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8년 4월 12일 토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eros 2008. 4. 12. 21:01
 

 

 

[한겨레신문 사설-20080412토] 강북 집값, 부추길 땐 언제고 이제야 잡겠다니 

 

 최근 서울 강북지역의 집값이 급등하자 정부가 주택거래 신고지역 지정, 투기 혐의자 세무조사 등 집값 안정책을 내놨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의지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책을 내놓은 시점이나 그 내용을 보면 영 개운치 않다.

  강북 집값은 두세 달 전부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3월까지 강북 14개 구의 집값은 4.5%나 올랐다. 집값 상승 추세가 이렇게 지속하고 있었다면 정부는 서둘러 대책을 내놔야 했다. 지금까지 뒷짐지고 있다가 총선이 끝나자 말자 집값 안정대책을 내놓는 것은 속보이는 일이다. 집값 안정대책이 총선 과정에서 여당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했음직하다.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한 각당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뉴타운 건설 공약을 내걸었다. 평소 부동산 가격 안정을 강조해 온 민주당 후보까지 여기에 가세하긴 했지만 여당 후보들의 뉴타운 공약 약발이 훨씬 강했다. 뉴타운 공약이 한나라당 압승에 적잖은 도움이 됐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부·여당은 뉴타운 공약으로 집값 상승 기대감을 한껏 부풀려 표를 얻은 뒤,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집값 안정책을 내놓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하다.

  그 내용도 귀에 익숙한 것들이어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서울 강남지역의 집값이 폭등할 때도 투기 혐의자 세무조사, 주택거래 신고지역 지정 등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휘둘렀다. 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 이미 집값이 오를 대로 오른 지역에는 아무리 강력한 대책을 내놓아도 그 추세가 꺾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자주 봐오지 않았던가. 때를 놓치면 백약이 무효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게 정부의 일관된 정책 방향이다. 반드시 집값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믿음을 국민한테 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방침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국민의 기대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판에 박힌 대책 몇 가지 내놓는다고 급등한 집값이 내려가지 않는다.

  부동산 대출 규제나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하면서, 한편으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의지가 있다면 집값을 부추기는 이런 정책들부터 거둬들여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20080412토] 南의 ‘선거 民心’ 못 읽는 北체제 딱하다 

 

  남한 선거 결과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 갈수록 가관이다. 북은 총선 다음날 금강산 건설현장에 상주하던 우리 조달청 감독관을 추방했다. 북은 같은 날 관영언론을 동원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對北)정책에 대해 ‘반민족적 매국행위’ 같은 막말을 섞어가며 비난했다. 북이 남북관계를 대결구도로 끌고 가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남한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퇴행적으로 대응하는 북의 맹목(盲目)이 안타깝다. 

  새 정부에 대한 북의 반발은 3월 27일 개성공단의 남측 당국자 11명 추방으로 시작됐다. 우리 국민은 작년 대선과 이번 총선에서 대북정책에 분명한 의사표시를 했다. 이 대통령을 선택하고 한나라당에 과반의석을 부여한 것 자체가 10년 동안 지속된 비정상적 남북관계를 바로잡으라는 주문이다. 세계 각국 언론도 새 정부 대북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외부 정세(情勢)를 제대로 파악하는 안목이 있다면 남한 국민과 정부의 변화에 맞춰 대남정책을 조정하는 게 순리다. 줄곧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다가 남한 국민의 선택에 어깃장을 놓는 태도로는 민족 문제를 풀 수 없다. 

  북은 남측 당국자의 군사분계선(MDL) 통과를 차단하겠다고 밝혀 공직자와 민간인을 떼어놓고 이간질하려는 술수를 쓰고 있다. 얄팍한 속셈이다.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만 해도 국민 세금에서 600억 원 건설비가 나온다. 그런 사업을 감독하는 사람을 추방하는 것은 남한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짓이다.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통미봉남(通美封南)으로 남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국민 대다수는 북의 도발에 흔들리기는커녕 한마음으로 의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한미 양국의 대북공조는 다음 주 정상회담을 통해 더욱 굳어질 것이다. 

  북이 할 일은 일방적 혜택을 받던 햇볕정책의 달콤한 추억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한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양식이라도 보여주기 바란다. 평양의 지도부가 ‘우물 안 개구리’식 인식에서 벗어나야만 남북관계가 순조롭게 풀릴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20080412토] 병무청이 개인 진료기록 마음대로 보겠다니 

 

  병무청이 입대(入隊)를 앞둔 고위 공직자 아들이나 연예인, 프로 운동선수의 의료기록과 소득자료 등 개인 신상정보를 열람하고 확보할 수 있게 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 지도층과 부유층 병역비리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 지도층이 그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잘 실천해 왔다고는 할 수가 없다. 이번 총선 후보 1119명 가운데 여성 등 병역 대상이 아닌 사람을 빼면 면제 비율이 17.9%였다. 노무현 정부 초기 내각도 19명 중 5명(26%)이 병역을 면제받았다. 지난 30년간 국민 평균 병역 면제율 6.4%보다 훨씬 높다. 검찰이 작년 병역비리 수사에서 적발한 특례자 127명만 봐도 고위 공직자와 법조인 아들이 5명, 기업인 아들 14명, 교수 아들 3명이었다. 무릎 연골을 잘라내거나 해서 병역을 면제받은 운동선수와 연예인도 많았다.

