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6월 27일 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6. 27. 15:46
2006년 6월 27일 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하반기 경제운용 잘될지 걱정스럽다
요즘 정부 움직임을 보면 과연 장기적인 경제 운용에 대한 구상이 있기나 한 건지 의심스럽다. 하반기에 경기 둔화가 우려되고, 경제심리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데도 정부의 관심은 온통 부동산에만 집중된 느낌이다.
부동산 시장을 겨냥해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올리면서 은행 대출금리가 일제히 오른 가운데 금융당국은 기름에 불이라도 붓듯 주택담보대출을 갑자기 틀어막아 혼란을 빚고 있다. 조정국면에 들어간 부동산 시장을 이참에 확실히 눌러 정부가 공언한 대로 부동산 거품을 거둬내겠다고 작정한 듯하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 없듯이, 부동산을 잡으려다 거시경제의 틀을 깨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시장에 충격을 주는 조치들은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하반기 경기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현재와 미래 경기전망 수치는 큰 폭으로 떨어지고, 기업인들의 체감경기도 긍정에서 부정적 전망으로 돌아섰다.
미국의 추가금리 인상 가능성도 위험 요인이다. 28일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예상대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미국경제의 성장 둔화와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우리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반기 경제의 연착륙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아무리 시급한 대책이라도 먼저 하반기 경제운용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서 융통성있게 접근해야 마땅하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금융당국이 금리인상과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동시에 쏟아내 혼란을 초래한 것은 금융시장의 안정적 관리라는 존재 이유를 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정부의 거듭된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오히려 계속 증가하는 것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던 금융당국이 왜 이제서야 규제에 나선 것인지 묻고 싶다. 경제의 안정적 운용은 부동산대책의 성공을 위해서도 필수 불가결하다.
[한겨레신문] 북-미 직접 대화, 주저할 이유 없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준비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조지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는 미국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민주당 쪽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 그룹과 공화당 중진 의원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들에 귀를 기울여 사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북한이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핵, 미사일, 경제지원 등 자국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결국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뿌리 깊은 ‘미국 우선주의적 인식’이다. 이런 인식은 지난 몇 해 동안 미국과의 관계가 생각처럼 진전되지 않으면서 상당히 약해지긴 했다. 몇 차례 열린 6자 회담이 나름의 성과를 내며 틀이 잡힌 점도 인식을 완화시키는 데 이바지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부시 행정부가 정말 북한의 정권교체를 밀어붙이지 않고 수교를 포함한 관계 개선을 원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이달 초 북한이 6자 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을 제안한 것은 이를 확인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어느 경우든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피할 이유가 없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믿을 수 없으므로 직접 대화보다는 다자간 접촉이 타당하다고 얘기해 왔다. 하지만 6자 회담이 모든 걸 포괄할 수는 없는 이상 회담이 잘 굴러가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는 필수적이다. 특히 지난해 가을부터 불거진 위폐 및 대북 금융제재 문제는 북-미 사이의 쌍무적 성격이 강해 6자 회담에서 다루기가 적절하지 않다. 이번 미사일 갈등도 당장 6자 회담에서 논의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이런 문제들이 양쪽의 불신 탓에 증폭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려면 직접 대화 필요성은 더 커진다.
여러 해 동안 부시 행정부는 6자 회담과 대북 압박을 동시에 진전시켜 왔다. 이런 양면적인 접근에 북한 역시 양면적으로 대응해 왔으며, 이에 따라 6자 회담도 중단과 재개를 되풀이했다. 이런 순환고리를 끊을 일차적 책임은 주도권을 쥔 미국에 있다. 이번 미사일 갈등은 6자 회담의 순항을 막는 마지막 걸림돌이 돼야 한다. 부시 행정부는 이제 태도를 분명히할 때가 됐다. 그 출발점은 힐 차관보의 방북을 허용하거나 대북 특사를 임명하는 것이다.
