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8년 3월 7일 금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칼럼

eros 2008. 3. 7. 01:07
 

 

[한국경제신문 사설-20080307금] 개혁공천 정치발전 계기 삼아야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과 야당의 '개혁 공천'이 내부 갈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이런 가운데 야당인 통합민주당이 결국 '금고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람은 모두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원칙을 그대로 적용키로 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로 인해 공천 탈락이 불가피해진 후보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진통은 거듭되고 있다.그들 나름대로 억울함이 없지 않고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도 아니다.그렇더라도 비리와 관련되어 처벌을 받은 사람은 예외없이 공천에서 탈락시키기로 한 야당의 '공천혁명'은 우리 정치판의 오랜 악습(惡習)과 후진성을 벗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국민들 또한 더 많은 지지로 화답할 게 분명하다.

  사실 입법활동과 국정감시를 고유 기능으로 하는 국회의원 한사람 한사람이 사회의 다른 어느 구성원보다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갖춰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런데도 지금까지 우리 정치는 계파 나눠먹기나 지역주의,당선 가능성에만 기댄 공천으로 온갖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까지 국회에 입성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그것이 정치 발전은 고사하고,경제와 사회발전의 발목을 잡는 최대 걸림돌이 되어왔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반면 여당인 한나라당의 공천 과정은 상대적으로 실망스럽다.계파간 안배,비리전력자 공천 등으로 당초의 개혁 공천 취지가 크게 훼손되고 구태를 반복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야 할 것없이 이번 공천은 반드시 개혁공천이 관철되지 않으면 안된다.확고한 원칙을 세웠다면 엄격한 적용을 통해 그야말로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깨끗하고 유능한 인물을 공천하고,국회의원에 당선될 수 있도록 정당과 유권자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공천혁명을 통해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정치선진화는 또다시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되고 말 게 틀림없다.정치가 구태를 거듭하면 정치만 뒷걸음질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경제발전,국가발전의 장애물로 작용해온 것이 그동안의 경험이다.국민 모두가 여야의 공천혁명이 어떻게 이뤄질지 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307금] 식량안보의 중요성 일깨워준 곡물값 폭등 

 

  국제 곡물값이 초비상이다. 밀·옥수수·콩에 이어 최근에는 쌀값까지 급등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단지 가격만 오르는 게 아니다. 러시아·중국·카자흐스탄 등이 수출관세를 신설하는 등 식량 민족주의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는 국면이다.

  국제 곡물값이 오르는 이유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식생활에서 육류 소비가 늘면서 사료로 사용되는 곡물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바이오연료 생산에 필요한 옥수수 등의 수요 증가, 원유값이 오르는 데 따른 생산단가 상승, 유동성 증가에서 비롯된 투기자본의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곡물 자급률은 28%에 불과하다. 그것도 자급률 98.9%인 쌀을 제외하면 5% 수준이다. 잘못하면 돈이 있어도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가격을 놓고 국제 경쟁력을 따진다면 미국·중국·러시아·오스트레일리아·아르헨티나 등 몇몇 나라를 빼고는 모두 농업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그렇게 쉽게 농업을 포기하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식량 수출국들이 좌우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세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프랑스(191%), 독일(126%), 스웨덴(100%) 등 선진국들의 자급률은 우리보다 훨씬 높다. 그동안 농업을 얼마나 소홀하게 취급해 왔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에 합의하는 과정에서도 거의 농업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여기에는 ‘어차피 경쟁력 없는 산업은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얄팍한 생각이 깔려 있다. 하지만 최근 곡물값 급등은 농업이 결코 아무에게나 내줄 수 있는 산업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줬다.

  곡물값 폭등은 위기이자 기회다. 잘 활용하면 농업을 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성이 다시 입증된 국내 쌀시장을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또 곡물 자급률을 될 수 있는 한 끌어올려야 한다. 이는 식량안보를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농업을 수익성과 경제성만으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농업을 살리는 것은 늘어가는 무역적자를 줄이고, 식량안보를 튼튼히 하며, 지역 균형발전을 동시에 이뤄내는 일이기도 하다. 

 

 

[동아일보 사설-20080306금] 대학 自律입시, 다양한 전형방식 바람직하다 

 

  정부의 강압적 통제가 사라지고 대학이 자율로 입시를 치르는 첫해인 2009학년도 주요 대학들의 전형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서울대는 수험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기존 입시제도의 큰 틀을 유지하지만 대다수 대학은 수시모집을 확대하면서 정시 논술을 폐지하고 수능 비중을 높인다. 사회적 약자(弱者) 배려 전형도 새로운 시도다. 고려대는 내년도부터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다. 

