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4일 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2006년 4월 24일 월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한일 EEZ갈등 끝난 게 아니다
한일 양국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일본은 수로측량 계획을 중단하고, 한국은 국제수로기구(IHO)에 독도 주변 수역의 한국식 지명 등록을
보류하기로 했다.
우리는 문제를 협상으로 타결한 외교 당국의 노력을 평가한다. 일본의 측량 강행 및 한국의 무조건 저지 방침의 정면
충돌은 피했다. 국민 감정이 격앙되고, 정치 지도자의 과도한 발언이 기름을 붓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타결 자체만도 의미가 작지
않다.
물론 양측 합의가 잠정적 내용에 그쳐 문제 재발 소지를 남겼다는 불만은 남는다. 새로 돌출한 일본의 수로측량과 미리부터 있어 온 한국의 해저지명 등록 계획이 한 데 묶였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양국 사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획정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독도 영유권 문제까지 국제적으로 거론됐다. 그러니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그러나 이런 득실은 애초에 일본이 수로측량 계획을 공개하고 나섰을 때 이미 예정된 것이지 외교 협상의 결과가 아니다. 최근 드러났듯 일본은 그 동안에도 알게 모르게 독도 주변의 해양조사를 해 왔다. 물론 일본측 EEZ라고 주장해 온 수역에서였다. 그것이 아무런 실질적 효과가 없었음은 이번에 조사 계획을 공개하고 나섬으로써 일본 스스로가 확인시켰다.
결국 협상 이전 단계의 대응 문제를 되짚어 보게 된다. 대통령과 정부가 군의 대비태세까지 거론하며 ‘주권 침해 기도’를 언급하는 마당에 어떤 적절한 단계별 대책을 논의할 수 있었겠는가. 자로 잰 듯한 일본 정부의 대응 자세를 보면, 우리 논의 구조의 약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나마 양국이 합의한 국장급 EEZ 협의에 기대한다. 독도문제에 걸려 EEZ 획정 문제는 진전되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번 정도의 문제를 거를 틀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 봉합으로 문제가 끝난 것이 아닌 만큼 감정이 다소 가라앉은 지금이야말로 독도ㆍEEZ 문제와 관련한 종합대책을 다듬어야 할 때다.
[한겨레신문] 다시 일본의 각성을 촉구한다
일본의 독도 부근 수로측량 계획으로 불거진 한-일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이틀에 걸친 차관급 마라톤 협상의 결과다. 해상 충돌 가능성을 피한 것은 다행이지만 감정의 골은 오히려 더 커진 만큼 지금부터가 새로운 국면의 시작이다.
일본이 오는 6월30일까지로 고시한 ‘해저지형 조사’를 중지하기로 한 것은 바라던 목표를 상당 부분 이룬 데 따른 일종의 전술적 후퇴다.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었고, 국제수로기구 해저지명소위원회에 한국식 땅이름을 등재하려던 우리 정부의 계획도 사실상 미뤄졌다. 반면 한국인의 마음속에는 ‘일본은 어쩔 수 없는 도발자’라는 인식이 확실하게 각인됐다. 지구촌 나라들도 일본을 ‘영토 야욕이 강한 위험한 나라’로 다시 봤을 것이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지 않는 한 바뀌기가 쉽지 않은 생각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일을 통해 영토 주권은 확고한 주권 행위를 통해서만 보장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도 독도 영유권과 관련해 한 치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당장, 다음달 중에라도 재개하기로 한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획정 협의가 중요하다. 이제는 독도를 기점으로 한 배타적 경제수역을 분명히 주장해 관철시켜야 한다. 과거처럼 스스로 위축된 나머지 울릉도를 기점으로 잡아서는 일본 쪽에 또다른 공세의 빌미를 줄 수가 있다. 평상시에는 철저한 대비를 게을리하다가 사안이 생길 때만 과도하게 흥분하는 듯한 모습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일본 주류사회는 각성해야 한다. 같은 2차대전 패전국인 독일과 비교해봐도, 일본은 역사의식과 영토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 경제대국이면서도 왜 이웃 나라들한테는 말썽꾸러기가 되고 있는지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동아일보] '도발의 천재' 일본에 또 당하지 말아야
일본은 독도 부근 수로를 측량하려는 시도를 중지해 배를 거둬들이고, 한국은 그 대신 한국식 해저지명 등록을 적절한 시기로 미루기로 22일 외교차관 협의에서 합의했다. 이런 외교적 미봉(彌縫)에 대해 중국 징화(京華)시보는 "겉으로 보면 '윈윈'처럼 보이지만 실은 일본이 주도권을 쥐었고, 일본에 유리하게 흘러갔다"고 논평했다. 일본은 한국의 지명 등록을 일단 막았으니 성공이요, 수로측량은 역사상 한 적이 없으니 '안 해도 그만'이라는 얘기다. 이 신문은 "도발에 처한 한국은 무력(武力) 불사의 자세로 국제적 관심을 끌었으나 이 역시 일본의 독도 분쟁화 의도에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의 외교협상이 끝나기 전에 일본계 한국인 호사카 유지(保坂祐二) 세종대 교수는 "일본은 도발의 천재"라고 했다. 숱한 내전(內戰)을 경험한 일본은 '싸우기 전에 이겨 놓는 사전공작에 치밀하며, 이번 측량 도발도 그런 준비된 도발'이라고 그는 보았다.
