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4월 27일 목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4. 27. 11:59
2006년 4월 27일 목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서울시장 정책대결로 가려져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전 의원이 선출됐다. 후보 경선에 나선지 불과 보름 여 만에 기존의 후보들을 제쳤다. 바람과 여론의 지지가 당내 당원과 대의원의 내부 지지를 능가한 결과이다.

내부 조직에 더해 외부 여론을 반영토록 한 경선제도의 산물이라고 한다. 오 후보는 여러 모로 큰 의미를 갖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유권자에게 제시한 한나라당의 선택이다. 한나라당의 책임과 메시지가 담긴 후보이고, 이에 대한 가부의 결론은 유권자가 내릴 평가에 달려 있다.

오 후보의 등장과 함께 다시 우려되는 것은 중요한 선거가 이미지와 바람에 의해 지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특히 열린우리당 후보로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유력한 것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라서 더욱 그렇다. 오 후보나 강 전 장관은 선거가 임박해 나오는 전형적인 바람몰이형 인물들이다. 이미지형 인물이나 바람몰이 자체가 해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유권자가 원하고 그런 희망이 여론의 지지를 만드는 것이라면 그 선택 또한 존중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시민들의 구체적 삶, 공동체나 나라의 진로가 오로지 이미지나 바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시장 선거가 단순히 지방선거에만 국한될 수 없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대선의 전초전이라거나 각 정당의 자존심과 정치적 상징성이 달린 선거로 간주되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의미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일 뿐 지방선거의 본질은 그 지역 유권자들을 위해 행정과 살림살이를 책임질 일꾼을 뽑는 행사이다. 후보든 유권자든 선거 내내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 후보는 물론 앞으로 선출될 다른 후보들 역시 구체적 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경쟁하고 심판 받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오 후보가 삶의 질과 국가경쟁력을 지적하며 정책의 중요성을 말했다는데, 선거가 그런 방향의 건전한 대결이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한겨레신문] 주권국임을 의심케 하는 미국 쇠고기 수입 결정

농림부는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발견된 광우병 감염소의 나이가 8살 이상이라는 최종 판단을 내리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절차를 밟기로 했다. 광우병은 나이 많은 소에서 발견되는 반면 우리가 수입할 건 30개월 미만 소의 살코기여서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한치의 위험 요인도 허용될 수 없는 사안을 이렇듯 서둘러 매듭지어도 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본 협상이 시작되는 6월 이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미국 요구에 짜맞추기라도 한 듯하지 않은가.

농림부는 치아 감별로 광우병 감염소 나이를 가늠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치아감별법은 참고용일 뿐 정확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설령 8살 이상이라고 한들, 그게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조사 결과, 광우병 대책이 미국보다 잘 세워져 있는 일본과 영국에서조차 30개월 미만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바 있다고 한다. 게다가 앨라배마주에서 광우병이 어떻게 발병했는지 역학조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하니, “자유무역협정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하고 있다”는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질타가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주권을 가진 정부라면 위험 요인이 명쾌하게 해소될 때까지 수입 재개 결정을 보류하는 게 마땅하다. 일말의 가능성도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들이 수는 적을지 모르나, 모두 전문가들이란 점에서 결코 무게가 가볍지 않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본 협상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까지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지금부터라도 그런 다짐을 실천으로 보여줘야 신뢰를 얻는다.


[동아일보]‘역사와 가치’ 바로 세울 뉴라이트財團

뉴라이트 운동의 이념 체계화를 위한 뉴라이트재단이 어제 발족했다. 2004년 말 시작된 뉴라이트 운동은 그동안도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흔드는 세력에 대응하고, 시장경제에 대한 바른 인식도 확산시켰다.