  이런 실정이니 국민 80%가 지도층을 도덕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전쟁 나면 앞장서 싸우겠다'는 청소년도 열에 하나밖에 안 된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병무청이 개인 의료기록이나 소득자료를 마음대로 들여다보게 하는 것은 문제다. 건강보험공단과 병원 기록을 보면 누가 언제 무슨 이유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 수 있게 된다. 정신과·산부인과·비뇨기과 진료기록은 노출되면 그 사람의 인격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자료다. 부모가 고위공직자거나 부자라서, 또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기록을 내놓으라는 것은 인권 차원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병무청이 2004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려다 무산됐던 것도 국민 기본권을 해친다는 반대 때문이었다. 더구나 누가 사회 지도층으로 기록 열람 대상이고 누가 아닌지를 무슨 기준으로 정하겠다는 말인가.

  병역 기피는 막아야 하고, 특히 사회 지도층 병역 비리는 물샐틈없이 감시해야 한다. 그래서 충분히 의심 가는 사례가 나오면 법원 허가를 받아 관련기록을 열람하거나 수사하면 되는 일이다. 병무청이 자기들 할 일은 제대로 안 하면서 인권 침해 소지가 큰 권한을 달라고 하는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일 뿐이다. 

 

 

[중앙일보 사설-20080412토] ‘태아 성 감별 금지법’은 그대로 둬야 

 

  ‘태아 성(性) 감별 금지법’의 존폐 여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부모의 알 권리를 제약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과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에 앞서 그제 찬반 양측의 공개 변론을 들었다. 위헌 청구인 측은 “남아선호 사상이 퇴색하고 있는 마당에 현실 법은 실효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보건복지가족부는 “성 감별이 합법화되면 낙태가 급증할 것”이라며 맞섰다. 

  헌법의 생명존중 정신에 근거해 현행 낙태금지법을 우리는 지지한다. 같은 맥락에서 태아 성 감별 금지법도 그대로 두는 것이 옳다고 본다. 출산 전 성 감별은 낙태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남녀성비가 자연 성비에 근접한 마당에 성 감별이 낙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릇된 생각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면 2006년의 남녀 아동 성비는 첫째 아이의 경우 여아 100명당 남아 105.6명으로 자연 성비와 비슷했다. 그러나 셋째 아이는 100명당 121명으로 성비 차이가 여전히 컸다. 이런 상황에서 태중 성 감별을 허용하면 골라 낳기 식 낙태가 늘 수 있다. 한 해 34만 건의 낙태수술 중 적어도 1% 이상이 ‘원치 않은 성별’ 때문에 이루어지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불법 낙태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듣는 실정에 성 감별 금지법까지 없어지면 낙태를 부추길 위험이 있다. 부모들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성 고르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출산 전 성 감별은 호기심 충족을 위한 것일 뿐이다. 아들이든 딸이든 미리 알아본들 무슨 상관이 있나.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태아 상태에서 성 식별이 자연스럽게 된다면 이를 일부러 모르는 척할 수도 없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초기에는 낙태를 시도하려는 부모가 혹시 있을지 모르니 낙태를 할 수 없는 시점이 되면 그때 아들·딸을 알려줄 수는 있을 것이다. 헌법은 태아도 엄연한 인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격은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지닌다. 부모의 알 권리는 사실상 호기심에 불과하다. 

 

 

[경향신문 사설-20080412토] 어떤 이유로든 아프간 파병은 불가하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 지명자가 지난 9일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관련해 다음주 한·미 정상이 다룰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한국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한·미가 한국의 구체적 아프가니스탄 지원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는 주장이 워싱턴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성격과 현재의 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 군대의 재파병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 중 하나다. 미국은 군사력을 이용해 테러를 뿌리 뽑겠다고 큰소리치고 있으나 테러는 결코 무력에 의해서 근절될 수 없다. 일방적 무력사용은 폭력적 대응만 낳을 뿐이다. 전쟁이 끝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군을 비롯한 국제보안지원군(ISAF) 병력은 2006년 말 4만명에서 지금은 배 가까운 7만명으로 늘어났다. 

  우리의 아프가니스탄 지원에는 미국이 아니라 우리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가져야 하는 원칙은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에 말려들지 않는 것이다. 자칫 군사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했다가는 우리도 전쟁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파병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다만 민간의 인도적 지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미가 지난해 말 동의부대와 다산부대 철수 이후 협의해온 소규모 민간 의료지원 등은 인도주의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절박성, 그리고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해 추진할 만하다. 그러나 대규모 파견은 민간사업이라 할지라도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규모가 크면 경비 병력 파견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서울신문 사설-20080412토] 장애인 차별 근절, 법 앞서 의식 바꿔야 

 

  장애인 차별을 시정하도록 명령을 받고도 따르지 않을 때는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또 장애인을 악의적으로 차별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린다. 어제부터 시행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주요 내용이다. 이 법에는 이밖에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직접차별, 간접차별, 광고에 의한 차별,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에 의한 차별 등으로 세분화해 구체적으로 금지 규정을 명시했다.

