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5월 22일 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5. 23. 22:12

2006년 5월 22일 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박 대표 피습은 증오의 정치문화 산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끔찍하고 충격적이다. 대표적 정치지도자의 안전이 이토록 쉽게 위협 받을 수 있는 취약한 시스템이 놀랍기 그지없다. 박 대표의 의연한 대처에 경의를 표하면서, 빠른 쾌유와 조속한 정상 활동 복귀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지금까지의 수사로 미뤄 이 사건을 해방 이후 유신정권 때까지 빈번했던 정치테러의 재현으로 보기는 어렵다. 범인이 절실한 정치적 신념이나 이해를 가진 것 같지 않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 사건의 의미는 구시대의 정치테러 이상으로 어둡고 심각하다. 그것은 우리 사회를 덮고 있는 극단적인 ‘증오의 정치문화’다.

각기 다른 정치적 이념과 지향을 가진 국민들이 조정과 타협을 통해 접점을 찾는 과정이 민주정치의 요체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철저한 편가르기와 이에 따른 증오와 적개심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는 이를 기대할 수 없다. 막연한 불만을 직접관계도 없는 특정 정치인에게 폭발시키도록 충동질한 것은 이런 사회 분위기다.

더욱이 사건 후 인터넷 등에는 대만 천수이볜(陳水扁) 후보의 전례를 든 자작극 주장과 인격모독성 글까지 거침없이 난무하고 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내팽개치는 세태가 소름 끼칠 정도다.

증오의 정치문화에 관한한 정치권 누구도 떳떳할 수 없지만 특히 앞장서 이를 확대 재생산해 온 현 정권에게 가장 큰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청와대와 여권은 짐짓 남의 일처럼 개탄할 것이 아니라 뼈아픈 자성을 바탕으로 국민통합의 정치를 복구하는 일에 적극 나서는 것이 마땅하다.

수사당국은 이 사건을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의 차원에서 다뤄 진상과 공범여부, 혹 있을지 모르는 배후관계 등을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해야 한다. 국민들도 이 사건을 빌미로 서로를 더욱 상처 내려 하거나 냉정을 잃지 말고 차분하게 지켜 보았으면 좋겠다.


[한겨레신문] 개발공약 남발, 국민이 심판해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가리지 않고 개발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 강북의 경우 주택 16만호 건설과 50개 뉴타운 건설이 공약으로 나왔다. 경기도지사 후보들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폐지해 큰 공장 설립과 같은 개발을 허용하겠다고 한다. 이런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성 결여와 새로운 투기열풍, 환경·교통 문제 악화 등을 이유로 매우 비판적이다.

국가균형발전은 참여정부가 내세우는 대표적 정책 중 하나다. 이 정책의 중요한 목표에는 수도권 집중현상의 완화가 포함돼 있다. 행정수도 이전,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 등을 통해 수도권 인구집중을 2004년 52.1%에서 2020년 47.5%까지 낮추겠다고 했다. 또한 2010년까지 수도권에 15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고, 선진국 주요도시보다 3.5배나 높은 미세먼지 농도를 2015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며, 녹지총량제 등의 도입으로 녹지공간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요즘 시행되는 정책이나 공약과는 너무 큰 차이가 있다. 아파트 값이 거품 붕괴 직전이라면서도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까지 추진하는 새도시 계획, 대규모 첨단공장의 수도권 건설 허용 등 국가균형발전 계획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정책과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도심 재개발을 통해 주택을 대량 건설하면, 현재 진행되는 강북 뉴타운 사업에서 보듯 녹지 부족과 교통체증 유발로 자동차 매연은 더 늘어나게 되고 선진국 수준으로 대기오염을 낮추는 건 어려워진다.

