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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28일 금요일, 주요6대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4. 28. 18:11

2006년 4월 28일 금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법원에 맡겨진 현대차 비리 처벌

구속 여부를 놓고 사회적 논란을 불렀던 정몽구 현대차 그룹회장에 대해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대차와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더라도 몇 천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불법승계 등의 비리 규모에 비춰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 결과다. 찬반논란은 이어지겠지만 직분에 충실하려는 검찰의 결정을 존중하면서 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보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우리는 먼저 검찰의 결정을 흑백 논리로 시비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쓸모없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경제보다 법과 정의를 앞세웠다거나, 사회적 이익보다 사법적 이상을 좇았다고 풀이하는 것도 삼가는 게 좋겠다는 얘기다.

검찰은 스스로 밝혔듯이 누구보다 진지하게 사법처리 방향을 고민했을 것이다. 그 동안 재벌관련 비리를 다루면서 원칙과 본분에 일관되게 충실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교훈을 바탕으로 어느 때보다 신중하면서도 바른 자세를 지켰다고 본다.

이렇게 볼 때, 이제 정 회장 문제에 매달리기보다는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에서 구속여부를 마냥 논란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를 함께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강정구 교수사건과 다른 재벌관련 사건들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여부를 놓고 사회가 강파른 대립으로 진통을 겪은 경험과 이번 논란을 나란히 놓고 볼 때, 인권과 법질서 또는 경제적 이익 등의 엇갈리는 명분의 어느 하나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소모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인신구속 여부 결정은 법원의 고유 권한임을 깨닫고 사회 모두가 자제하는 것이 인권옹호와 정의구현을 함께 이룰 수 있는 지혜라고 믿는다.

이번 논란에서 경제적 영향을 먼저 걱정하는 여론이 많게 나타난 것은 이런 지혜에 다가간 결과로 볼 수 있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와 구속적부심 등에서 여론과 검찰보다 한층 폭 넓은 고려를 할 것이다. 따라서 현대차와 경제계를 포함한 사회가 할 일은 구속 여부 차원을 넘어 이번 사건을 재벌기업 비리를 청산하는 계기로 이끄는 것이라고 본다.


[한겨레신문] 빈곤층 의료급여 개선, 질 향상에 초점둬야
 
보건복지부가 빈곤층을 위한 ‘의료급여’ 제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부담하는 비용이 급격하게 늘고 있어, 과잉진료나 남용을 막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다. 병원이나 약국을 많이 이용하는 이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특히 심한 사람은 집중관리를 할 것이라고 한다.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실태를 따져보면 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은 분명하다. 다만 비용 절감만을 강조하는 정책은 곤란하다. 제도 개선의 초점은 빈곤층에 대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의료 보장이 돼야 한다. 의료급여 제도는 근로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들과 국가 유공자, 이재민, 탈북자, 기타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정부가 의료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의료비 전액을 지원받는 사람(1종)이 지난해 말 현재 99만6천여명이고 일부를 본인이 부담하는 사람(2종)이 76만여명이다. 이들 전체 대상자의 25%는 65살 이상 노인이다. 진료비 총액은 지난해 3조1765억원으로 2002년의 1조9824억원에서 3년 새 60%나 증가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니 정부가 과잉진료 등을 줄이겠다고 나선 것인데, 과잉진료나 제도 남용도 분명히 있겠으나 비용 증가의 주 요인은 희귀 난치성 또는 만성 질환자에 대한 혜택 제공과 노년층 증가 등이다. 핵심 문제는 구조적인 데 있는 것이다. 게다가 병원들의 의료급여 대상자 기피와 차별 등으로 빈곤층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된다.

이 때문에 제도 개선은, 사회 양극화와 노령화에 따라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비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와 동시에 의료서비스 질을 어떻게 개선할 것이냐에 맞춰야 한다. 그러자면 단기적인 접근이 아니라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예컨대, 이 제도를 건강보험과 통합하는 문제, 주치의 제도 도입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보험과 통합하는 것은 간단치 않겠지만, 전문가들은 빈곤층 차별 해소와 제도 통합에 따른 효율 향상 등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주치의 제도도 비용이나 형평성 문제가 있으나, 차상위 계층까지 포함시켜 빈곤층 건강관리 방안으로 접근해볼 여지는 충분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 사회 구성원에게 보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부담은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눈다는 정신이다. 의료제도 개선은 이런 원칙을 대전제로 이뤄져야 한다.


