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 |
참제 출발 -> 딸과 카르테를
경유 -> 다라파니(1,950m) 도착 |
참제의 아침은 상쾌하다. 높이 올라올수록 기온이 내려가 컨디션은 더 좋아진다. 그동안 짜증 섞인 표정을 했던 아줌마들의
얼굴에도 편안함이 퍼지고 있다. 아침식사를 커피와 비스킷만으로 마쳤다. 아침은 적게 먹고 빨리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낮의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가 있다. 출발시의 계획대로 기상은 6시, 출발은 오전 7시에 하기로 했다. 오전에 부지런히 걷고 12에 점심식사, 오후 2시까지 휴식,
그리고 오후 4시 이전에 트레킹을 마치는 스케줄이다. 한국사람들의 특징은 앞만 보고 걷는 것이다. 어디 피난 가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바쁜지 항상 서두른다. 그렇지만 여기는 고산이다. 산소가 부족해 평소 걸음걸이의 1/2로 운행속도를 줄여야 한다. 그런 이유에서 가이드북에
나온 일정은 철저히 무시했다. 그리고 나는 운행 중에 짬짬이 트레킹 상식도 손님들에게 강의했다. "트레킹은 등산이 아니라
소풍이다"라는 말을 특히 강조하면서...
참제에서 두 시간을 걸어 딸(TAL,1,700m)이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딸은 호수를 의미하는 네팔어이다. 딸 옆으로 마르상디 강이
흐른다. 딸은 옛날에 호수였던 관계로 마을 전체가 움푹 꺼진 분지에 위치하고 있다. 딸에서 참제로 가는 길은 갈림길이 여러 개 있으니까 주의해야
한다. 참제에서 다라빠니(DHARAPANI 1,950m)까지는 6시간이 소요되었다. 벌써 2,000m 가까이 올라왔다. 침엽수림 대가 간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
7월 12일 |
다라파니 출발 -> 차메(2,710m)
도착 |
아침 5시30분에 먼저 일어난 손님들이 필자를 깨운다. 비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밖에 나가보니 가랑비가 오고 있다.
그렇지만 세찬 폭우가 아니어서 오늘도 일정대로 차메(CHAME 2,710m)까지 가기로 했다. 네팔의 우기는 5월말에 시작해 9월초까지
계속된다. 안나푸르나 지역의 포카라(POKHARA,820m)는 특히 여름철에 비가 많이 온다. 포카라에선 여름 내내 눈을 이고 있는 안나푸르나의
모습을 좀처럼 볼 수가 없다. 인도의 습한 공기를 충분히 머금은 구름들이 북상할 때 이곳 안나푸르나에 부딪치며 엄청난 양의 비를 쏟아 붓는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의 비를 안나푸르나 남쪽에 퍼붓고 비실비실한 구름들만 넘어오는 반대쪽을 택했다. 이곳이 바로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
코스다. 가랑비를 맞고 걸으면 오히려 덥지가 않아 걷기에도 편하다. 하늘에도 구름이 적당히 있어 햇볕도 따갑지 않다. 강렬한 햇볕으로 인한
피부화상의 걱정도 없다. 모두가 재잘재잘, 정다운 얘기를 하며 걷는다. 다라빠니에서 차메까지는 6시간이
소요되었다.
|
7월 13일 |
차메에서 휴식 (밀린 빨래
세탁) |
오늘은 예비일이다. 4일 동안 힘들게 트레킹을 했으므로 지친 몸을 쉬게 해줘야 한다. 아침부터 밀린 빨래를 하느라
모두들 바쁘다. 현지가이드 두루바에게 암탉 2마리를 사오라고 시켰다. 오늘은 특별메뉴로 닭백숙을 해먹기로했다. 여자들은 부엌에 모여 마늘도 까고
쌀도 씻어 불려놓고, 양파와 감자도 썰어놓는다. 그러나 20분 뒤에 두루바가 돌아왔는데 빈손이다. 마을사람들이 닭값을 너무 비싸게 부른다고
했다. 암탉 1마리에 무려 3,000루피라니...결국 내가 직접 가서 흥정한 끝에 수탉을 1,000루피에 샀다. 손님 4명과 가이드,포터를 합쳐
9명이 먹기에는 부족해 야크(YAK,소의 일종)고기를 추가로 구입했다. 백숙은 한국 아줌마들이, 그리고 야크는 두루바가 요리했다. 오랜만에
마음껏 식사를 한 여자손님들은 나른한 오후에 오침을 하러 2층으로 올라간다.