일본은 측량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6월 말까지 중지’라는 합의 시한을 넘기면 언제라도 ‘배 두 척과 외교관 몇 명’이라는 값싼 투자로 도발을 재개할 자락을 깔아 놓았다. 우리의 우려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도발의 천재’에 맞서 독도 주권을 당당하게 지켜 내고, 한일 관계의 대국(大局)을 보고 총체적 국익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국제적으로도 지지받는 외교를 해야 한다. 5월부터 재개될 배타적 경제수역(EEZ) 협상이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번 사태의 진정(鎭靜) 과정에선 미국도 일본에 ‘압력’을 넣었다고 한다. 중국의 급부상(急浮上)으로 동북아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미국으로선 두 동맹국의 대치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을 놓고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도 비상한 관심을 갖고 사태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동북아의 이런 국제정치적 역할을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한 외교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자주(自主)라는 말이나 되뇌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조선일보] 한국은 언성 높이고 일본은 실리 챙기고
韓日한일 양국은 21, 22일 이틀간의 외교부 차관급 협의를 통해 일본의 독도 근해 水路수로 측량계획
때문에 촉발된 양국 간 갈등을 縫合봉합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일본은 6월 30일까지로 예정했던 수로 측량계획을 중지하고, 정부는 오는 6월
국제수로기구(IHO)에 독도 부근 수역의 한국식 지명을 登載등재키로 했던 것을 뒤로 미뤄 적절한 시기에 하기로 했다. 또 양국은 이번 사태가
양국 간 배타적 경제수역(EEZ) 劃定획정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빠르면 5월 중 EEZ 협상을 再開재개하기로
했다.
이 같은 타협으로 한일 양국 선박이 독도 인근해역에서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최악의 상황은 일단 모면하게 됐다. 정부는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낸 협상결과”라며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제3자 입장인 중국 언론도 “이번 협상 결과는 일본에 유리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중국은 한일 간 독도분쟁과 마찬가지로 일본과 센카쿠 열도(중국 명칭 釣魚島·댜오위다오) 領有權영유권 다툼문제가 걸려 있어 이번 협의를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봤을 것이다.
실제 협상결과를 냉정하게 뜯어봐도 일본이 실리를 챙겼다고밖에 볼 수가 없다. 일본이 당초 수로 측량을 하려 했던 이유는 독도 인근 수역의 한국식 지명을 IHO에 등재하려는 우리측 계획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측이 지명 등재 시기를 연기함에 따라 일본은 이런 단기 목표를 관철한 셈이다. 또 한일 간에 벌어진 이번 소동은 국제사회에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浮刻부각시켜 간다는 일본의 장기 전략과도 맞아 떨어졌다.
대통령은 일본의 수로 측량계획이 알려졌을 때 "우리가 조용한 외교를 수년간 해오는 사이에 일본은 공격적으로 변경해 가고 있다"면서 對日대일 외교 기조를 '시끄럽게' 바꿔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대통령의 意中의중에 따라 외교부 차관은 "대한민국이 두 쪽 나도 (일본의 측량을) 막겠다"는 식의 非비외교적 언어를 써가며 일본과 협상에 임했다.
대통령과 외교관들이 이렇게 戰意전의를 다지는 말들을 앞세우면서 “한국식 지명 등재는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고 큰소리까지 쳤지만 결과는 그렇게 나오지 않았다. 이 정권 사람들은 이번 협상 성적표를 앞에 놓고 국가 사이의 협상 결과를 결정짓는 것은 요란한 외교적 修辭수사가 아니라 자신의 의도대로 상대 국가를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 종합적 외교역량이라는 평범한 교훈을 새겨야 한다.