[동아일보] 현대車노사 합심해 위기 돌파를

 

검찰이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 부자(父子)의 사법처리를 놓고 고심하다가 정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정 사장은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정 회장의 범죄 혐의가 무거워 검찰로서는 다른 선택이 어려웠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구속되면 리더십 부재(不在)와 의사결정 표류로 해외사업 차질 등 경영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1인 경영체제에 의존해 온 현대차로서는 충격이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21세기 글로벌기업집단으로 살아남기 위해 ‘투명하고 효율적인 시스템경영’ 체제로 자기혁신을 시도해 지금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바꾸어야 한다. 현대차그룹 노사가 일치단결해 위기 돌파의 행동에 나선다면 국민적 호응이 따를 것이다.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에서 어떤 사법적 판단이 나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정 회장이 칠순에 가까운 고령이고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재판이 대원칙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 따라서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에 대해 법원이 검찰과는 다른 결론을 내릴 여지도 있다.

부품업체와 근로자 수가 많은 자동차 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생산액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고, 직간접 고용인원이 전 산업의 10.4%나 된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자동차산업 총생산량의 78%, 직접고용의 40%를 차지한다. 현대차의 생존이 위협받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세계 자동차시장의 경쟁은 피를 말릴 지경이다. 세계 7위권인 현대차가 5위권 안에 진입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에는 원화 강세 때문에 미국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와 부품업체 그리고 노동조합까지 함께 현대차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차가 살아남자면 노사가 합심해 국민적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투명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워 나가는 것이 우선과제다.

법원과 검찰은 앞으로 사법절차 진행과정에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대명제를 깊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다시 4만2000개 일자리 만드는 '경기도 모델'

 

LG필립스 LCD 파주공장이 27일 1단계 준공식을 가졌다. 지난 2년간 5조3000억원이 투입된 이 공장은 42인치 LCD TV용 패널을 연간 860만장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공장이다. 앞으로도 LG계열사 단지, 부품·소재 협력업체 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2012년까지 27조원을 들여 140만평 규모의 LCD산업단지가 완공되면 생기는 일자리만도 4만2000개에 이른다.

경기도가 파격적 지원을 통해 대만으로 갈 뻔했던 LG필립스의 투자를 돌렸기에 이뤄진 파주의 기적이다. 경기도는 투자양해각서 체결 이후 3년 걸리는 절차를 1년 만에 끝냈고, 부지 내에 있던 424기의 墓地묘지 하나하나에 담당 공무원을 정해 移葬이장 일정을 지키게 했다. 공장 착공 이전에 文化財문화재 발굴작업을 끝내기 위해 한겨울에 땅이 얼지 않도록 10억원을 들여 7000여 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세우고 온풍기를 트는 극성까지 부렸다.

파주에서만 이런 극성이 있었던 게 아니다. 2003년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인 미국 델파이社사가 진입도로 문제로 2000만달러의 연구소 건립계획을 손 떼려 하자 즉각 10억원의 道費도비를 들여 길을 뚫었다. 그 밖에도 기업을 위해 길을 뚫었거나 뚫고 있는 곳이 20곳에 이른다.

손학규 지사는 취임 후 3년 10개월 동안 투자유치를 위해 19번이나 해외출장을 나갔다. 모두 98일간의 출장 동안 외국 기업인들과 147차례 면담을 가졌다. LCD장비 생산업체인 일본 HOYA社사는 세 번이나 찾아가 사장의 손을 끌어당겨 결국 6000만 달러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지금 경기도에는 LG필립스 외에 모두 104개 외국기업이 투자했거나 투자를 약속했다. 투자규모 38억 달러에 3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 모두가 첨단산업분야 일자리다.