[동아일보] 세금 안 써도 규제 풀면 일자리 생긴다
정부는 일자리 많이 만드는 정책을 펴겠다고 레코드 틀듯이 말해 왔다.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민간 투자가 활발해야 한다. 정부가 세금 써서 만드는 ‘공공적 일자리’로는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중과세(重課稅)는 기업투자를 위축시킨다. 국민에게 ‘세금 고생’ 덜 시키면서 투자를 북돋워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규제 완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내놓은 ‘서비스산업 고용확대 방안’에서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미성숙(未成熟)으로 다른 산업으로부터 고용을 흡수하는 능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해외(서비스)소비 증가로 국내 서비스산업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서비스산업의 고용 흡수력이 부족한 것도, 우리 국민의 해외 서비스 소비가 증가하는 것도 심한 행정규제 탓이 크다.
예를 들어 의료, 교육, 레저 등의 분야에서 최고급 고가(高價)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대폭 푼다면 신규투자가 늘어나 일자리가 더 생기고,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소비자들은 해외로 나가지 않고도 고급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결국 돈이 나라 안에서 활발하게 돌게 되니 성장과 분배가 동시에 촉진된다.
이치가 이렇게 간단한데도 정부는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투자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기는커녕 규제를 유지하고 심지어 강화해 왔다. 오죽하면 경쟁정책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여러 부처들의 다중(多重)규제가 너무 많다고 개탄하겠는가.
이러니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종의 해외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져 서비스수지가 만성적자 상태다. 지난해 서비스 수지적자는 교육 34억 달러, 의료 4억 달러 등 총 131억 달러에 달했다.일본에선 2001년 보육원 사업에 대한 민간의 진입기준을 완화한 뒤 2004년엔 보육분야 서비스 매출이 전년보다 49% 늘어났고 재택의료서비스 매출도 20% 증가했다.
정부는 “서비스산업이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하지만 그걸 누가 모르나.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한 규제 완화를 행동으로 보여 주지 못한다면 그런 말조차 할 필요가 없다.
[조선일보]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
주식 투자의 신화를 만들어 온 세계 2위 부자 워런 버핏이 全전재산의 85%인 370억달러어치 주식을 자선단체에 내놓기로 했다. 기부금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버핏의 총재산은 발표 당일(미국시각 25일)의 株價주가로 계산하면 440억달러다. 버핏은 기부금의 80%가 넘는 300억달러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부부가 만든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주기로 했다. 버핏은 “(내 이름으로 새) 재단을 만들어 키우기보다 기부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재단에 주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버핏은 나머지 기부금은 먼저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내 이름을 딴 ‘수전 톰슨 버핏 재단’과 자녀들이 운영하는 3개 자선단체에 내놓을 계획이다.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 회장이 1994년에 만든 재단은 현재 기금규모 300억달러로 세계 최대 자선단체다. 게이츠 재단은 이미 에이즈 退治퇴치와 아동교육 분야에 해마다 수천만달러에서 수억달러까지를 기부하고 있다. 게이츠는 500억달러에 이르는 재산 중 자녀들을 위해선 1000만달러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사회사업에 내놓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얼마 전 2008년부터 회사 일에서 손을 떼고 재단업무에만 주력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나는 富부를 사회에 되돌려줄 책임이 있고 또 최선의 방식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세계 제1의 갑부와 세계 제2의 갑부가 자선사업에서 史上最大사상최대의 합병을 이뤄낸 셈이다.
버핏은 短期단기 要因요인에 따라 오르내리는 주식시장에서 긴 눈으로 우량기업에 장기투자하는 ‘가치투자’ 방식을 도입한 개척자이고, 게이츠는 컴퓨터 운용방식을 새롭게 확장함으로써 IT혁명을 이끌어낸 리더다. 서양 전통에서 私有사유 재산권은 생명과 신체의 자유에 대한 권리와 同列동렬 또는 그 연장선상의 핵심적 인간 권리로 취급돼 왔다. 사유재산권을 神聖視신성시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사회에서 돈을 벌 때는 피도 눈물도 없이 악착 같았던 기업가들이 성공한 다음에는 사회를 위해 아낌없이 베푸는 것이 미국의 기업가 정신이다. 앤드루 카네기, 존 록펠러, 헨리 포드, 폴 게티 등 그 사례를 꼽자면 끝이 없다.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의 活力활력과 건강성이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돈을 벌 때의 기록만 있고 그 이후 돈을 어떻게 썼는지를 알 수 없는 기업문화와 여론의 압력을 통해 私有사유재산의 사회헌납을 강요하는 前전근대적 국가권력이 竝存병존하는 것이 한국의 자본주의다. 그런 한국의 풍토이기에 버핏과 게이츠가 이뤄낸 慈善자선 合作합작이 기적처럼 보이는지도 모른다.
