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9일 토요일,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2006년 4월 29일 토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현대, 이 와중에 경영권 싸움이라니
정몽준 의원이 오너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27일 현대그룹의 주력회사이자 지주회사인 현대상선의 지분 26.68%를 전격적으로 매입했다. 현대중공업은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으로부터 현대상선을 보호하기 위한 백기사 역할이며 풍부한 회사 자금을 협력회사에 투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작 현대상선은 ”백기사를 하겠다면 한마디 상의도 없이 지분을 대량 매입할 이유가 없다“라고 강하게 반박하며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한 시도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현대그룹 주장이 사실이라면 2002년 왕자의 난과 2003년 KCC그룹 정상영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인수 시도로 빚어진 ‘숙부의 난’에 이어 현대 집안이 다시 경영권 싸움에 휘말리는 셈이어서 안타깝다. 특히 현대가의 장자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회장이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상황에서 집안 한쪽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광경은 낯 뜨겁고 한심스럽다.
객관적으로 현대중공업의 해명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우선 백기사는 도우려는 상대방이 부인하면 결코 백기사가 아닌 것이다. 중공업은 사전에 아무런 상의가 없다가 주식 매집 당일 일방적으로 현대상선에 통보했고, 시간을 갖고 상의하자는 요구도 일축했다고 한다.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투자한 돈이 5,600억원이 넘고, 시장 가격에 20%의 웃돈을 주고 사들인 과정을 보면 외국계 지분보유자의 제의로 갑자기 샀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시장경제에서 기업간 인수합병은 전적으로 당사자간의 문제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떳떳하고 공정해야 한다. 인수합병 의도를 감추고 오히려 백기사를 자처한 것이라면 부도덕할 뿐 아니라 불법적인 행위다. 정몽헌 회장 사망이후 부인 현정은 회장이 갖은 역경 끝에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현대그룹을 “정씨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가족들이 빼앗으려 한다면 국민감정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부디 현대중공업 설명대로 서로 돕고 의지하는 아름다운 현대가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한겨레신문]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육아 현실
한국과 일본, 미국, 프랑스, 스웨덴 등 다섯 나라 가운데 한국인들이 유독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렵다’고 느낀다는 조사가 나왔다. 일본 내각부가 출산·육아 실태를 조사해 보니, ‘아이를 낳아 키우기 쉬운 나라인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한 비율이 한국은 고작 19%였다. 일본 48%, 프랑스 68%, 미국 78%, 스웨덴 98%와 아주 큰 차이다. 또 한국과 일본은 육아를 여성이 도맡거나 주로 맡는다는 응답자 비율이 70%에 이른 반면, 스웨덴은 90%가 남녀가 분담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런 조사 결과는 어쩌면 당연하다. 지난 2004년 기준으로 한국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 수는 1.19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출산율이 낮은 원인의 하나는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려워 출산을 기피하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아이 키우기 어렵다는 건 우리 모두 절감하는 바다. 그럼에도 이번 조사를 지나치기 어려운 것은 선진국들과의 차이가 너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출산 및 육아 대책과 관련해, 선진국 가운데 우리와 출산율이 엇비슷한 스페인과 이탈리아(2000년 기준으로 각각 1.20명과 1.18명)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나라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사회였다가 여성의 권리가 급속히 신장된 점, 청년 실업률이 아주 높은 점, 3살 미만 영아 보육률이 5%에 미달하는 점 등이 비슷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북유럽 나라들과 대조적인 부분이다. 여러가지로 우리와 비슷한 두 나라 사례는, 여성 일자리 확대와 육아비용 지원을 통해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일과 육아를 병행할 여건을 갖춰주기 전에는 출산율도 높아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정부의 각성과 노력이 시급한 대목이다.
[동아일보] 규제와의 투쟁 끝에 준공된 파주 LCD공장
LG필립스LCD공장이 정부 규제와의 투쟁 끝에 경기 파주시에 지어졌다. 경기도와 LG필립스가 거미줄 규제에 굴복했다면 이 공장의 4만2000개 일자리는 중국 난징이나 대만으로 갔을 것이다. 경기도와 LG필립스에 박수를 보낸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고 투자를 유치했다면 이 공장 같은 설비가 수십 개 더 국내에 들어섰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다.
