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5월 13일 토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5. 13. 14:29
[한국일보] 폭력시위는 상처와 갈등만
키운다
평택 미군기지 반대세력이 주말 서울과 평택에서 잇달아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어서 경찰 및 군과 다시 유혈 충돌하는 사태가 우려된다.
정부는 총리의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대화와 타협으로 사회적 난제를 함께 풀 것을 당부하는 한편 폭력시위로 흐를 공산이 큰 평택 집회는 원천 봉쇄할 태세를 갖췄다. 반대투쟁 세력이 평택을 포기하고 서울의 평화적 집회에 만족하지 않는 한, 거센 소용돌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반대의견을 표출할 국민의 권리를 인정하고, 특히 삶의 터전에서 내몰린 주민들의 이유있는 항변에 귀 기울이겠다고 다짐한 것은 올바른 자세다.
외부세력뿐 아니라 주민들까지 애국심과 양심조차 없는 무리라고 욕하며 성급하게 군까지 동원해 억누른 잘못을 깨달은 것은 다행이다. 주민과 군경이 피 흘리고 다친 것이 한없이 가슴 아프고 송구하다는 총리의 반성이 진정하다면, 말 그대로 원천 봉쇄는 어려울 시위를 평화적으로 유도해 충돌과 피해를 줄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폭력사태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외부 투쟁세력의 각성과 자제가 필요하다. 정부의 여론조사 결과이지만, 국민 다수는 평택 시위가 주민 생존권보다 정치이념 투쟁에 치우친 것으로 보고 있다. 폭력시위에는 의당 반대한다. 미군철수 주장에도 고개를 내젓는다. 이런 사리를 외면한 과격투쟁은 명분도 실익도 없는 무모한 짓이고, 주민들의 정당한 항변마저 소란 속에 묻히게 하는 과오임을 깨닫기 바란다.
물론 당장 진솔한 반성과 타협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갈등을 줄이려면 사회 전체가 반대의견을 적대시하고 강파르게 목청 돋우는 것부터 삼가야 한다.
투쟁세력이 광주항쟁 계승을 떠드는 것이 터무니없다면, 보수세력이 무작정 강경대응을 외치는 것도 무책임하다. 자주와 안보는 모두 소중하지만 빈 들판을 놓고 전쟁하듯이 맞서라고 부추겨서는 경찰과 군인, 대학생들의 젊은 피를 헛되이 흘리게 하고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키울 뿐이다.
[한겨레신문] 통렬한 반성 실종된 ‘황우석 사건’
어제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검찰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연구팀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을 성수대교 붕괴사고에 비교했다. 연구 데이터를 조작하고, 조작 논문으로 세계 과학계를 농락하고 정부와 민간의 후원금을 타냈으며, 너나없이 연구비 횡령에 나섰고, 횡령한 연구비 일부를 정치인의 정치자금으로 대줬으며, 윤리 준칙을 밥 먹듯이 어겼고, 논문조작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거짓말로 일쑤 대중을 현혹시켰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사법부의 판단이 남긴 했지만,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학문적 조사에 이은 사법 차원의 검찰 수사로 이제 사건의 실체는 대부분 드러나고 확인됐다 할 것이다. 그러나 사태가 정리된 것은 아니다. 중요한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연구자가 과학의 생명이라 할 윤리와 진실성을 철저히 유린했고, 이를 통해 명성과 부를 획득했다는 데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사기 행각이었기에 우리 학계는 신뢰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땅에 떨어진 신뢰의 회복은 학계나 국가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금까지 해온 진실 규명은 신뢰 회복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에 불과하다.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심판으로 재발 가능성을 차단해야 신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대의 징계는 물론 검찰의 조처 역시 사태의 엄중함에 비추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황 교수만 파면하고 나머지 연구자나 공동저자들은 정직 처분으로 얼버무린 서울대에 이어 검찰도 불구속 기소로 꼬리를 내렸으니, 이래서야 누가 경종으로 삼을 것이며, 어느 누가 우리의 윤리성과 진실성에 대한 의지를 인정할 것인가. 악조건 속에서 논문 조작의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 우리 학계의 자정 능력을 세계인에게 자랑했던 생물학정보센터(브릭)나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소장 연구자들의 노력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검찰 말마따나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낸 것이다. 젊은 연구자마저 한탕주의에 빠졌고, 중견 학자는 다른 사람의 논문에 제 이름 올리는 데만 혈안이었다. 학교는 물론이고 국가의 검증 기능은 완전히 마비돼 있었다. 서울대와 한양대의 기관윤리심의위원회는 연구자의 불법 및 조작 행위에 면죄부나 주는 구실만 했다. 국가 기구인 생명윤리위원회는 사후약방문이나 처방했다. 정부 기관들은 무방비 상태로 사기에 놀아나 국민의 세금을 퍼줬다. 줄기세포 연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정치권, 국가주의의 광기에 사로잡힌 언론들은 사기꾼의 나팔수 노릇을 했다. 일부의 진실 규명 노력을 반국가적 행위로 매도하기도 했다.