현재의 정책과 공약으로는 수도권 인구집중과 환경오염 해결 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4명 중 한명의 어린이가 고통받고 있는 아토피가 늘어날 건 뻔하다. 허망한 공약보다 일상생활 속의 고통을 구체적으로 덜어주는 정치를 국민들은 바란다. ‘아토피 스톱’을 외치는 공약이 피부에 더 와 닿는다. 일관성 없는 정책과 비현실적 공약 남발에 대해 이제 국민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아일보] 민주주의의 敵‘선거테러’의 충격

지방선거 유세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그제 서울 신촌거리 지원 유세에 나섰다가 괴한의 습격을 받아 오른쪽 귀밑에서 턱 부위까지 11cm나 칼로 베이는 상처를 입었다. 60바늘이나 꿰맸을 만큼 큰 상처여서 의료진이 안면(顔面)신경의 손상을 걱정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런 ‘선거테러’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만행으로, 더구나 제1야당 지도자를 겨냥했으니 참으로 충격적이다.

경찰은 일단 전과(前科) 8범으로 14년간 복역한 범인이 사회적 불만 때문에 범행한 것 같다고 밝히고 있지만 우발적 사건으로 넘기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사회적 불만의 표출이라면 굳이 야당의 여성 대표를 표적으로 삼은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더구나 칼을 휘두른 범행에 이어 다른 사람이 또 주먹을 휘둘렀다. 이 사람은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경(檢警)합동수사본부는 범행 동기와 배후 등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경찰청장이 처음에는 취객의 우발적 범행이라고 말했다가 번복한 점이나, 신고 후 즉각 경찰이 출동하지 않은 점도 규명 대상이다.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으로 이 사건을 이용해선 안 된다.

그럼에도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의 노혜경 대표는 어제 홈페이지에 ‘우리당보다 훨씬 정치적으로 유능하고 교활한 언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언론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번 사건을 다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아마 언론 때문에 망할 모양이라는 개탄이 나오지 않느냐”며 대놓고 보수언론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박 대표가) 처음에 17바늘 꿰맸다더니 60바늘 꿰맸다는 것을 보면 성형도 함께한 모양”이라고도 했다. “우리나라는 성형수술 실력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면서 “아마 흉터 없이 나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코드와 이념에 눈이 멀면 남의 불행조차도 정치적 공격과 독설의 소재가 되는 모양이다.

노무현 정권의 편 가르기와 증오심을 조장해 온 정치 행태가 이런 테러와, 테러 앞에서도 조소(嘲笑)하는 인간성 상실의 세태를 만들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조선일보] '北 미사일' 언제까지 못 본 척할 것인가

북한이 사정거리 6700㎞인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捕捉포착됐다. 미국 정찰위성이 함경북도 화대군 미사일기지에서 대형 트레일러와 미사일로 추정되는, 30m가 넘는 물체의 移動이동을 잡아냈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북한의 이런 움직임에 일본·미국 정부는 기민하게 對處대처하는데 한국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방위청장관과 관방장관은 즉각 기자들을 만나 상황을 설명했다. 외무장관은 의회에 출석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는 (2002년) 북·일 평양선언의 不履行불이행”이라고 경고했다. 美미 국무부도 “북한이 실제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작년 9월 서명한 6자회담 공동성명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 외교통상부와 통일부는 아무 코멘트를 내놓지 않았다. 국방부 대변인만 “다각적으로 확인 중”이라고 한 마디 했을 뿐이다. “사거리가 1000㎞가 넘는 북한 미사일은 우리와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 정부 사람도 있다.

북한은 최근 남북경제협력추진위 실무회담과 將星級장성급회담, 김대중 前전 대통령 방북 협의 등 남북접촉을 시리즈로 이어왔다. 말로는 이렇게 남한을 향해 ‘민족끼리’를 외치면서 실제 행동으론 미사일을 꺼내놓고 금방이라도 발사할 것처럼 하면서 주변국들에게 겁을 주는 二重이중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조건 없는 제도적 물질적 지원을 하겠다”고 하고, 정부가 53년 동안 유지해온 北方북방한계선(NLL)을 다시 긋는 문제를 북한과 상의할 수 있다고 한 게 불과 며칠 전이다. 물정 모르는 사람 눈으로 봐도 북한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對北대북 정책에서 갖고 있는 원칙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북한이 그걸 뻔히 알고 있으니 한국 정부의 存在존재 같은 것은 아예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중앙일보] 무분별한 개발계획이 부추긴 아파트값 거품

노무현 대통령이 "나중에 종합부동산세 한번 내 보시라"고 경고했다. 오기와 적개심이 묻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큰손들이 빠져나간 아파트시장에서 상투를 잡았다간 낭패 볼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문제는 그런데도 '버블 세븐'의 집값이 일주일째 꿈쩍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노 정권 들어 일부 지역 아파트값이 3~4배 이상 오른 것이 정부 주장대로 세금이 낮아서일까. 또는 아파트 부녀회나 재건축업자들의 농간 탓일까. 그러나 광범위한 지역의 집값을 이렇게 지속적으로 폭등시키려면 어림잡아 수십~수백조원이 움직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진짜 큰손은 따로 있을 수밖에 없다.

