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6월 20일 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6. 20. 20:43
2006년 6월 20일 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외환은행 매각 불가피하지 않았다니
외환은행이 경영진의 고의적인 부실 부풀리기와 당국의 일방적 편들기로 인해 헐값에 팔렸다는 감사원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싸게 판 것 자체도 문제지만 더 놀라운 것은 매각이 불가피할 만큼 위기상황이 아니었다는 결론이다.
당시 외환은행을 매각하지 않으면 부도가 불가피했으며, 이 경우 금융위기로 번질 위험성이 있었다는 금융당국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다. 감사원은 "외환은행이 당장 부도위기에 직면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판단되며, 외환카드 문제 해결을 위해 매각이 불가피했다는 은행측 설명도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못박았다.
감사결과에 의하면 헐값 매각의 주역은 부실을 과장해 가격을 낮춘 이강원 전 행장 등 외환은행 관계자들이며, 정부는 이 주장을 검증 없이 수용해 론스타가 인수할 수 있도록 막후에서 지원하는 조연 역할을 했다.
특히 이 전 행장은 부실을 최대한 실사 결과에 반영하도록 회계법인에 압력을 가하고, 매각 주간사에도 부실을 추가해 가격을 산출토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마디로 은행 경영진과 정부, 매각 주간사와 회계법인 등 모든 매각 관계자들이 한통속이 되어 대표적 국책은행을 외국계 펀드에 헐값으로 팔아치운 셈이니 그 도덕적 해이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 발표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둘러싼 의혹을 완전히 규명하지는 못했다. 금융계 관행상 행장 등 은행 관계자들이 헐값 매각을 주도했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매각 결정의 진정한 몸통을 포함한 매각의 진실은 앞으로 검찰 수사에 의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매각 당시 론스타의 법률자문회사인 '김&장' 고문으로 재직했던 이헌재 전 부총리에 대한 검찰의 계좌추적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매각 시점을 전후해 이뤄진 이 전 부총리에 대한 외환은행의 대출과 매각의 연관성을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당국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에 드러난 자의적 금융기관 매각 처리 과정에 대한 문제점도 전면 보완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신문] 일보 전진했지만 한계 여전한 공영형 혁신학교
교육부는 평준화 정책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공영형 혁신학교(혁신고) 시범운영 방안을 어제 발표했다.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등 자율학교와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실험에 이어 새로운 고교교육 실험을 하나 더 하기로 한 셈이다.
새 실험은 앞선 실험들이 수월성 교육에 대한 일부 학부모의 바람을 충족시켰지만 평준화 정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실제 외국어고는 외국어 전문인력을 양성하기보다는 입시명문으로 변질됐고, 자사고 역시 입시명문을 지향하는데다 수업료 부담이 커 ‘귀족학교’를 허용한 꼴이 됐다.
혁신고는 일반고교 수준의 학비로 높은 수준의 수월성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교육부나 자치단체(공립) 또는 사학재단(사립)이 설립하고 재정을 지원하되 운영은 교육·문화·예술 민간단체나 대학 등에 위탁한다. 운영자에겐 교육과정 결정, 예산편성 및 인사, 학생 선발 등에서 상당한 자율성이 허용된다. 교장도 공모제로 선출하고 학년제도 없앨 수 있다. 가정 형편 때문에 교육의 기회가 제한된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국은 이런 특징을 고려해 혁신고를 평준화 보완책의 중심에 놓고자 하고 있다. 2008년부터 특목고의 학생선발 단위를 시·도 단위로 제한하고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운영을 할 경우 학군 안으로 더 제한하겠다고 한 것이나, 지금과 같은 형태의 자사고는 더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이런 의지를 반영한다.
문제는 혁신고 역시 입시 명문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교육 당국은 학생 선발에서 필답고사를 금지하겠다고 했다. 또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우선 설립하고, 4년마다 계약을 갱신하겠다고도 했다. 부작용을 염두에 둔 배려다. 그러나 지금의 특목고나 자사고도 필답고사를 치르지 않도록 돼 있지만 특목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의 폐해는 심각하다. 학교에 주어진 자율성은 입시교육을 강화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이런 결과는 평준화 정책과 수월성 교육이라는 모순된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데서 비롯된다. 어떤 제도가 도입되건 대학이 서열화한 상황에서 두 가치의 충돌은 피하기 힘들다. 따라서 대학 특성화 등 대학에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지 않고는 실효를 거두기 어려움을 당국은 마음에 새겨야 한다.
