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13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오늘의 사설
[한국일보 사설-20080513화] AI 토착화 막을 대책 있는가
지난 달 초부터 시작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수그러질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동남아시아나 중국처럼 ‘토착화’하는 징후마저 감지되고 있어 새로운 차원의 방역대책이 요구된다. 겨울철에 철새에 의해 유입되던 ‘계절 바이러스’가 아니라 국내 가금류 체내에 남아 계절과 무관하게 발병하고 전파될 우려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우려했던 대로 변이나 변종으로 진화할 수 있고, 인체 감염 가능성 등에서 종전보다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 포착된 AI는 인체감염이 가능한 고병원성으로 확인됐는데 미처 손 쓸 틈도 없이 인근 지역으로도 퍼졌다. 부산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서울시는 어제 오전 부랴부랴 시내 전 지역의 닭과 오리 등 야외 사육 가금류의 살(殺)처분을 완료했다. 동남아나 중국에서 오리는 내성이 강해 AI 감염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데, 우리의 경우 오리는 물론 꿩까지 매개체로 밝혀졌으니 예사롭지 않다.
안이한 대응으로 화를 키운 정부와 방역당국은 이제라도 특단의 대책 마련에 머리를 짜내야 한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지역은 인구가 밀집해 있고 비둘기나 참새 까치 등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여 새로운 형태의 ‘도시형 AI 대책’도 시급한 상황이다. 오리가 매개체가 될 줄 몰랐듯이 주변의 다른 조류들도 AI를 옮기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변이ㆍ변종 바이러스와 토착화에 대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 AI가 발생하자 일본은 즉각 정부 차원에서 백신(타미플루) 비축량을 늘리기 시작했는데, 우리는 이제야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보다 상황이 덜 심각했던 2006년에도 국내에서 AI가 인체에 감염됐던 사례가 있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AI에 걸린 조류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 닭과 오리를 익혀 먹으면 인체에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이 지나치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와 방역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둬 만반의 대책을 세워놓고 있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513화] 핵심 조건 빼먹은 협상단 문책해야
어처구니없는 일이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일어났다. 그런데도 정부는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파문을 축소하려는 데 급급하다. 부실 협상의 경위를 밝히고, 협상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 쪽 협상단은 ‘강화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처’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미국 쪽과 협의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강화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처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의 전제조건이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핵심 조건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상대에게 위임한 것은 이해할 수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심각한 부실협상이며, 수석대표를 포함한 협상 관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정부는 미국이 당연히 지난 2005년 입법예고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처를 공포할 것으로 믿고 구체적인 내용까지 협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믿었던 미국이 동물성 사료 금지 조처를 강화하겠다고 해놓고 입법예고안보다 후퇴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국제법상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 설사 그렇다 해도 이행 약속만 믿고 내용을 적시하지 않은 협상단의 책임이 면책될 수 없다.
부실 협상 못지 않은 문제는 정부의 강변에 가까운 해명과 석연찮은 말바꾸기다. 얼마 전까지 정부는 도축검사에서 불합격한 30개월 미만 소는 동물성 사료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해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없다고 큰소리쳤다. 그런데 정작 미국은 30개월 미만 모든 소를 부위 제한 없이 동물 사료로 사용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중대한 착오가 빚어졌는데도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다”며 협상에서 전략적 실수를 덮고 미국을 감싸려 드니 매를 버는 꼴이다. 미국이 동물성 사료 금지 조처를 강화한 게 아니라 완화했다는 지적은 일찍부터 제기됐다. 그에 대해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통보받은 내용’, ‘미국측의 보도자료 잘못’, ‘영문 해석상의 오류’라며 궁색하게 말을 바꿨다.
협상단의 어처구니없는 실책과 정부의 방어적 자세는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협상’이 아니라 ‘타결’을 목표로 삼고, 그것을 사수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할 때나 있을 법한 일이다. 정치적 결단으로 검역주권을 포기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따라서 실수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그 경위를 밝혀야 한다. 아울러 미국의 동물성 사료 금지 조처의 정확한 내용을 공개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 고시’를 다시 입법예고해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20080513화] 미얀마와 북한, 자연재해보다 혹독한 惡政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10여만 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간 미얀마의 재해 현장은 전기와 통신마저 끊겨 석기시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소식이다. 국제적인 구호의 손길이 국경지대에 잇따라 도착하고 있으나, 미얀마 군부정권은 집권체제의 불안을 두려워해 제한적으로 입국허가를 내주고 있다.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음의 문턱에 쓰러져 있는 150여만 명의 국민을 외면하고 권력 유지에만 급급한 미얀마 집권세력은 반(反)인륜 집단이다.
