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 여야 의석 사이를 가로지르는 빨간 두 줄. 서로의 칼끝이 닿지 않는, 결코 넘어서는 안될 금지선. 스워드 라인(Sword line)입니다.
칼 대신, 말과 논리로 싸우라는 것, 신사의 나라 영국의 정치인으로서 품격을 지키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죽여버려"
난데없는 이 한마디에 새누리당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감정이 격해 헛나온 말,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다" "취중 실수라면 별 문제 없다"
어떻게든 문제를 덮고 싶어하는 이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말 한마디가 가져온 파문은 쉬 가라앉지 않을 듯합니다.
화자는 이른바 '진박'의 실세. 그가 겨눈 건 당대표이자 비박계의 수장. 계파 간 공천 갈등은 폭발했고, 그 도화선은 '뒷배'의 든든함에서 나온 용감함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그 덕분에 이른바 '취중진담'은 '취중실수'로 그 프레임이 바뀌어가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구화지문 설참신도. 들여다볼수록 무서운 말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이른바 막말로 인한 설화는 여야를 가리지 않았지요.
우리 정치에는 언제부턴가 스워드 라인, 즉 결코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리는 사례들이 횡행했고 지금 이 시간에도 공천과 낙천의 전쟁터에는 독설과 독설이 총과 칼이 되어 부딪힙니다.
죽겠다. 죽여라, 살생부, 킬러, 자객공천… 공갈치고, 찌르고, 짜르고, 날려버리고…
굉장하지요? 제가 옮기면서도 이렇게 흥분이 되는 걸 보면 말은 확실히 우리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가 봅니다.
말하고 듣는 사람들이 속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민주사회의 품격을 지켜줄 스워드라인은 여기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친 김에 사자성어 두 가지… 구밀복검, 양두구육.
속에는 칼을 품고 있지만 말은 달콤하게 한다… 개고기를 팔면서 양고기를 판다고 속인다…
물론 둘 다 좋은 뜻은 아닙니다만. 정치판에선 이런 립서비스라도 듣고 싶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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