[동아일보]‘과거 탓’ 말고 중국의 ‘한국 배우기’를 보라
홍콩의 시사 잡지 야저우(亞洲)주간이 “중국은 한국의 성공과 장점을 총체적으로 본보기 삼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중국이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연 35만 명의 공무원을 파견하기로 한 사실을 들면서 ‘미국 제국주의의 앞잡이이자 적(敵)’이던 한국이 오늘날 중국 8억 농민의 운명을 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농촌의 빈부 격차를 해소했으면서도 신토불이(身土不二)의 정체성(正體性)을 꿋꿋이 유지하고, 세계화에 성공한 한국을 높이 평가했다. 나아가 중국 인민은 한국인의 애국심과 부패 척결(剔抉)을 배우고, 한국이 ‘헤어진 형제’인 북한을 대하는 자세에서 대만과의 양안(兩岸) 문제의 해결 방향을 찾으라고 호소했다.
노무현 정부에 의해 ‘기회주의자가 득세한 역사’로 부정되어 온 과거 정권의 행적이 이웃 중국의 귀감(龜鑑)이 되고 있다는 증빙이다. 우리의 ‘과거’는 수치스러운 청산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 따라 배우는 ‘본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날 보도된 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쓴소리’는 한층 정곡을 찌른다.
남 전 총리는 한국선진화포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현 정부가 숱한 문제를 과거 정권 탓으로 돌리려 할 뿐, 사회보장 개선을 위해 해 놓은 게 무엇이냐”고 힐난했다. 그는 “정부가 소득 격차를 줄이는 방안은커녕 오히려 사회 분열을 조장, 적대적(敵對的) 관계를 함축하는 양극화 타령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면서 “사실과 다른 허수아비(정치적 타깃)를 만들어 놓고 그것을 때리는 허구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권의 무능과 실책을 과거 정권 탓으로 떠넘기고, 민심 이반을 ‘수구 꼴통의 저항’으로 몰아붙여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과거 정권의 잘잘못은 오히려 이웃 나라 중국에서 더 객관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제라도 편 가르고 적개심 부추겨서 정국을 돌파하려는 술수에서 벗어나 참으로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정권으로 남을 길을 모색해야 한다.
[조선일보] 전교조 출신 이런 교사
경기도 부천의 한 고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國旗국기에 대한 경례와 병역을 거부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이 학교 학부모 140명이 경기도 교육청에 진정서를 내 알려진 사실이다. 3학년 국어과목을 맡고 있는 이 교사는 작년까지 전교조 부천시 중등지회장을 지낸 교사다. 그는 수업시간에 “국기에 대한 경례는 민족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것인데, 우리가 민족에 충성할 이유가 있느냐”며 자기는 경례를 하지 않는다고 자랑하곤 했다고 한다. 그는 또 “남북통일을 앞둔 시대에 군대에서 살인기술과 복종의 문화만 배우기 때문에 되도록 안 가는 게 좋다”고 가르쳤다고 한다. 이 ‘똑똑한’ 교사는 어쩌면 으스대며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들었을지 모른다.
미국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둘러싼 違憲위헌 논란이 있고 과거 일본에서 일부 교사의 ‘기미가요’(일본국가)와 ‘히노마루’(일본국기) 거부가 이슈가 됐던 시절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논란은 맹세 그 자체가 아니라 다양한 종교의 자유를 헌법정신으로 하고 있는 나라에서 ‘하나님 가호 아래’라는 글귀가 기독교 이외의 종교를 배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종교자유 차원 논쟁이고, 일본의 기미가요와 히노마루 거부는 천황 神格化신격화와 그 국가와 국기 아래 아시아 나라를 짓밟았던 侵略史침략사에 대한 반성의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겉똑똑이’ 교사의 국기에 대한 거부는 이유도 논리도 아리송하다.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는 전교조에서 지회장까지 지낸 교사가 “민족에 충성할 필요가 없다”는 건 도대체 무슨 뜻일까. 내일 모레면 국방의 의무를 치르러 갈 제자들에게 “할 수만 있으면 군대를 빠지라”고 가르치는 건 또 무슨 속셈일까. 그런 그가 때로는 “어젯밤에 병원 파업농성에 동참하고 왔더니 졸리다”는 식으로 아까운 수업시간을 거리낌없이 축내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이런 교사조차 속수무책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게 이 나라 교육의 현실이다. 보다 보다 못해 140명이나 되는 학부모들이 진정서까지 냈는데도 교육청이 그 사이 한 일이라곤 형식적인 장학지도 한 번이 고작이었다. 전교조 우산 아래 얼마나 많은 이런 不適格부적격·無能무능 교사들이 대한민국의 교육을 좀먹고 있을까. 전교조가 날이면 날마다 ‘교원평가 결사반대’를 외쳐대는 것도 이런 ‘충성스러운 회원 보호’ 말고 거기 무슨 뜻이 담겨 있겠는가.