북한도 1995년부터 시작된 이른바 ‘고난의 행군’ 기간에 식량 부족으로 수많은 아사자를 냈다. 희생자가 수십만 명이라고도 하고, 많게는 300만 명이라고도 한다. 참혹한 사태를 겪고서도 10년이 넘도록 식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춘궁기만 되면 남쪽의 도움을 받아 연명하고 있다. 북한이 식량난을 완화하기 위해 활동하는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 요원들을 툭하면 추방하는 행태도 미얀마와 닮은꼴이다. 올해는 고난의 행군이 끝난 지 10년 만에 가장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한다. 대북인권단체 ‘좋은 벗들’은 황해북도 사리원시 농촌지역에서 시작된 아사 소식을 전하면서 “나르기스보다 더 무서운 아사의 태풍이 북녘 땅을 향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정일 집단의 태도는 미얀마 군부와 다를 게 없다. 북한은 올봄 식량난이 유독 심한데도 남한 정부를 터무니없이 비난하는 데 몰두하면서 남한의 도움을 거부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굶주리는 주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북핵 폐기 프로세스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도리다. 도움을 받으려면 어느 정도 염치가 있어야 한다.
미얀마 군 장성들은 외부에서 보낸 구호품에 자기 이름을 써 넣어 선심을 쓰는 낯 뜨거운 짓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국가 명절 때마다 외국에서 원조 받은 물자로 생색을 내는 것과 비슷하다. 국제사회에서는 “미얀마를 침공해서라도 이재민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더 사납다(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는 옛말도 있거니와, 미얀마와 북한의 악정(惡政)은 자연재해보다 더 혹독하다. 백성을 굶겨 죽이는 정권은 결국 비참한 종말을 맞고 만다는 것이 인류 역사의 기록이요 교훈이다.
[조선일보 사설-20080513화] 쇠고기 고시(告示) 15일 발효… 정부 끝까지 할 일 다 했나
미국 내 소 도축장의 위생·검역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정부 특별점검단이 12일 출국했다. 점검단은 25일까지 한국 수출용 쇠고기를 생산하는 31개 도축장을 돌아보며 30개월 이상 된 소를 제대로 구분하고 있는지,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제대로 구분·제거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그러나 9명으로 구성된 정부 점검단이 4개 조로 나뉘어 움직인다 하더라도 2주일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미국 전역에 걸쳐 있는 도축장을 얼마나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점검단 현지조사와 별도로 정부가 지난달 22일 입안(立案) 예고한 미국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告示)는 예정대로 오는 15일 발효될 것이라고 한다.
쇠고기 고시가 발효되면 곧바로 미국에서 한국 수출작업이 이뤄진다. 결국 정부가 미국 쇠고기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며 점검단을 보내 놓고는 그 결과 보고를 기다리지도 않고 쇠고기 수입을 밀어붙이는 모양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정부가 애당초 미국 쇠고기 문제에 안이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 TV의 광우병 부풀리기에 휘둘려 온 나라에 '광우병 괴담'이 번지고 어린 학생들까지 '촛불시위'에 몰려나오는 사태에 이르자 뒤늦게 허둥대다 앞뒤 맞지 않는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가 이번 쇠고기 사태에서 처음부터 사안(事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바람에 가족에게 먹일 식품 안전문제에 누구보다 민감한 주부들 마음을 헤아리지도 못했고, "부자들은 한우만 먹고, 가난한 사람만 미국 쇠고기를 먹게 된다"는 식의 선동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기껏 "일부 언론의 허위사실 유포에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먹히지 않을 엄포를 놓았을 뿐이다. 인터넷을 통한 다(多)매체 쌍(雙)방향 미디어시대에 여론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흘러가는지에 대한 무지(無知)를 드러낸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국회 청문회에 나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시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을 빼면 관계부처 장관 합동기자회견과 총리담화 정도밖에 없다. 1970년대에나 통할 낡은 방식으로 2000년대식 선동 공세를 막아 보겠다고 했으니 통할 리가 만무한 것이다. 정부는 지금 할 일을 다 하고서 쇠고기 고시 날을 기다리고 있는가.