[중앙일보] 해괴한 논리로 진실을 가릴 수 없다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이 한 특강에서 "참여정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을 가장 원형적으로 실현해 가는 정부"라 했다. "경제는 잘하는데 민생이 어렵다"고도 했고 "민생이 고달픈 것은 외환위기가 가져온 후유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발언에는 간절함이 배어 있다. 세종대왕이 와도 해결하기 불가능한 일인데 국민이 너무 몰라준다는 것이다. "다음 정권이 어디로 가더라도 행정복합도시는 되돌릴 수 없다"면서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지 모르지만 행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우리는 먼저 이 실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차기 대통령보다 본인 스스로 행복한 대통령이 되어 주기를 국민이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전했으면 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다음 대통령 입에서 "나는 행복한 대통령"이라는 발언이 나오기 힘들다. 십중팔구 "행복도시 만든다고 노 정권이 200조원이 넘는 국가부채에다 엄청난 부동산 거품을 물려주는 바람에 대통령 짓 해먹기도 힘들다"고 타박할 것이다. 민생 따로, 경제 따로라는 발상 자체도 처음 듣는 해괴한 논리다.
참여정부가 헌법정신에 가장 부합한다는 자화자찬도 좀 심하다. 코드 맞는 사람끼리 세미나에서 하는 발언인지 몰라도 우리 사회의 평균적 현실 인식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을 지속적으로 흔들어온 정권이 아닌가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북한 인권에는 눈감고, 우리 내부는 편 가르기 해 반대편을 죽기살기로 매도하는 것이 우리 헌법정신인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이런 돌출 발언들이 자꾸 불거지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지방선거 직후 한나라당은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오버하지 말자"고 몸을 낮췄다. 반면 청와대는 "국민이 우리를 너무 몰라준다" "경제난은 외환위기 때문"이라고 남 탓을 하고 있다. 어느 쪽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집단으로 비칠지 되묻고 싶다. 이 실장에게 국민 설득은커녕 속만 뒤집어 놓는 이런 특강은 자제해줄 것을 희망한다.
[경향신문] 금융감독원은 이렇게밖에 못하나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에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라고 지시한 뒤 일부 은행이 사실상 대출을 중단하는 등 대출창구가 경색되고 있다고 한다. 금감원이 ‘불합리한 여·수신금리 운용’도 문제삼자 은행들이 그동안 대출경쟁 때문에 안 올렸던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주택을 담보로 은행 돈을 빌리려던 사람은 당황하게 되고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쓰고 있는 고객은 부담이 늘게 돼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금감원의 이번 조치를 ‘관치’의 시각에서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 안정이나 국가정책상 필요에 의해 당국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일정 범위 내에서 지도에 나서는 것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금리상승과 부동산가격 하락이 예상되는데도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늘어 가계나 은행의 건전성 악화 등 파장이 우려된다면 은행의 대출경쟁에 경고음을 울려야 한다.
문제는 그러한 당국의 행위가 부드럽게 서서히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시장은 다른 어떤 곳보다도 안정이 강조돼 이른바 ‘연착륙’하도록 세련되게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그럼에도 문제가 커지는 단계에서는 그냥 넘어가거나 정책 타이밍을 놓친 뒤 갑자기 고강도 처방을 꺼내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택담보대출 문제만 해도 최근 수년간 은행의 지나친 대출경쟁이 부동산투기에 큰 몫을 해왔는데도 금융당국은 이를 방치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8·31 부동산대책’에 즈음해서야 ‘뒷북 대책’을 내놓았다. 이번에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행한 주택담보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출이 왜 계속 느는지를 관리하면서 순차적으로 대응책을 내놓았다면 ‘총량 규제’ 같은 충격처방은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흔히 “금융시장은 어린아이 다루듯 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 금융당국은 평소에 잘 돌보지 않다가 문제가 생기면 아이를 울리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 같다.
