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6월 22일 목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6. 22. 20:45
2006년 6월 22일 목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외환은 헐값 매각 무엇이 진실인가

외환은행 매각 의혹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선 모습은 황당하고 혼란스럽다.
매각을 주도했던 두 기관은 외환은행이 부도에 직면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으며, 부실을 과장해 헐값으로 팔았다는 감사의 요지를 모두 반박했다.

감사 결과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니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지 곤혹스럽다.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해 피감기관이 이런 저런 이유로 해명ㆍ반박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면 부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외환은행 매각 문제는 당시 경제상황과 외환은행의 부실 정도 등 고도의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래서 서로 다른 주장이 충돌하고 다양한 의혹들이 제기됐다. 감사원 감사는 이런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 줄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과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 꼴이 됐다.

피감 기관들의 정면 반발은 국가 최고 사정기관인 감사원의 권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감사원이 "늘 해왔던 군색한 변명에 불과해 대답할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고 한가한 반응을 보인 것은 부적절하다. 감사 결과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발표대로라면 재경부와 금감위 등 금융감독당국이 위험하지도 않은 국책은행을 짜여진 각본에 따라 외국계 펀드에 헐값으로 매각했다는 결론이 아닌가. 따라서 감사원은 그냥 넘어갈 게 아니라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려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감사원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감사결과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공개해야 마땅하다. 정책 판단의 잘잘못에는 다툼이 있을 수 있지만 매각 과정의 사실관계까지 엇갈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앞으로 있을 검찰 수사에서는 이런 부분의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돼야 한다. 검찰의 수사는 위법성 여부에 국한되는 한계가 있지만 국민적 의혹 해소 차원에서도 폭 넓은 수사를 기대한다.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외환은행, 금융감독당국, 매각 주간사 사이의 석연치 않은 커넥션과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한겨레신문] 아쉬운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연기

이달 말로 예정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이 무기한 연기됐다. 앞서 계획된 4월 하순 방북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미뤄진 바 있다. 이번에는 ‘미사일 갈등’이 주요 원인이지만, 철도 이용 여부 등 방북 경로와 세부일정에도 합의하지 못하는 등 실무접촉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른 시일 안에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될 수 있도록 남북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대북 포용정책과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 화해시대를 연 사람이다. 남북관계는 그 뒤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괄목할 만큼 발전했다. 김 전 대통령이 방북을 추진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중단된 6자 회담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한반도 평화와 화해·협력을 향한 노력에서 새 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준비를 둘러싼 갈등으로 도리어 연기됐으니 본인은 물론이고 많은 국민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김 전 대통령은 방북을 ‘민족을 위한 여생의 마지막 봉사’로 생각한다니, 미사일 갈등이 순조롭게 해결돼 그의 뜻이 실현되길 바란다.

미사일 갈등은 북한 쪽이 처음으로 의도를 드러냄으로써 양상이 어느 정도 분명해지고 있다.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했고, 북한의 의중을 대변해 온 재일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미국이 조선(북한)의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 초청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책임을 물었다. 미사일 발사 준비가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끌어내려는 수단임을 밝힌 셈이다. 그렇다면 미국도 강경 태도만 보일 일이 아니다. 상대가 대화를 하자는데 만나지 않겠다고 하는 건 문제를 풀고자 하는 자세가 아니다. 애초 미국이 힐 차관보 초청을 즉각 거부한 것도 성급했다. 북한은 시험발사 준비를 중단하고 미국은 대북 접촉에 나서는 것이 미사일 갈등을 넘어 6자 회담 재개로 가는 바른 길이다.

이번 미사일 갈등은 진전 상황에 따라 6자 회담과 남북관계 전반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중요하다. 대결이 아니라 협상 국면으로 바뀌도록 관련국 두루 노력해야 할 이유다. 김 전 대통령도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면 훨씬 나은 환경에서 방북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일보] 이런 對北 정보력으로 ‘홀로서기’ 하겠다니

북한의 대포동 2호 시험발사 움직임을 놓고 한국과 미국이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북이 의도적으로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며 미사일 요격시스템을 실전 모드로 전환까지 했다. 그러나 정부는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 아직도 불확실하다”는 말만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정확한 정보력을 가졌느냐다.