[중앙일보 사설-20080513화] 한·미 FTA 비준을 쇠고기 수입과 연계 말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가 오늘부터 이틀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를 연다. 한·미 FTA의 국회 비준을 앞두고 협상 과정에 대한 검증과 국내 보완 대책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다. 그러나 야권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과 한·미 FTA 비준을 연계한다는 전략이어서 청문회는 처음부터 난항을 거듭할 공산이 크다. 특히 국회 다수당인 통합민주당은 한·미 FTA 청문회를 쇠고기 청문회의 연장선에서 대정부 공세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어서 자칫하면 한·미 FTA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거론조차 되지 않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쇠고기 수입 문제를 빌미로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하지 않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큰 국익을 외면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우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재개는 검역의 문제일 뿐 본질적으로 한·미 FTA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두고 야당이 주장하는 재협상 요구도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이를 한·미 FTA와 연계시키는 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더욱 큰 우를 범하는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무엇보다 한·미 FTA의 발효는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더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안이다. 우리 국회가 먼저 비준을 마쳐야 한·미 FTA에 소극적인 미국 의회가 비준에 나서도록 미국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야권은 한·미 FTA를 흡사 미국의 요구에 마지못해 응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야당의 주장대로 미국 측 입장에선 쇠고기 문제가 한·미 FTA의 선결조건일 수 있지만 우리에겐 한·미 FTA가 쇠고기 문제와 관계없이 나라의 장래가 걸린 절실한 국익이란 얘기다.
우리는 한·미 FTA 비준안의 처리가 17대 국회의 가장 중요한 마지막 책무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당리당략을 떠나 17대 국회에서 한·미 FTA의 비준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피력했었다. 통합민주당은 국익을 위해 한·미 FTA를 주도해 온 당사자로서, 이제라도 쇠고기 문제와 별개로 비준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080513화] 쇠고기 문제 해결 없이 FTA 논의 안된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이번 임시국회 회기 중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통합민주당 등 야당이 쇠고기 재협상과 한·미 FTA 비준의 연계 방침을 밝힘에 따라 FTA 비준 논의가 지연될 공산이 커졌다. 이번 쇠고기 파동이 아니라도 우리는 애초 FTA 비준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FTA 자체의 찬반을 떠나 FTA 비준을 위한 절차적 정당성조차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FTA의 조기 비준을 위해 한·미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부랴부랴 타결지은 쇠고기 협상의 허구성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쇠고기 문제와 FTA 처리를 분리해 논의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한·미 쇠고기 협상은 한 마디로 협상이랄 것도 없는 일방적 ‘양보’였다. 게다가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을 놓고 협상 당사자인 한국과 미국이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정부가 쇠고기 전면 개방의 명분으로 제시한 동물성 사료금지 강화 조치 논란이 그것이다. 협상팀이 실수한 것이든, 미국 측에 기망당한 것이든, 아니면 잘못을 알면서도 국민을 속인 것이든 이런 엉터리 협상이 기정사실화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정부는 쇠고기 협상과 FTA가 별개라고 주장해왔지만 미국은 쇠고기 문제 해결을 FTA 비준의 선결조건으로 요구해왔다. 현 상황에서 FTA 비준을 강행하는 것은 쇠고기 재협상의 길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다. 물론 쇠고기 재협상 요구가 초래할 외교적 마찰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쇠고기 문제를 덮고 갈 경우 초래할 거센 국민적 저항과 국익 손실은 FTA로 얻는 이익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정부는 잘못된 협상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소재를 가리는 한편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정부가 합의 사항과 다르게 관보에 공고했다면 당연히 미국의 책임을 묻고 재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수입위생 조건의 장관 고시 연기는 물론, 국회 국정조사 등을 통해 졸속 협상의 내막과 대책을 따져야 한다. 이런 과정도 없이 명분 없는 FTA 비준을 강행하려 한다면 국정의 파행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80513화] 상시 자원외교 시스템 구축해야