서울대와 검찰만 나무랄 순 없다. 이런 행태는 이익을 위해선 윤리와 생명의 가치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우리의 왜곡된 의식 속에서 싹텄기 때문이다. 모두가 통렬히 반성해야 하나, 그렇지 못한 게 두번째 문제다.
[동아일보] 盧정권에 나라의 운명 맡길 수 있겠나
정부 고위 관계자가 “우리의 운명을 미국에 맡길 수 없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몽골 발언’의 배경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북한 관련) 상황이 안 좋으면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우리”라면서 한 말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국민이 언제 나라의 운명을 미국에 맡기라고 했나.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인 데다가 현실적으로 미국을 배제한 한반도 문제 해결은 상상하기 어려우니 긴밀한 공조를 통해 해법을 찾아 달라고 했을 뿐이다.
현 정권은 국민의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크게 미흡했을 뿐 아니라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켰다. 정부는 북한 핵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했음에도, 미국과의 불화(不和)를 증폭시킴으로써 오히려 문제를 더 꼬이게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문정인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는 “노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매우 섭섭하게 생각한다”며 “이라크 파병, 전략적 유연성, 용산기지 이전 등을 다 들어줬는데 미국이 그렇게 나올 수 있느냐”고 했다. 금융 제재, 인권 문제 압박 등 미국의 대북(對北)정책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그래서 독자적으로 나가겠다는 얘기다.
위조 달러를 만들고, 세계 최악의 반(反)인권 상황을 개선할 기미도 없는 북한을 우리가 ‘독자적으로’ 엄호·지원만 하면 북한이 정상(正常)국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김정일 정권의 ‘시간벌기’만 도와주다가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주변국들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우리마저 소외당하는 불행한 사태를 자초하지 않겠는가.
노 대통령의 몽골 발언은 ‘미국이 북에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주고라도 핵 문제를 풀겠다는 뜻으로 읽히지만 이런 접근은 이미 실패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북에 약속했다가 유야무야 되고 만 200만Kw 전력 지원이 바로 그렇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성과도 회의적이다. 설령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DJ에게 6자회담 참가 의사를 밝힌다고 해도 회담에 나오는 것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조지 W 부시 미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 기조는 남은 임기 3년 동안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대북정책과 엇나가는 ‘독자 해법’을 고집할 경우 한미동맹은 결정적으로 흔들릴 것이다. 앞으로도 4강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한미동맹은 상당기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안보의 보루이다. 한미동맹이 무너지면 당장 외국 투자가들이 한국을 떠나고, 우리 경제 전반이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노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흔들면서 한반도에 세우려고 하는 질서가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국민은 불안하다. 임기 2년도 안 남은 정권이 국가의 운명을 놓고 ‘실험’이라도 할 작정인가.
