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6월 13일 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6. 13. 12:07
2006년 6월 13일 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한미 FTA협성, 정밀하게 새 전략 짜야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본협상에서 미국이 교육 및 의료 시장 개방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매우 뜻밖이다. 그 동안 국내 반 FTA 단체들은 두 분야가 전면 개방될 경우 공교육과 공적 건강보험 시스템이 무너지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반대 명분으로 삼아온 터이다.
개방을 요구할 생각이 없더라도 협상에서 압박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를 미국이 스스로 던져버린 이유가 궁금하다. 한국 내에서 거세지고 있는 반대여론을 의식해 양보의 모양새를 취하려는 것으로 우리측은 해석하고 있다.
농업 못지않은 파장이 우려되는 교육과 의료 서비스시장을 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시장보호 측면에서만 보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교육 의료 금융 통신 등 서비스시장 개방은 한미 FTA 찬성론의 주된 명분이었다.
상품시장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서비스 개방을 통해 얻게 되는 경제 고도화 같은 무형의 이익이 대단히 크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국정연설에서 "대학교육과 의료서비스는 고급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분야이므로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개방해야 한다"고 개방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교육시장이 개방될 경우 유학 연수비용으로 한해 100억 달러를 쓰고 이산가족을 양산하는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미국이 개방을 요구하지 않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에 진출하면 미국으로 찾아오는 교육 수요를 줄여 결과적으로 손해라는 계산이다. 의료시장 역시 미국의 의료비가 한국보다 매우 높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미국의 속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나 한미 FTA는 물론, 경제자유구역의 외국 교육기관 진입까지 극력 반대해온 시민단체들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미국과 같은 강한 상대와 협상을 하면서 상대 전략에 대한 정보마저 부실하다면 국익을 지킬 수 없다. 만반의 대비를 거쳐 7월 서울에서 열리는 2차 협상에 임하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회적 합의 무산시킨 교육개혁의 암초들
교장 공모제 도입을 뼈대로 한 교원승진제 개선 합의 시안은 그 형식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갈등하던 전교조와 교총, 시민사회단체, 학부모단체 출신의 교육혁신위 교원정책특위 위원들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실천 가능한 공통분모를 도출해 성안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규모였지만, 사회적 합의로 손색이 없는 시안이었다.
그러나 이 합의안은 얼마 전 교원정책특위 전체회의에서 부결됐다. 표면상 대학이나 연구소 출신의 전문가 집단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지만, 이런 결과를 낳게 한 데에는 교육부나 교총이 크게 기여했고, 전교조의 방관도 힘이 됐다. 이해 충돌이 특히 격렬한 교육계에서 사회적 합의만큼 유효한 수단은 없는데, 집단의 이익과 고집이 교육적 합의를 봉쇄한 것이다.
합의 시안은, 교장공모제의 경우 초기 2년 동안 교육청별 초·중등 2개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가 학부모 총회의 동의를 거쳐 도입하도록 했으며, 나머지 학교는 현행 교원승진제를 개선해 실시하도록 했다. 이들은 근무평정제 등 현행 교원승진제도의 문제점에 공감했고, 학교 사회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보직형 교장제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런 공감대 위에서 장차 교육계에 거대한 폭풍을 몰아올 교장공모제의 단계적 도입에 합의했던 것이다.
그러나 전체회의가 열리던 날 교육부는 합의 시안에 반대하는 이유를 담은 자료를 특위 위원들에게 배포했다. 교육부는 그동안 현 제도를 약간 변형한 초빙교장제를 추진했다. 교장 교감이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한계를 반영한 것으로 지적됐다. 교총은 현 교장자격증제의 유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전문가 집단은 세부 내용과 절차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전교조는 그저 완벽한 학교자치만을 요구했다. 각자 철학과 이해는 달랐지만, 결과적으로 교장 공모제 저지에 연합했다.