[중앙일보] 한 · 일의 외교적 합의, 얻은 것과 남은 것
독도 인근 한국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대한 일본의 해저탐사 시도로 촉발된 한.일 간 갈등이 외교협상을 통해 타결됐다. 이번 분쟁이 무력 충돌이라는 파국이 아닌 외교로 해결된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넘겼지만 마음은 더 무겁다. 본격적 싸움에 대비해야 한다"는 유명환 차관의 말처럼 우리의 마음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명명백백한 우리 영토에 대한 일본의 트집에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격분하며, 일본에 대한 악감정을 키워야 하는지 답답해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문제에 만감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반응이 '일본이 시종 주도권을 쥐었다'고 나오는 것도 우리를 착잡하게 한다.
일부에서는 이 기회에 독도에 대한 조용한 외교를 포기하고 보다 더 공세적 정책으로 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 EEZ의 기점을 독도로 할 것임을 즉각적으로 선언하고 신 한.일어업협정을 폐기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번 문제가 표면적으로는 EEZ 경계 획정에 대한 문제의 모습을 띠지만 결국은 독도의 영유권 문제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정부가 어떻게 이 문제에 주도권을 쥐고 풀어 나가느냐가 중대한 과제로 남게 됐다.
독도문제는 넓게 보면 역사인식의 문제다. 101년 전 제국주의 일본의 야욕에 첫 번째로 강탈당했던 우리 땅이 바로 독도다. 그런데도 일본은 세계와 이웃에 엄청난 해악을 끼친 제국주의 시절의 역사와 교훈을 망각한 채 그때 강탈했다가 한국이 되찾은 한국 영토에 대해 여전히 억지를 부리고 있다. 게다가 교과서 검정을 빙자해 독도가 마치 자국 영토 회복의 대상인 양,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왜곡 교육하기를 강요하고 있다.
한국민은 독도에 대한 영토 주권 침탈 기도에 대해선 어떠한 타협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일 간 우호를 바다에 침몰시킬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시아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핵심적 가치를 공유한 핵심 우방이다. 지리적.역사적으로도 떼려야 뗄 수가 없다. 현재 한.일 두 나라 간 경제와 문화, 인적 교류의 상호 의존과 규모는 이런 갈등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우호와 협력의 기운을 북돋아도 모자랄 시기에 우방의 영토에 대해 비이성적 행동을 반복하고 한국민의 가슴에 불신과 증오를 심는 일본의 행태는 평화를 사랑하는 대다수 일본인의 정서와도 맞지 않는다고 우리는 확신한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은 탈냉전의 시기에, 21세기 동북아의 새로운 평화 번영과 화해 협력의 시기를 선도해야 할 두 나라다.
그런데도 이런 갈등이 불거지고 우호 협력의 분위기를 하루아침에 삼킬 정도로 한국민의 감정을 격화시키는 일이 재발한다면 이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동북아뿐 아니라 세계 전체의 평화에 대한 중대한 문제다.
일본은 세계에서의 역할을 거론하기에 앞서 이웃과 아시아를 경시하고, 왜곡된 역사관에 사로잡혀 한.일 우호를 바다에 침몰시키려는 일부 망동적 정치가들의 발호를 억제해야 한다.
[경향신문] 한·일 EEZ 획정 교섭에 철저히 대비해야
일본의 동해수로 측량계획으로 촉발된 한·일간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일본이 동해 해양과학 조사를 중지하고, 한국은 독도 부근 수역에 대한 한국식 지명의 국제 공인을 유보키로 합의한 것이다. 양국은 또 동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경계획정 협의를 이르면 5월 중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근본적 해결과는 거리가 먼 미봉책에 불과하다. 일본은 국제수로기구(IHO)에 통보한 6월말까지만 탐사를 중단하고, 한국도 언제든 지명 등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의도가 6월 IHO 회의를 앞두고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보기에 따라 일본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일본은 측량계획을 미리 밝혀 동해상의 긴장을 높이는 수법으로 독도와 그 주변을 국제분쟁 지역으로 비쳐지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외교적 봉합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오히려 이제 시작이다. 동해에서 중첩되는 양국의 EEZ 경계를 획정하는 문제다. 경계 획정 교섭에서 최대 쟁점은 독도 영유권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1996년 시작된 한·일 EEZ 협상은 4차례 열렸으나 일본이 울릉도와 독도의 중간을 EEZ 경계로 하자고 고집해 2000년 결렬됐다.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 중인 독도에 대해 일본측도 영유권을 주장해 자국 EEZ에 포함시키려 한 것이다.
이번 교섭도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일본은 울릉도와 독도의 중간을 EEZ 경계로 하자는 주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5월 이후 재개될 협상에서 울릉도 대신 독도를 기점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유엔해양법의 해석 변화와 일본의 태도를 감안해 충분히 고려할 만한 방안이다. 정부는 사태 변화에 유연한 대응 자세를 갖추고 독도 영유권과 관련해 논리적 우위에 서기 위해 민간기관과의 공동보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