[중앙일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왜 침묵하나
북한의 대포동 2호 신형 미사일 발사 위협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무책임하다 못해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고 하는지 심각한 우려마저 갖게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동향이 포착된 후 미국.일본은 연일 고위 당국자가 나서 북한에 경고했다. 미국은 유엔을 통한 제재를 거론하면서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일본은 조총련의 대북 송금 금지 등 각종 제재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 정부는 한가한 소리만 해왔다. "미사일 발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북한에 촉구한다"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게 고작이었다. 북한의 이번 위협이 남북관계나 한반도 정세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지는 정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일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북한엔 심각한 불이익이 갈 것이라는 점을 단호하게 경고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그러나 이 정권은 어떻게 대응했는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 징후를 알면서도 장성급 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협의할 수 있다'는 신호를 북측에 보냈다. '군사적 신뢰 구축 전 논의 불가'라는 기존 방침을 포기한 또 하나의 북한 비위 맞추기였다. 반미(反美)와 친북(親北)으로 무장한 세력들이 참가한 '6.15 기념대회'에 이종석 통일부 장관 등 정부 대표단이 참석한 것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말로는 '민족공조'를 외치면서도, 뒤에선 미사일 발사 위협을 준비해 왔다. 그런데 남측의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도 겸하고 있는 통일부 장관이 이러한 정황을 알면서도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는 대회에 참석한 것이다.
우리의 선의(善意)와 지원을 무시한 북의 미사일 위협에 국민은 걱정과 함께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물론, 관련 장관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정상회담 때문인가, 아니면 북한에 뭔가 말 못할 책을 잡혔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제라도 북한에 '미사일 발사 중지'를 엄중히 요구해야 한다.
[경향신문] 우려스러운 ‘수도권 대통합론’ 논란
수도권의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이 내놓은 이른바 ‘수도권 대통합론’이 수도권과 비(非)수도권의 대립이라는 걱정스러운 사태를 야기하고 있다. 서울과 인천, 경기의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이 수도권 공동의 정책 개발과 실천을 위해 ‘수도권 협의회’를 설치키로 합의한 데 대해 비수도권 광역단체들과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반발은 ‘수도권 대통합론’이 결국은 수도권에 대한 대대적 규제 완화의 수단이 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 실제 ‘대(大)수도론’을 제안한 김문수 경기지사 당선자는 “수도권 과밀집중이 무조건 나쁘다는 생각은 허구”라거나 “지방에 뜯어먹기로 나눠주는 식으로 규제해 국부가 유출되고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대대적 규제 완화가 수도권 대통합론의 근간임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 수도권의 집중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 우리나라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의 인구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한다. 국가 전체 공업생산량의 60%, 30대 대기업 본사의 80%, 금융거래와 조세수입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교육과 의료, 문화 시설의 집중은 이보다 심대하다. 이같은 집중과 과밀화는 한편으로는 집값 폭등, 교통체증, 환경 악화 등 수도권 주민의 삶의 질을 악화시켜 왔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방의 소외와 낙후를 가속화시켜 왔다.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은 특정 정권의 차원이 아닌 시대적 요구가 되고 있다. 수도권 광역단체들의 협력은 환경과 교통, 복지 등 질적 발전에 맞춰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수도권의 이기(利己)에 바탕한, 수도권의 무한 개발과 성장에 맞춰진다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립이라는 국론분열을 초래하고 국토균형발전의 대의를 송두리째 흔드는 재앙이 될 수 있다.