[조선일보] 정부 말고 누가 '평택'에 나서라는 말인가
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토요일인 오늘 서울 광화문에서, 내일은 평택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겠다고 예고했다. 그동안 평택을 '제2의 光州광주'라고 선동해온 범대위는 주말 연쇄집회를 아예 ‘5·18정신 계승대회’로 치르겠다고 벼르고 있다. 경찰은 평택 집회를 원천봉쇄한다는 방침이어서 또 한 차례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를 앞두고 한명숙 총리가 12일 발표한 對대국민 호소문을 보면 기지이전 사업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 앞으로 불법 폭력시위에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말이 없다. “모든 당사자들이 한걸음씩 물러나 냉정을 되찾자” “정부당국도 열린 자세로 주민들과 함께 문제해결의 방법을 찾겠다”는 등의 하나마나 한 소리뿐이다. 범대위 개입 이후 지난 1년간 국방부 혼자 쩔쩔매고 있는 동안 먼산만 바라보고 있던 정부와 정권 사람들이 이제 와서 대화가 부족했다니 장기판의 훈수꾼만도 못한 처신이다.
‘평택사태’의 본질은 평택 주민을 볼모로 잡은 외부세력의 反美반미·주한미군철수 투쟁이다. 그러나 총리의 호소문 어디에도 그 외부세력에 책임을 묻는 대목이 없다. 엊그제 총리실 스스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60%가 평택사태는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정치·이념 투쟁’이며 ‘외부단체가 지역민 생존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으로 나왔다. 정부만 사태의 본질을 모른 체하면서 이 난장판을 피해가거나 외면하고 있을 뿐 국민은 그 실상을 훤히 꿰뚫어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 모양이니 저들이 軍군을 짓밟고 경찰에 몰매를 퍼부으면서 민주투사 흉내를 내고 버젓이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범대위 세력에 맞서 기지 移轉이전을 찬성하는 평택주민들과 폭력시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도 속속 집회를 열겠다고 나서고 있다. 평택사태가 全전 사회적인 이념대결로 확산될 조짐이다. 그 과정에서 또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정부가 제 할 일을 게을리하고 책임을 남에게만 돌리려 해서 빚어지는 어이없는 사태다. 정부는 누구보고 평택에 나서라고 먼산만 쳐다보고 있는가.
[중아일보] 혼란과 불안 조장하는 대북 정책
노무현 대통령의 몽골 발언을 둘러싼 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북한에 대한 조건 없는 제도적.물질적 지원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가운데 '탈미 선언이다' '아니다'는 식의 공방만 확산되고 있다.
이런 혼란의 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의 발언이 돌출적인 데다 해석에 따라선 탈미 자주노선을 강조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표현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부인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해외순방 이전에 청와대에서 탈미 자주노선을 결정한 고위 안보회의가 열렸다'는 보도가 나와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문정인 국제안보대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미 대통령에게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발언을 해 국민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청와대와 통일부, 그리고 대통령에게 영향력이 큰 문정인 국제안보대사의 발언이 보여주는 엇박자와 제각각의 해석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이 무엇인지 심각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최측근 인사와 외교 자문역, 그리고 대북.통일 정책의 추진체인 통일부의 해석과 해명이 다르니 도대체 국민이 어느 말을 믿어야 한다는 말인가.
6자회담의 교착을 타개하고 이른 시간 안에 한반도에서 평화를 진전시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한국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는 합당한 절차와 치밀한 의견조율, 그리고 동맹국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지 돌출적.독자적인 언행이나 비밀스러운 협의만으로는 이룩될 수 없다.
6자회담 파행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북한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인 제공자는 전혀 변하지 않는데 "우리가 많이 양보하려 한다"거나 "제도적 지원"이란 생소한 표현을 동원해 대다수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청와대와 대통령 주변 인사들은 돌출성, 나홀로 식의 발언으로 더 이상 국민을 불안케 해선 안 된다. 국민 앞에 명확한 대북정책의 방향을 밝혀라.