한승수 국무총리가 지난 11일부터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과 아제르바이잔 방문에 나서면서 정부가 자원외교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벌써 첫 방문국인 우즈베키스탄과는 우리나라 전력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원자력 발전의 원료인 우라늄을 장기 도입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중앙아시아는 '제2의 중동'으로 불릴 만큼 원유 가스 우라늄 등에서 새로운 자원부국으로 주목(注目)받고 있는 지역이다. 우리로서는 이번 방문국들이 에너지 자원 공급원의 다변화 측면에서 중요한 국가들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는 한창 성장하는 국가들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 분야에 진출할 기회를 확보하는 등 다른 경제적 성과도 함께 기대되고 있다. 정부가 자원확보의 새로운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자원과 지역개발의 연계 측면에서 볼 때 딱 맞아떨어지는 국가들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 총리의 방문 성과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아울러 이번 방문을 계기로 차제에 자원외교의 틀 자체를 바꾸었으면 하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자원외교를 상시화하라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은 총리에게 자원외교를 맡기겠다고 공언(公言)한 바 있는데 그런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도 그렇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상시적 자원외교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과거 자원경쟁이 덜할 때는 국가 정상이 한번 방문해 주기라도 하면 기업들의 자원개발 수주 등에 효과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원경쟁이 치열하고 자원보유국들의 계산 또한 매우 복잡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회성 자원외교는 자칫 자원확보 비용을 높이는데 역이용될 수도 있고, 또 외부에 확연히 드러남으로써 경쟁국들의 견제를 불러들일 수도 있다. 얼마 전 보이지 않으면서도 실속있는 자원외교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해외 공관장 회의에서 대두된 것도 그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자원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질 때만 부산을 떨 게 아니라 평상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비로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물론 기업, 국민들도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 오늘의 칼럼
[서울신문 칼럼-서울광장/구본영(논설위원)-20080513화] 광우병 덫에 걸린 ‘인터넷 정치’/구본영 논설위원
2008년 5월. 이 땅에 ‘디지털 세상’이 활짝 열린 것인가. 사이버 공간에서 정보 퍼나르기에 관한 한 정보기술(IT)강국임을 실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일수록 이를 절감한다. 자신도 모르는 소문을 2세들이 인터넷에서 먼저 접한다는 사실을 수시로 깨닫게 되면서다.
그러나 인터넷에 대한 회의론도 일고 있다. 광우병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하는 루머가 돌면서다. 심지어 새 정부 일각에선 음모론을 제기한다. 인터넷에 익숙한 10대 위주의 촛불집회에 배후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숨죽이던 집단이 ‘광우병 괴담’을 조직적으로 유포시키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는 게 골자다.
진위를 떠나 이런 음모론적 시각에도 분명 맹점은 있다. 여권 스스로 신뢰의 실추를 자초한 책임엔 눈감고 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에도 미국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강부자’ 조각으로 점수를 잃은 새 정부는 이렇다 할 국민 설득 노력 없이 쇠고기 협상을 ‘덜컥’ 타결해 버리지 않았던가. 그것도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하지만, 과장·왜곡된 정보가 사이버공간을 범람하는 현상이 정상일 순 없다. 한 여중생이 “미친 소 가죽에서 추출한 젤라틴 때문에 생리대도 못 쓴다.”고 울부짖을 정도라니, 인터넷 괴담의 역기능이 전율스럽다.
더구나 이를 정치권이 입맛에 따라 선택적으로 재활용해 논란을 벌인다면 진짜 심각한 문제다. 그런 식의 ‘인터넷 정치’는 선진적 ‘숙의 민주주의’와는 한참 거리가 먼 까닭이다. 숙의 민주주의는 문자 그대로 “공적인 이슈를 놓고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서로 경청하는 대화로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이 아닌가. 하지만, 어차피 사이버 공간에선 익명성의 그늘에 몸을 숨긴 탈레반이 득세하기 일쑤다. 책임감 없는, 극단적 감정의 배설에 그치기 십상이란 얘기다.
그러나 인터넷만이 유죄인가?그건 아닐 게다. 인터넷도 현실 사회의 수준을 고스란히 반영하기 때문이다. 우리와 인터넷 보급수준이 비슷한 영국에선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도 인터넷 아닌, 정당이 공론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우리네 정당들은 사회적 갈등을 수렴하지 못하고 인터넷 괴담에 편승한 공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주 국회는 쇠고기 청문회를 열었다. 하지만, 해결책은 고사하고 더 불안해진 국민들이 한우 소비마저 기피하는 통에 결과적으로 한우농가만 두번 울린 꼴이 됐다.
인터넷 유언비어에 대해 당국이 수사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인터넷 괴담은 이성적 토론을 거쳐 정책을 투명하게 집행해서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때 사라지게 마련이다.
