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산행 자료/▒해외원정 트레킹자료

히말라야를 향하며 5 ( 대 자연의 서사시 푼 힐이여 !)

eros 2006. 3. 31. 16:00

 

히말라야를 향하며 5 ( 대 자연의 서사시 푼 힐이여 !)

아침 일곱시
산 속의 제법 큰 마을인 ''비레탄티'' 에서 ''고레파니''를 향해 출발 했다.
어둠이 걷히지않은 새벽의 신선한 공기가 발 걸음을 가볍게 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커다란 개울이 나왔다.
물이 많아서 건너가기 어려웠다.

포터가 커다란 돌을 던지며 다리를 놓는데 모두 물속에 처박히고 만다.
신 벗고 건너자고하니 물이 차서 안된다고 계속 돌을 던지고 있었지만
결국 신을 벗고 건너야했다.

가이드가 내 신발을 받고 먼저 건너다가 물속에서 미끄러져 버렸다.
아뿔싸 .....신발이 둥둥 떠내려간다. 당황한 가이드가 그 차거운 물에
어퍼지고 자빠지며 겨우 신발을 건져냈다. 옷은 푹 젖어버리고 내가
건너는데 가이드와 포터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물 속에 발을 담그니 우앗 시려라 정말 발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시려왔다.
그러나 피부 속으로 쏴아하게 밀려 들어오는 한기의 색다른 느낌이 좋았다.
크지않은 내 였지만 건너기까지 무척 오래 걸린 것 같았다. 젖은 등산화가
문제였지만 어찌하랴 양말로 물기를 닦아내고 새것을 꺼내신고....
가이드 브리딥은 바지까지 다 빠져버려 한참 동안 지체 할 수밖에 없었다.
차거운 물 속에 들어갔던 발은 열이 훅훅 나고 있었다.

30분을 지체한 후 다시 출발하며 속으로 걱정이되기 시작했다.
오늘 갈 길이먼데.... 걸음의 속도를 빨리하자 가이드가 오늘안에
고레파니까지 갈수 있습니다 천천히 가십시오 천천히 처음부터
빨리 걸으시면 절대로 안됩니다.

선한 눈에 다소 답답해 보이지만 침착한 성격의 가이드 브리딥은
발이 괜찮습니까 추우십니까 물으며 걸으면서도 계속 미안해하고 있었다.
난 그에게 별명을 지었다 " 먼가가 미안한 인간 " 물론 표현하지는 않았다.

내를 건너고 2시간 지점의 해발 1430 미터의 "일리"를 통과하며
숲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1960 미터의"우렐리"를 향해서 깊은 산속을
점 점 올라가자 숨이 턱에 차오기 시작한다. 허기사 3층만 올라가도 숨이차서
핵핵 거리는 신체적 결함이 어디가랴 좋다 그래도 간다

11시 30분에 "우렐리"의 롯지에서
달 밧 으로 점심을 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아침 일찍 출발한 우리는 모두 배고파서 더 맛 있었던 것 같았다.

또 하나의 놀란움
우렐리 그 고 지대에서 뜻밖에 커다란 바나나 나무를 보았다.
커다란 빨간 색 바나나 꽃도 신기했고 맛은 어떨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가이드에게 먹어보고싶다 살수없냐 하니까 아직 안 익었단다.
그럼 맛있는 바나나는 어떤것이냐 물으니 크고 잘익은 것이라며
카투만두에 가서 꼭 사주겠단다 그때부터 맛있는 바나나 이야기는 끝까지
계속 되었고 꼭 맛을 보고 싶었지만 결국은 시간없어 못 얻어 먹었다.

한시간 휴식 후 다시 걸었다. 언제나 가이드가 앞에 서고
포터 람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뒤에 따라온다. 걸을때는 서로가
단 한마디의 말도하지 않는다. 간간히 조심 하십시오 위험 합니다.
정도일뿐 침묵 속에서 이런 저런 부디쳐오는 생각들의 조각들을
조립 했다가 분해 했다가 또 아무생각없이 발 만 내려다 보며 오르막
내리막의 연속인 길을 침묵속에 끝 없이 걷고 또 걸었다.

비레탄티에서 일리 까지는 계속 마을이 나타났지만
제법 큰 마을"우렐리"를 지난후 부터 인간의 냄새가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점점 산이 깊어짐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목적지 4,130미터의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를 향해 떠난 첫 길
히말라야로 가는 입구에 불과한 낮은 산 들이었지만 일반적으로
상상했던 산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 물론 어느 산이나 산은 조용하다.
그러나 산의 소리가있다. 그런데 그 곳의 산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가
않았다. 새들의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고 바람도 불지않는 너무나 조용한 외계의 세상 같았다.

신기했다. 해발 2,200의 반탄티를 지난 어느 지점부터
줄곳 귀를 기울이면서 걷고있을 때 속이 점점 메스꺼워지기 시작했다.
메스꺼움은 오르막에선 심하고 내리막에서는 덜 하고 2,500을 넘으면서
견딜수 없을 정도였지만 어쩔도리가 없다. 병원이 있을리없는 도시와는
먼 곳에 이미 들어와 있기에 그냥 목적지까지 가야만한다. 그게 네팔이었다.

가이드는 계속 머리가 아프십니까 만 연발한다.
머리가 아프면 고산 병 이라며 무조건 내려가야 한단다.
머리가 아니라 배다 말 해도 계속 머리가 아프십니까 묻고 또 묻는다.
체해도 머리가 아플수가있다 그저 머리가 아프지 않음을 감사하며
천천히 기어가고 있었다.

