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5월 4일 목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5. 5. 23:06
2006년 5월 4일 목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주민소환제, 법 시행 전에 개정해야

이유와 경위가 어찌 됐든 주민소환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7월부터 지자체장과 의원에 대한 ‘리콜’이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이미 언급한 대로 법안의 내용이 미흡하고 입법과정 역시 졸속이었음을 다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자치제에서 주민소환제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마무리하는 의미를 갖는 중요 시스템이다. 그 의미와 파장이 워낙 크므로 정치권의 야합과 반목에 대한 질타와 별도로, 개정과 보완을 촉구하고자 한다.

선출된 지자체장이나 의원을 주민 청구로 임기 중 해임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가 성공적으로 무리없이 정착되려면 지방자치제에 대한 현실인식이 밑받침돼야 한다.

우리의 경우, 지자체장이나 의원은 정당 공천을 바탕으로 선출되고 있어 행정과 정책으로 주민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다른 나라의 지자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자체 선거가 ‘제2의 총선’이라는 정치적 의미를 띠고 있는 현실에서 주민소환제가 졸속 시행될 경우 이른바 ‘국민소환제도’처럼 운용되어 주민의 살림살이에 악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크다.

이 법안이 정밀하고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치지 못했던 점도 문제다. 열린우리당(지병문ㆍ강창일 의원)과 민주노동당(이영순 의원)이 발의한 3개의 안을 통합ㆍ보완해 국회 행자위 소위의 대안(代案)으로 마련한 것이었다.

한나라당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의견수렴 공청회 일정을 논의하는 시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인 소환투표 청구사유가 명시되지 않았으며, 유권자수만 확보하면 무슨 이유로든 소환투표 청구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주민소환법의 시행에 앞서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법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낙선자가 선거결과에 불복해 이를 악용하는 사례등 정치적 목적으로 오용될 소지가 많은 점은 경계해야 한다. 여야는 소환투표 청구사유를 명시하는 문제를 포함해서 ‘주민소환법 개정’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대추리 사태’, 물리력 동원은 안 된다

‘대추리 사태’, 물리력 동원은 안 된다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확장 터에 전운이 감돈다. 국방부는 사흘 만에 주민·시민사회단체와의 대화를 중단했다. 이미 행정 대집행을 예고해둔 만큼 윤광웅 장관의 허락만 떨어지면, 작전에 들어간다. 파종한 논 수십만평과 대추분교를 강점하고, 그곳에 철조망을 두른 뒤 군사보호시설로 지정할 것이다. 이에 맞서 주민과 시민단체들도 대추리로 집결을 호소하고 있다. 양쪽의 충돌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민주사회에서 평화시에 토지를 강제로 수용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특히 외국군 주둔용 땅을 강탈하다시피 하는 것은 주권국으로서 참기 어렵다. 게다가 그곳 주민들은 힘들여 바다를 막아 일군 토지를,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빼앗겨야 하는 처지다. 생명보다 귀한 농토, 평생 정을 나눴던 이웃, 이제 한가족이 돼버린 마을 공동체와 강제로 떨어져야 하는데, 어떤 주민이 가만히 앉아서 당할까.

국방부는 그런 이들에게 물리력을 사용해선 안 된다. 다음 세 가지 사항을 이해시켜 끝까지 동의를 구해야 한다. 우선 주한미군 재편의 목표, 그 속에서 평택 미군기지의 구실을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에 긴급하고 긴요하다면 주민들은 이해를 할 것이다. 둘째, 위치와 규모의 적정성에 대한 설득이 있어야 한다. 보상은 그 다음이다. 지금처럼 주변 땅값보다 낮은 가격에 수용당하고, 엉뚱한 곳에 대토를 마련하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 목적이 옳다면 어떤 형식의 대화나 토론도 피해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정당성도 얻는다.

우리의 민주공화정 역사는 짧다. 그러나 군-민 사이의 충돌은 너무나 많았다. 위수령, 계엄령, 민간인 학살 등은 지금도 우리를 괴롭히는 집단적 상처로 남았다. 어떤 형태의 군-민 충돌도 일어나선 안 된다.