한국은 미 정찰위성이 아니면 북의 미사일 발사대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정보수집 능력이 떨어지는 백두, 금강 정찰기와 감청부대만으로는 ‘까막눈’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미 측이 제공한 정보를 믿어야 한다. 남북관계를 의식해 자꾸 딴소리를 해선 안 된다. 이러니까 미 측이 미사일방어체제의 한 축인 이지스함의 동해 배치 여부조차도 못 알려주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정보력으로 자주(自主)를 외치고 북의 ‘민족끼리’ 주장에 동조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그제 나온 월간 신동아 7월호에 따르면 1999년 6월 연평해전과 2002년 6월 서해교전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치밀하게 계획된 도발이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연평해전 사흘 전에 “이번에 해군사령부에서 영웅이 몇 명 나와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정부는 이런 사실들을 과연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정보 공유는 동맹의 출발점이고, 원활한 공유는 굳건한 신뢰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9개월 동안 전화 통화 한번 안 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면 신뢰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다. 청와대는 “실무자들이 여러 채널로 미 측과 충분히 대화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정상끼리의 대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독자적인 정보력도 없고, 정보를 공유할 신뢰관계마저 흔들리는 판인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또 왜 그렇게 서두르는가.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도 모르면서 4800만 국민의 안전을 지켜낼 수 있겠는가.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어제 “한미공조는 현실이고 민족공조는 착시”라고 했는데, 평소 자주를 강조해 온 그의 진심을 알 수가 없다.


[조선일보] 이 정권의 교육 정책에는 '良心'이 없다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19일 “외국어고는 高額고액 과외를 조장하고 과열 입시경쟁을 부른다”고 비난하더니 21일엔 교육부 외국어고 담당 국장이 ‘실패한 外高외고 이젠 바로잡아야’라는 글을 냈다. 외고 졸업생 중 어문학 계통의 同一系동일계 대학으로 진학하는 비율이 31%밖에 되지 않아서 2008년부터는 거주지역이 아닌 곳의 외고에는 지원을 못하게 해야겠다는 것이다.

과학고 학생들이 고교에서 물리·화학 같은 기초과학분야 道具도구과목을 많이 배운다고 해서 물리학과나 화학과로만 진학해야 하는 건 아니다. 외고 출신이라고 대학에서도 그 외국어만 계속 공부하라고 하는 것은 외고의 設立설립 목적을 통역사나 해당 외국어분야 학자를 키우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황당한 것은 “외고는 실패했다”고 말하고 다니는 바로 그 교육부 관리들부터 자기 자녀는 그런 학교에 보낸다는 점이다. 김진표 부총리의 딸만 해도 서울 어느 외고 불어과를 나와 모 대학 경영학과에 들어갔다가 지금은 하버드 MBA코스를 밟고 있다. 교육부가 ‘이래선 안 된다’고 하는 이른바 ‘非비동일계 進學진학’을 한 경우다. 그것을 탓하자는 뜻이 아니다. 그게 바로 ‘부모 마음’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김 부총리가 딸을 외고에 보냈을 때는 좋은 학교라고 해서 보냈을 것이다. 불어과 보냈다고 대학에서도 꼭 불어를 전공시키겠다는 생각도 아니었을 것이다. 김 부총리말고도 교육부 간부 중엔 자녀를 외고에 보냈거나 외고 졸업 후 어문학 아닌 학과로 진학시킨 사람이 여럿 있다.

부모 마음은 누구나 같은 것이다. 문제는 이 정권 사람들이 자기 아이들에겐 좋은 학교에서 좋은 교육 받게 하려 하면서도 남들에게는 시치미를 떼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는 그 僞善위선이 미운 것이다. 자기 아이는 등록금 비싼 외국 名門명문 사립에 보내면서 실업고 아이들을 앞에 앉혀 놓고 ‘부자 부모 만나서 비싼 과외로 성공하는 아이들’에 대한 증오와 反感반감을 심어 주려는 그 ‘兩心양심’이 가증스럽다는 말이다.

3년 前전 경제부총리 시절엔 “강북에 특목고를 세워서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김 부총리가 지금은 외고 몰아붙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자립형 사립고를 20개로 늘리겠다더니 이제 ‘자사고를 늘려서는 안 되는 이유’라는 글을 뿌리고 있다. 이 정권의 교육 정책에 ‘良心양심’은 없고 ‘兩心양심’뿐이라는 말이다.