합의 시안을 제시한 이들은 어제 특위를 떠났다. 교장공모제 도입을 통해 교원평가와 근평제도 개선, 성과급 차등지급 등 현안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려 했던 이들의 기대도 유보됐다. 그렇다고 이를 막아선 교육부, 교총, 전문가 집단과 전교조가 새로운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혁신위 본회의에 기대를 걸기도 하지만, 새 합의를 도출할 지는 미지수다. 사회적 합의의 거부로 인해 교육개혁은 더 깊은 수렁에 빠져버린 것이다.
[동아일보] 미국이 교육·의료시장 개방을 요구 않는 이유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에서 한국의 교육과 의료서비스 시장 개방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수많은 한국인이 유학이나 병 치료를 위해 미국에 ‘와서 돈을 써 주니’ 굳이 한국시장에 진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 덕분에 미국의 숙박, 관광, 쇼핑업체들까지 덩달아 호황을 누린다. 그러니 한국시장의 거미줄 같은 규제와 한국인들의 과잉경계(警戒)에 시달리면서 한국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는 “미국은 교육 및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한국의 비영리법인 제도 변경에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당연한 일이다. 미국이 한국의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우리 정부가 국내 서비스시장에서의 고급 수요를 무시하고 ‘평등을 위한 규제’를 계속하는 한 국내 서비스산업의 질은 떨어지고 미국 서비스시장에 대한 한국인의 선호와 직접 구매는 늘어나게 돼 있다.
한미 FTA 반대론자들은 시장개방으로 민영의료법인과 외국교육기관을 허가하면 공영의료보험과 공교육 시스템이 무너진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소비의 국제화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국내 서비스산업을 규제하면 할수록 국내 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유층은 해외서비스를 직접 구매하면 되지만 중산층, 서민층은 질 낮은 국내 서비스를 강매당할 수밖에 없고 결국 국내 서비스산업은 더 무너지는 악순환이 빚어진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교육수지 적자는 34억 달러(약 3조 원)에 달했다. 의료수지 적자도 4억 달러로 추산된다. 전체 서비스 수지는 131억 달러 적자였다. 올해도 1분기에 벌써 50억 달러 적자다. 의료산업 경쟁력은 미국의 26%, 일본의 38%에 불과하다는 것이 삼성의료경영연구소 등의 분석이다. 정부는 한미 FTA 체결을 교육·의료시장 경쟁력 강화의 지렛대로 삼을 계획이었지만 어렵게 됐다.
우리 스스로 개혁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집단이기주의 세력에 맞서 교육과 의료분야에 경쟁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공공의료와 공교육의 질을 높이면서 고급 수요를 충족시킬 민영 의료법인과 교육기관을 허용해야 한다. 이런 것이 바로 중산·서민층을 위한 일이다.
[조선일보] 한국이 버린 새마을운동 중국이 떠받든다
중국 정부가 새마을운동을 배우라고 3년간 3만명의 공무원을 한국에 보낼 것이라고 한다. 장기적으론 공무원 35만명을 한국에서 硏修연수받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 2월엔 후진타오 주석 등 최고지도부가 31개 省성·市시 간부 200명과 일주일 合宿합숙하면서 새마을운동의 역사와 성공요인을 학습했다. 중국은 세계 4위 경제대국으로 도약했지만 농민 소득이 도시 근로자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都도·農농격차로 고심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한국 새마을운동이 낙후한 농민·농업·농촌의 ‘3農농문제’를 극복해낼 정책 모델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아프리카 많은 나라가 새마을운동을 배워갔다. 새마을 관련조직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연수받고 돌아간 각국 공무원과 농민이 160여개국 4만명에 이른다. 북한 김정일조차 새마을사업이 한국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바깥 시각은 이런데도 정작 나라 안에선 새마을운동이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농촌의 겉모양을 바꾸는 데 置重치중했다’고 쓴 근·현대사 교과서를 토대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바로 그 교과서가 북한의 천리마운동은 ‘대중의 열정을 끌어내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커다란 역할을 한’ 성공적 운동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한 마디로 중국의 開放개방과 발전 지향의 사회주의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 한국 守舊수구 左派좌파의 눈엔 거꾸로 보인다는 말이다.