[동아일보]‘교육 독재’의 실험대에 선 학생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전국 24개 대학이 2008학년도 입시에서 내신 반영률을 50%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교육 당국은 '대학의 자율적 결정'이라고 했지만 그렇든 아니든 고등학교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이번 결정의 첫 대상이 될 고교 2학년생들은 1년 전 입학할 때부터 ‘내신 위주의 입시가 될 것’이라는 교육인적자원부 예고에 따라 치열한 내신 경쟁을 벌여 왔다. 살인적 경쟁을 견디지 못한 학생들은 반대 시위까지 벌였다. 그러다 지난해 말 대학들이 논술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선회하자 논술 열풍이 불었다. 교사들도 ‘앞으론 논술이 입시의 대세’라고 했다. 그러더니 이번에 다시 내신 위주로 바뀐 것이다.

이번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의문이다. 일부 대학은 “합의한 적 없다”고 했다. 정부가 ‘내신 중심 입시’를 하라고 압박하니까 따르는 모양새만 취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입시가 실제로 어떻게 치러질지는 그때 가 봐야 알지, 지금은 예측이 어렵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내신 수능 논술을 같이 준비할 수밖에 없는 ‘3중고’에 더 시달리게 됐다. 학생들이 ‘죽음의 트라이앵글’로 부르는 이 셋 중 어느 게 입시의 중요 변수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사교육비만 늘어날 판이다. ‘자율’을 외치면서도 교육부의 압력 앞에서 오락가락하는 대학들의 모습도 볼썽사납다.

이 정권은 ‘평등’이란 미명하에 ‘교육 독재’를 꾀함으로써 학생들을 계속 고통스러운 ‘실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교육의 전 분야에서 절대 권한을 행사하려 드는 정권과 무기력한 대학 사이에 끼인 학생들은 스스로를 ‘저주받은 89년생’이라고 부르며 불확실성의 공포에 떨고 있다.

그렇다고 내신 입시가 공교육 살리기에 충실한 것도 아니다. 내신이라는 믿을 수 없는 자료를 대학에 강요하는 것은 공교육 회복보다는 강남과 특목고, 비평준화 지역의 우수 고교 같은 특정 고교 집단에 불이익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그 자리에 앉아 있는지 밝힐 때가 됐다.



[조선일보] 官製 대학입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22개 대학 입학처장들이 2일 ‘2008년 대학입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文件문건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內申내신을 50% 이상 반영하고 대학별 考査고사 비중은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내신 위주로 뽑겠다는 入試案입시안은 많은 문제와 부작용을 안고 있다. 우선 주요 사립대는 작년 말 2008년 입시에선 내신비중을 40% 아래로 낮추고 대학별 고사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했었다. 넉 달 만에 方針방침이 뒤집힌 것이다. 앞으로는 안 바뀐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 대학입시가 이렇게 널뛰면 수험생만 골병들게 된다. 둘째, 내신점수는 전국단위 평가가 아니라 학교단위 相對상대평가다. 같은 학급, 같은 학교 친구를 밟아야 살아남는다. 학교나 선생님 입장에선 학교 전체 성적을 올리려고 노력할 이유가 없다. 대충대충 가르쳐도 어차피 4%는 1등급이다. 교육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셋째, 우수학생이 몰려 있는 자립형사립고, 非비평준화지역 우수고, 특목고 학생들은 내신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우수학생에게 罰벌줘서 평균학생에게 갖다 맞추겠다는 식이다. 넷째, 實效실효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내신점수를 믿지 못하는 대학들은 내신의 實質실질반영률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 100점 만점에 내신이 50점(外形외형반영률 50%)이라 해도 30점을 기본점수로 주면 실질반영률은 20%밖에 안 된다. 다섯째, 내신 반영률을 높인다고 私敎育사교육이 잡힐 것 같지도 않다. 全科目전과목 과외만 설칠 공산이 크다. 학교교육을 살리는 것은 내신비중을 주물러서 되는 게 아니라 교원평가제나 水準別수준별수업 등으로 수업 質질을 높여야 가능하다.