[한국일보] 외환은행 매각 불가피하지 않았다니
외환은행이 경영진의 고의적인 부실 부풀리기와 당국의 일방적 편들기로 인해 헐값에 팔렸다는 감사원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싸게 판 것 자체도 문제지만 더 놀라운 것은 매각이 불가피할 만큼 위기상황이 아니었다는 결론이다.
당시 외환은행을 매각하지 않으면 부도가 불가피했으며, 이 경우 금융위기로 번질 위험성이 있었다는 금융당국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다. 감사원은 "외환은행이 당장 부도위기에 직면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판단되며, 외환카드 문제 해결을 위해 매각이 불가피했다는 은행측 설명도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못박았다.
감사결과에 의하면 헐값 매각의 주역은 부실을 과장해 가격을 낮춘 이강원 전 행장 등 외환은행 관계자들이며, 정부는 이 주장을 검증 없이 수용해 론스타가 인수할 수 있도록 막후에서 지원하는 조연 역할을 했다.
특히 이 전 행장은 부실을 최대한 실사 결과에 반영하도록 회계법인에 압력을 가하고, 매각 주간사에도 부실을 추가해 가격을 산출토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마디로 은행 경영진과 정부, 매각 주간사와 회계법인 등 모든 매각 관계자들이 한통속이 되어 대표적 국책은행을 외국계 펀드에 헐값으로 팔아치운 셈이니 그 도덕적 해이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 발표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둘러싼 의혹을 완전히 규명하지는 못했다. 금융계 관행상 행장 등 은행 관계자들이 헐값 매각을 주도했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매각 결정의 진정한 몸통을 포함한 매각의 진실은 앞으로 검찰 수사에 의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매각 당시 론스타의 법률자문회사인 '김&장' 고문으로 재직했던 이헌재 전 부총리에 대한 검찰의 계좌추적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매각 시점을 전후해 이뤄진 이 전 부총리에 대한 외환은행의 대출과 매각의 연관성을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당국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에 드러난 자의적 금융기관 매각 처리 과정에 대한 문제점도 전면 보완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신문] 일보 전진했지만 한계 여전한 공영형 혁신학교
교육부는 평준화 정책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공영형 혁신학교(혁신고) 시범운영 방안을 어제 발표했다.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등 자율학교와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실험에 이어 새로운 고교교육 실험을 하나 더 하기로 한 셈이다.
새 실험은 앞선 실험들이 수월성 교육에 대한 일부 학부모의 바람을 충족시켰지만 평준화 정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실제 외국어고는 외국어 전문인력을 양성하기보다는 입시명문으로 변질됐고, 자사고 역시 입시명문을 지향하는데다 수업료 부담이 커 ‘귀족학교’를 허용한 꼴이 됐다.
혁신고는 일반고교 수준의 학비로 높은 수준의 수월성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교육부나 자치단체(공립) 또는 사학재단(사립)이 설립하고 재정을 지원하되 운영은 교육·문화·예술 민간단체나 대학 등에 위탁한다. 운영자에겐 교육과정 결정, 예산편성 및 인사, 학생 선발 등에서 상당한 자율성이 허용된다. 교장도 공모제로 선출하고 학년제도 없앨 수 있다. 가정 형편 때문에 교육의 기회가 제한된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국은 이런 특징을 고려해 혁신고를 평준화 보완책의 중심에 놓고자 하고 있다. 2008년부터 특목고의 학생선발 단위를 시·도 단위로 제한하고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운영을 할 경우 학군 안으로 더 제한하겠다고 한 것이나, 지금과 같은 형태의 자사고는 더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이런 의지를 반영한다.
문제는 혁신고 역시 입시 명문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교육 당국은 학생 선발에서 필답고사를 금지하겠다고 했다. 또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우선 설립하고, 4년마다 계약을 갱신하겠다고도 했다. 부작용을 염두에 둔 배려다. 그러나 지금의 특목고나 자사고도 필답고사를 치르지 않도록 돼 있지만 특목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의 폐해는 심각하다. 학교에 주어진 자율성은 입시교육을 강화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이런 결과는 평준화 정책과 수월성 교육이라는 모순된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데서 비롯된다. 어떤 제도가 도입되건 대학이 서열화한 상황에서 두 가치의 충돌은 피하기 힘들다. 따라서 대학 특성화 등 대학에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지 않고는 실효를 거두기 어려움을 당국은 마음에 새겨야 한다.