까닭에 여권은 뒤늦게 이를 발본색원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일 게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과제에 정공법으로 나서야 한다. 미국 쇠고기가 광우병과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하기에 앞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필요성을 진솔하게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일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려면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시장을 선점하는 게 최선의 대안이라고 믿는다면 이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란 얘기다. 반면 한·미 FTA에 반대하는 측도 정직하게 답해야 한다. 쇠고기 수입을 꽁꽁 묶어놓고 자동차·반도체 등 우리의 공산품을 미국시장에 더 많이 파는 일이 언제까지라도 가능하다고 ‘진심으로’ 믿는지를….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기자24시/배한철(사회부)-20080513화] 솥단지와 공직사회개혁 딜레마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솥(鼎)'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태평성대의 대명사인 순임금 때 처음으로 세 발로 만든 청동 솥이 주조된 이래 고대 중국에서는 솥이 천자의 덕을 상징하며 제위와 권위를 나타내는 신성한 제물로 여겨져 왔다. 군주의 첫 번째 덕목이 백성을 배곯지 않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나라 때 공자의 조부이며 명문가인 정고부(正考父)는 청동 솥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새겼다. "첫 번째 임명받으면 윗몸을 굽히고, 두 번째 임명받으면 허리를 굽히며, 세 번째 임명받게 되면 엎드리다시피 한다. 범벅이라도 좋고 죽을 쑤어도 좋다. 내 입에는 풀칠만 하면 된다."
이후 청동 솥은 벼슬아치들의 겸손과 청렴결백의 상징물로 그 의미가 달라졌다. 얼마 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2차 회의에서 행정안전부가 보고한 '공무원들의 행태ㆍ의식'을 보면 정말 기가 막힌다. J시청 공무원은 별다른 사유 없이 하천용지 점용허가신청서를 무려 90일간 서랍 속에 방치하다 들통 나 경고를 받았다. 하천용지 점용허가의 법정 처리기간은 5일이다.
J군청 공무원의 일탈행위는 더 어처구니없다. 이 공무원은 민원인을 폭행했다가 징계위에 회부됐다. 과 조직 3분의 1 축소를 골자로 한 2단계 중앙정부 조직개편, 지방공무원 1만명 감축. 새 정부 들어 고강도 구조조정 방안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얼리 버드' 흐름에 맞춰 별 보고 출근해 별 보고 퇴근하는 공무원들도 부지기수다. 지방에서 올라온 행안부 한 고위 공무원은 정부 출범 후 단 한 번도 집에 내려가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휴일에 찾아왔다고 민원인을 때리는 안하무인의 공무원부터 억대뇌물을 받아 구속된 고위 공무원까지, 국민을 '을(乙)'로 여긴 채 군림하려 하고 각종 이권에다 뇌물을 챙기는 '간 큰 공무원'은 우리 공직사회에서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솥단지라도 내걸어야 할 판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이연선(성장기업부)-20080513화] 마지막 남은 총알 한 발
도용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한번씩 만지작거리는 전화번호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업인들에게 지급한 청와대 핫라인 번호다. 지난 3월 필요하면 ‘언제든’ 직접 전화해 어려움을 털어놓거나 건의하라고 이 대통령이 기업인 100명에게 건넨 번호지만 도 회장은 아직 전화 한 통 걸어보지 못했다.
이쪽 업계에 아무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가 속한 벤처캐피털 업계는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두고 뒤숭숭하기 그지없다.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정부의 산업정책으로 구분돼 있다 보니 벤처캐피털 업계는 금융계의 무한경쟁 시대를 여는 자통법 대상에서 한발 비켜나와 있다. 정부로부터 정책자금을 받아 투자하는 대신 규제를 계속 받는 것이다.
문제는 다른 금융회사가 신기술금융회사로 등록만 하면 벤처캐피털 영역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중소기업청이 벤처캐피털 업계의 이런 우려를 반영해 규제를 완화했지만 아직 업계가 바라는 수준은 못 된다. 주무기관인 중기청이 자통법을 틀어쥔 금융위원회나 기획재정부를 버겁게 상대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답답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그는 왜 대통령에게 전화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지 못할까. 그는 “아무 때나 전화하면 되겠나. 정말 마지막 순간에 전화해야 귀를 기울여주지 않겠냐”고 말했다. TV나 신문만 봐도 대통령이 고민할 문제가 이미 넘치게 많다. 대통령이 열어준 핫라인은 마치 총알이 하나만 남은 총처럼 그야말로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대통령이 핫라인으로 전화가 별로 걸려오지 않는다며 실망했다는 말이 들린다. 핫라인 대상을 늘리고 전화 받는 방법을 바꿀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방법이야 어떻든 전화 한 번 걸어보지 않은 기업인일지라도 핫라인이 답답한 현실을 호소할 수 있는 신문고가 된 건 사실이다. 물론 핫라인 하나로 기업의 애로사항이 모두 단칼에 해결될 것이라 기대한다면 전화를 거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어리석지만 말이다.
도 회장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게 될까. 전화를 받은 대통령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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