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6월 2일 금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6. 2. 12:35

2006년 6월 2일 금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5·31 민의는 '국민이 편해지는 국정'

 

노무현 정권이 5ㆍ31 지방선거 참패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은 선거 결과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밖에 없다. 정권과 여당에 대한 철저한 외면, 그것이 분출된 국민의 뜻이라면 그 원인을 해소하고 민심에 부응하는 것 외에 달리 가능한 길이 없다는 얘기다.

어떤 경우든 선출된 권력이 가야 할 유일한 방도다. 노 대통령은 선거결과에 대해 “민심의 흐름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또 “정책과제들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의장직을 사퇴하면서 “표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고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수용하면서 정책 과제들을 이행하려면 내용과 방향이 어떠해야 할 것인지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고 본다. 말 다르고 행동 다른 혼돈, 살림살이와 무관한 추상적 이념놀음, 아집과 독선에 빠진 자기들만의 폐쇄적 논리 등이 국정과 정책에서 지양돼야 할 것이다.

충격적인 선거 결과에 대해 “민심의 탄핵”이라든가 “열린우리당에 대한 해산명령”이라는 평가들은 수사에만 그치는 과장이 아니다. 국민과의 유기적 관계라는 면에서 말한다면 사실상 정당으로서의 존재의미와 기능이 불능 상태에 처한 셈이다.

선거 이전까지의 열린우리당의 행동양식과 사고방식은 통째로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당 의장의 사퇴 정도로 대충 수습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책임과 원인을 총체적으로 되짚는 처방이 아니고는 없어지는 정당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국민의 마음을 얼마나 되살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선거 패배를 어떻게 수습해 가는가에 달려 있다. 표를 던진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노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무리를 범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 남은 임기 1년 반을 정책의 정상적 마무리에 집중해야 한다. 정치적 반전, 소위 ‘역발상’ 같은 변전을 꾀하려는 시도는 국정 무대에서 접어야 한다. 제발 좀 편하게 해 달라는 소박한 뜻이 선거에 담겨 있음을 이번에는 절실히 알아야 한다.


[한겨레신문] 집없는 서민 두번 울리는 임대주택

 

경기 판교 새도시의 임대아파트를 공급받은 50대 철거 세입자가 계약을 포기하고 엊그제 음독자살을 기도했다. 터무니없이 높은 임대료 때문에 청약 전부터 원성이 높았는데 결국 이런 안타까운 일까지 빚어졌다.

이번 일은 집없고 돈없는 실수요자의 처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임대주택 정책이 부른 예고된 불상사다. 판교 민간 임대아파트는 보증금이 최고 2억4천만원, 월세는 59만원에 이른다. 전체 임대료가 같은 평형의 일반 아파트 전세금보다 높고 분양값과 맞먹는 수준이다. 철거 세입자는 물론 무주택 서민들한테는 은행 돈을 빌린다 해도 버거운 금액이다. 음독한 세입자뿐 아니라 판교 민간 임대아파트에 당첨된 1692가구 중 절반 이상이 중도에 계약을 포기했다. 내집 마련 기회를 잡고도 스스로 포기해야 한다면 누군들 억장이 무너지지 않겠는가.

땅값 등 원가가 높아 임대료가 비싸다는 설명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판교에 공급되는 공공(주공) 임대아파트는 민간보다 임대료가 20~30%나 싸다. 주공과 달리 민간 건설사들은 정부 대출(국민주택기금)을 거부하고 월세 전환이율을 턱없이 낮게 책정한 때문이다. 공공 임대 수준으로만 임대료를 낮춰도 입주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정부는 임대료 부담이 커질 걸 뻔히 알면서도 이익만 챙기려는 민간의 셈범을 그대로 방치했다. 돈없는 당첨자들이 포기한 미계약분은 일반 선착순 모집에서 대기표가 수백만원에 팔릴 정도로 불티가 났다고 한다. 집없는 서민을 위한 임대아파트가 결국 여유 계층과 투기꾼들 손에 넘어간 셈이 아닌가.