  자율입시의 두드러진 특징은 내신 실질반영 비율 규제가 사라지는 것이다. 많은 대학이 학생부 반영비중을 낮춤에 따라 특목고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 상당수 대학이 정시모집의 논술시험을 폐지해 수능이 입시에서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3불(不)정책으로 대입전형을 틀어쥐었던 노무현 정부는 전형방식이 자율화되면 국어 영어 수학의 본고사가 부활하고 공교육이 무너질 것처럼 위협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입시요강의 큰 틀을 보면 수능 비중이 강화됐을 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학들은 ‘죽음의 트라이앵글’로 불린 내신 수능 논술의 3중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다양한 전형을 통해 특기와 적성을 가진 학생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정부가 입학사정관제를 강요했던 작년에는 시큰둥하던 고려대가 2009학년도부터 자발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해 성적뿐 아니라 환경, 잠재력, 소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 좋은 예다. 

  입시가 자율화되면 대학들이 좋은 학생을 뽑기 위해 경쟁하느라 처음에는 무리수를 둘 수도 있지만 결국은 최적(最適)의 방안들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상위권 대학을 흉내 내며 논술시험을 도입했던 중위권 대학들은 내년 입시부터 정시모집에서 논술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만 노 정부의 입시정책을 믿고 학생부 관리에 치중했던 학생들의 실망이 클 것이다. 학생부 반영 비중을 높이는 대학도 나온다면 학생들의 선택 폭이 넓어질 것이다. 

  입시 다양화는 우리 교육이 가야할 길이다. 대학들은 입시제도가 공교육의 근간을 흔들지 않도록 유념하면서 입시요강을 정교하게 짜주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20080307금] 박철언 씨의 남은 돈 이야기 

 

  노태우정부 시절 황태자 소리를 듣던 박철언씨가 100억원대의 돈을 횡령당했다며 대학 무용과 여교수를 비롯한 6명을 경찰과 검찰에 고소했다. 박씨의 주장은 1987년부터 통일문제에 관한 재단 설립을 목표로 기금을 모아 50여 개의 차명계좌로 관리해오다 2003년부터 이 여교수 이름의 계좌에 넣어 두었는데 이 여교수가 자기도 모르게 돈을 몽땅 인출해갔다는 것이다. 누가 누구에게 속고 누가 누구를 속였는지는 수사를 해봐야 알 일이다. 그렇다 해도 한때 나라의 운명을 들었다 놨다 하던 유력 정치인이 이런 모습으로 뉴스를 타고 있으니 민망하기 짝이 없다.

  박씨로선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했다니 마음이 아플 것이다. 그러나 그걸 지켜보는 국민은 다른 차원(次元)에서 마음이 편치 않다. 그때 그 시절 권력의 어두운 뒷골목을 담은 낡은 필름을 또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고통이다.

  박씨는 그 돈이 불법 비자금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그를 모셨던 옛 보좌관은 박씨가 대기업들로부터 받았던 1000억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해왔다는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떳떳한 돈이라면 떼여 먹힐 위험을 무릅쓰고 그런 거액을 왜 오랜 세월 차명으로 관리해왔는지 궁금하다.

  박씨가 자신의 돈을 가로챘다고 지목하는 배신자 명단에는 무용과 교수 이외에 친지, 고교 동창들도 있다. 다들 가까운 사람들이다. 만약 그 돈이 정말 합법적인 돈이라는 사실을 알았어도 그렇게 가까운 사람의 돈을 떼어먹을 엄두를 낼 수 있었을까.

  박씨가 기금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1987년은 그가 노태우정권의 황태자 자리에 오른 해이다. 대통령이 비자금을 주무르다 수천억원을 남겨 퇴임 후 뒷주머니에 넣어두던 그런 시대였다.

  이번 일은 박씨가 꺼내지 않았다면 영원히 묻혀 버렸을 일이다. 그런 일이 온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세간의 시선이야 어떻든 돈을 다시 찾아와야겠다는 절실한 이유가 있어서였을 것이다. 그야 어떻든 박씨는 오늘의 권력자들에게 정치주도층의 윤리, 특히 정치자금의 문제를 뒤돌아보고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을 전해준 셈이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강찬수(환경전문기자)-20080307금] 강물 오염

 

  1969년 6월 22일 미국 시민들은 강물이 타오르는 TV 화면을 보고 경악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쿠야호가강 수면에 떠 있던 기름에서 시작된 불은 다리 7개가 불타는 대화재로 이어졌다. 이 사고가 계기가 돼 70년 4월 22일 ‘지구의 날’ 행사가 열렸다. 미 의회도 청정대기법과 청정수질법을 제정했다.

