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열차 암표 회사원 쇠고랑" 꼭 20년 전, 그리고 공교롭게도 딱 요맘때인 1996년 7월 28일자 신문 사회면 한 구석에 실린 기사입니다.
"미리 사둔 열차표 1장을 피서객에게 팔아 4000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회사원. 이례적으로 구속기소…"
40대의 직장인이었다는 그는 6천 원 짜리 통일호 열차표 1장을 만원에 팔아 4천원의 이문을 남겼습니다.
4천원 부당이득으로 인해 내려진 판결은 '쇠고랑'… 즉 구속이었습니다. 그를 구속기소한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하는군요.
"피서객이나 귀향객들의 심리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올리는 나쁜 범죄…휴가철 앞두고 암표상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구속기소한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암표 상습범이었다고는 하지만 4000원에 대한 대가치고는 좀 가혹하다 싶기는 합니다.
그렇다면 그를 구속했던 그 패기 넘치던 2년차 검사의 이름은? 바로 '진경준'…당시 나이는 서른이었다고 하지요.
그리고 꼭 20년 뒤에 차관급의 지위. 즉 검사장이 된 그는 한밤에 긴급체포 됩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검찰간부로 재직하던 중 기업으로부터 공짜 주식을 받아 126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겁니다.
의혹은…꼬리에 꼬리를 물어…청와대로까지 번졌습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진경준 검사장을 통해 해당 기업체에 처가의 부동산을 팔았다는 의혹으로까지 뻗어나간 것이죠.
20년 전 4000원의 부당이득에 철퇴를 내린 젊은 검사는 126억 원의 부당거래 의혹과 함께 청와대마저 흔들고 있는 셈이 됐습니다.
4000원의 범죄를 단죄했던 젊은 검사의 일화는 20년 뒤 엄청난 무게와 파장으로 우리 앞에 돌아온 셈입니다.
그리고 가장 참담한 사람들은 '참담하다'고 말하는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가 아니라 졸지에 도매금으로 취급된 일선 검사들이라는 자조도 나오더군요.
20년 전의 그 기사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겠습니다. 이렇게 바꿔 읽어도 될 것 같습니다. 위는 20년 전 기사고, 아래는 바꿔본 기사입니다.
"기업인들의 심리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올리는 나쁜 범죄를 저질렀고 부당거래를 일삼으려 시도하는 기업과 검사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구속기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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