[한국일보] 하반기 경제운용 잘될지 걱정스럽다
요즘 정부 움직임을 보면 과연 장기적인 경제 운용에 대한 구상이 있기나 한 건지 의심스럽다. 하반기에 경기 둔화가 우려되고, 경제심리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데도 정부의 관심은 온통 부동산에만 집중된 느낌이다.
부동산 시장을 겨냥해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올리면서 은행 대출금리가 일제히 오른 가운데 금융당국은 기름에 불이라도 붓듯 주택담보대출을 갑자기 틀어막아 혼란을 빚고 있다. 조정국면에 들어간 부동산 시장을 이참에 확실히 눌러 정부가 공언한 대로 부동산 거품을 거둬내겠다고 작정한 듯하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 없듯이, 부동산을 잡으려다 거시경제의 틀을 깨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시장에 충격을 주는 조치들은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하반기 경기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현재와 미래 경기전망 수치는 큰 폭으로 떨어지고, 기업인들의 체감경기도 긍정에서 부정적 전망으로 돌아섰다.
미국의 추가금리 인상 가능성도 위험 요인이다. 28일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예상대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미국경제의 성장 둔화와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우리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반기 경제의 연착륙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아무리 시급한 대책이라도 먼저 하반기 경제운용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서 융통성있게 접근해야 마땅하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금융당국이 금리인상과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동시에 쏟아내 혼란을 초래한 것은 금융시장의 안정적 관리라는 존재 이유를 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정부의 거듭된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오히려 계속 증가하는 것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던 금융당국이 왜 이제서야 규제에 나선 것인지 묻고 싶다. 경제의 안정적 운용은 부동산대책의 성공을 위해서도 필수 불가결하다.
[한겨레신문] 북-미 직접 대화, 주저할 이유 없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준비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조지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는 미국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민주당 쪽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 그룹과 공화당 중진 의원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들에 귀를 기울여 사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북한이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핵, 미사일, 경제지원 등 자국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결국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뿌리 깊은 ‘미국 우선주의적 인식’이다. 이런 인식은 지난 몇 해 동안 미국과의 관계가 생각처럼 진전되지 않으면서 상당히 약해지긴 했다. 몇 차례 열린 6자 회담이 나름의 성과를 내며 틀이 잡힌 점도 인식을 완화시키는 데 이바지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부시 행정부가 정말 북한의 정권교체를 밀어붙이지 않고 수교를 포함한 관계 개선을 원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이달 초 북한이 6자 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을 제안한 것은 이를 확인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어느 경우든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피할 이유가 없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믿을 수 없으므로 직접 대화보다는 다자간 접촉이 타당하다고 얘기해 왔다. 하지만 6자 회담이 모든 걸 포괄할 수는 없는 이상 회담이 잘 굴러가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는 필수적이다. 특히 지난해 가을부터 불거진 위폐 및 대북 금융제재 문제는 북-미 사이의 쌍무적 성격이 강해 6자 회담에서 다루기가 적절하지 않다. 이번 미사일 갈등도 당장 6자 회담에서 논의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이런 문제들이 양쪽의 불신 탓에 증폭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려면 직접 대화 필요성은 더 커진다.
여러 해 동안 부시 행정부는 6자 회담과 대북 압박을 동시에 진전시켜 왔다. 이런 양면적인 접근에 북한 역시 양면적으로 대응해 왔으며, 이에 따라 6자 회담도 중단과 재개를 되풀이했다. 이런 순환고리를 끊을 일차적 책임은 주도권을 쥔 미국에 있다. 이번 미사일 갈등은 6자 회담의 순항을 막는 마지막 걸림돌이 돼야 한다. 부시 행정부는 이제 태도를 분명히할 때가 됐다. 그 출발점은 힐 차관보의 방북을 허용하거나 대북 특사를 임명하는 것이다.
