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을 그으며

손석희 앵커브리핑중 정치는 비뚤어졌어도…'Pick me up'

eros 2016. 3. 30. 23:00

경남 고성군에선 어제(29일) 도내 첫 모내기가 시작됐습니다. 좀 더 따뜻한 전남은 벌써 모내기를 마친 지역도 있다는군요.

농부에게 모내기는 봄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좋은 품종만 골라 정성스레 모를 심고… 알찬 수확을 기대하는 농심이 싹을 틔우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마음 같진 않을 겁니다. 불쑥불쑥 고개를 들이미는 잡초들. 농약이라도 죄다 뿌려버리고 싶지만 성한 작물마저 버릴까… 애타는 농심은 이제 얼마 후면 하나하나 정성스레 피뽑기… 즉 잡초를 솎아내는 작업을 시작하겠지요.

요즘 인기몰이중인 걸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주제곡입니다.

Pick me up. 중독성 있는 후크송 때문인지 정당들은 이 노래를 선거용으로 쓰기 위해 쟁탈전을 벌였다고 하지요.

'픽미' '붉은노을' '붐바' '태권브이'… 이번 총선 유세전에서 선보일 노래들입니다.

글쎄요. 시끄러운 선거송 때문에 투표할 마음이 싹 사라진다는 이들도 있고, 사실 저도 그중에 속합니다마는….

반복적으로 주입되는 메시지는 이른바 '각인효과'가 있다고 하니 정당들은 선거송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노래만으론 결코 덮을 수 없는 철학의 빈곤. 공약의 빈곤은 어찌할 것인가.

얼마 전까지 한솥밥을 먹던 이들이 서로를 향해 던져대는 막말들… 구태의연한 지역감정을 조장하거나… 후보가 아닌 배경에 있는 누군가를 더 강조하거나….

여야를 막론하고 마구잡이로 틀어대는 그 철 지난 노래들은 막연한 정치혐오를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위로 난무하는 각 당의 선거송들….

생각해 보면 Pick me up…. 이 선거송은 중의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겐 '나를 뽑아달라' 라는 의미겠지만 우리 유권자들에게는 필요 없는 잡초는 뽑아내 달라. 즉 골라내고 솎아내 달라는 의미로 들릴 수도 있다는 것.

어느 특정 당의 선거송이 아니라 모든 정당에 대한 경고송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어제에 이어 오늘도 사족 아닌 사족을 덧붙이자면 저희 JTBC의 또 다른 선거 캐치프레이즈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치는 비뚤어졌어도 투표는 바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