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의 고전 소설이 바뀌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흥부는 연 씨가 아닌 장 씨"다.
"흥보만보록" 최근에 공개된 가장 오래된 흥부전에 따르면 흥부의 성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연 씨가 아닌 장 씨. 고향은 경상, 전라, 충청을 일컫는 삼남이 아닌 평양 서촌이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파리 한 마리 못 잡을 것 같았던 주인공 흥부는 무과에 급제하여 덕수 장 씨의 시조가 되었다는데…그렇다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삼남 사람 연흥부는 어디로 간 것일까…
한때 유행했던 노래 가사처럼 '흥부가 기가 막힐' 일이었지요.
고정관념…오랜 동안 체득되어 잘 바뀌지 않는 인식…
그것이 무너질 때 사람들은 당혹감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통쾌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몇 년 전에 차를 타고 청와대 앞 검문소를 지날 때였습니다.
"어디 가십니까?"
불쑥 묻는 경찰의 질문에 "시내로 간다"고 했다가, 그 시내가 어디냐고 다그쳐 묻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왜 이 사람에게 나의 행선지를 시시콜콜하게 말해야만 하는 것일까…결국 특정 지명까지 말하고서야 풀려났던 기억…
요즘 그 질문은 "안녕하십니까"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청와대 앞길도 24시간 개방됐지요.
권력 앞에서는 괜히 주눅 들던 고정관념의 통쾌한 무너짐.
원전이야말로 최고의 전력원이라는 그 오래된 고정관념을 깨고 원전은 멈춰 서거나 신규건설이 중단되었고… 가정용 전기는 쓸수록 돈을 더욱더 많이 내야 한다던. 서민에게 억울하고도 잔인했던 그 원칙 역시 "가정에만 적용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은 결국 그것으로 인해 우리의 권리가 침해받았던 과거로부터의 고정관념이 깨어져 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리고… 시민으로서의 4대 의무를 다하고 있는 우리야말로 그 통쾌함을 즐길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이겠지요.
삼남 사람 연 흥부가 가고, 평양사람 장 흥부가 등장했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 '흥부가 종북이야'를 외칠 것만 같은 몇몇 사람들은 빼고 말입니다.
오늘(28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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