[경향신문] 섞어심기·논문조작 결합된 줄기세포 사기극
역시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없었다. 김선종 미즈메디병원 연구원은 단독으로 줄기세포 ‘섞어심기’를 했고,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는 논문조작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의 발표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황우석 신화’가 총체적 허구와 조작임이 다시금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 연구비를 둘러싼 심각한 도덕적 해이까지 불거졌다. 또 한번 국민은 분노와 허탈감을 감내하게 됐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황우석 연구팀’은 논문조작과 줄기세포 조작, 그리고 연구비 횡령과 사기 등 학문적·도덕적 타락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연구원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서울대팀의 줄기세포에 섞어심기 했다. ‘바꿔치기 의혹’이 ‘섞어심기’로 대치됐으니 일말의 배아줄기세포 존재 가능성마저 무산된 것이다. 황전교수는 거액의 연구비를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연구용 난자를 불법 매입했다고 한다. 논문조작과는 또다른 부도덕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는 또 실험 데이터와 사진 조작을 지시했다. 연구비 유용은 황전교수 최측근이었던 교수들도 마찬가지라니 분개를 자아낸다.
이번 검찰 발표를 둘러싸고 의문점들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줄기세포 조작은 김연구원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지었다. 황전교수는 이를 몰랐다가 2005년 10월쯤에야 인지했다는 것이다. 황전교수가 과연 언제쯤 알았는지 좀더 설득력 있는 설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황전교수가 속았다고 해도 연구과정 전체를 관장하는 책임자로서 이 문제에서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은 이번에 황전교수의 논문조작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한국 과학계와 나라 전체에 큰 상처를 가져 온 논문조작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치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불구속 기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검찰수사 발표는 지난번 서울대조사위의 발표에 이어 황우석 신화의 붕괴를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좌절하거나 멈춰설 수 없다. 다시 일어서야 한다. 황우석 파문을 우리의 연구 윤리와 연구 진실성, 그리고 생명윤리를 국가적 차원에서 한 단계 상승케 하는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평택 미군기지 반대세력이 주말 서울과 평택에서 잇달아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어서 경찰 및 군과 다시 유혈 충돌하는 사태가 우려된다.
정부는 총리의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대화와 타협으로 사회적 난제를 함께 풀 것을 당부하는 한편 폭력시위로 흐를 공산이 큰 평택 집회는 원천 봉쇄할 태세를 갖췄다. 반대투쟁 세력이 평택을 포기하고 서울의 평화적 집회에 만족하지 않는 한, 거센 소용돌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반대의견을 표출할 국민의 권리를 인정하고, 특히 삶의 터전에서 내몰린 주민들의 이유있는 항변에 귀 기울이겠다고 다짐한 것은 올바른 자세다.
외부세력뿐 아니라 주민들까지 애국심과 양심조차 없는 무리라고 욕하며 성급하게 군까지 동원해 억누른 잘못을 깨달은 것은 다행이다. 주민과 군경이 피 흘리고 다친 것이 한없이 가슴 아프고 송구하다는 총리의 반성이 진정하다면, 말 그대로 원천 봉쇄는 어려울 시위를 평화적으로 유도해 충돌과 피해를 줄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폭력사태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외부 투쟁세력의 각성과 자제가 필요하다. 정부의 여론조사 결과이지만, 국민 다수는 평택 시위가 주민 생존권보다 정치이념 투쟁에 치우친 것으로 보고 있다. 폭력시위에는 의당 반대한다. 미군철수 주장에도 고개를 내젓는다. 이런 사리를 외면한 과격투쟁은 명분도 실익도 없는 무모한 짓이고, 주민들의 정당한 항변마저 소란 속에 묻히게 하는 과오임을 깨닫기 바란다.
물론 당장 진솔한 반성과 타협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갈등을 줄이려면 사회 전체가 반대의견을 적대시하고 강파르게 목청 돋우는 것부터 삼가야 한다.