2003년 2월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한 경기도와 LG필립스는 ‘산업집적(集積)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이라는 규제 장벽 앞에 서게 된다. 당시 산집법은 외국인 투자기업의 수도권 투자를 첨단 25개 업종에 한해 2003년 말까지 한시적으로만 허용했다. 열 달 안에 산업단지를 만들어 입주계약까지 완료하라는 불가능한 주문이었다. 경기도는 총력전을 펴 정부로부터 시한연장을 얻어냈다. 그럼에도 환경영향평가,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규제의 벽은 겹겹이었다.
2005년에도 난관은 기다리고 있었다. LCD공장이 원활하게 가동되려면 관련기업의 협력단지가 필수적이다. 산집법은 국내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었다. 협력단지를 비수도권에 지으면 막대한 물류비용 때문에 파주공장은 국제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그래서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작년 5월 국내 대기업 공장의 수도권 신증설을 허용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자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는 수도권 규제완화는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과 연계돼야 한다며 거부했다. 그는 반발하는 손 지사에게 “정치는 내가 고수이며 손 지사는 한참 아래”라는 말까지 했다. 4만 개의 일자리가 걸린 투자문제를 정치 단수(段數) 시비로 변질시킨 것이다. 결국 정부는 작년 11월 대기업의 수도권 신증설을 2006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했지만 8개 첨단 업종으로 제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파주공장 준공식에서 손 지사에게 “떼를 그렇게 쓰시더니 이제 만족하십니까”라고 말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25개 첨단업종 국내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를 허용한다면 당장 5개 업종 4조4000억 원의 투자가 이루어져 일자리 5만 개가 창출된다. 노 대통령은 남의 일처럼 말하지 말고 이런 투자를 성사시키는 데 앞장서야 하지 않겠는가.
[조선일보] 납북자 문제, 북한엔 못 따지고 가족엔 숨겼다니
1977~78년 납북됐던 김영남씨 등 고교생 5명이 南派남파간첩 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1997년 檢擧검거 간첩과 2000년 이후 탈북자들 증언을 통해 확인했다고 국가정보원장이 27일 국회에서 밝혔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근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납북자 부모들은 30년 전 잃어버린 자식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을 報道陣보도진에게서 전해 듣고 "정부가 어떻게 여태 알려주지 않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북한에 강제 납치됐다 김영남씨와 결혼한 것으로 확인된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씨의 어머니와 탈북자 김한미양 가족이 28일 부시 美미 대통령을 만났다. 이 면담에 주미 일본대사는 同席동석했으나 주미 한국대사는 불참했다. 일본 외무성은 요코다씨 어머니의 미국 방문 일정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주미 한국대사관은 한국서 온 탈북자들을 만나 주지 않았다. 외교부의 지시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얘기들을 접하면서 또다시 대한민국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하고 물어야 하는 우리 신세가 서글프다. 정부는 30년 전 실종됐던 고등학생들이 북한에서 남파 간첩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면서도 10년 가까이 북한에 대고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정부의 더 모진 행위는 자식 생각에 피 말리는 세월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에게도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 대사관은 미국 정부 초청으로 미국에 가서 공식 일정을 갖는 탈북자들과 눈이 마주칠까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끄럽게 해서 북한을 자극하면 납북자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를 달지만 그게 다 정권의 방침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 논리라면 국제사회에서 요란하게 문제를 제기해온 일본은 납북자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사실은 반대다. 입 닫고 있던 우리는 납북자 소식마저 막막한데 일본 정부는 修交수교와 경제지원을 무기 삼아 북한으로부터 13명의 일본인 납치를 自白자백받았고 고이즈미 총리는 직접 북한에 가 납북자 5명과 가족을 데려왔다. 이 정부가 가족에게도 쉬쉬하는 사이 4년 동안 남북한을 오가며 DNA 조사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 메구미씨 남편이 한국인 납북자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도 일본 정부였다. 반면 이 정부는 이번 남북장관급회담을 앞두고 "납북자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큰소리를 치더니 '전쟁 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암호 같은 합의문만 들고 돌아왔다.