오후 5시 반쯤 멀리 고레파니가 보였다.
눈에 보이는 동네가 왜 그렇게 멀고 높은지 드디어 6시 반 쯤 도착했다.
마을 입구에 숙소를 원 했지만 꼭대기 끝까지 가고있는 가이드가 원망 스러웠다.
거기다가 고레파니의 입구부터 마을 끝의 돌 층계는 다른 어느 곳보다
치수가 높았다. 가이드에게 고레파니 사람들의 체격이 다른지방 사람들보다
크냐 물으니 그렇단다. 아니나 다를까 숙소의 여주인은 1m70 에 75kg쯤 되고
남편은 1m83 정도 80kg의 거구였다.숙소는 유난히 추웠다.

스리핑 백 속에 들어가서도 몸이 떨리고 있었다.
매트리스로 올라오는 냉기에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트래킹 두 번째 밤은 추위속에 날 밤을 새웠다.

세 번째 날 깜깜한 새벽 5시 배는 여전히 불편했지만 중 무장을하고
푼 힐 전망대로 출발했다. 숙소에서 50분 거리에 위치한 푼 힐 전망대는
모든 트래커들이 감탄한다고 했다.

쥔장이 누누히 강조했었다
푼힐 전망대에서 히말라야 봉우리들과 일출의 장관을 보실거라고
나도 물론 감탄 하겠지 그래서 그런가 가는 길이 험 했다.
가이드의 헤드 랜턴이 길을 잘 비쳐 주었지만 어둠속의 산행은 어려웠다.
계속 오르막을 걸으니 숨이 차온다. 계속 메스껍다. 힘이들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하루에 1800 미터를 올라가면 가벼운 고소 증세가
온단다. 해발 1,000에서 2800 까지 올라갔으니 무리일수밖에 그래서 속이 뒤집힌 거라고했다.

그리고 또다시 3200 까지 올라가고 있었으니 속이도 무리일수밖에 .....
어쨓거나 가다 쉬다를 반복했다. 가이드는 또 묻는다 머리가 아프십니까 ?
어렵게 힘들게 올라가 50분만에 갑자기 눈 앞이 확 트이는 넓은 공간에 도착했다.

해발 3,200미터의 푼힐 전망대.
도착한 그 순간 아 하는 탄성과 함께
가슴, 머리, 마음이 확 트이며 무언가 뻥 뚫리는 것 같았다.
그랬었다 무언가가 확 뚫리는 거침이 없는 통쾌함과 충족감이 차올랐다.

다울라기리 봉 과 안나푸르나 1봉 2봉, 3봉들이
거대한 산맥을 이루어 하늘에 꽉 차있다.

멋지다 정말 멋지다 좋다 정말 좋다.
그 이상의 어떤 수식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있는 만년설의 무리는 가까이에 있는 듯 멀리 있는 듯
그렇게 눈이 부시도록 하얀 빛을 반사하며 병풍 처럼 둘러쳐져 있었다.
한폭의 그림으로 도저히 담을수없는 그 수려하고 장려함에 홀리고 있었다

모든이들이 탄복하고 간다는 말 로, 그림으로 접 했던 만년설의 장관.
웅대한 히말라야를 보며 서 있을수 있는 그 자체 만으로도 축복이었다.

추위에 떨면서 모두들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7시 드디어 멀리서 부터 산을 넘어 해가 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산위로 떠 오르는 태양 빛이 만년설에 부디치자 봉우리들은 꽃이 피듯이
화사해진다.하얀 봉우리들이 서서히 붉어지며 마치 흰 천에 물들이 듯이
신묘한 빛으로 세상이 채워지고 있었다.

화가의 켄버스에 물감이 색채를 더 해 가듯이 분홍에서 인디언 핑크로 빨강색
으로 점점 변화해가는 자연의 신비속으로 빨려들어가며 모든 것을 잊고 말았다.
자연이 인간에게 안겨주는 위대함.  그저 황홀했다.

1시간 쯤 지나고 태양이 높이 뜨자
신비스런 색깔들로 눈을 홀리게 하던 만년설들은
하얀 자신의 본연의 모습으로 되 돌아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아 이제 볼 것 다봤다 야 좋다 내려가자 하며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를
등지고 돌아서는 그 순간 한 문장이 불현 듯 떠 올랐다.
이번 여행 첫 머리에 우연히 만났던 그 강렬한 메시지 .......
"where do you see
yourself next year ? "
"내년에는 너 자신의 모습을 어디서 볼 것 인가 ?"

지금 나는 내가 선택한 시간 속에서 감격을 지나 멍청해져있다
이 겨울의 탁월한 선택 히말라야 트래킹이 선사해준 그 포만의 만족감
세계 최고봉들의 장엄함을 만끽하고있는 나 자신 ..... 그런데 내년에는 과연
어디서 무엇을 하며 나를 보고 있을까 ?
그러면 여기서 나는 나를 보고 있었는가 ?
모르겠다 내가 나를 보고 있었는지 아닌지 정말 모르겠다.

나 자신....그리고 미래
내가 나를 아는가 ? 모르는가 ?
나는 나의 미래를 아는가 ? 모르는가 ?
모른다 그 무엇도 아는지 모르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인간은 도대체가 먼 존재냐 ? 모른다.  그래 몰라도 다 좋다 다아.

그러면 내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있을까 ? 죽어있을까 ?
모르지만 내년에도 멀쩡하게 이대로 살아있을 것이다
그런 내가 " 내 년에는나 자신을 어디서 볼 것이냐 ? "
내년에는....
내년에는....
미래는 모른다. 미래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모를뿐이다.
다만, 오늘 여기 이렇게 살아서 우주의 신비함에 취해있을 뿐.....

푼 힐 전망대.
화려하고 웅장한 대 자연의 서사 시를 가득히 안고 내려오는 발걸음 위로
나 자신의 실체를 들여다 보고있는 가슴이 시리도록 저려왔다.







여행기 5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