투쟁세력이 광주항쟁 계승을 떠드는 것이 터무니없다면, 보수세력이 무작정 강경대응을 외치는 것도 무책임하다. 자주와 안보는 모두 소중하지만 빈 들판을 놓고 전쟁하듯이 맞서라고 부추겨서는 경찰과 군인, 대학생들의 젊은 피를 헛되이 흘리게 하고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키울 뿐이다.
[한겨레신문] 통렬한 반성 실종된 ‘황우석 사건’
어제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검찰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연구팀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을 성수대교 붕괴사고에 비교했다. 연구 데이터를 조작하고, 조작 논문으로 세계 과학계를 농락하고 정부와 민간의 후원금을 타냈으며, 너나없이 연구비 횡령에 나섰고, 횡령한 연구비 일부를 정치인의 정치자금으로 대줬으며, 윤리 준칙을 밥 먹듯이 어겼고, 논문조작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거짓말로 일쑤 대중을 현혹시켰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사법부의 판단이 남긴 했지만,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학문적 조사에 이은 사법 차원의 검찰 수사로 이제 사건의 실체는 대부분 드러나고 확인됐다 할 것이다. 그러나 사태가 정리된 것은 아니다. 중요한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연구자가 과학의 생명이라 할 윤리와 진실성을 철저히 유린했고, 이를 통해 명성과 부를 획득했다는 데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사기 행각이었기에 우리 학계는 신뢰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땅에 떨어진 신뢰의 회복은 학계나 국가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금까지 해온 진실 규명은 신뢰 회복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에 불과하다.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심판으로 재발 가능성을 차단해야 신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대의 징계는 물론 검찰의 조처 역시 사태의 엄중함에 비추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황 교수만 파면하고 나머지 연구자나 공동저자들은 정직 처분으로 얼버무린 서울대에 이어 검찰도 불구속 기소로 꼬리를 내렸으니, 이래서야 누가 경종으로 삼을 것이며, 어느 누가 우리의 윤리성과 진실성에 대한 의지를 인정할 것인가. 악조건 속에서 논문 조작의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 우리 학계의 자정 능력을 세계인에게 자랑했던 생물학정보센터(브릭)나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소장 연구자들의 노력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검찰 말마따나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낸 것이다. 젊은 연구자마저 한탕주의에 빠졌고, 중견 학자는 다른 사람의 논문에 제 이름 올리는 데만 혈안이었다. 학교는 물론이고 국가의 검증 기능은 완전히 마비돼 있었다. 서울대와 한양대의 기관윤리심의위원회는 연구자의 불법 및 조작 행위에 면죄부나 주는 구실만 했다. 국가 기구인 생명윤리위원회는 사후약방문이나 처방했다. 정부 기관들은 무방비 상태로 사기에 놀아나 국민의 세금을 퍼줬다. 줄기세포 연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정치권, 국가주의의 광기에 사로잡힌 언론들은 사기꾼의 나팔수 노릇을 했다. 일부의 진실 규명 노력을 반국가적 행위로 매도하기도 했다.
서울대와 검찰만 나무랄 순 없다. 이런 행태는 이익을 위해선 윤리와 생명의 가치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우리의 왜곡된 의식 속에서 싹텄기 때문이다. 모두가 통렬히 반성해야 하나, 그렇지 못한 게 두번째 문제다.
[동아일보] 盧정권에 나라의 운명 맡길 수 있겠나
정부 고위 관계자가 “우리의 운명을 미국에 맡길 수 없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몽골 발언’의 배경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북한 관련) 상황이 안 좋으면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우리”라면서 한 말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국민이 언제 나라의 운명을 미국에 맡기라고 했나.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인 데다가 현실적으로 미국을 배제한 한반도 문제 해결은 상상하기 어려우니 긴밀한 공조를 통해 해법을 찾아 달라고 했을 뿐이다.