[동아일보]‘과거 탓’ 말고 중국의 ‘한국 배우기’를 보라
홍콩의 시사 잡지 야저우(亞洲)주간이 “중국은 한국의 성공과 장점을 총체적으로 본보기 삼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중국이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연 35만 명의 공무원을 파견하기로 한 사실을 들면서 ‘미국 제국주의의 앞잡이이자 적(敵)’이던 한국이 오늘날 중국 8억 농민의 운명을 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농촌의 빈부 격차를 해소했으면서도 신토불이(身土不二)의 정체성(正體性)을 꿋꿋이 유지하고, 세계화에 성공한 한국을 높이 평가했다. 나아가 중국 인민은 한국인의 애국심과 부패 척결(剔抉)을 배우고, 한국이 ‘헤어진 형제’인 북한을 대하는 자세에서 대만과의 양안(兩岸) 문제의 해결 방향을 찾으라고 호소했다.
노무현 정부에 의해 ‘기회주의자가 득세한 역사’로 부정되어 온 과거 정권의 행적이 이웃 중국의 귀감(龜鑑)이 되고 있다는 증빙이다. 우리의 ‘과거’는 수치스러운 청산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 따라 배우는 ‘본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날 보도된 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쓴소리’는 한층 정곡을 찌른다.
남 전 총리는 한국선진화포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현 정부가 숱한 문제를 과거 정권 탓으로 돌리려 할 뿐, 사회보장 개선을 위해 해 놓은 게 무엇이냐”고 힐난했다. 그는 “정부가 소득 격차를 줄이는 방안은커녕 오히려 사회 분열을 조장, 적대적(敵對的) 관계를 함축하는 양극화 타령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면서 “사실과 다른 허수아비(정치적 타깃)를 만들어 놓고 그것을 때리는 허구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권의 무능과 실책을 과거 정권 탓으로 떠넘기고, 민심 이반을 ‘수구 꼴통의 저항’으로 몰아붙여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과거 정권의 잘잘못은 오히려 이웃 나라 중국에서 더 객관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제라도 편 가르고 적개심 부추겨서 정국을 돌파하려는 술수에서 벗어나 참으로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정권으로 남을 길을 모색해야 한다.
[조선일보] 전교조 출신 이런 교사
경기도 부천의 한 고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國旗국기에 대한 경례와 병역을 거부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이 학교 학부모 140명이 경기도 교육청에 진정서를 내 알려진 사실이다. 3학년 국어과목을 맡고 있는 이 교사는 작년까지 전교조 부천시 중등지회장을 지낸 교사다. 그는 수업시간에 “국기에 대한 경례는 민족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것인데, 우리가 민족에 충성할 이유가 있느냐”며 자기는 경례를 하지 않는다고 자랑하곤 했다고 한다. 그는 또 “남북통일을 앞둔 시대에 군대에서 살인기술과 복종의 문화만 배우기 때문에 되도록 안 가는 게 좋다”고 가르쳤다고 한다. 이 ‘똑똑한’ 교사는 어쩌면 으스대며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들었을지 모른다.
미국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둘러싼 違憲위헌 논란이 있고 과거 일본에서 일부 교사의 ‘기미가요’(일본국가)와 ‘히노마루’(일본국기) 거부가 이슈가 됐던 시절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논란은 맹세 그 자체가 아니라 다양한 종교의 자유를 헌법정신으로 하고 있는 나라에서 ‘하나님 가호 아래’라는 글귀가 기독교 이외의 종교를 배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종교자유 차원 논쟁이고, 일본의 기미가요와 히노마루 거부는 천황 神格化신격화와 그 국가와 국기 아래 아시아 나라를 짓밟았던 侵略史침략사에 대한 반성의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겉똑똑이’ 교사의 국기에 대한 거부는 이유도 논리도 아리송하다.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는 전교조에서 지회장까지 지낸 교사가 “민족에 충성할 필요가 없다”는 건 도대체 무슨 뜻일까. 내일 모레면 국방의 의무를 치르러 갈 제자들에게 “할 수만 있으면 군대를 빠지라”고 가르치는 건 또 무슨 속셈일까. 그런 그가 때로는 “어젯밤에 병원 파업농성에 동참하고 왔더니 졸리다”는 식으로 아까운 수업시간을 거리낌없이 축내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이런 교사조차 속수무책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게 이 나라 교육의 현실이다. 보다 보다 못해 140명이나 되는 학부모들이 진정서까지 냈는데도 교육청이 그 사이 한 일이라곤 형식적인 장학지도 한 번이 고작이었다. 전교조 우산 아래 얼마나 많은 이런 不適格부적격·無能무능 교사들이 대한민국의 교육을 좀먹고 있을까. 전교조가 날이면 날마다 ‘교원평가 결사반대’를 외쳐대는 것도 이런 ‘충성스러운 회원 보호’ 말고 거기 무슨 뜻이 담겨 있겠는가.