지방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 중앙정부건 지방정부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일보다 절실한 것이 없다. 초록색과 보라색 대결이란 요즘의 ‘눈 속임 쇼’로는 나라도 지방도 달라질 게 없다. 그런 빗나간 선거 흐름 한가운데이기에 경기도 모델이 더 돋보이는지도 모른다.


[중앙일보] 외교부의 실망스러운 독도 대응

 

'조용한 독도 외교'의 폐기를 선언한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담화를 계기로 외교통상부에 비상이 걸렸다. 주한 외국공관 대사들을 불러 '독도 주권'을 홍보한다, 재외공관을 통해 특별담화의 취지를 전파한다,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한다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가만히 있다 뒤늦게 실효성도 의심스러운 전시성(展示性) '뒷북 외교'에 매달리고 있는 외교부의 아마추어리즘이 실망스럽다.

외교부는 일본이 국제수로기구(IHO)에 독도 해역에 대해 일본식 해저 지명을 등록한 사실조차 오랫동안 모르고 있었다. 뒤늦게 이를 알고도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못해 왔다. 일본 순시선이 2000년 이후 다섯 차례나 독도 해역에서 조사를 벌였는데도 정부는 까맣게 몰랐다.

우리식 해저 지명 등록을 위해 정부가 지난 3년간 독도 해역에서 해양조사 활동을 벌여 온 만큼 일본의 독도 도발은 예견되는 사태였다. 그런데도 외교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6월 IHO 해저지명소위에 우리식 해저 지명을 등록하려던 계획을 보류하는 것으로 사태를 봉합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정부의 준비 부족 탓이 크다. 일본은 우리의 계획을 무산시키면서 독도 해역을 국제분쟁 수역화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만을 믿고, 별다른 대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다가 이 꼴을 당한 것이다.

물론 외교부로서도 할 말은 있을지 모른다. 독도 문제에 대한 대응을 청와대가 주도해 온 게 사실이고, 그 배경에는 정치적 고려도 없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중대한 외교적 사안에 대해 청와대 눈치나 살피고, 시키는 대로만 한다면 도대체 외교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전문적이고 실무적인 고려를 등한시한 채 대통령과 코드 맞추기에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실리를 꼼꼼하게 따지고, 만반의 사태에 미리미리 대비하는 프로페셔널리즘을 외교부에 촉구한다.


[경향신문] 병역면제 악용자는 날고, 병무당국은 기고
 
고혈압이 병역을 면제받기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한다. 해마다 징병 신체검사에서 고혈압에 따른 4급(보충역·공익근무)과 면제대상인 5급 판정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면제자 62명 가운데 40명이 고혈압에 따른 진료·약물복용 기록이 전혀 없거나 치료기간이 1주일 미만으로 확인된 것은 병역면제를 노린 일시적 ‘위장 고혈압’의 실례다.

문제는 병무청이 ‘위장 고혈압’을 신검현장에서 그때그때 발견해내지 못하고, 이로 인한 누적 면제자가 많다는 것까지 알면서도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점이다. 병무청이 2005년 4급 판정자와 그 이전 4~5급 판정자들 가운데 해당자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이를 덮어두는 것은 직무유기다.

부정행위가 의심돼도 확인하는 재검절차가 쉽지 않은데다 당사자가 응하지 않을 경우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다거나, 혈압수치 조작은 사후 적발하더라도 당사자가 ‘병세가 호전됐다’고 하면 처벌하기가 곤란하다는 해명은 언뜻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모두 말장난에 불과하다. 징병검사 과정에서 혈압이 높은 신검자는 관련 치료와 투약을 검증할 수 있는 병력지 조사만 제대로 한다면 진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지손가락 끝마디 자르기'로부터 '석회가루 마시기', 가슴부위에 '쇳가루 바르기', 일부 운동선수들의 '무릎연골 제거하기'에 이어 '위장 사구체신염'에 이르기까지 병역 면제자가 되려는 수법은 꾸준히 개발돼왔다. 하지만 신검당국의 조기발견과 적절한 조치로 근절됐다. '위장 고혈압'도 마찬가지다. 병무청의 근원적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