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15일 수요일 경향신문 사설] 판문점 교전수칙 변경은 위험한 발상이다
북한 군인 한 명이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총격을 받으며 남측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남측 군당국이 미온적으로 대응했다고 야당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그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등은 송영무 국방장관을 상대로 북한 측에 대응사격을 하지 않은 점을 질타했다. 그래서인지 군이 판문점에도 한국군 교전수칙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판문점 내 북한의 공격에 적극 대응하도록 유엔군 대신 한국군 전투방식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드러난 허점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당장 판문점 내 감시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사건 당시 군은 북한군이 차량으로 넘어오는 것은 관측했지만 이후 상황은 놓쳤다. 군사분계선 남쪽 50m 지점에 쓰러진 북한 병사를 발견하는 데 15분이 걸렸다. 경비는 한국군이 맡는데 작전지휘권은 유엔사가 행사하는 지휘체계도 재고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판문점은 남북 대화의 상징적인 장소이다. 이런 곳에서 총격을 자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정전협정 때부터 판문점 내에 권총과 비자동소총만 반입 가능한 것도 이곳을 평화의 장소로 유지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판문점에 적용되는 교전수칙은 비무장지대에 적용하는 일반적인 유엔사 교전수칙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총격이 벌어져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에서만 대응함으로써 확전을 방지하도록 한 것도 그런 취지 때문이다. 그런 판문점에 한국군 교전수칙을 적용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한국군 교전수칙은 비례성의 원칙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의 도발 수준에 따라 3~4배로 응징하게 돼 있다. 더구나 유사시에는 현장 지휘관이 스스로 판단해 ‘선(先) 조치, 후(後) 보고’ 하게 돼 있다. 사소한 갈등이나 우발적인 총격이 확전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은 것이다.
판문점에서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다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꼬투리 잡기다. 북한군이 귀순할 당시는 판문점 방문객이 없는 날이라 경비병 자체가 배치되지 않았다. 북한군이 남측 지역으로 넘어와 사격을 가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응사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판문점을 대화가 아니라 전투의 장으로 만들자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판문점에서까지 총질이 빈번해진다면 대화 장소로서의 의미는 상실하게 된다. 판문점에 한국군 교전수칙을 적용하겠다는 발상은 거두어야 마땅하다.
[2017년 11월15일 수요일 조선일보 사설] 남북 유일 대화 지대 판문점에서 북 총격 사태
그제 오후 3시를 조금 넘은 시각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하려던 북 병사에게 북측이 권총과 AK 소총 40여 발을 난사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병사는 우리 초병들이 구출해 1차 수술을 했으나 위중한 상황이라 한다. 이곳에서 북은 1976년 미루나무 가지치기를 하던 미군 2명을 도끼로 무참히 살해해 일촉즉발 전쟁 위기를 불러일으켰다. 1984년엔 소련인 관광객 1명이 남측으로 망명을 시도하다 북의 선제 사격과 우리 측의 대응 사격으로 남 1명, 북 3명의 병사가 사망했다.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났다.
JSA는 휴전협정에 따라 비무장지대 안에 동서 800m, 남북 400m 크기로 설정된 '대화 지대'다. 수없이 많은 정전관리위 회의와 남북대화가 여기서 열렸다. 외국군 관계자 수백 명도 드나든다. 분단 현장이기도 하지만 국제 평화 관리의 상징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남으로 가겠다는 사람을 향해 40여 발의 집중 조준사격을 가했다. 이탈자를 죽이지 않고서는 추가 대량 이탈을 막을 수 없고 결국 체제 붕괴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것이 북 체제다. 총부리는 언제든지 남쪽을 향할 수 있고 그것이 총부리가 아니라 핵미사일이 될 수도 있다. 북 집권층의 권력과 생명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다.
이번에 총격을 받고 군사분계선 남측 50m 지
점에 쓰러진 북 병사를 구출하는 데 40분이나 걸렸다. 감시 CCTV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북 총탄이 남을 향할 경우 경고사격을 하도록 되어 있는 교전규칙도 지키지 않았다. 만약 대규모 이탈에 이은 교전 상황이었다면 손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 JSA 경비 책임은 한국군이 지고 있는데 지휘권은 유엔사(미군)가 갖고 있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또 귀순자는 복부와 가슴, 어깨 등에 7발의 총탄을 맞고 현재 위중한 상태다. JSA에서는 귀순 과정을 감시카메라를 통해 모두 관찰하고 있었다고 한다. JSA 근무자들은 귀순자가 이토록 많은 총탄에 맞도록 뭘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사건 발생 1시간 만에 보고받았다고 한다. 이래서야 화급을 다투는 전방 상황이 발생할 때 어찌 대처할지 걱정이다. 군당국은 JSA에서 북한군의 도발과 조치 과정을 낱낱이 밝히고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2017년 11월15일 수요일 한겨레신문 사설]‘JSA에서 왜 대응사격 안 했느냐’는 비난, 무책임하다
13일 북한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할 당시 우리 쪽 대응 방식을 놓고 야당과 보수 언론의 비난이 거세다. 자유한국당에선 북한군이 남쪽으로 넘어오는 북한군 귀순 병사를 향해 에이케이(AK)소총 40발을 쏠 때 우리 군은 왜 대응사격을 하지 않았느냐며 초기 대응에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물론, 공동경비구역에서 소총을 휴대한 건 정전협정 위반이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보면, 한국군이 대응사격을 하지 않은 게 비난받을 만큼 잘못한 대응은 아니라고 본다. 동서 800m, 남북 400m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은 다른 군사분계선 지역과 달리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한다. 합참이 아닌 유엔사가 작전지휘권을 행사하며 한국군의 교전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대응사격을 하려면 유엔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엔사 교전 규칙은 아군에게 위해를 가하는 상황인지, 위기 고조 우려가 없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공동경비구역 특수성을 고려해 대응사격 기준이 훨씬 엄격한 것이다.
우리 군의 직접 피해가 없는 상태에서 북쪽을 향해 응사하는 게 꼭 최선은 아니다. 그랬다면 어떤 사태로 번졌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무시한 채 ‘북한이 총 쏘는데 우리는 가만히 있느냐’고 목소리 높이는 건 무책임하다. 다만, 북한 병사가 군사분계선을 넘은 뒤에도 북한군이 사격을 했는지 등은 철저히 조사해,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엄중히 따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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