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표준시 현행보다 30분 늦게
[경향신문 사설-20150808토] 북 표준시 변경, 남북 ‘시간 분단’ 막기 위한 대화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오는 15일부터 표준시를 지금까지 사용해온 동경시보다 30분 늦춘다고 어제 발표했다. 일본의 표준자오선인 동경 135도 기준의 동경시 대신 한반도 중앙부를 지나는 동경 127도30분을 기준으로 표준시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이를 ‘평양시간’이라고 이름지었다. 평양시간을 적용하면 동경시를 그대로 사용하는 남한과 북한 사이에 30분의 시차가 발생한다. 정부는 당장 개성공단 출입경 문제 등 남북교류사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는 남북 통합과 동질성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북한은 표준시 변경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주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제가 대한제국이 1908년 동경 127도30분을 기준으로 정한 표준시를 동경시로 강제 변경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이 해방 후 70년 동안 써온 동경시를 갑자기 바꾼 데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비서로서는 이런 조치를 통해서라도 집권 4년차를 맞아 정권의 위상을 부각하고 자신의 체제가 안정적임을 과시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표준시는 모든 사회활동의 시간적 표준일 뿐만 아니라 국가 자존심과 국제관계 등이 얽힌 정치·외교적 사안이기도 하다. 남한에서는 해방 후 1954년 ‘시간 독립’을 내세워 대한제국 표준시를 채택했다가 5·16 쿠데타 세력이 운영한 국가재건최고회의 결정에 따라 동경시로 환원한 바 있다. 이는 대일교역과 주한·주일 미군의 시차 불편 해소를 위한 조치로 알려져 있다. 이후에도 표준시 변경을 위한 시도가 3차례 있었지만 모두 무산됐다. 그때마다 정부는 대부분의 국가가 국제 표준시에서 1시간 단위의 시차를 둔다는 국제관례와 북한이 동경 135도를 사용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이 같은 표준시 변경 논의를 고려해볼 때 표준시 변경을 굳이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남북이 각각 다른 시간을 갖겠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있다.
우선 국가활동의 시간적 기준인 표준시의 시차는 남과 북이 통일을 지향하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인식을 훼손한다. 그리고 남북 교류·협력을 통해 서로 수렴해간다는 공동의 의지도 약화시키고 상호 체제의 차이를 부각시키는 부작용도 생긴다. 정치제도, 경제체제, 문화에 이어 시간까지 ‘분단’된다면 남북 간 동질성 회복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북한에 이 문제 논의를 위한 대화를 제의해야 한다. 북한이 15일부터 독자 표준시를 시행키로 한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김성수(논설위원)-20150808토] 한국 표준시 논란
“일제의 침략 이래 사용돼 온 현 표준시간은 오는 3월 21일(춘분) 상오 0시 30분을 기하여 구 한국시간으로 복귀하게 되었다. 동일(同日) 상오 0시 30분이 새로운 한국시간으로 상오 0시 정각이 된다.”
‘다시 찾은 우리 표준시간’이라는 제목의 1954년 3월 14일자 신문기사는 30분을 늦추는 표준시(標準時) 변경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에 맞춰 동경(東經) 135도를 기준으로 했던 표준시간이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동경 127도 30분 선으로 바뀐다는 내용이다. 국립중앙관상대장 이원철 박사는 일본과의 감정에서 비롯된 게 아니며 한반도의 중앙부를 통과하는 자오선을 기준으로 표준시를 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표준시란 한 나라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지방 평균 태양시를 말한다. 지구를 세로로 나눈 경도(經度)를 기준으로 정한다. 영국 그리니치천문대를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각각 180도를 15도씩 나누어 모두 24개의 자오선이 있다. 15도마다 1시간의 시간 차가 있다. 영토가 넓은 나라들은 여러 개의 표준시를 사용한다. 미국에는 동부, 중부, 산악지대, 태평양 표준시 등 4개의 표준시가 있다. 동경 120도가 베이징 표준시이고 동경 135도가 일본의 표준시다. 우리나라는 함흥-원산-가평-양주-이천-청주-대전-순천으로 이어지는 동경 127도 30분을 표준시로 삼는 게 지리적으로 보면 맞다. 이 경우 우리는 중국보다는 30분이 빠르고, 일본보다는 30분 느린 시간을 쓰게 된다.
우리나라만큼 표준시가 많이 바뀐 나라도 드물다. 정치적 산물이다.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꾼 뒤 1908년 4월 1일부터 동경 127도 30분 기준의 표준시를 사용했다. 경술국치 이후 일본은 1912년 1월 1일을 기해 강제로 우리나라 표준시를 일본의 표준시인 동경 135도 기준으로 바꾼다. 해방 후 유지됐지만 이승만 정권은 1954년 3월 21일부터 표준시를 동경 127도 30분으로 환원한다. 그러나 1961년 8월 10일부터 다시 일본 표준시로 바꿔 지금까지 쓰고 있다.
2013년 11월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이 표준시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표준시를 재조정하자는 주장은 그간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국제 관례상 30분 차이가 나는 표준시가 없으며, 북한도 동경 135도를 쓰기 때문에 통일 후에나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북한이 어제 이번 광복절부터 동경 127도 30분을 기준으로 표준시를 바꿔 지금보다 시간을 30분 늦춘다고 발표했다. ‘평양시간’이 생겨나는 셈이다. 외국인 일본과는 같은 시간을 쓰면서 같은 한반도에 있는 북한과는 30분 시차가 나는 기묘한 상황이 됐다. 개성공단 입출경 때 30분의 시차를 조율해야 하는 등 혼란도 예상된다. 비용이 만만치 않겠지만 ‘시간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표준시 변경을 다시 논의해 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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