정부는 새마을운동 첫해인 1970년 3만5000개 마을에 335부대씩 시멘트를 나눠주면서 마을길 넓히고 다리 세우고 창고를 지으라고 장려했다. 이듬해엔 성과가 좋았던 1만6000곳을 골라 시멘트와 철근을 추가로 나눠줬고 성과 없는 마을엔 지원을 끊었다. 경쟁을 통해 농민들의 마을 살리기 의욕을 북돋운 것이다. 국토균형발전이니 뭐니 해가며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라고 해서 곳곳에 국민 稅金세금만 뿌려대는 이 정권과는 달랐다.
중국이 우리에게서 배운 새마을정신으로 사회통합을 이루고 그걸 디딤돌 삼아 압도적 경제력으로 한국시장에 밀고 들어올 때 ‘새마을운동 깎아내리기’에 골몰했던 사람들은 모두 꽁무니를 내리고 시치미를 뗄 게 분명하다.
[중앙일보] 선거 결과 수용한다면 사학법 재개정하라
개정 사학법의 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사학재단이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 등은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불복종 운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이들은 개정 사학법에 따른 정관 개정도 거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오늘 개정 사학법 시행령을 확정.공포해 7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와 사학재단.종교단체가 정면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이 문제는 지난해 12월 열린우리당이 사학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하면서 시작됐다. 한나라당이 이에 반발해 장외투쟁에 나섰고, 여야 원내대표회담에서 사학법 재개정 논의에 합의하면서 풀리는 듯했다. 그러나 4개월이 넘도록 논의다운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 지난 4월 말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타협을 권고했지만 여당은 당일로 의원총회를 열어 이를 거부해 버렸다. 사학을 권력으로 휘어잡겠다는 잘못된 발상과 오만이 빚어낸 결과였다. 선거가 패배로 끝난 지금 열린우리당은 지난 행동을 반성해야 한다.
개정 사학법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 이사 취임승인 취소 요건과 임시이사 파견 요건의 확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비리 사학법인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건전한 사학법인에도 개방형 이사의 참여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건학 이념과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작은 분규만 있어도 교육부가 쉽게 임시이사를 파견할 수 있게 된 것은 사학재단의 존립을 위협하는 독소조항이다. 종교단체들이 개정 사학법에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 심판을 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시간도 없다. 특히 5.31 선거 결과는 열린우리당에 독선의 정치에 대한 경고를 한 바 있다. 그렇다면 선거 이후 처음 열리는 6월 임시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이 앞장서서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말로만 선거 결과를 반성하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경향신문] 한국 정부가 노근리 진상 은폐 나섰다니
한국 국방부가 노근리 진상 조사 과정에서 미국의 잘못을 감싸고 북한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노력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건들이 발견됐다. 국방부가 작성했던 ‘노근리 사건 진상 조사 진행상황’(1999년 12월), ‘노근리 사건 사후 처리방향 구상’(2000년 4월) 등은 우리 정부의 진실 은폐 개연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국방부 문건들은 정부가 진상조사 시작단계부터 시종 노근리 사건에 대해 미국의 책임을 희석시키는 대신 북한의 책임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예로 ‘사후 처리방향 구상’ 문건의 경우 미국의 대응 불가피성과 함께 북한의 전쟁 도발로 1백만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사실만 강조하고 있다. 6·25 전쟁에 대한 궁극적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킴으로써 노근리 사건 진상을 흐리게 만들겠다는 국방부의 의도가 엿보인다.
물론 몇몇 문건만으로 바로 국방부가 진상을 은폐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 그러나 진상 조사과정에서 이미 정부의 미봉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남북한과 미국 사이에는 북·미 관계개선을 둘러싸고 활발한 움직임이 있었다. 당연히 노근리 사건 진상조사는 한·미 정부에 큰 부담이었다. 이번에 발굴된 문건들은 다분히 당시 의혹을 뒷받침한다.
노근리 사건은 진상 조사가 끝난 지 만 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 이유는 지금껏 명쾌하게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은폐 의혹을 벗기 위해서라도 당장 노근리 사건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말 AP 통신이 이른바 ‘무초 대사 서한’을 보도했을 때 미국에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미국에 한번 물어보는 정도로는 진상을 확인할 수 없다. 정부는 우선 조사에 참여했던 우리측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신속한 진상규명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일보] 한미 FTA협성, 정밀하게 새 전략 짜야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본협상에서 미국이 교육 및 의료 시장 개방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매우 뜻밖이다. 그 동안 국내 반 FTA 단체들은 두 분야가 전면 개방될 경우 공교육과 공적 건강보험 시스템이 무너지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반대 명분으로 삼아온 터이다.