현 정권은 국민의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크게 미흡했을 뿐 아니라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켰다. 정부는 북한 핵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했음에도, 미국과의 불화(不和)를 증폭시킴으로써 오히려 문제를 더 꼬이게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문정인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는 “노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매우 섭섭하게 생각한다”며 “이라크 파병, 전략적 유연성, 용산기지 이전 등을 다 들어줬는데 미국이 그렇게 나올 수 있느냐”고 했다. 금융 제재, 인권 문제 압박 등 미국의 대북(對北)정책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그래서 독자적으로 나가겠다는 얘기다.
위조 달러를 만들고, 세계 최악의 반(反)인권 상황을 개선할 기미도 없는 북한을 우리가 ‘독자적으로’ 엄호·지원만 하면 북한이 정상(正常)국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김정일 정권의 ‘시간벌기’만 도와주다가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주변국들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우리마저 소외당하는 불행한 사태를 자초하지 않겠는가.
노 대통령의 몽골 발언은 ‘미국이 북에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주고라도 핵 문제를 풀겠다는 뜻으로 읽히지만 이런 접근은 이미 실패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북에 약속했다가 유야무야 되고 만 200만Kw 전력 지원이 바로 그렇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성과도 회의적이다. 설령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DJ에게 6자회담 참가 의사를 밝힌다고 해도 회담에 나오는 것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조지 W 부시 미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 기조는 남은 임기 3년 동안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대북정책과 엇나가는 ‘독자 해법’을 고집할 경우 한미동맹은 결정적으로 흔들릴 것이다. 앞으로도 4강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한미동맹은 상당기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안보의 보루이다. 한미동맹이 무너지면 당장 외국 투자가들이 한국을 떠나고, 우리 경제 전반이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노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흔들면서 한반도에 세우려고 하는 질서가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국민은 불안하다. 임기 2년도 안 남은 정권이 국가의 운명을 놓고 ‘실험’이라도 할 작정인가.
[조선일보] 정부 말고 누가 '평택'에 나서라는 말인가
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토요일인 오늘 서울 광화문에서, 내일은 평택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겠다고 예고했다. 그동안 평택을 '제2의 光州광주'라고 선동해온 범대위는 주말 연쇄집회를 아예 ‘5·18정신 계승대회’로 치르겠다고 벼르고 있다. 경찰은 평택 집회를 원천봉쇄한다는 방침이어서 또 한 차례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를 앞두고 한명숙 총리가 12일 발표한 對대국민 호소문을 보면 기지이전 사업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 앞으로 불법 폭력시위에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말이 없다. “모든 당사자들이 한걸음씩 물러나 냉정을 되찾자” “정부당국도 열린 자세로 주민들과 함께 문제해결의 방법을 찾겠다”는 등의 하나마나 한 소리뿐이다. 범대위 개입 이후 지난 1년간 국방부 혼자 쩔쩔매고 있는 동안 먼산만 바라보고 있던 정부와 정권 사람들이 이제 와서 대화가 부족했다니 장기판의 훈수꾼만도 못한 처신이다.
‘평택사태’의 본질은 평택 주민을 볼모로 잡은 외부세력의 反美반미·주한미군철수 투쟁이다. 그러나 총리의 호소문 어디에도 그 외부세력에 책임을 묻는 대목이 없다. 엊그제 총리실 스스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60%가 평택사태는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정치·이념 투쟁’이며 ‘외부단체가 지역민 생존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으로 나왔다. 정부만 사태의 본질을 모른 체하면서 이 난장판을 피해가거나 외면하고 있을 뿐 국민은 그 실상을 훤히 꿰뚫어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 모양이니 저들이 軍군을 짓밟고 경찰에 몰매를 퍼부으면서 민주투사 흉내를 내고 버젓이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범대위 세력에 맞서 기지 移轉이전을 찬성하는 평택주민들과 폭력시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도 속속 집회를 열겠다고 나서고 있다. 평택사태가 全전 사회적인 이념대결로 확산될 조짐이다. 그 과정에서 또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정부가 제 할 일을 게을리하고 책임을 남에게만 돌리려 해서 빚어지는 어이없는 사태다. 정부는 누구보고 평택에 나서라고 먼산만 쳐다보고 있는가.
