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여행기
7월 20일 |
토롱페디 -> 최대의 난코스인 토롱라고개(5,416m) -> 묵티나트(3,700m) 도착 |
어설픈 정보에 의하면 이뇨제 또는 두통약, 마늘이 고산병에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아직 그 어느 것도 확실하게 약효를 검증 받은 것은 없다. 고산병은 병이 아니라 인간의 신체가 산소가 희박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고산병의 가장 빠른 치료법은 지대가 낮은 곳으로 신속히 내려가는 것이다. 그리고 토롱라 고개는 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고개가 자주 막힌다. 토롱페디 언덕에 위치한 체크포스트에는 경찰들이 상주하며 통행제한 또한 통과를 허가해 준다. 그만큼 토롱라 고개는 위험하다. 토롱라 정상까지 고도 966m를 올라가야 하고 다시 여기서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묵티나트(MUKTINATH 3,700m)까지 무려 1,716m를 내려가야 한다. 상상만 해도 힘든 코스다. 토롱라 정상으로 가는 5,100m 부근에 HIGH Camp라고 하는 롯지가 한 개 더 있지만 그곳에서 숙박을 하는 것보다는 토롱페디에서 충분히 고소적응을 하고 한번에 묵티나트까지 가는 것이 고산에 처음인 사람들에게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새벽 5시30분에 토롱라를 향해 가파른 언덕길을 오른다. 며칠동안 고소적응을 시켰지만 손님들의 숨소리는 거칠기만 하다. 임영미씨와 이성순씨가 자꾸 뒤로 쳐진다. 고도 5,000m를 넘어서면서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다. 현지가이드 두루바가 제일 앞에 서고 내가 후미에 섰다. 3분 걷다가 5분 쉬고를 1시간 동안 반복하고 있다. 멀리 언덕 너머로 하이캠프가 눈에 들어온다. 손님들에게 하이캠프에 들러 차를 한잔 마시고 가자 했다. 그렇지만 손님들은 설레설레 머리를 젓는다. 등산로의 우측으로 50m를 걸어갔다 와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돌무더기에 앉아 냉수 한 잔 마시기를 더 원한다. 앞으로 토롱라 정상까지는 두시간을 더 가야한다. 10여분을 휴식하고 떠났지만 손님들의 걸음걸이가 금방 거북이로 변한다. 내가 옆에 따라가며 좀더 힘내라고 격려를 하지만 애처로운 눈빛만 나한테 보낸다. 작전을 바꾸기로 했다. 여기서 퍼지면 더 이상 못 올라간다. 20발자국 걷고 1분 휴식, 다시 걷고 1분 휴식을 반복한다. 호흡이 턱에 차고 입 속에서 단내가 나기 시작한다. "10분만 더 가면 됩니다. 5분만 더 가면 됩니다."를 반복하기 2시간 끝에 드디어 토롱라 정상에 나부끼는 오색찬란한 깃발이 눈에 들어온다. 마지막 20분이 힘들었다. 깃발은 눈앞에 보이지만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손님들 스스로 서로 격려하며 마지막 힘을 쏟은 끝에 7월20일 오전 11시05분에 한명의 낙오자 없이 토롱라(THORUNGLA 5,416m)고개 정상에 섰다. 가이드,포타,손님 모두들 껴안고 인간승리를 축하한다. 멀리 서쪽에 위치한 묵티나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나도 싱그럽다. 여기서부터는 내려가는 길이다. 풀 한포기 없는 너덜지대의 급경사를 따라 발길을 재촉한다. 손님들 대부분이 두통을 호소하기 때문에 서둘러 내려가야 했다. 1시간30분을 내려오자 멀리 묵티나트(MUKTINATH 3,700m)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독자들은 잘 기억하시라. 토롱라에서 묵티나트로 내려오며 바라보는 전경은 평생 잊을 수 없다. 고도 4,000m 가까이 내려오면
소떼가 풀을 뜯고, 멀리 무스탕의 산봉우리들도 한눈에 들어온다. 필자는 이곳의 경치에 대한 칭찬을 아껴두고 싶다. 한마디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연상하신다면 틀림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토롱페디를 떠나 묵티나트까지는 10시간이
소요되었다. | |
7월 21일 |
히말라야의 오아시스인 묵티나트에서 휴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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