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그 밧줄은 실은 일곱 명의 생명줄이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다섯 자녀를 낳아 부양하고 있었던 가장.
위험하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보수가 좋다던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가족 때문이었습니다. 아찔한 높이에서 외줄을 타는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그는 음악을 틀어놓고 작업을 해왔다고 합니다.
결국 그 음악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던 누군가에 의해서 그는 참변을 당했던 것입니다.
"아빠! 우리 독수리 오남매 먹여 살린다고 고생 많이 해줘서 고마워"
아빠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딸의 편지는 단란했던 한 가족에게 닥친 불행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함부로 가늠할 수도, 재단할 수도 없을 타인의 고통. 인간은 타인의 고통을 통해서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행복을 확인한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이 가족에게 닥친 비극은 모든 비극이 그렇듯 그런 따위의 분석에 어떠한 가치도 부여하지 않습니다.
하긴…길고 긴 무감의 시대를 살아왔던 우리가 겪어내야 했던 폭력과 야만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세월호 당시 이른바 '피자 폭식 투쟁'이죠.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얼마나 두렵고 또 두려운 것인가를 우리는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고, 그 무감의 시대에 갈증을 느꼈던 이들이기에 사람들은 누군가 조금만 먼저 손을 내밀어도, 그저 고개를 끄덕여주기만 해도 감동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경남 양산의 시민들은 남겨진 가족을 위해 장터를 열고, 모금에 참여하며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고자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밧줄을 잡고 있는 사람들. 타인의 고통은 그래서 타인의 고통일 수가 없었을 것이고 시민들이 함께 단단히 묶어낸 그 마음의 밧줄들은 길고 튼튼하게 이어져서 상처받은 모두를 함께 위로하기를….
"약한 것들끼리 울리는 공명(共鳴)은 깊어서 슬프고, 슬퍼서 깊다." 오민석 시인
어느 시인의 되뇜처럼 말입니다.
오늘(19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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