우선 시중에 풀린 200조원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이 첫손에 꼽히는 것은 당연하다. 400조원 이상의 부동자금이 저금리에 갈 곳을 잃고 부동산 시장을 넘보고 있다.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숨은 큰손은 노무현 정권이다. 노 정권의 무분별한 개발정책에 따른 거액의 토지보상비가 부동산 투기의 불쏘시개라는 게 시장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매년 5조~6조원이던 토지보상비는 2003년부터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17조원에 이르렀고, 앞으로도 3년간 매년 19조원의 토지보상비가 풀릴 예정이다. 줄잡아 100조원 가까운 판돈이 부동산 시장에 깔리는 셈이다.

행복도시.기업도시.혁신도시 개발 등은 나무랄 데 없는 청사진이다. 그러나 지역균형개발을 하라고 쏟아부은 돈이 지방에 머물지 않고 수도권 아파트로 역류한다. 물론 돈에 꼬리표가 달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부동산업계는 특정 지역 사투리를 쓰는 촌로(村老)들이 돈을 싸들고 서울의 고가 아파트 단지를 휘젓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 혈세로 충당해야 할 토지보상금 중 상당 부분이 수도권 아파트로 몰려든다는 얘기다. 결국 노 정권의 개발공약이 매개고리가 돼 아파트 투기를 부채질하는 꼴이다.

아파트 부녀회나 재건축업자에 혐의를 돌려서는 안 된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뒤집어씌우기 위한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 아파트 거품의 진정은 노 대통령 마음먹기에 달렸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공급 측면에서 우선 양질의 주택 공급을 늘리고, 수요 측면에서 과잉 유동성을 흡수할 만큼 금리를 올려나갈 필요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확 올리는 게 아니라 시장이 금리 인상의 시그널을 분명히 읽을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올려가야 한다. 아파트 거품은 토지 등 다른 부동산 투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매년 19조원이 풀리는 토지보상금은 투기자금의 주요 공급원이다. 따라서 다소의 정치적 체면손상을 감수하더라도, 노 대통령 스스로 무분별한 개발계획을 거둬들이거나 일정 기간 연기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야말로 묻지마 투기꾼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한 경고신호일 것이다.


[경향신문] 경기 후퇴 가능성 자꾸 제기되는데

정부가 올 하반기 중 경기가 후퇴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19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 낸 보고서에서 “고유가와 환율 하락 등으로 경기의 하방(下方) 위험이 다소 강해 하반기 이후 성장 속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나라 안팎의 숱한 경제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5% 성장을 자신해온 재경부가 완곡한 표현으로나마 그러지 못할 수도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5% 경제성장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여러 경제지표에는 벌써 경고등이 켜진 상태이다. 환율 하락이 실물경제에 본격 반영되면서 경상수지는 3, 4월 두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두 달 연속 적자는 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4월 통계청의 소비자 기대지수 조사에서는 6개월 뒤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사람이 나빠질 것이라는 사람보다 적게 나왔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와중에도 아직 인플레이션 조짐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유가 말고도 해외 변수는 심각하다.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 경보가 울려퍼지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돼 세계 경제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때 급등했던 자산 가격마저 하락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계속되는 고유가와 달러화 약세, 각국의 통화 긴축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위축 등으로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비관적 시나리오에 대비한 위험 관리 대책을 세울 것을 주문하고 있다.

문제가 이러함에도 지금 당장 정부가 할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근원을 따져보면 대부분 외생 변수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무리수는 금물이다. 눈을 멀리 두고 기초를 튼튼히 다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