차메는 창(막걸리의 일종)이 특히 맛있다. 참새가 방앗간 위를 어떻게 지나가랴. 마당에 남아있던 남자들을 인솔해 호텔 뒤편의
온천으로 창 5병을 사가지고 나들이 갔다. 지도에 또렷하게 나와있는 차메 온천은 개천이 흐르는 언덕 밑에서 뜨거운 온천물을 뿜어낸다. 이곳은
고지대라 옷을 홀딱 벗고 창을 마시며 앉아있기에는 좀 쌀쌀하다. 팬티만 입고 창을 마시고 있다가 추워지면 뜨거운 온천물 한바가지 몸에 뿌리고,
다시 몸이 더워지면 차가운 창 한사발 마시고... 신선이 노는 곳이 따로 있으랴 내 마음이 신선과 같으면 이곳이 바로 仙界인
것을. |
7월 14일 |
차메 출발 -> 피상(3,190m)
도착 |
어제의 휴식이 모두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오늘은 첫 번째 관문인 3,000m고지를 돌파하는 날이다. 보통 이 높이에서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지만 어제 충분히 고소적응을 했기 때문에 거의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오늘부터 지금까지 지나왔던
마을길과는 다른 고원지대의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초원 한가운데 빙하호(氷河湖)가 있고 군데군데 소나무 숲이 잘 조성되어 있다. 스위스
알프스 지역에 있다는 착각이 든다. 알프스소녀 하이디가 된 느낌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때 지나왔던 풍경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포근한 히말라야의 자연이 우리를 기쁘게 만든다. 시간이 많다면 이곳에서 며칠동안 쉬어가고 싶다. 6시간을 걸어
피상(PISANG 3,190m)에 도착했다. 피상은 윗마을과 아랫마을 두 개가 모여있다. 윗마을은 옛날부터 있던 마을이고 아랫마을은 여행객들을
위해 최근에 만들어진 신흥마을이다. 윗마을의 하늘에는 '타르쵸'라고 부르는 티베트 불교 깃발이 수백개 나부낀다. 드디어 이번 여행의 1/3
지점에 도착한 것이다.
|
7월 15일 |
피상 출발 -> 마낭(3,536m)
도착 |
아침 일찍 일어나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은 했지만 올라갈수록 점점 산소가 감소해 걷는 것이 불편해 지고 있다. 계속
속도를 줄이라고 손님들에게 부탁한다. 마낭(MANANG 3,536m)으로 가는 우체부가 우리 일행의 곁을 지나, 경쾌한 속도로 말(馬)을 타고
달려간다. 이곳의 운송수단은 말이다. 유난히 말총이 긴 무스탕(MUSTANG) 말은 작은 체구와는 달리 엄청난 속도를 낸다. 가는 도중
이웃마을에서 대낮부터 럭시(네팔식 소주)를 마시고 거나하게 취한 마낭 토박이를 만났다. 잔뜩 취해 말(馬)도 제대로 끌고 가지 못하지만 전방에
초르텐(탑)이 나타나면 몇 번씩 절을 하고 꼭 좌측으로 돌아간다. 불심(佛心)이 대단한 청년이다.
끌려가는 말은 토실토실 쌀이 쪘고 주인은 삐쩍 말랐다. 말이 너무 씩씩하게 생겨 얼마냐고 물어봤더니 45,000루피, 한국 돈으로
77만원이다. 말 한 마리 사서 이곳에서 몇 달 동안 퍼질러 살며 승마도 배우고 싶었다. 마낭을 지나면 앞으로 며칠동안 그럴 듯한 마을을
만나기가 어렵다. 마낭에는 새로 지은 호텔들이 많다. 시설도 아주 깨끗하고 따뜻한 물도 별도의 요금 없이 맘대로 쓸 수 있다. 트레킹 전
구간에서 핫샤워를 하기는 힘들다. 4,000m를 넘어서면 땔감이 귀해진다. 뜨거운 물 한 통에 200루피를 받는 곳도 있다.
마낭까지는 6시간이 소요되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