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7월 11일 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7. 11. 16:04
2006년 7월 11일 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미묘한 때에 열리는 남북 장관급회담

북한 미사일 발사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오늘부터 나흘간 부산에서 열리는 제19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국내외 관심이 집중되는 매우 특별한 회담이 될 수밖에 없다. 회담 경과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의 중대한 고빗길이 될 수도 있다.

남측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우려와 경고에도 북측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한 것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장성급회담처럼 이 회담도 연기해야 한다는 견해가 만만치 않았다.

북측은 북측대로 얻을 것은 없고 미사일 문제로 수세에 몰릴 것을 우려해 회담 참여 여부를 막판까지 저울질한 것으로 보인다. 회담 하루 전까지도 아무런 통보를 해오지 않은 것은 북측 정권의 예측 불가능성을 또 한번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회담 연기 견해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위기관리를 위해 대화의 끈을 유지하고 정부의 단호한 입장과 국제사회의 기류를 북측이 직접 알게 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회담 취지에 공감한다. 중요한 것은 회담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따지고 북측의 태도 변화를 유도해낼 수 있느냐이다.

장관급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우리의 입장과 국제사회 및 미국의 반응을 가감 없이 북측에 전달하고 필요한 사항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자신의 말대로 미사일 시험발사 강행이 남한 내 대북여론을 얼마나 악화시켰는지, 그로 인해 정부 대북정책의 폭이 얼마나 좁아지게 되었는지를 분명히 주지시켜야 한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비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도 알리고 6자회담 복귀의 불가피성을 조금이라도 인식시킨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회담이 될 것이다.

하지만 회담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무리한 기대는 금물이다. 북측 대표단이 미사일 및 핵 문제에 대해 얼마나 책임 있는 언급을 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오히려 미사일 발사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기회로 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담을 안하느니만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신문] 일찍 닥친 태풍, 예방·복구 틀 다잡길

올 들어 처음 우리나라에 상륙한 태풍 ‘에위니아’가 한반도 남쪽을 관통했다. 어제 오전 전남 진도에 상륙한 태풍은 밤 사이 호남과 충청·강원 등 내륙을 가로지르며 전국에 걸쳐 강풍을 동반한 집중호우를 뿌렸다. 다행히 내륙에 상륙한 뒤 위력은 크게 줄었지만 때마침 장마전선과 만조 시기가 겹치면서 곳곳에서 상당한 피해가 났다. 태풍이 동해상으로 완전히 빠져나가는 오늘 오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만큼 경계를 늦춰선 안 될 것이다.

정확한 피해 상황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태풍 경로의 오른쪽인 남해안과 영남, 강원 지역이 상대적으로 피해가 컸다. 초속 30m를 웃도는 강풍과 시간당 50㎜가 넘는 폭우가 내린 곳도 많았다. 상당수 농경지와 주택·도로 등이 물에 잠겼고, 비닐하우스 등 시설 농작물도 큰 피해를 봤다. 도심에선 가로수가 쓰러지고 간판이 떨어지는 크고 작은 사고도 잇따랐다.

재해 당국은 이번 태풍으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를 정확히 파악해 복구와 지원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본격적인 장마철이어서 피해 지역에 또다른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닥칠 경우 피해 규모는 훨씬 더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태풍 ‘루사’로 큰 피해를 본 지역들에서 복구가 늦어지는 바람에 이듬해 또다시 비 피해를 당한 전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예년에는 피해 상황을 파악한다는 등의 이유로 차일피일 예산 지원을 미루는 일도 많았다. 그러지 않아도 상심이 큰 피해 농가와 이재민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한반도에는 해마다 평균 3~4개의 크고 작은 태풍이 8월 말~9월 초에 집중적으로 몰려온다. 하지만 이번처럼 태풍이 예년보다 일찍 찾아오거나 막판에 경로가 바뀌는 등 미리 예상하고 준비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장마 피해보다 예상치 못한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피해가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다. 때문에 해마다 비 피해 규모는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수조원에 이른다.

자연 재해인 태풍과 집중호우로 말미암은 피해를 완전히 예방할 순 없다. 자연 재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규모가 대형화하면서 재해 당국의 어려움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복구 지원을 위한 효율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철저한 준비와 점검으로 사전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동아일보]“분배니 뭐니 거대 담론은 모두 헛소리”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한 인터뷰에서 “분배니 뭐니 거대 담론은 모두 헛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5·31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이 정부의 경제운용 방향을 ‘양극화 해소 및 복지’에서 ‘경제 활성화’로 선회하도록 유도한 배경을 설명한 말이다. ‘정부와 여당, 청와대가 조율한 것’이고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반성’이라니 계속 지켜볼 일이다.