[중아일보] 혼란과 불안 조장하는 대북 정책
노무현 대통령의 몽골 발언을 둘러싼 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북한에 대한 조건 없는 제도적.물질적 지원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가운데 '탈미 선언이다' '아니다'는 식의 공방만 확산되고 있다.
이런 혼란의 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의 발언이 돌출적인 데다 해석에 따라선 탈미 자주노선을 강조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표현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부인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해외순방 이전에 청와대에서 탈미 자주노선을 결정한 고위 안보회의가 열렸다'는 보도가 나와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문정인 국제안보대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미 대통령에게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발언을 해 국민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청와대와 통일부, 그리고 대통령에게 영향력이 큰 문정인 국제안보대사의 발언이 보여주는 엇박자와 제각각의 해석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이 무엇인지 심각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최측근 인사와 외교 자문역, 그리고 대북.통일 정책의 추진체인 통일부의 해석과 해명이 다르니 도대체 국민이 어느 말을 믿어야 한다는 말인가.
6자회담의 교착을 타개하고 이른 시간 안에 한반도에서 평화를 진전시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한국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는 합당한 절차와 치밀한 의견조율, 그리고 동맹국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지 돌출적.독자적인 언행이나 비밀스러운 협의만으로는 이룩될 수 없다.
6자회담 파행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북한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인 제공자는 전혀 변하지 않는데 "우리가 많이 양보하려 한다"거나 "제도적 지원"이란 생소한 표현을 동원해 대다수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청와대와 대통령 주변 인사들은 돌출성, 나홀로 식의 발언으로 더 이상 국민을 불안케 해선 안 된다. 국민 앞에 명확한 대북정책의 방향을 밝혀라.
[경향신문] 섞어심기·논문조작 결합된 줄기세포 사기극
역시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없었다. 김선종 미즈메디병원 연구원은 단독으로 줄기세포 ‘섞어심기’를 했고,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는 논문조작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의 발표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황우석 신화’가 총체적 허구와 조작임이 다시금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 연구비를 둘러싼 심각한 도덕적 해이까지 불거졌다. 또 한번 국민은 분노와 허탈감을 감내하게 됐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황우석 연구팀’은 논문조작과 줄기세포 조작, 그리고 연구비 횡령과 사기 등 학문적·도덕적 타락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연구원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서울대팀의 줄기세포에 섞어심기 했다. ‘바꿔치기 의혹’이 ‘섞어심기’로 대치됐으니 일말의 배아줄기세포 존재 가능성마저 무산된 것이다. 황전교수는 거액의 연구비를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연구용 난자를 불법 매입했다고 한다. 논문조작과는 또다른 부도덕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는 또 실험 데이터와 사진 조작을 지시했다. 연구비 유용은 황전교수 최측근이었던 교수들도 마찬가지라니 분개를 자아낸다.
이번 검찰 발표를 둘러싸고 의문점들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줄기세포 조작은 김연구원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지었다. 황전교수는 이를 몰랐다가 2005년 10월쯤에야 인지했다는 것이다. 황전교수가 과연 언제쯤 알았는지 좀더 설득력 있는 설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황전교수가 속았다고 해도 연구과정 전체를 관장하는 책임자로서 이 문제에서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은 이번에 황전교수의 논문조작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한국 과학계와 나라 전체에 큰 상처를 가져 온 논문조작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치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불구속 기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검찰수사 발표는 지난번 서울대조사위의 발표에 이어 황우석 신화의 붕괴를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좌절하거나 멈춰설 수 없다. 다시 일어서야 한다. 황우석 파문을 우리의 연구 윤리와 연구 진실성, 그리고 생명윤리를 국가적 차원에서 한 단계 상승케 하는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