년부터 각종 개발사업을 시행키로 했다. 지난해 말 발표했던 동 · 서 · 남해안과 남북접경지역 등 기존 4대 벨트에 3개 지역으로 구성된 내륙권을 추가한 것으로, 전 국토를 아우르는 구체적인 지역발전계획이 마련된 셈이다.

 

이로써 우리나라 국토개발은 향후 20년을 내다본 장기 초광역개발권,오는 2013년까지의 중기계획인 '5+2'광역경제권, 163개 시 · 군의 자율적인 기초생활권 등을 3대 축으로 하는 큰 그림이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청사진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지역균형발전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당면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이 실제로 수도권과 지방간 상생 발전의 결실을 맺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않다. 당장 내륙 초광역개발권 계획만 해도 세종시 수정법안 처리가 전제되지 않으면 차질이 불가피하다. 원주-충주-오송-세종-대덕-전주를 잇는 첨단산업벨트의 중핵이 흔들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종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출범했던 한나라당 6인 중진협의체가 어제 아무 소득없이 활동을 종료해 국회의 법안처리가 상당기간 지연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와함께 초광역개발권 및 광역경제권 계획과 함께 10개 혁신도시,6개 기업도시,4대강 살리기 등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재원 또한 수십조원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만큼 민자유치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자칫 공기가 겹칠 경우 땅값 상승과 건설자재 · 인력 파동 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혁신도시로 이전할 30개 공공기관의 새 청사를 착공하겠다고 밝혔지만, 무안 무주 등 기업도시 세 곳은 이미 자금조달이 안돼 개발규모를 축소해야 할 형편이고 보면 무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각 지역이 사업의 중복없이 특화되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대통령이 어제 회의에서 "지역발전의 초점은 있는 것을 나누어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지역이 차별화된 창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을 거듭 유념하지 않으면 안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422목] '내륙 초광역개발계획'의 기대 효과

 

정부가 올해 안에 '내륙 초광역개발' 종합계획을 확정하고 혁신도시로 이전할 공공기관 청사 30여곳도 연내 착공하기로 함에 따라 위축된 건설경기 회복은 물론 거점도시 연계를 통한 지역발전도 크게 촉진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해양부는 오는 2020년까지 24조원을 투입해 '남해안 선벨트' 사업만 마무리해도 48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륙 초광역개발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동ㆍ서ㆍ남해안 및 남북접경벨트 등 4대 초광역벨트 사업에 이은 후속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국을 망라하는 지역발전계획의 큰 그림이 그려진 셈이다.

 

그러나 3대 내륙벨트를 완성하는 데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내륙 초광역개발의 핵심은 세종시를 중심으로 원주에서 전주까지 잇는 '내륙첨단산업벨트'라 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국회 처리가 불투명한 세종시 수정안이 불발될 경우 충청권 과학산업거점을 연결하는 C벨트와 내륙첨단산업벨트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내륙벨트개발사업을 추진하려면 우선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더욱 넓혀 이른 시일 내에 국회 처리를 마무리해야 한다.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과제다. 세종시를 비롯해 4대 해안벨트와 3대 내륙벨트 구축에 우선을 두다 보면 다른 중요 국책사업이 차질을 빚을 우려도 있다. 우선순위를 정해 재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혁신도시가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는 혁신도시의 용지 분양가를 14.3% 낮추고 '산학연 클러스터 용지' 분양가는 추가로 16% 인하해주기로 했다. 또한 세종시와의 형평성을 감안해 원형지 공급도 확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혁신도시 건설에 필요한 재원확보 방안은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 자금난으로 사업면적을 대폭 축소한 무안 및 무주 기업도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보다 치밀한 개발계획이 필요하다.

 

'창조지역' 개념을 도입해 지역의 차별성과 정체성을 살리는 개발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에 포괄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중복개발을 막으려는 취지지만 개념이 모호해 과거 지역특구처럼 남발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번 내륙 광역개발계획이 선심성 사업이 되지 않고 지역발전과 국토의 효율적 활용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