  86년 11월 1일 스위스 바젤에 있던 산도즈라는 화학회사의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독성이 강한 살충제·살균제와 같은 화학물질이 1300t이나 저장돼 있었다. 화학공장에 맞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했지만 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소방대원들은 연방 물만 뿌려댔다. 유독물질은 라인강으로 흘러들었고 물고기 50만 마리가 떼죽음당했다.

  2005년 11월 13일 중국 동북부 지린(吉林)성에서는 석유화학공장 폭발사고가 발생했고 니트로벤젠이 쑹화강으로 흘러들었다. 식수 공급이 중단돼 하얼빈 주민 300만 명이 큰 고통을 겪었다.

  세계 곳곳에서 강물 오염은 끊이질 않는다. 인류 문명이 탄생한 이래 생명의 젖줄인 강은 인류에 풍요를 가져다 주었지만 인간은 오염물질 배출로 답했다. 영국 런던의 템스강도 1858년 여름 악취가 심하게 나는 바람에 의회가 일시 휴회를 해야 했다. 서울의 한강도 지금은 1급수냐, 2급수냐를 따지지만 하수처리장 하나 없던 60~70년대에는 오염이 지금보다 훨씬 심했다.

  낙동강이 최근 또다시 페놀로 오염되는 일이 벌어졌다. 1994년 1월에는 벤젠·톨루엔으로 오염되는 사고도 있었다. 낙동강은 유역 면적에 비해 인구나 공장이 많아 오염사고 가능성은 늘 숨어 있었다. 강물이 줄어드는 겨울과 봄철에 오염물질이 흘러들면 문제가 커진다.

  정부는 17년 전 페놀 유출 사고를 겪은 뒤 낙동강에는 오염사고를 조기에 발견할 목적으로 수질자동측정소를 17곳이나 설치했다. 24시간 오염물질을 자동 측정해 오염도를 즉각 알려주는 이 장비는 한 세트에 5억원씩이나 들어간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이었다. 페놀을 측정할 수 있는 곳은 한 곳뿐이고 그나마 오염 농도가 높아야 검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염이 반복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직 없는 셈이다. 다만 이번 사고가 3일 충북 청원의 화학공장 화재 때 교훈이 됐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다. 금강이 오염되는 것을 막으려고 밤새워 오염된 물을 폐수처리장으로 퍼날랐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염을 예방하려는 자세가 또다시 느슨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철웅(논설위원)-20080306금] 인순이의 꿈 

  

  가수 인순이(50)의 학력은 중졸이다. 중학교 땐 교과서를 팔아 엄마와 이모, 여동생이 며칠 끼니를 때울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교 진학을 포기했다. 포천 청산중학교 시절 영어 선생님이 결혼한다고 해서 포천 백의리에서 서울 수유리까지 아이들과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책을 팔아 여비로 거금 500원을 만들긴 했는데 가족들 생각 때문에 고민하다 가지 못했다. 인순이는 작년 콘서트에 그 선생님을 모신 적이 있다. 히트곡 ‘거위의 꿈’을 절반도 다 못 부르고 목이 메어 버렸다.  

  작년 말 인순이는 한 대학에서 특강을 했다. 혼혈로서 겪어야 했던 어린 시절의 고생담과 가수로 성공하기까지의 곡절들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어렸을 때는 혼혈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사회에 나오니 혼혈에 대한 편견의 벽이 높았다. 혼혈인으로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직도 근본적인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다. 인순이는 노래 ‘거위의 꿈’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노래를 만든 사람이 전생에 나와 어떤 인연이 있었기에 내 처지와 똑같은 노래를 만들었는지 깜짝 놀랐다. 결국 이 노래로 가요 프로그램 1위도 해볼 수 있었다.”

  ‘거위의 꿈’은 가수 이적이 1997년 김동률의 곡에 가사를 붙여 완성한 노래라고 한다.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내 가슴 깊숙히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 뒤에 흘릴 때도/난 참아야 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 날을 위해/…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가사대로 인순이는 “꿈조차 꿀 수 없는 현실에서 태어났지만 결국 꿈을 이루었다”고 말했다.

  올해로 가수 생활 30돌을 맞은 인순이가 또 다른 소박한 꿈을 공개했다. 바로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공연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미국 카네기홀에서도 공연을 했는데 예술의전당 오페라홀에서는 대중가수가 설 수 없다는 게 섭섭하고 속상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극장 측은 예술의전당은 작품성과 예술성을 중시하는 클래식 중심 연주장으로 인순이의 신청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라고 밝혔다. 순수음악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 시대라는데 내년쯤엔 인순이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