개방을 요구할 생각이 없더라도 협상에서 압박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를 미국이 스스로 던져버린 이유가 궁금하다. 한국 내에서 거세지고 있는 반대여론을 의식해 양보의 모양새를 취하려는 것으로 우리측은 해석하고 있다.
농업 못지않은 파장이 우려되는 교육과 의료 서비스시장을 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시장보호 측면에서만 보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교육 의료 금융 통신 등 서비스시장 개방은 한미 FTA 찬성론의 주된 명분이었다.
상품시장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서비스 개방을 통해 얻게 되는 경제 고도화 같은 무형의 이익이 대단히 크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국정연설에서 "대학교육과 의료서비스는 고급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분야이므로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개방해야 한다"고 개방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교육시장이 개방될 경우 유학 연수비용으로 한해 100억 달러를 쓰고 이산가족을 양산하는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미국이 개방을 요구하지 않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에 진출하면 미국으로 찾아오는 교육 수요를 줄여 결과적으로 손해라는 계산이다. 의료시장 역시 미국의 의료비가 한국보다 매우 높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미국의 속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나 한미 FTA는 물론, 경제자유구역의 외국 교육기관 진입까지 극력 반대해온 시민단체들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미국과 같은 강한 상대와 협상을 하면서 상대 전략에 대한 정보마저 부실하다면 국익을 지킬 수 없다. 만반의 대비를 거쳐 7월 서울에서 열리는 2차 협상에 임하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회적 합의 무산시킨 교육개혁의 암초들
교장 공모제 도입을 뼈대로 한 교원승진제 개선 합의 시안은 그 형식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갈등하던 전교조와 교총, 시민사회단체, 학부모단체 출신의 교육혁신위 교원정책특위 위원들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실천 가능한 공통분모를 도출해 성안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규모였지만, 사회적 합의로 손색이 없는 시안이었다.
그러나 이 합의안은 얼마 전 교원정책특위 전체회의에서 부결됐다. 표면상 대학이나 연구소 출신의 전문가 집단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지만, 이런 결과를 낳게 한 데에는 교육부나 교총이 크게 기여했고, 전교조의 방관도 힘이 됐다. 이해 충돌이 특히 격렬한 교육계에서 사회적 합의만큼 유효한 수단은 없는데, 집단의 이익과 고집이 교육적 합의를 봉쇄한 것이다.
합의 시안은, 교장공모제의 경우 초기 2년 동안 교육청별 초·중등 2개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가 학부모 총회의 동의를 거쳐 도입하도록 했으며, 나머지 학교는 현행 교원승진제를 개선해 실시하도록 했다. 이들은 근무평정제 등 현행 교원승진제도의 문제점에 공감했고, 학교 사회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보직형 교장제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런 공감대 위에서 장차 교육계에 거대한 폭풍을 몰아올 교장공모제의 단계적 도입에 합의했던 것이다.
그러나 전체회의가 열리던 날 교육부는 합의 시안에 반대하는 이유를 담은 자료를 특위 위원들에게 배포했다. 교육부는 그동안 현 제도를 약간 변형한 초빙교장제를 추진했다. 교장 교감이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한계를 반영한 것으로 지적됐다. 교총은 현 교장자격증제의 유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전문가 집단은 세부 내용과 절차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전교조는 그저 완벽한 학교자치만을 요구했다. 각자 철학과 이해는 달랐지만, 결과적으로 교장 공모제 저지에 연합했다.
합의 시안을 제시한 이들은 어제 특위를 떠났다. 교장공모제 도입을 통해 교원평가와 근평제도 개선, 성과급 차등지급 등 현안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려 했던 이들의 기대도 유보됐다. 그렇다고 이를 막아선 교육부, 교총, 전문가 집단과 전교조가 새로운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혁신위 본회의에 기대를 걸기도 하지만, 새 합의를 도출할 지는 미지수다. 사회적 합의의 거부로 인해 교육개혁은 더 깊은 수렁에 빠져버린 것이다.