어느 정부나 ‘복지, 분배’를 외쳤지만 노무현 정부야말로 입에 달고 살다시피 했다. 노 대통령은 공무원 증원이나 증세(增稅), 재정 확대를 주장할 때 늘 ‘복지’를 내세웠다. 그는 4월 정부 행사에서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혁신으로 잡는다”고 했지만 저성장이 여전하고 복지 개선도 말 같지 않다. ‘성장, 분배, 두 마리 토끼 잡기, 혁신’은 말은 근사하지만 현실과 거리가 머니 무슨 소용인가. 가사(歌詞)가 좋은 노래를 부른다고 누구나 가수(歌手)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 정부의 거대 담론 또는 ‘구호(口號) 경제’에 대한 강 의장의 비판은 너무 늦었다. 성장-분배, 감세-증세 논쟁과 부동산 ‘세금폭탄’ 논란 때 강 의장 같은 이른바 ‘실용파’ 여당 의원들은 뭘 했는가. 고위 관료, 대기업 최고경영자 등으로 누릴 만큼 누린 그들이니 정치적 역공을 받더라도 ‘운동권적 개혁’밖에 외칠 줄 모르는 386들을 질타하고 정부의 ‘코드정책’에 대해 강하게 문제 제기를 했어야 옳다.

뒤늦은 반성마저도 미덥지 않다. 열린우리당은 징벌적 종합부동산세 등을 대폭 수정할 것처럼 하다가 또 말을 바꾸었다. 강 의장 역시 그 문제점을 잘 알면서도 “(고치면) 본래의 정책 의지가 약화되고 국민의 2% 미만만 대상으로 하는 만큼 그대로 두기로 했다”고 발을 뺐다. ‘2%만 때린다’는 말은 사실도 아니다.

경제정책 운용 경험이 풍부한 강 의장 같은 인물이 여당의 ‘대선용(大選用) 정책 기술자’ 노릇에 그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선거용이 아닌 시장친화적 민생 회복정책, 민간 활력 증진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새로 출범할 정부 경제팀이 ‘실패한 코드정책’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중요하다.


[조선일보] 국가의 良心을 잃은 日本의 선제폭격론

일본 정부 代辯人대변인인 아베 관방장관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미사일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헌법의 自衛權 자위권범위 안에 있다는 견해가 있는 만큼 논의를 심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 국민과 국토, 국가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의 관점에서 검토,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누카가 방위청 장관도 앞서 9일 “독립국가로서 일정한 틀 안에서 최저한의 것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당연하다”고 했고, 아소 외상은 “(핵이) 미사일에 실려 일본을 향하고 있다면 피해가 생길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했다. 세 사람 모두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한 先制선제 爆擊폭격을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에 앞서 페리 前전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 미사일 기지 선제 폭격론을 주장했고 미사일 발사 후에는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가 페리 장관의 주장을 옵션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社說사설을 게재했다. 일본은 이런 미국 일각의 선제 폭격론에 올라타겠다는 생각인 모양이다.

선제폭격의 시나리오가 실제 행동에 옮겨지면 한반도는 말 그대로 ‘불바다’가 된다. 수백만명의 남북한 주민들이 목숨을 잃거나 피를 흘리고 대한민국 국민이 피와 땀과 눈물로 건설한 세계 10위의 경제 국가가 잿더미가 되고 말 것이다. 북한이 아니라 일본의 홋카이도(北海道북해도)를 점거한 세력이 핵과 미사일을 만든다면 일본이 先制선제폭격론을 들고 나오겠는가. 그 세력이 선제폭격에 저항하면서 수천 門문의 長射程砲장사정포와 미사일과 핵으로 보복 공격에 나서 수천만명의 일본 국민이 죽거나 부상하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잿더미가 되는데도 일본 정치가들이 배짱 좋게 선제공격론을 들먹일 수 있겠는가.