[중앙일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왜 침묵하나
북한의 대포동 2호 신형 미사일 발사 위협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무책임하다 못해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고 하는지 심각한 우려마저 갖게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동향이 포착된 후 미국.일본은 연일 고위 당국자가 나서 북한에 경고했다. 미국은 유엔을 통한 제재를 거론하면서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일본은 조총련의 대북 송금 금지 등 각종 제재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 정부는 한가한 소리만 해왔다. "미사일 발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북한에 촉구한다"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게 고작이었다. 북한의 이번 위협이 남북관계나 한반도 정세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지는 정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일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북한엔 심각한 불이익이 갈 것이라는 점을 단호하게 경고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그러나 이 정권은 어떻게 대응했는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 징후를 알면서도 장성급 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협의할 수 있다'는 신호를 북측에 보냈다. '군사적 신뢰 구축 전 논의 불가'라는 기존 방침을 포기한 또 하나의 북한 비위 맞추기였다. 반미(反美)와 친북(親北)으로 무장한 세력들이 참가한 '6.15 기념대회'에 이종석 통일부 장관 등 정부 대표단이 참석한 것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말로는 '민족공조'를 외치면서도, 뒤에선 미사일 발사 위협을 준비해 왔다. 그런데 남측의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도 겸하고 있는 통일부 장관이 이러한 정황을 알면서도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는 대회에 참석한 것이다.
우리의 선의(善意)와 지원을 무시한 북의 미사일 위협에 국민은 걱정과 함께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물론, 관련 장관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정상회담 때문인가, 아니면 북한에 뭔가 말 못할 책을 잡혔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제라도 북한에 '미사일 발사 중지'를 엄중히 요구해야 한다.
[경향신문] 우려스러운 ‘수도권 대통합론’ 논란
수도권의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이 내놓은 이른바 ‘수도권 대통합론’이 수도권과 비(非)수도권의 대립이라는 걱정스러운 사태를 야기하고 있다. 서울과 인천, 경기의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이 수도권 공동의 정책 개발과 실천을 위해 ‘수도권 협의회’를 설치키로 합의한 데 대해 비수도권 광역단체들과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반발은 ‘수도권 대통합론’이 결국은 수도권에 대한 대대적 규제 완화의 수단이 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 실제 ‘대(大)수도론’을 제안한 김문수 경기지사 당선자는 “수도권 과밀집중이 무조건 나쁘다는 생각은 허구”라거나 “지방에 뜯어먹기로 나눠주는 식으로 규제해 국부가 유출되고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대대적 규제 완화가 수도권 대통합론의 근간임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 수도권의 집중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 우리나라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의 인구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한다. 국가 전체 공업생산량의 60%, 30대 대기업 본사의 80%, 금융거래와 조세수입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교육과 의료, 문화 시설의 집중은 이보다 심대하다. 이같은 집중과 과밀화는 한편으로는 집값 폭등, 교통체증, 환경 악화 등 수도권 주민의 삶의 질을 악화시켜 왔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방의 소외와 낙후를 가속화시켜 왔다.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은 특정 정권의 차원이 아닌 시대적 요구가 되고 있다. 수도권 광역단체들의 협력은 환경과 교통, 복지 등 질적 발전에 맞춰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수도권의 이기(利己)에 바탕한, 수도권의 무한 개발과 성장에 맞춰진다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립이라는 국론분열을 초래하고 국토균형발전의 대의를 송두리째 흔드는 재앙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