[동아일보] 미국이 교육·의료시장 개방을 요구 않는 이유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에서 한국의 교육과 의료서비스 시장 개방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수많은 한국인이 유학이나 병 치료를 위해 미국에 ‘와서 돈을 써 주니’ 굳이 한국시장에 진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 덕분에 미국의 숙박, 관광, 쇼핑업체들까지 덩달아 호황을 누린다. 그러니 한국시장의 거미줄 같은 규제와 한국인들의 과잉경계(警戒)에 시달리면서 한국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는 “미국은 교육 및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한국의 비영리법인 제도 변경에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당연한 일이다. 미국이 한국의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우리 정부가 국내 서비스시장에서의 고급 수요를 무시하고 ‘평등을 위한 규제’를 계속하는 한 국내 서비스산업의 질은 떨어지고 미국 서비스시장에 대한 한국인의 선호와 직접 구매는 늘어나게 돼 있다.
한미 FTA 반대론자들은 시장개방으로 민영의료법인과 외국교육기관을 허가하면 공영의료보험과 공교육 시스템이 무너진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소비의 국제화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국내 서비스산업을 규제하면 할수록 국내 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유층은 해외서비스를 직접 구매하면 되지만 중산층, 서민층은 질 낮은 국내 서비스를 강매당할 수밖에 없고 결국 국내 서비스산업은 더 무너지는 악순환이 빚어진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교육수지 적자는 34억 달러(약 3조 원)에 달했다. 의료수지 적자도 4억 달러로 추산된다. 전체 서비스 수지는 131억 달러 적자였다. 올해도 1분기에 벌써 50억 달러 적자다. 의료산업 경쟁력은 미국의 26%, 일본의 38%에 불과하다는 것이 삼성의료경영연구소 등의 분석이다. 정부는 한미 FTA 체결을 교육·의료시장 경쟁력 강화의 지렛대로 삼을 계획이었지만 어렵게 됐다.
우리 스스로 개혁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집단이기주의 세력에 맞서 교육과 의료분야에 경쟁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공공의료와 공교육의 질을 높이면서 고급 수요를 충족시킬 민영 의료법인과 교육기관을 허용해야 한다. 이런 것이 바로 중산·서민층을 위한 일이다.
[조선일보] 한국이 버린 새마을운동 중국이 떠받든다
중국 정부가 새마을운동을 배우라고 3년간 3만명의 공무원을 한국에 보낼 것이라고 한다. 장기적으론 공무원 35만명을 한국에서 硏修연수받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 2월엔 후진타오 주석 등 최고지도부가 31개 省성·市시 간부 200명과 일주일 合宿합숙하면서 새마을운동의 역사와 성공요인을 학습했다. 중국은 세계 4위 경제대국으로 도약했지만 농민 소득이 도시 근로자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都도·農농격차로 고심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한국 새마을운동이 낙후한 농민·농업·농촌의 ‘3農농문제’를 극복해낼 정책 모델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아프리카 많은 나라가 새마을운동을 배워갔다. 새마을 관련조직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연수받고 돌아간 각국 공무원과 농민이 160여개국 4만명에 이른다. 북한 김정일조차 새마을사업이 한국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바깥 시각은 이런데도 정작 나라 안에선 새마을운동이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농촌의 겉모양을 바꾸는 데 置重치중했다’고 쓴 근·현대사 교과서를 토대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바로 그 교과서가 북한의 천리마운동은 ‘대중의 열정을 끌어내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커다란 역할을 한’ 성공적 운동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한 마디로 중국의 開放개방과 발전 지향의 사회주의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 한국 守舊수구 左派좌파의 눈엔 거꾸로 보인다는 말이다.