일본은 불과 100여년 전 한반도를 戰場전장으로 만들면서 중국 및 러시아와 차례로 전쟁을 치러 한반도를 ‘노예 상태’로 지배했던 罪죄 많은 나라다. 어떻게 그런 일본이 미국의 등뒤에 슬쩍 올라타서 더 큰 소리로 선제폭격을 외치며 다시 한번 이웃 나라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발벗고 나설 수 있는가. 그게 國家的국가적 良心양심이 있는 나라의 소리인가. 한반도의 분단과 북한이란 나라의 탄생 자체가 식민지배라는 일본 罪業죄업의 유산이란 사실을 잊었는가. 일본이 이 땅을 침략하지 않았다면, 또 일본이 2차대전 때 조금 빨리 항복만 했더라도 북한이란 나라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국 민족에게 그런 씻을 수 없는 죄업을 지은 일본이라면 설사 미국이 선제폭격론을 내놓는다 할지라도 “거기까지 가서는 안 된다”고 말리며 다른 代案대안을 내놓는 것이 人倫인륜의 도리다.


[중앙일보] `사법부는 오로지 법과 양심의 편이다`

강신욱.이규홍.이강국.손지열.박재윤 대법관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어제 퇴임했다. 이들을 대표한 퇴임사에서 강 대법관은 일부 집단이나 개인들의 편 가르기 현상이 사법권 독립을 저해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선고된 판결이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보수니 진보니, 걸림돌이니 디딤돌이니 하면서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채 과격한 언동으로 비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정부 들어 우리 사회엔 편 가르기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과 지방을 나누고, 강남과 강북을 가르더니 단편적인 몇 개의 판결을 기준으로 사법부 구성원마저 편을 가른다. 이런 현상은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정권과 코드가 맞는 몇몇 시민단체가 진보.개혁적이라는 인사들을 대법관 후보로 앞다퉈 추천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 가르기는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다양한 의견 표출의 수준을 넘어섰다.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들까지 사법 심판대에 올리다 보니 자기와 다른 의견이나 생각을 가진 사람을 적대시하고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해 버린다. 그러니 몇몇 힘있는 시민단체의 눈 밖에 나고선 대법관 자리에 오르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퇴임한 배기원 대법관은 "일부 시민단체가 내세우는 인물이 우선순위를 차지한다면 법관들이 그들을 의식한 판결을 하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돼 사법권 독립이 침해될 것"이라고 이를 경고했다.

강 대법관이 사법질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지적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사법불신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전관예우' 등으로 상징된다"며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국민이 아직도 이런 말을 믿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사법 신뢰 회복의 첩경은 정치적 중립성의 확보다. 안대희 서울고검장이 퇴임사에서 공정한 인사제도의 확립을 주문한 것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법부는 법의 편에 서야 한다. 강 대법관 지적처럼 오로지 법과 양심의 편에서 재판할 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경향신문] 환경오염 나몰라라 하고 떠나서야

주한미군측이 반환 기지의 환경오염 치유 문제에 대한 한·미간 협상이 타결지어지지 않더라도 조만간 일부 기지에서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우리측에 통보했다고 한다. 의정부와 동두천의 기지 등 15곳의 관리권을 오는 15일 우리 국방부에 일방적으로 넘기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관계당국은 공식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지만, 국방부와 환경부, 외교통상부 등이 이 문제로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이라고 하니 사태가 심상치 않은 것 같다.

문제의 기지는 현재 미군이 떠난 상태에서 미군이 고용한 경비용역업체가 관리하고 있다. 미군으로서는 협상 타결이 늦어져 매월 수십만달러의 관리비용을 쓰느니 하루라도 빨리 발을 빼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그건 미군 사정일 뿐이다. 수십년간 주둔하면서 토양을 오염시켰으면, 떠나기에 앞서 오염 치유에 대한 실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게 마땅하다. 협상이 지지부진하다고 해서 마음대로 행동한다면 주권국가에 대한 기본 예의가 아니다.

주한미군 기지의 오염 치유 문제는 한·미간에 이미 합의한 원칙이 있다. ‘공동으로 조사를 벌인 뒤 치유가 요구되는 오염, 치유수준 및 방법 등을 협의해 미국쪽 비용으로 한·미 행정협정(SOFA)과 관련 합의서에 부합하게 치유한다’라고 돼 있다. 이에 따라 공동 조사를 했고, 오염 치유를 위한 협상이 1년 이상 진행 중이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은 미군쪽에서 4천억~5천억원으로 예상되는 오염 치유비용을 우리 쪽에 더 많이 떠넘기려 했기 때문이다. 미군측은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환경오염(KISE)’에 대해서만 책임을 인정하겠다는 태도였지만, ‘급박하고 실질적 위험’에 대한 해석을 미군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는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었다. 무엇보다 환경 문제는 ‘오염자 부담원칙’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원리다. 미군측은 ‘일방적 철수’ 운운하지 말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