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화 관 련

영화속에 숨겨진 경제이야기16 '수상한 그녀-인생 전성기로의 순환'

eros 2016. 5. 24. 11:51


   수상한 그녀  '인생 전성기로의 순환'                                                




  “50년은 젊게 보이게 해드릴게요.

영정사진이나 찍어둬야지 하면서 찾아간 사진관. 난생 처음 꽃단장을 하고 사진을 찍었을 뿐인데, 진짜 50년이 젊어졌다. 잃어버린 젊음을 다시 찾는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황동혁 감독의 <수상한 그녀>는 어느 날 우연히 젊음을 되찾은 칠순 할머니 이야기다. 혈혈단신으로 아들을 대학교수로 키운 오말순은 아들 생각만 하면 세상에 겁날 게 없다. 하지만 과도한 아들 사랑은 며느리를 옭죈다. 심장병을 얻게 된 아내 때문에 아들은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보내려 한다. 우연히 이 말을 엿들은 오말순은 충격을 받고 밤길을 방황하다가 한 사진관에서 영정사진을 찍는다. 사진관 상호가 ‘청춘’이다. 사진을 찍고 나왔더니 자신이 20대로 돌아가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시 젊어진 자신을 즐기기로 한다. 이름을 ‘오두리’로 바꾸고 20대 꿈이었던 가수에 도전한다.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상처가 나면 젊음을 잃어버린다. 그녀는 과연 젊음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70대가 인생의 끝을 준비하는 황혼기라면 20대는 한창 꽃봉오리가 피는 전성기다. 사람의 삶은 주기가 있다. 유아기-소년기-청년기-중년기-노년기다. 싫든 좋든 인간은 삶의 곡선을 따라 전성기를 겪고 이어 늙어간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지표들이 따로 노는 것 같아도 멀찍이 떨어져서 보면 흐름이 있다. 이를 경기순환(Business cycle)이라고 한다. 경기는 확장→후퇴→수축→회복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경기가 저점에서 고점으로 갈 때는 경기상승 국면, 고점에서 저점으로 가면 하강 국면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패턴을 벗어나 갑자기 호황을 맞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특수경기’라고 한다. 전쟁 때 군수물자 생산이 급증하면서 일어나는 전쟁특수가 대표적이다. 경기가 예상치 못하게 급락하는 경우는 공황이라고 부른다.


경기순환은 주기에 따라 4종류로 나눈다. 3~4년마다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것을 소순환이라고 한다. 발견자의 이름을 따 키친순환이라고도 하고, 재고순환이라고도 부른다. 호황기에 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리면서 재고가 크게 늘게 되는데 재고를 줄이기 위해 생산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불황이 온다. 재고가 다 떨어지면 다시 생산을 늘리는데 이때 호황이 온다는 것이다. 펀드 투자 시기로 3~4년을 권고하는 것은 소순환이 근거가 된다.

7~12년마다 호황이 온다는 이론은 주순환이다. 통상 10년을 주기로 기업은 낡은 설비를 새 설비로 바꾸는데 이때 호황이 찾아온다. 그래서 설비투자순환이라고 하며 주글라순환이라고도 한다. 10년 경제위기론의 배경이 된다. 1987년 블랙먼데이,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매 10년마다 찾아왔다.


14~20년 순환은 중기순환이라고 한다. 중기순환은 건물의 사용기한이 다돼 새로운 건물을 지어야 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쿠즈네츠 순환이라고 부른다. 장기순환은 40~70년으로 통상 50년을 말한다. 기술혁신, 신자원개발 등으로 인해 찾아오는 호황을 말한다. 콘드라티예프 순환이라고도 한다. 소련의 경제학자 콘드라티예프는 1780년 말~1850년(산업혁명), 1850년~1890년(철도건설과 증기·강철 보급), 1890년~1920년 초(자동차·전기·화학 발전) 등을 각각의 주기로 봤다.

땅에서 태어나 땅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삶은 70년짜리 장기순환과 주기가 가장 닮아 보인다. 하지만 태어나서 10년 뒤 학생이 되고, 20년 뒤 사회인이 되고, 30년 뒤 아버지가 되는 10년 주기의 주순환도 인생에는 있다. 또 3년에 한 번씩 승진할 경우 소순환에 해당한다. 신체적으로는 20대가, 사회적으로는 40대가 정점일 수도 있다. 다만 인생은 경제와 달리 한 번의 순환밖에 없는 것이 아쉽다. 당신 삶의 최전성기는 언제인가.

<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