정부는 새마을운동 첫해인 1970년 3만5000개 마을에 335부대씩 시멘트를 나눠주면서 마을길 넓히고 다리 세우고 창고를 지으라고 장려했다. 이듬해엔 성과가 좋았던 1만6000곳을 골라 시멘트와 철근을 추가로 나눠줬고 성과 없는 마을엔 지원을 끊었다. 경쟁을 통해 농민들의 마을 살리기 의욕을 북돋운 것이다. 국토균형발전이니 뭐니 해가며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라고 해서 곳곳에 국민 稅金세금만 뿌려대는 이 정권과는 달랐다.
중국이 우리에게서 배운 새마을정신으로 사회통합을 이루고 그걸 디딤돌 삼아 압도적 경제력으로 한국시장에 밀고 들어올 때 ‘새마을운동 깎아내리기’에 골몰했던 사람들은 모두 꽁무니를 내리고 시치미를 뗄 게 분명하다.
[중앙일보] 선거 결과 수용한다면 사학법 재개정하라
개정 사학법의 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사학재단이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 등은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불복종 운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이들은 개정 사학법에 따른 정관 개정도 거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오늘 개정 사학법 시행령을 확정.공포해 7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와 사학재단.종교단체가 정면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이 문제는 지난해 12월 열린우리당이 사학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하면서 시작됐다. 한나라당이 이에 반발해 장외투쟁에 나섰고, 여야 원내대표회담에서 사학법 재개정 논의에 합의하면서 풀리는 듯했다. 그러나 4개월이 넘도록 논의다운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 지난 4월 말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타협을 권고했지만 여당은 당일로 의원총회를 열어 이를 거부해 버렸다. 사학을 권력으로 휘어잡겠다는 잘못된 발상과 오만이 빚어낸 결과였다. 선거가 패배로 끝난 지금 열린우리당은 지난 행동을 반성해야 한다.
개정 사학법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 이사 취임승인 취소 요건과 임시이사 파견 요건의 확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비리 사학법인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건전한 사학법인에도 개방형 이사의 참여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건학 이념과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작은 분규만 있어도 교육부가 쉽게 임시이사를 파견할 수 있게 된 것은 사학재단의 존립을 위협하는 독소조항이다. 종교단체들이 개정 사학법에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 심판을 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시간도 없다. 특히 5.31 선거 결과는 열린우리당에 독선의 정치에 대한 경고를 한 바 있다. 그렇다면 선거 이후 처음 열리는 6월 임시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이 앞장서서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말로만 선거 결과를 반성하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경향신문] 한국 정부가 노근리 진상 은폐 나섰다니
한국 국방부가 노근리 진상 조사 과정에서 미국의 잘못을 감싸고 북한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노력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건들이 발견됐다. 국방부가 작성했던 ‘노근리 사건 진상 조사 진행상황’(1999년 12월), ‘노근리 사건 사후 처리방향 구상’(2000년 4월) 등은 우리 정부의 진실 은폐 개연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국방부 문건들은 정부가 진상조사 시작단계부터 시종 노근리 사건에 대해 미국의 책임을 희석시키는 대신 북한의 책임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예로 ‘사후 처리방향 구상’ 문건의 경우 미국의 대응 불가피성과 함께 북한의 전쟁 도발로 1백만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사실만 강조하고 있다. 6·25 전쟁에 대한 궁극적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킴으로써 노근리 사건 진상을 흐리게 만들겠다는 국방부의 의도가 엿보인다.
물론 몇몇 문건만으로 바로 국방부가 진상을 은폐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 그러나 진상 조사과정에서 이미 정부의 미봉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남북한과 미국 사이에는 북·미 관계개선을 둘러싸고 활발한 움직임이 있었다. 당연히 노근리 사건 진상조사는 한·미 정부에 큰 부담이었다. 이번에 발굴된 문건들은 다분히 당시 의혹을 뒷받침한다.
노근리 사건은 진상 조사가 끝난 지 만 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 이유는 지금껏 명쾌하게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은폐 의혹을 벗기 위해서라도 당장 노근리 사건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말 AP 통신이 이른바 ‘무초 대사 서한’을 보도했을 때 미국에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미국에 한번 물어보는 정도로는 진상을 확인할 수 없다. 정부는 우선 조사에 참여했던 우리측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신속한 진상규명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