[동아일보] 세금 안 써도 규제 풀면 일자리 생긴다
정부는 일자리 많이 만드는 정책을 펴겠다고 레코드 틀듯이 말해 왔다.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민간 투자가 활발해야 한다. 정부가 세금 써서 만드는 ‘공공적 일자리’로는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중과세(重課稅)는 기업투자를 위축시킨다. 국민에게 ‘세금 고생’ 덜 시키면서 투자를 북돋워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규제 완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내놓은 ‘서비스산업 고용확대 방안’에서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미성숙(未成熟)으로 다른 산업으로부터 고용을 흡수하는 능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해외(서비스)소비 증가로 국내 서비스산업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서비스산업의 고용 흡수력이 부족한 것도, 우리 국민의 해외 서비스 소비가 증가하는 것도 심한 행정규제 탓이 크다.
예를 들어 의료, 교육, 레저 등의 분야에서 최고급 고가(高價)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대폭 푼다면 신규투자가 늘어나 일자리가 더 생기고,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소비자들은 해외로 나가지 않고도 고급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결국 돈이 나라 안에서 활발하게 돌게 되니 성장과 분배가 동시에 촉진된다.
이치가 이렇게 간단한데도 정부는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투자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기는커녕 규제를 유지하고 심지어 강화해 왔다. 오죽하면 경쟁정책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여러 부처들의 다중(多重)규제가 너무 많다고 개탄하겠는가.
이러니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종의 해외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져 서비스수지가 만성적자 상태다. 지난해 서비스 수지적자는 교육 34억 달러, 의료 4억 달러 등 총 131억 달러에 달했다.일본에선 2001년 보육원 사업에 대한 민간의 진입기준을 완화한 뒤 2004년엔 보육분야 서비스 매출이 전년보다 49% 늘어났고 재택의료서비스 매출도 20% 증가했다.
정부는 “서비스산업이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하지만 그걸 누가 모르나.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한 규제 완화를 행동으로 보여 주지 못한다면 그런 말조차 할 필요가 없다.
[조선일보]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
주식 투자의 신화를 만들어 온 세계 2위 부자 워런 버핏이 全전재산의 85%인 370억달러어치 주식을 자선단체에 내놓기로 했다. 기부금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버핏의 총재산은 발표 당일(미국시각 25일)의 株價주가로 계산하면 440억달러다. 버핏은 기부금의 80%가 넘는 300억달러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부부가 만든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주기로 했다. 버핏은 “(내 이름으로 새) 재단을 만들어 키우기보다 기부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재단에 주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버핏은 나머지 기부금은 먼저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내 이름을 딴 ‘수전 톰슨 버핏 재단’과 자녀들이 운영하는 3개 자선단체에 내놓을 계획이다.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 회장이 1994년에 만든 재단은 현재 기금규모 300억달러로 세계 최대 자선단체다. 게이츠 재단은 이미 에이즈 退治퇴치와 아동교육 분야에 해마다 수천만달러에서 수억달러까지를 기부하고 있다. 게이츠는 500억달러에 이르는 재산 중 자녀들을 위해선 1000만달러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사회사업에 내놓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얼마 전 2008년부터 회사 일에서 손을 떼고 재단업무에만 주력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나는 富부를 사회에 되돌려줄 책임이 있고 또 최선의 방식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세계 제1의 갑부와 세계 제2의 갑부가 자선사업에서 史上最大사상최대의 합병을 이뤄낸 셈이다.
버핏은 短期단기 要因요인에 따라 오르내리는 주식시장에서 긴 눈으로 우량기업에 장기투자하는 ‘가치투자’ 방식을 도입한 개척자이고, 게이츠는 컴퓨터 운용방식을 새롭게 확장함으로써 IT혁명을 이끌어낸 리더다. 서양 전통에서 私有사유 재산권은 생명과 신체의 자유에 대한 권리와 同列동렬 또는 그 연장선상의 핵심적 인간 권리로 취급돼 왔다. 사유재산권을 神聖視신성시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사회에서 돈을 벌 때는 피도 눈물도 없이 악착 같았던 기업가들이 성공한 다음에는 사회를 위해 아낌없이 베푸는 것이 미국의 기업가 정신이다. 앤드루 카네기, 존 록펠러, 헨리 포드, 폴 게티 등 그 사례를 꼽자면 끝이 없다.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의 活力활력과 건강성이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돈을 벌 때의 기록만 있고 그 이후 돈을 어떻게 썼는지를 알 수 없는 기업문화와 여론의 압력을 통해 私有사유재산의 사회헌납을 강요하는 前전근대적 국가권력이 竝存병존하는 것이 한국의 자본주의다. 그런 한국의 풍토이기에 버핏과 게이츠가 이뤄낸 慈善자선 合作합작이 기적처럼 보이는지도 모른다.
