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6월 29일 목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6. 29. 18:54
2006년 6월 29일 목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한미 FTA 협상의지 의심스럽다

27일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청회가 시민단체들의 방해로 또 다시 무산된 것은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능력을 의심케 하는 불미스러운 일이다.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은 회의 시작 직후부터 단상을 점거하고 행사 진행을 막아 결국 공청회를 무산시켰다.

설사 그들의 주장이 옳다고 하더라도 공개적인 토론회를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것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부정하는 행위다. 자기 주장만 맞고 남의 이야기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독선과 아집이다. 한미FTA 협상에 각계의 이해와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참석한 많은 토론자와 이해관계자들은 이들의 방해로 귀중한 의견개진의 기회를 놓쳤다.

행사가 난장판이 된 책임은 시민단체뿐 아니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에도 있다. 올 1월 공청회가 시민단체들의 실력저지로 무산된 전례가 있고, 이날 공청회에 대한 대응도 불 보듯 뻔한데도 정부가 아무 대비책 없이 행사를 진행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1차 공청회 다음 날 협상 개시를 선언해 공청회가 요식행위였다는 비난을 샀듯 이번 공청회 역시 무산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통과의례 정도로 여기지 않았나 하는 의혹까지 든다. 협상 시작 전에 공청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던 미국과 달리 뒤늦게 협상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공청회를 여는 졸속 대처도 못마땅하다.

이날 사태를 보면서 당장 내달 10일부터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한미 FTA 2차 협상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반대운동 단체 등 10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반대시위를 계획하는 등 저항이 간단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청회 방해보다 더 극단적이고 극렬한 행동이 나올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최근 정부의 협상의지에 회의적인 전망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미 FTA같은 국가적 중대사를 대하는 정부의 자세가 안이하기 짝이 없다는 국민의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분명한 방침과 행동을 보여라.


[한겨레신문] 다시 점심시간이 괴로워진 아이들

급식사고로 직격탄을 맞은 건 급식이 중단된 학교 44곳의 결식학생 3511명이다.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의 보이지 않는 지원으로 친구들과 함께 중식을 해결할 수 있었던 이들은 급식 중단 이후,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처지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 학생들에게 점심시간은 다시 고통의 시간이 됐다.

급식이 중단된 학교에선 중식 지원금(3000원)으로 도시락을 사서 나눠주거나 현금 혹은 주변 식당 식권으로 준다. 시교육청이 권장하는 형태는 농협 농산물 상품권을 나눠주는 것인데, 학생이나 부모가 농협 직영의 하나로마트에서 농산품을 구입해 직접 밥과 반찬을 지어 도시락을 싸오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학생들 마음의 상처는 피하기 어렵다. 상품권 지급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중식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결식을 유도한다.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아이들 가운데 어느 누가 손수 장을 봐 도시락을 싸올까. 현금이나 식당 식권 혹은 도시락 지급은 일단 점심은 해결해주겠지만, 친구들의 눈에 띄는 방식이어서 마음이 내킬 리 만무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선 기초생활 보장 대상자 122명에게 도시락을 배달시켜 주는데, 20여명의 학생은 아예 도시락을 받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도시락을 받아든 학생도 밥을 넘기기 힘들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론은 직영급식을 희망하나 학교장은 사고를 우려해 직영을 기피하고, 교육 당국은 예산 타령만 하고 있다. 직영은 전체 급식학교 1만780곳 가운데 9125곳에 이른다. 직영을 기피하는 학교장이라면 교육자로서 자질이 없다. 정부는 예비비를 동원해서라도 학교별 직영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뜻만 굳다면 2학기부터 학교급식은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학교 당국은 중식 지원금을 줄 때도 학생의 편의와 희망을 우선 고려해, 상처를 받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동아일보] 28년만의 母子상봉 ‘눈물바다’ 만든 北 납치범죄

어제 금강산에선 1978년 전북 군산시 선유도에서 납북된 김영남(45) 씨가 28년 만에 남측 가족과 상봉했다. 김 씨가 죽은 줄 알고 영혼결혼식까지 치렀던 어머니 최계월(82) 씨는 고교 1학년 때 실종됐다가 중년의 모습으로 나타난 아들을 끌어안고 흐느꼈다. 누가 만든 비극인가. 북측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상봉을 주선했다며 선심(善心) 쓰듯 하지만 가증스럽다. 애당초 납치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김 씨 모자에게 다시 이별하는 고통도 안기지 않을 것 아닌가.

김 씨 가족은 잠시 한을 풀었을지 모르지만 다른 납북자 가족들은 여전히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북에는 485명의 전후(戰後) 납북자와 540여 명의 생존 국군포로가 있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이들 중 2000년 이후 ‘특수 이산가족 상봉’ 형태로 재회한 경우는 26가족 104명뿐이다. 6·25전쟁 때 납북된 8만2959명의 생사는 파악도 안 되고 있다. 김 씨가, 납북돼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의 남편이었다는 사실을 일본 정부가 확인해 국제 이슈로 부각하지 않았다면 이날의 가족 상봉도 없었을 것이다.

북은 2월 제7차 남북적십자회의에서 비로소 납북자의 존재를 사실상 인정하고, 납북자 및 국군포로의 생사확인 문제를 계속 협의하기로 약속했다. 그럼에도 그 후의 장관급회담에서 별 진전이 없다. 북이 반인륜적 범죄를 뉘우치기는커녕 남한의 지원을 얻어 내는 카드로 쓰는 양상이어서 개탄스럽다.