비단 판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송파 새도시 등에도 대규모 민간 임대아파트 건설이 예정돼 있다. 토지공사와 건설업체의 이익을 대폭 줄이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서민들한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임대료 인하뿐 아니라 임대주택 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동아일보] 민심 읽었다며 左派정책 固守한다니

 

노무현 대통령은 여당의 지방선거 참패를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고 어제 밝혔다. 그러나 정작 참패의 원인인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고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엇나가는 말을 했다. 민심을 받들기는커녕 국민의 속을 뒤집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방송사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절반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 실패'를 민심 이반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80%를 위한다며 20%를 때리는' 좌파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으로 일자리를 날리고 빈곤만 확산시킨 실정(失政)을 표로 심판한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엉뚱한 소리나 하고, 정부 여당은 여전히 ‘대통령 코드’에 맞추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청와대는 기존의 국정 운영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규제, 중(重)과세 위주의 부동산 정책, 하향 평등교육 등 국가경쟁력 추락과 민생 파탄을 불러온 코드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는 선거를 의식해 연기한 증세(增稅) 위주의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세금을 더 짜내 포퓰리즘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이 민심을 제대로 받들려면 공허한 구호를 버리고 효율과 성장의 실용적 코드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 양극화를 해소한다며 세금을 더 걷고, 집값을 안정시킨다며 시장을 때려잡는 반(反)시장 정책은 민생만 더 힘들게 할 뿐이다. 지역 균형을 외치며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면 서민을 위한 일자리만 줄어든다. 기업에 사회공헌금에다 양극화 해소 비용까지 떠넘기면 투자가 안 되고 산업공동화(空洞化)가 가속된다.

이제라도 시장원리에 순응하는 합리적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분배도 개선된다는 것이 세계의 공통된 경험이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등 여당 지도부도 사퇴만이 능사가 아니다. 국정 운영의 실패에 대한 공동 책임을 통감하고 정책 방향을 수정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지방선거 당선자들의 경제 살리기를 돕는 일도 대통령과 여권(與圈)의 몫이다. 지방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중앙정부가 통제와 위협으로 시장을 위축시키면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 각종 규제 권한을 지자체에 대폭 위임해 지자체 간에 경제 살리기 경쟁이 벌어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런 정책들이 공기업 몇 개를 지방에 이전하는 것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훨씬 큰 도움이 된다.

노 대통령은 이제 선거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남은 1년 9개월의 국정운영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이번 선거 참패의 교훈을 살려, 민심을 거스르는 역주행을 제발 멈추기 바란다.


[조선일보] 平等 정권에서 더 심해진 교육 不平等

 

지난 1분기 중 전국 家口가구의 한 달 평균 私敎育費사교육비가 13만5000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15.9%가 늘어났다고 통계청이 밝혔다. 1년 동안 가구 전체 소비지출은 212만2000원에서 220만5500원으로 3.9% 늘어났을 뿐이다. 사교육비는 이 정권이 들어선 첫해인 2003년 1분기의 11만원에서 계속 늘어 왔다.

우리나라 초·중·고교생의 73%가 사교육을 받고 있고 그 비율은 매년 늘고 있다. 정부의 초·중·고교 교육예산이 23조원쯤 되는데 학부모의 사교육비 지출은 그 절반이 넘는 13조6000억원(2003년 기준)이었다. 한국은행이 2004년 기준으로 해외 유학과 연수비용 총액(동반 가족 생활비 포함)을 추정해봤더니 70억7000만달러였다. 거의 7조원이다.

원인은 학교 교육이 質질 좋고 다양한 교육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어 학교 밖 또는 나라 밖에서 그것을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학교 안에선 교육현장의 최대 세력인 全敎組전교조가 자신들의 守舊的수구적 旣得權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시대에 뒤떨어진 빗나간 左派좌파 이념을 내세우며 방과 후 보충수업이나 수준별 수업 등 교육 질을 높이는 방안에 사사건건 다리를 걸고 있다.

