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을 그으며

손석희 앵커브리핑중 '라이언 일병은 누구인가'

eros 2016. 3. 17. 23:00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단 한명의 병사를 구하기 위한 동료들의 사투를 그렸습니다.

작전은 성공했고 라이언 일병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나머지 대원들은 모두 목숨을 잃지요.

왜 라이언을 살리기 위해 다른 모든 사람들이 목숨을 내놓아야 했던가… 영화는 그 뒤에 숨은 냉정한 정치적 함의와 뜨거운 동료애의 감동을 뒤섞어 놓았습니다.

영화가 나온 이후 '라이언 일병 구하기' 란 표현은 갖가지 웃픈 패러디로 변질되곤 했습니다.

여기 또 한 가지의 웃픈 패러디.

'아무개 일병 구하기' '지켜주세요.' '살려내라.' 공천정국의 피바람 속 꼭 떨어졌어야 할 사람들과 때론 정략에 희생된 이들이 뒤섞인 가운데 터져 나오는 외침들입니다.

바야흐로 정치는 가슴 아픈 평택 어린이의 사연도, 알파고에 맞선 이세돌의 기개도 어느 사이 뒷전에 밀어버린 채 탱크처럼 굉음을 내며 돌진중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뉴스룸의 한 구석을 묵직하게 내리누른 소식들이 있었습니다.

청년실업률 12.5%로 56만명. 지난 99년 이래로 사상최악. 2, 30대가 가구주인 가정의 작년 소득은 2003년 이래 처음으로 감소. 게다가 상위 10%가 전체 절반에 가까운 부를 갖고 있다는 소식도 덤으로 얹어졌지요.

단군 이래 처음으로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가 됐다는 이 땅 청년세대들의 비관이 이른바 헬조선을 지배합니다.

"청춘 씨: 발아"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수세적 자세에서 벗어나 의식의 깨어남을 주장하는, 얼핏 보면 욕설 같은 제목으로 젊은 세대들의 분노를 표현한 청년 대안매체가 관심을 모았고, 2천명의 청년들은 다음 주말 여의도로 행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그들은 지금 정치권을 향해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어찌 보면 그 경고신호는 애타는 구조요청의 다른 말인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므로 정치가 구해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들이 집중해야 할 반드시 꼭 구해내야 할 라이언 일병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이 땅의 청년들이 아닌가….

라이언 한 사람을 구함으로써 전쟁의 명분 전체를 구하려 했던 것도 결국은 정치였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