그러나 좌파(左派)가 장악하다시피 한 국가 사회적 담론 구조를 뛰어넘어 균형 있고 합리적인 공론의 장을 만들려면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 결집된 힘과 노력으로 뉴라이트 이념의 선명성 구체성을 부각시키면서 호소력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재단의 출범은 뉴라이트가 대중운동으로 자리 잡는 데 필수적이고 바람직한 진전이다.

재단은 스스로를 ‘집권세력과 마찬가지로 민주화운동에 뿌리를 두면서도 집권세력의 사상적 오진(誤診)에 대한 반성을 통해 자유주의 개혁을 추구하는 집단’이라고 정의했다. 이들은 과거 보수세력의 권위주의와 부정부패를 단호히 배격한다. 재단은 이런 차별성과 우월성을 이념과 정책을 통해 보여 줘야 한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야말로 21세기의 참다운 시대정신이라는 국민의 공감대를 만들어 내야 한다. 재단이 ‘우리는 사상(思想)단체’라고 천명한 것은 정치와 일정하게 거리를 두는 현실적인 방향 설정이다. 재단이 한국 근현대사를 재정립하는 일에 주력하기로 한 것은 적절하다.

이사장에 선임된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현 정부의 가장 큰 약점은 ‘거짓’을 앞세우고 진실을 인정하지 않는 데 있다”고 말한다. 거짓이란 한국 근현대사를 제국주의 침략과 민족독립운동의 이분법 구도로 보는 현 정권의 역사관이다. 정부가 부분에 불과한 ‘침략과 저항’을 역사의 전모로 여기고 나라를 이끌면 ‘우리끼리’를 강조하다 인민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북한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고 안 이사장은 우려한다. 세계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역사관에 대한 일침이다.

재단은 연구소를 만들고 계간 ‘시대정신’을 재창간해 국민 교육사업도 벌이기로 했다. 왜곡된 좌파적 역사관은 뿌리가 깊다. 그러나 국민 앞에 실제적 근거를 제시한다면 바로잡을 수 있다. 다른 보수세력도 치열한 자기 갱신(更新) 노력과 함께 뉴라이트 운동을 지원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가치 붕괴를 구경만 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조선일보] 日本이 후회하는 날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25일 就任취임 5주년 기자회견에서 “한 가지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가 있다고 해서 頂上會談정상회담을 거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외국의 정상들과 얘기해 보면 ‘고이즈미가 옳다. 한국과 중국은 이상하다’고 말한다. (한국과 중국은) 왜 일본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이상한 소리를 했을까 하고 후회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마치 한국과 중국만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문제삼는다는 투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여론은 고이즈미의 말과는 다르다. 美미 下院하원의 국제관계위원장은 작년 10월 “야스쿠니는 태평양전쟁을 낳은 軍國主義군국주의의 상징”이라면서 신사참배에 유감(regret)을 표시하는 서한을 일본측에 전달했다. 지난 2월 미국의 뉴욕 타임스紙지는 ‘고이즈미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이 아시아인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는 社說사설을 썼고 프랑스의 르몽드紙지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비판하는 르포 기사를 실었다.

고이즈미가 정체 불명의 외국 정상들을 들먹여가며 태연히 일본 국민을 속이는 발언을 하는 것은 잘 풀려 나가는 일본의 정치 경제를 믿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景氣경기는 51개월째 擴張확장국면을 이어가고 있고 도쿄 證市증시 평균주가는 지난 3월 말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경제再生재생 실적으로 고이즈미는 歷代역대 세 번째 長壽장수 총리이면서도 지지율이 여전히 40%를 웃돈다.

고이즈미는 이렇게 국내 실적이 뒤받쳐주니 한국쯤은 우습게 보이는 모양이다. 그는 힘센 미국과 손잡고 있으면 중국 정도는 겁낼 것이 없다고도 생각하는 듯하다. 지금 잘 나간다고 眼下無人안하무인처럼 구는 것은 小人輩소인배들이나 하는 짓이다. 벌써 고이즈미式식 오만불손한 외교가 아시아에서 일본을 孤立고립시키고 있다지 않은가.