[중앙일보] 재판 중인 의원 법사위에 넣는 이유 뭔가

17대 후반기 원 구성을 하면서 국회는 재판 중인 박성범(무소속).김명주(한나라당) 의원을 국회 법사위에 배정했다고 한다. 법사위는 국민을 대신해 법원과 검찰을 견제.감시하는 곳이다. 해당 기관에 자료를 요구하고, 간부들을 불러 따져야 한다. 국정감사도 해야 한다. 그런 자리에 검찰과 법원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형사 피고인을 앉히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 국민을 대신해 정부를 견제하라고 국회의원을 뽑은 것이지 개인의 안위를 도모하는 데 권력을 휘두르라고 세금을 주는 것은 아니다.

국회는 개혁을 한다며 지난해 국회법까지 개정했다. "상임위원은 소관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관련한 영리 행위를 하지 못한다"(40조의 2)는 조항을 신설해 올 하반기 시행하고 있다. 공(公)과 사(私)를 구분하라는 이 '이해 충돌의 원칙'은 상임위 배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사실 그동안 정치권에는 공적 업무를 빙자해 개인적 로비를 벌이는 일이 허다했다. 생선가게를 고양이가 맡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며 법까지 개정해 놓고는 시작부터 이런 행태를 보이니 한심하다.

중구청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 고가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및 선거법 위반)를 받고 있는 박 의원은 검찰의 기소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런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법사위에 가겠다고 신청한 의도는 도저히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무소속 의원을 상임위에 배정하는 의장단도 정신이 있는 사람들인지 묻고 싶다. 농해수위를 희망한 김 의원을 굳이 법사위에 보낸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다. 법사위원은 변호사 업무를 못 하게 되는 바람에 법사위 희망자가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재판 중인 사람을 보낼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잘못된 것은 바로 고쳐야 한다. 말썽이 나자 박 의원은 "문제 해결 전에는 상임위 활동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지만 그런 식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의장단과 한나라당은 하루빨리 해당 의원의 소속 상임위를 재조정해 주기 바란다.


[경향신문] 응시자 우롱하는 토플 시험의 횡포

토플(TOEFL) 시험이 응시자 편의는 외면한 채 시험주관자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운용된다는 얘기는 어제 오늘 나온 게 아니다. 토플 시험을 한번이라도 치러 본 사람은 시험 약관이 얼마나 반(反) 소비자적인지 알게 되고, 이는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2003년에는 토익 시험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기까지 해 일부 고쳐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소비자에게 불리한 불공정 약관이 수두룩하다는 보도다. 이에 따르면 토플 시험을 신청했다가 사정이 생겨 취소하면 응시료 140달러의 45%인 65달러만 돌려준다. 그나마 시험시작 4일 전까지만 가능하다. 시험일을 사흘 남겨놓은 시점부터는 취소신청을 해도 한푼도 돌려주지 않는다.

시험을 취소하지 않고 날짜를 바꾸겠다고 하면 이미 낸 응시료 외에 40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 성적표를 전화로 확인하는 데도 서비스 이용료를 내야 한다. 시험 취소에 따라 환불해주는 것도 10주가 지나야 가능하다.

도대체 이렇게 공급자 마음대로인 상품이 또 있을까. 시장에 나오는 상품은 소비자 마음에 들게 하기 위해 온갖 애를 쓰는 법인데, 토플 시험만 예외인 꼴이다. 독점적이고 우월적 지위가 없다면 소비자가 왕인 시대에 이런 상품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토플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교육평가원(ETS)은 이들 약관이 전 세계 공통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내세운다. 2003년 공정위가 약관심사에 들어갔을 때에도 한국 응시생들만을 위한 별도의 약관은 곤란하다며 “정히 이런 식이면 한국에서 토플 시험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방침을 공정위에 밝히기도 했다. 있을 수 없는 협박이었다.

우리나라의 토플 시험 응시자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전체의 15%를 차지한다. ETS는 이 소비자집단을 봉으로 보는 모양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토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소비자를 위해 다시 한번 공정위가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