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을 그으며

손석희 앵커브리핑중 '길들이기, 길들여지기'

eros 2016. 3. 24. 23:00

시대를 넘어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펼쳐봅니다.

사막여우와 어린왕자의 만남. 그들은 길들여짐에 대해 이야기하지요.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 서로가 특별한 무언가로 존재하게 된다는 것.

아마도 현실의 인간은 그리하지 못하기에 사람들은 더욱 이러한 동화들을 갈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16년의 오늘은 '사축동화'의 세상. 마치 회사가 기르는 가축처럼 길들여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회자되는 사회입니다.

그저 돈과 권력이면 사람도 길들일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대형건설사 창업주의 손자. 그의 운전기사에게 주어진 '수행가이드' 내용입니다.

주말마다 서킷에 다닐 정도의 운전고수라는 그는 자신의 운전기사를 이렇게 길들이려 했습니다.

[사이드미러 접고 주행연습]
[임원 직접 운전 시 전방 좌우 살펴 대비]
[교통체증 없는 빠른 길 안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에는 욕설과 폭언이 쏟아졌고…과장되었다는 회사의 해명이 있었지만 작년 한해에만 40명의 운전기사가 교체되었다는 믿기 어려운 증언들이 이어졌습니다.

부와 권력은 사람의 영혼까지 길들일 수는 없는 법. 그들이 누군가를 길들이기 위해 던졌던 폭언과 강압은 결코 길들여지지 않은 누군가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겁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사람을 길들이고 싶으나 맘처럼 되지 않는 어떤 분들에게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미래예측을 전해드리자면….

10년 안에 상용화될 것이라고 하는 구글의 무인자동차. 결코 오류가 없다는 AI 인공지능의 비서.

당신과 결코 눈을 마주칠 필요도, 점심을 먹고 음식 냄새를 피울 이유도 없고, 당신의 사소한 실수를 외부로 발설할 우려도 없는….

그러나… 가학의 재미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쯤의 세상에서 생텍쥐페리의 책은 덮여질까요, 아니면 더 읽혀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