[중앙일보] 해괴한 논리로 진실을 가릴 수 없다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이 한 특강에서 "참여정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을 가장 원형적으로 실현해 가는 정부"라 했다. "경제는 잘하는데 민생이 어렵다"고도 했고 "민생이 고달픈 것은 외환위기가 가져온 후유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발언에는 간절함이 배어 있다. 세종대왕이 와도 해결하기 불가능한 일인데 국민이 너무 몰라준다는 것이다. "다음 정권이 어디로 가더라도 행정복합도시는 되돌릴 수 없다"면서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지 모르지만 행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우리는 먼저 이 실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차기 대통령보다 본인 스스로 행복한 대통령이 되어 주기를 국민이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전했으면 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다음 대통령 입에서 "나는 행복한 대통령"이라는 발언이 나오기 힘들다. 십중팔구 "행복도시 만든다고 노 정권이 200조원이 넘는 국가부채에다 엄청난 부동산 거품을 물려주는 바람에 대통령 짓 해먹기도 힘들다"고 타박할 것이다. 민생 따로, 경제 따로라는 발상 자체도 처음 듣는 해괴한 논리다.
참여정부가 헌법정신에 가장 부합한다는 자화자찬도 좀 심하다. 코드 맞는 사람끼리 세미나에서 하는 발언인지 몰라도 우리 사회의 평균적 현실 인식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을 지속적으로 흔들어온 정권이 아닌가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북한 인권에는 눈감고, 우리 내부는 편 가르기 해 반대편을 죽기살기로 매도하는 것이 우리 헌법정신인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이런 돌출 발언들이 자꾸 불거지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지방선거 직후 한나라당은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오버하지 말자"고 몸을 낮췄다. 반면 청와대는 "국민이 우리를 너무 몰라준다" "경제난은 외환위기 때문"이라고 남 탓을 하고 있다. 어느 쪽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집단으로 비칠지 되묻고 싶다. 이 실장에게 국민 설득은커녕 속만 뒤집어 놓는 이런 특강은 자제해줄 것을 희망한다.
[경향신문] 금융감독원은 이렇게밖에 못하나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에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라고 지시한 뒤 일부 은행이 사실상 대출을 중단하는 등 대출창구가 경색되고 있다고 한다. 금감원이 ‘불합리한 여·수신금리 운용’도 문제삼자 은행들이 그동안 대출경쟁 때문에 안 올렸던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주택을 담보로 은행 돈을 빌리려던 사람은 당황하게 되고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쓰고 있는 고객은 부담이 늘게 돼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금감원의 이번 조치를 ‘관치’의 시각에서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 안정이나 국가정책상 필요에 의해 당국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일정 범위 내에서 지도에 나서는 것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금리상승과 부동산가격 하락이 예상되는데도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늘어 가계나 은행의 건전성 악화 등 파장이 우려된다면 은행의 대출경쟁에 경고음을 울려야 한다.
문제는 그러한 당국의 행위가 부드럽게 서서히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시장은 다른 어떤 곳보다도 안정이 강조돼 이른바 ‘연착륙’하도록 세련되게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그럼에도 문제가 커지는 단계에서는 그냥 넘어가거나 정책 타이밍을 놓친 뒤 갑자기 고강도 처방을 꺼내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택담보대출 문제만 해도 최근 수년간 은행의 지나친 대출경쟁이 부동산투기에 큰 몫을 해왔는데도 금융당국은 이를 방치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8·31 부동산대책’에 즈음해서야 ‘뒷북 대책’을 내놓았다. 이번에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행한 주택담보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출이 왜 계속 느는지를 관리하면서 순차적으로 대응책을 내놓았다면 ‘총량 규제’ 같은 충격처방은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흔히 “금융시장은 어린아이 다루듯 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 금융당국은 평소에 잘 돌보지 않다가 문제가 생기면 아이를 울리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