남북 교류·협력에도 불구하고 북의 대남 적화(赤化)노선은 요지부동이다. 오늘로 4주년을 맞는 서해교전은 이런 북과 대치해야 하는 우리의 안보 현실을 거듭 일깨워준다. 감상적 민족주의에 빠져 불안한 현실을 외면하면 비극은 되풀이될 수 있다.

북은 이제라도 모든 납북자의 생사를 확인해 남측 가족에게 통보하고 생존자는 돌려보내야 한다. 납북자들의 나이로 보아 더 미뤄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도 ‘형식적인 촉구’만 할 것이 아니라 각종 대북 지원과 연계해 결말을 봐야 한다.


[조선일보] 국세청장의 돌연한 辭任

이주성 국세청장이 취임 1년 4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이 청장은 “핵심 업무가 마무리됐고 激務격무로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세청 안에서는 물론이고 밖에서도 그의 이런 辭意사의 배경을 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국세청장은 임기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검찰총장과 함께 보통 2년 在任재임이 관례다. 그래서 내년 초까지는 자리를 지킬 것으로 알았던 그의 갑작스러운 퇴진을 놓고 갖은 말과 소문이 무성하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을 비롯한 여당 인사들이 “5·31 지방선거 慘敗참패가 세금 때문”이라며 책임지라 했다는 얘기도 있고, 지방廳長청장 인사를 둘러싸고 청와대 및 정권과 가까운 특정 인사와 마찰을 빚었다는 얘기도 있다. 후임 청장을 노리는 인사가 정권에 줄을 대고 그의 개인 非違비위를 부풀려 청와대 안팎에 퍼뜨리고 다녔다는 얘기도 나돈다.

우선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라는 여당 압력으로 물러난 것이라면 국민을 웃기는 이야기다.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국민의 怨聲원성을 사고 있는 부동산 ‘세금폭탄’이 국세청장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강남 집값 때려잡겠다” “헌법보다 고치기 힘든 부동산 제도를 만들겠다” “세금폭탄 아직 멀었다. 종합부동산세 한번 내보시라”고 국민을 위협하고 조롱한 것은 대통령과 청와대정책실장·경제보좌관이다. 그리고 이 윗분들 말씀을 받들어 여기에다 살을 붙인 法법을 만들어 강남 집값을 잡기는커녕 江北강북 집값까지 올려놓고 1가구 1주택의 국민들마저 집을 팔지도 못하게 세금만 퍼부은 것은 청와대와 재경부다.

국세청장은 그런 정권의 ‘코드’에 맞춰 세금 몽둥이를 휘둘러댄 下手人하수인에 불과하다. 국민도 그걸 훤히 알고 있기에 국세청장은 입방아에도 올려놓지 않았던 것이다.

이 청장이 지방청장 인사를 원래 6월 중에 하려다 미룬 이유가 청와대와의 갈등 탓이라는 거나 후임 청장 자리를 놓고 국세청이 지역별로 갈려 서로 投書투서를 하고 있다는 거나 다같이 정권의 부끄러운 장면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순전히 개인 非違비위 때문이라면 이렇게 사표 한 장 받고 얼렁뚱땅 끝날 일은 아니다. 이 정권이 자랑처럼 떠들어 온 ‘시스템 인사’란 게 본래 이런 것인 모양이지만 국민들로선 혀를 찰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다단계 사기는 철저히 수사해 엄벌하라

다단계 업체의 불법 영업이 말썽을 빚고 있다. 검찰은 국내 최대의 다단계 업체인 제이유 그룹의 관계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그룹 회장 주모씨 검거에 나섰다. 검찰 추산 피해액은 등록비와 물품대금을 합해 7200억원이지만, 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는 피해자가 35만 명이나 되고 받지 못한 수당만 4조원이 넘는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비슷한 업태의 위베스트가 1조원대의 피해를 낳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방문판매나 직접판매는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의 하나다. 그러나 조금만 옆길로 빠지면 신종 사기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다단계 판매는 거액의 이익을 제시하거나 한번 가입한 회원에게 팔리지도 않을 물품을 비싸게 강매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1920년 미국을 뒤흔든 찰스 폰지 사건이다. 폰지는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 자금을 석 달 만에 두 배로 불려준다며 4만여 명에게 1500만 달러를 받아 삼켰다.

다단계 사고가 빈발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폰지 사기는 사회 불안심리를 파고들어 독버섯처럼 자란다. 실현불가능한 거액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현혹한다.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또 다른 가입자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결국 엄청난 피해가 피라미드 말단의 후발 가입자들에게 돌아간다. 이들의 상당수가 중하층 소득계층이란 점도 비극이다. 최근 꼬리를 무는 조(兆) 단위의 다단계 사고는 우리 사회가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방증이다.

제이유 피해자들은 물품과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검찰에 구속자 석방과 그룹 전산망 폐쇄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 잠적한 주 회장이 조속히 검찰에 출두해 사건 내용을 자세히 밝히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다단계 사기는 스스로 예방할 수밖에 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높은 수익률 뒤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 적발된 사건에는 철퇴를 내려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법원이 최근 위베스트 경영진에 징역 7~10년의 중형을 선고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