私敎育사교육이 팽창하면 교육 불평등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소득 최상위 10% 계층의 月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9000원으로 최하위 10% 계층(3만4000원의)의 10배나 된다. 質질·量양 면에서 형편 없는 수준인 지금의 公敎育공교육체제에선 과외를 받을 수 없는 ‘가난한 집 똑똑한 아이들’이 경쟁에서 배겨날 도리가 없다. 결국 사교육비를 많이 투자하는 高고소득층 자녀가 우수 대학에 진학해서 고소득 職種직종으로 진출하는 식의 불평등한 富부의 대물림이 교육 平等평등을 강조해온 이 정권 아래에서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 대북 경수로 사업 좌초의 교훈

 

북한 함경남도 신포 경수로 사업을 종료했다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어제 공식 선언했다. KEDO와 북한이 경수로 공급 협정을 체결한 지 10년6개월 만이다.

이 사업은 북한의 핵 동결과 대북(對北) 경수로 2기 제공이 핵심인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로 시작됐다. 그러나 그 후 난항에 난항을 겪어왔다. 빌미를 제공한 것은 북한이다. 96년 강릉 잠수함 침투, 98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 등은 이 사업을 지체시키는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2002년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인정은 경수로 제공에 가뜩이나 부정적이던 부시 미 정부의 판단을 '불가(不可)'로 굳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에 북한도 핵확산금지조약 탈퇴(2003), 핵보유 선언(2005)으로 맞서 결국 이번 사태가 초래된 것이다.

이 같은 북.미 공방전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선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북한은 우리와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하면서 뒤로는 동족을 볼모로 한 핵개발에 매진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미국과 공조했으나 협상에는 끼지도 못하고 경수로 건설 비용만 70%나 부담했다. 이런 비용부담은 가장 위협받는 쪽이 한국이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래도 '돈만 대고 발언권은 거의 없는' 이런 식의 협상이 정말 최선이었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정부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정권에 따라 입장을 급선회하는 미국의 대외정책도 우리에겐 버겁다는 점이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다. 한국이 1조4000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날리고, 북핵 해결은 더욱 요원해져도 자신들의 입장은 끝까지 관철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떤 점을 교훈으로 삼을지 성찰해야 한다. 무엇보다 '단선적인 사고'로 정책을 입안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북한의 수용 여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발표한 200만㎾ 전력지원이 대표적인 예다. 무슨 '중대 제안'이라고 포장했으나 북한이 이를 외면하고 경수로를 원하니 답답해지게 된 것 아닌가. 또 천문학적인 액수의 세금이 사라진 마당에 전력지원을 계속하겠다는 것도 부담이 되지 않겠는가. 상대가 북한이건 미국이건 그 속마음을 꿰뚫을 수 있는 전략적인 마인드 확보가 시급히 요청된다.


[경향신문] 주목되는 야스쿠니 A급전범 분사론

 

야스쿠니 신사에서 A급 전범을 분사(分祀)하자는 제안이 일본 정계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동안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논란과 더불어 간간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A급 전범 분사론은 9월 총리교체를 앞두고 전례없이 집중적으로 나와 주목된다.

요사노 가오루 경제 재정담당상은 어제 신문 회견에서 A급 전범의 분사를 제안했다. 현직 각료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는 “분사 방식은 신사 자신이 판단할 일”이라며 자발적인 방식을 제시했다. 이에 앞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강력히 비판했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와 일본 유족회장인 고가 마코토 전 자민당 간사장도 A급 전범 분사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A급 전범 분사론이 활성화하는 것은 일단 환영할 일이다. 분사론은 국제적 논란을 낳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대안의 성격이기 때문이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한국 및 중국과의 중대한 외교 현안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한·중 양국은 일본 총리가 전범의 위패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것을 “침략전쟁 책임을 부인하는 행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한·중 두 나라와 일본의 외교관계는 악화됐다. 우리는 그 책임이 전적으로 일본 측에 있음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미국과의 관계만을 중시하고 이웃 국가를 멸시하는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
최근의 잇단 분사론은 미국의 입김 탓일 수도 있다. 헨리 하이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6월 말 방미하는 고이즈미 총리가 의회에서 연설하는 조건으로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힐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그가 일본의 종전 기념일인 8월 15일 마지막까지 선린(善隣)을 외면한 채 참배에 나설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