이런데도 이 정부는 납북자문제에 대해 뭐라 떠들 염치라도 있다는 말인가.
[사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구속을 보면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구속됐다. 현대차가 국내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현대차에서 정 회장이 차지해온
무게로 볼 때 그의 부재(不在)가 가져올 후유증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우리는 정 회장의 불구속 기소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법원과 검찰은
경제논리보다 법논리와 원칙을 우선했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현대차의 경영 공백이다. 정 회장은 강력한 리더십과 뚝심으로 현대차를 재계 2위로 끌어올렸다. 급성장의 발판이 된 '미국 시장 10년-10만 마일 보증' 같은 사안도 그의 결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이런 선장을 잃은 현대차는 동요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회사 내부에는 불안과 탄식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흔들려선 안 된다. 현대차는 한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수만 명의 주주와 종업원, 협력업체를 거느린 주식회사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모두가 힘을 합쳐 비상한 각오로 위기를 이겨내야 할 것이다.
이제 현대차뿐 아니라 이 땅의 모든 기업이 투명경영을 정착시켜야 할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더 이상 비자금, 경영권 편법 승계 등이 통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1인 경영 체제에 의존하다간 총수의 위기가 곧바로 기업의 위기로 이어지는 것도 보았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에 카리스마가 일정 부분 필요치 않은 것은 아니지만 현대.기아차처럼 세계 5위의 자동차 기업을 노릴 정도의 거대 기업이 오너 1인 체제로 굴러갈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시스템 경영의 도입만이 해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의 지속적인 생존조차 도모하기 어려운 시대다.
나라 안팎의 경제환경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다 국내 기업들은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경영 모델을 찾아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할 통과의례지만 그 진통이 부담스러운 느낌이다. 기업들의 자기혁신을 여유를 갖고 지켜보는 사회 분위기가 아쉽다. 우리가 아니라면 글로벌 경쟁에 내몰린 국내 기업을 누가 감싸줄 것인가.
[경향신문] 공군은 전기·물고문하고, 육군은 성추행하고
최전방 총기난사사건의 후속조처로 군당국이 일석점호를 없애는 등 ‘선진 병영문화 비전’을 발표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또다시 ‘후진 병영문화’를 상징하는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했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공군 모 부대에서는 선임병 2명이 후임병의 손목과
허벅지 등에 전압 220V의 전선을 갖다대는가 하면 1.5ℓ 페트병에 든 물을 억지로 다 마시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육군 모부대 대대장은 자신이 지휘하던 부대의 병사 6명의 사타구니 피부병을 살펴본다는 명목으로 몸을 만지거나 껴안는 등 병사들이 심한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성추행을 했다고 한다. 또 공군과 육군의 또다른 부대에서는 경계근무중이던 병사가 총기사고로 숨지거나 부대내 경비실에서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는 소식이다.
당국은 이같은 군기문란행위의 책임소재를 명백히 가려내 관련자들을 군율에 따라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이같은 행위들은 지휘관들의 나태한 인식이나 수수방관 속에서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은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병사들을 부속품이나 소모품쯤으로 여기는 우리 군의 오래된 병폐가 혁파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군간부 양성기관에서부터 민주적인 의식을 길러줘야 할 터이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더라도 병역을 면제받으려 하는 작금의 세태는 공공의 책무를 회피하려는 시민정신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군대는 ‘안심하고 자식을 보낼 수 없는 곳’이라는 인식도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휘관은 진심으로 병사들을 아껴주고, 병사들은 지휘관을 존경함으로써 한 몸이 될 때 군대는 ‘안심하고 갈 수 있는 곳’으로 변모할 것이다. 군대에 자식을 보내놓고 지금 이 순간에도 노심초사하고 있는 수많은 부모들의 마음을 군당국은 깊이 헤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