일본이 울타리를 접해 이웃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이다. 그런 두 이웃 모두에게 배척당하는 처지에 국제사회에서 무슨 지도적 역할을 꿈꾸기라도 할 수 있겠는가. 일본이 죽자사자 매달리는 미국 입장에서도 아시아에서 배척당하는 일본이 거북스러워질 날이 올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훗날 고이즈미의 ‘이상한 생각’에 홀려 제정신을 잃었던 것을 일본이 후회하는 날이 올 것이다.


[중앙일보] 격랑속의 한·일관계, 지도자의 말 신중해야

"'왜 이런 문제로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이상한 소릴 해 버렸을까'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25일 취임 5주년 기자회견에서 '8월 15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하면서 한 말이다. 귀가 의심스럽다.

문면만 놓고 보면 자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이유로 한국과 중국이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거부한 것을 언젠가 후회하게 될 거라는 얘긴데, 고이즈미 총리는 마음에 어떤 복수의 칼을 갈고 있기에 그런 말을 막 하는가. '소리장도(笑裏藏刀.미소 속에 감춰진 칼)'를 조심하라는 엄포인가. '양복 입은 사무라이'라는 말이 그냥 나오진 않은 것 같다.

그는 말로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수없이 되풀이하면서 때만 되면 침략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에 가서 머리를 조아리는 언행불일치를 보여 왔다. 후회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섬뜩한 뉘앙스는 야스쿠니 참배를 고집하는 그의 속내에 대한 의구심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고 보지 않는가.

한.일관계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특히 국가 정상의 말 한마디는 금쪽같은 것이다. 쉽게 내뱉은 말 한마디가 양 국민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고 그것이 지난날 애써 쌓아온 양국관계를 하루아침에 허물 수도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담화를 통해 독도 문제에 대해 초강경 방침을 천명한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김영삼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한.일관계에 일으켰던 평지풍파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쏟아내는 말이 당장은 시원할지 몰라도 나중엔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일관계가 격랑 속에 있을수록 지도자의 말은 절제되고 신중해야 한다. 양국 정상은 한발씩 뒤로 물러서라.


[경향신문] 미국도 고유가 대책 마련에 안간힘 쓴다는데

국제 유가가 고공 행진을 거듭하자 마침내 미국이 고유가 대책을 전격적으로 내놓았다. 엊그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전략유 비축 중지, 미국 정유사 폭리 여부 조사 등을 골자로 하는 주목할 만한 조처를 발표한 것이다. 세계 2위의 석유생산국인 미국조차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이같이 기민하고도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되고도 남는다 하겠다.

미국 시민들도 자가용을 차고에 넣어두고 대중교통 수단을 찾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에너지 절약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정부 대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고 한다.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수도 워싱턴에서는 지난 20일 하루 전철 이용객 수가 80만명에 육박해 개통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로스앤젤레스 등 다른 대도시에서도 전철·버스 이용객의 수가 날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럴진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으면서도 원유 수입량 세계 4위, 소비량 6위인 우리나라는 너무 안이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적이 걱정스럽다. 배럴당 55달러(두바이 유가 기준) 안팎으로 예상해 전망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5%는 유가가 10달러 이상 더 상승함으로써 이미 불투명해지고 있다.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과 소비 위축, 경기둔화로 이어질 경우 국민경제 전체가 떠안아야 할 손실과 부담은 예측하기조차 쉽지 않다.

정부는 에너지 절약 대국민 캠페인을 펴는 것 외에도 고유가 파고를 넘을 수 있는 실질적인 에너지 절약·확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국내 에너지 수급 체계를 ‘저소비 고효율’로 전환하고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며 자원 외교를 강화하는 등 중장기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국민들도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불필요한 전등은 끄는 등 생활 속에서 에너지 절약을 적극 실천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에 관한 한 국민적 ‘총화단결’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