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os 2006. 4. 20. 22:28

 

 7월 22일

 묵티나트 출발 -> 좀솜(2,743m) 도착


오늘은 공항이 있는 문명(?)의 도시 좀솜(JOMSOM 2,743m)까지 간다. 이제부터 어려운 여정은 끝났다. 한가로이 히말라야의 자연을 즐기며 소풍을 온 기분으로 내려가면 된다. 고원지대라 큰 나무는 없고 잡목만이 듬성등성 자라고 있다. 멀리 초원 저편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당나귀떼의 모습이 우리를 더 즐겁게 만든다. 황량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잘 닦인 시골길이 계속 이어져 걷기에 편하다.  JHARKOT(3,550m)와 KHINGAR(3,180m)를 경유하여 점심 무렵 거대한 강을 끼고 있는 마을 에크로바티(EKLOBHATTI 2,740m)에 도착했다. 참고로 지도 또는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이 장소의 정보가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에크로바티는 지도상에는 내륙쪽으로 한참 들어가 있어 사람들이 중간 경유지로 삼는 곳은 한참 위쪽에 위치한 카그베니(KAGBENI 2,800m)이다. 그러나 실제로 거의 모든 트레커들이 들러가는 곳은 강(江) 옆에 있는  에크로바티다. 물론 시간이 많아 무스탕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카그베니까지 갔다와도 되지만 짧은 일정을 계획하는 분들은 이곳에서 꼭 정확한 길을 물어보는 것을 기억하기 바람. 에크로바티에는 식당과 숙박시설을 겸한 몇 개의 호텔이 있다. 음식도 맛있고 방도 깨끗하다. 좀솜까지 가려면 강폭이 500m가 넘는 KALI GANDAKI강을 따라 아직도 3시간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 이 강에서는 고생대 화석인 암모나이트가 많이 출토된다. 카투만두 시장에서 200∼500루피에 거래되는 대부분의 암모나이트가 이곳에서 반출된 것이다. 묵티나트-좀솜 구간은 6시간이 소요된다.
 

 7월 23일

 좀솜 출발 -> 레테(2,438m) 도착


좀솜에서 포카라까지 편도 항공요금은 61$. 그동안 한국음식을 거의 먹지 못한 손님들이 이쯤에서 비행기를 이용해 포카라로 갔으면 하는 눈치를 보인다. 그렇지만 다된밥에 ?를 빠트릴 수는 없는 일. 이번에 트레킹하는 목적이 다이어트인만큼 지금까지 잘했는데 여기서 포기하면 안된다고 손님들을 설득했다. 그동안 6∼8kg정도 살이 빠져 모두들 얼굴이 야위었다. 지금부터는 살이 빠져 흐물거리는 손님들의 근육을 다져줘야 한다. 아침 7시에 출발한 트레킹 팀은 1시간30분 후에 마르파(MARPHA 2,670m)에 도착한다. 마르파에는 사과나무가 많고 이것을 원료로 브렌디를 생산해 네팔전역에 판매하고 있다. 현지가이드 두루바가 시골에 계시는 아버지를 위해 브렌디 5병을 산다. 그는 가이드이지만 손님들의 편리를 위해 카메라, 간식, 음료수 등 손쉽게 꺼낼 수 있는 물품들을 메고 여행하는 중이다. 거기에 브렌디 5병을 더 넣었으니 얼마나 무거울까? 하지만 부모님이 기뻐하실 모습을 상상하며 기꺼이 브렌디를 구입했다고 한다. 계속해서 강을 따라 만들어진 자갈길을 걸어 내려가 오후 3시에 레테(LETE 2,438m)에 도착했다. 레테까지는 6시간이 소요되었다.
 

 7월 24일

레테 출발 -> 타토파니(1,189m) 도착


아침부터 가랑비가 내린다. 우기니까 비가 오는 것은 당연하다. 포카라에 가까워질수록 빗방울이 굵어진다. 트레킹을 떠나온 지난 17일 동안 비가 온 날은 5일이다. 그렇지만 운행을 하지 못할 정도로 폭우가 내린적은 없다. 하루에 2∼3시간, 가랑비가 내린 것이 고작이다. 강의 하류로 내려올수록 강물이 많아지고 도로가 끊긴 곳이 나타난다. 지름길이 물속에 잠겨 할 수 없이 산등성이를 돌아갈 수밖에 없다. 가이드 두루바가 정확한 길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 뛰어다닌다. 역시 성실한 가이드 두루바와 함께 오기를 잘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묻곤 했다. 꼭 가이드가 필요하냐고. 가이드는 손님의 편안함과 안전을 책임지는 파수꾼이다.

가끔 여행경비를 아끼려고 포타도 없이 자기 혼자 산속에서 여행을 하다 실종되는 사람도 있다. 전에 네팔주재 한국대사관에 근무하시는 분에게 들은 말인데, 지난 1년동안 인도와 네팔로 떠났지만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아 한국에 있는 부모가 아들,딸을 찾아달라고 대사관에 접수한 실종 민원이 100건이 넘는다고 했다. 우리가 오늘 도착해야하는 타토파니(TATOPANI 1,189m)는 온천이라는 말이다. 타토는 뜨겁다, 파니는 물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온천욕을 하기 위해 부지런히 걸어왔다. 그렇지만 몇 달 전에 산사태로 온천지대가 묻혀 버렸다고 말한다. 뜨거운 온천욕 대신에 친절한 사우니(여자 사장)가 끓여준 물로 샤워를 했다. 레테를 출발해 타토파니(TATOPANI 1,189m)까지 6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