여섯째,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한 決議결의인가 하는 점이다. 서울대 입학처장은 “문건에 이름 올리는 데 동의한 적 없다”고 했다. 어떤 대학 입학처장은 “무슨 案件안건인지도 모르고 참석했다”고 했고, “(교육부가) 짓누르는데 따라가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사람도 있다. 입학처장 모임을 주도한 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바로 그날자 어느 신문 인터뷰에서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대학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을 금하는 대입 三不삼불정책은 廢棄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중앙일보] `세금폭탄`, 아직 멀었다는 정부

이 정부는 이제 부동산에 대해 징벌적인 '세금 폭격'을 계속하겠다는 다짐을 대놓고 하기에 이르렀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제 한 심포지엄에서 "종합부동산세가 8배 올랐다며 '세금폭탄'이라고 하는데, 아직 멀었다"고 공언했다. 앞으로 세금폭탄의 폭발력이 더 커질 터이니 집 가진 사람들은 미리 각오를 하라는 소리로 들린다. 국민이 부담해야 할 세금에 대한 이런 거칠고 무례한 어법은 "8.31 대책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엄포를 연상시킨다. 어쩌다가 대통령과 최고위 정책당국자가 신중해야 할 세금문제를 이토록 함부로 협박하듯 말하는 지경이 됐는지 걱정이다.

우리는 진작부터 부동산 세금에 대해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는 낮추는 쪽으로 바꾸자는 입장을 원칙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그것은 부동산 과세체계의 정상화와 합리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지 집값을 잡기 위해 무차별 세금 폭격을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우선 특정 지역의 집값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세금을 동원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 세제 개편은 과세체계를 바로잡는 데 쓰고, 부동산값 안정은 수급조절로 풀어나가는 것이 정도(正道)다. 그런데 이 정부는 공급 확대는 외면한 채, 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징벌적인 중과세를 부동산 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이를 관철하겠다고 온 정부가 나서서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 퇴임한 조세개혁위원장조차 지금의 부동산 세제는 지속되기 어렵다고 하지 않았던가.

부동산 정책은 경제여건에 따라 바뀔 수도 있고 또 바꾸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김 실장은 "참여정부가 끝나도 부동산 정책을 (향후 정부가) 못 바꾸도록 해놨다"고 장담했다. 세금과 부동산정책을 얽어놓아 고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논리의 앞뒤가 뒤바뀐 것은 차치하고, 국민을 무엇으로 알고 하는 소리인지, 참으로 오만하고 불손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는 사이에도 국민은행이 조사한 전국의 집값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여전히 오르고 있다.


[경향신문] 내신반영율 올리려면 객관성 선행돼야

2008학년도 대입에서 내신(학생부 성적) 반영 비율을 50% 이상으로 올리기로 한 대학교육협의회의 발표는 공교육의 내실화를 지향하는 것이어서 바람직하다. 대입제도가 고교교육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환경에서 고교내신 성적을 얼마만큼 반영하느냐는 결정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고 수준이며, 그것은 공교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안이다.

문제는 명목반영률을 50% 이상으로 올린다 해도 실질반영률이 얼마가 되느냐다. 대학들이 실질반영률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10~20%를 올리더라도 실질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2006학년도 서울 주요 대학 입시에서도 표면상 40%에 달했던 내신의 실질반영률은 2.28%(서울대)∼11.7%(연세대)로 태반이 10% 이하였음이 그 방증이다. 대학들은 응시자들의 내신 기본점수를 아주 높게 줘 사실상 내신의 변별력을 없애는 방법을 썼던 것이다. 2008학년도에도 이런 일이 재연되지 말란 법이 없다.

핵심은 대학들이 내신비율을 높일 수 없는 요소들을 2008학년도 대입 전까지 해소하는 일이다. 흔히 말하는 ‘내신 부풀리기’로 대학당국과 일선 고교 사이에 신뢰가 무너진 지 오래다. 대학의 뿌리 깊은 고교불신에 이어 이제는 아무리 소신껏 내신을 측정한다고 해도 대학에서 과연 인정하겠느냐는 단계에 이르렀을 정도가 됐다.

결국 대학들이 믿을 수 있는 내신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일이다. 고교 수업의 질적인 면이나 학생들의 활동, 인성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좀더 객관화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 대학과 고교, 그리고 교육부로 구성된 ‘내신평가기준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