  우리는 이같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이 장애인의 권리를 한 차원 끌어올리는 도약대가 되리라고 기대하며 이를 높이 평가한다. 다만 장애인 인권 존중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법의 시행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차별금지법’ 제정 이전에도 장애인복지법·장애인편의증진법·직업재활법 등 장애인을 부축하는 법률이 존재해 왔다. 그렇지만 그같은 장애인 관련법들이 제구실을 다했다고 인정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법 제정·시행에 앞서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관한 의식을 얼만큼이나 성숙하게 유지하고 발전시키는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이번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을 두고도 일각에서는 거꾸로 장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부터는 장애인 고용 사업장이 관련장비 설치, 근무시간 조정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데 민간기업이 이를 부담스러워해 장애인 고용 자체를 줄일 거라는 예상이 그 하나이다. 따라서 법의 시행도 의미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장애인 인권존중이 우리사회를 떠받치는 기본가치 가운데 하나가 돼야 함을 모두가 인정하는 일이다. 아울러 기업·공공기관의 부담을 줄이는 실제적인 보완책 또한 마련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80412토] 한ㆍ미 쇠고기협상 정상회담전 매듭을 

  

  우리나라와 미국간 쇠고기 수입조건 개정 협상이 6개월 만에 어제부터 재개됐다. 오는 18일과 19일로 예정된 한ㆍ미 정상회담을 앞둔 데다,미 하원의 미ㆍ콜롬비아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 거부로 행정부와 의회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이어서 우리 쪽의 입장은 사실 여의치 않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별로 없는 실정이고 보면 이번 협상에서 전향적인 결과를 도출함으로써 교착상태에 빠진 한ㆍ미FTA의 미 의회 비준을 위한 돌파구(突破口) 마련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무엇보다 이번 협상이 쉽게 타결에 이르지 못할 경우 한ㆍ미정상회담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조율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마당에 자칫 '쇠고기 회담'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게다가 미 하원이 미ㆍ콜롬비아FTA에 대해 무역촉진권한법(TPA)상 90일내 처리 의무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한ㆍ미FTA 비준에도 불똥을 튀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미 의회의 FTA 연내 비준을 위한 추진 동력을 얻는 새로운 계기 마련이 다급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비준의 전제조건이나 다름없는 쇠고기 수입개방 문제가 해결된다면 한ㆍ미정상회담을 통해 미 의회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본다. 그런 만큼 이번 협상에서 반드시 쇠고기 문제를 매듭지어 더이상 FTA 비준의 걸림돌이 되도록 해서는 안된다.

  최대 쟁점(爭點)인 '소의 연령과 부위 제한 철폐'문제에 대해서도 광우병위험통제국 쇠고기의 경우 원칙적으로 교역제한 조건을 없앤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권고지침을 감안해 보다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080412토] 대운하 언제까지 논쟁만 할 것인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자 한반도 대운하 건설 문제가 다시 뜨거운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대운하는 국토를 바꾸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관심이 클수록 찬반 논란이 뜨거운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국론의 분열과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막기 위한 투명하고 효율적인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했지만 일방적으로 특별법을 밀어붙여 대운하 건설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국회 안에서 친박연대를 비롯해 대운하 건설에 부정적인 그룹의 협조를 얼마나 받아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나라당은 대운하 문제가 지나치게 정치 쟁점화될 것을 염려해 이번 총선 공약에서도 제외했다. 그렇다면 과반 의석을 얻은 것이 곧 대운하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받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대운하 문제만을 놓고 국민의 참뜻을 충실하게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정부는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국민의 뜻을 수렴할지에 관한 명확한 계획부터 내놓아야 한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국민의 뜻을 충분히 수렴해 연내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만 밝혔다. 이는 너무 막연하다.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사람들이 참여해 무슨 내용을 논의할지 밝힌 것이 없다. 그런 계획이 나와야 의견 수렴의 모양새만 갖추게 될지 참으로 건설적인 공론의 장이 될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토를 개조하는 역사적 프로젝트를 졸속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언제까지 소모적인 논쟁만 하면서 세월을 보내서도 안 될 것이다. 논란이 계속되는 도중에도 정부 관련 부처는 나름대로 정책적 지원을 위한 준비 작업을 계속할 것이고 민간 건설업체들도 사업 계획과 준비에 들어갈 것이다. 논쟁이 장기화되거나 대운하 건설에 부정적인 결론이 나거나 건설하더라도 당초 정부와 업계가 구상하던 것과 다른 내용으로 추진된다면 그에 따른 혼란과 낭비도 클 것이다. 

  이제 총선도 끝난 마당에 언제까지 대운하 추진에 관해 막연한 이야기만 해서는 안 된다. 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수도 있어 국내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올 연말까지 계속 대운하 논쟁만 벌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