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0일 목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2006년 4월 20일 목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독도 사태, 냉정하게 대처해야
독도 부근 우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수로조사를 하겠다는 일본 해상보안청 측량선 2척이 어제 돗토리 현의 중간 기지를 출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일본 선박이 독도수역을 침범할 경우 도발로 간주,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이 조사를 미룰 것이란 얘기도 있지만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위기를 피하려면 무엇보다 일본이 무리한 수로조사를 포기해야겠지만, 우리도 냉철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 얽힌 영토문제에서 정부가 주권수호 의지를 과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으로 정부의 책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자칫 위기를 초래할 강경책은 국민정서에 이로울지 모르나 근본문제 해결이나 진정한 국익과 거리 먼 것일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의심 받듯이 정치목적으로 위기를 부추기는 잘못도 경계해야 한다.
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격려하기보다 염려하는 것은 EEZ 경계다툼과 수로조사 분쟁은 우리 뜻대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다는 법이 지배한다’는 격언처럼 유엔해양법협약 등 국제법에 충실한 대응이 국가적 상책이다. 국제법 상 동해 EEZ는 일본과 합의해야 경계가 확정된다. 또 우리의 배타적 관할수역에서도 다른 나라 선박의 자유항행과 해저 케이블 부설권 등은 보장된다. 자원탐사가 아닌 단순한 수로조사도 허용해야 한다.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려는 일본의 속셈을 알면서 항상 법대로 조용히 대처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강경한 언사와 외교수단을 동원하는 수준을 넘어 영해 침범에 대응하듯이 해경의 저지, 나포조치에 해군력 사용까지 거론하는 것은 무모하고 위험한 일이다. 아무리 일본이 괘씸하더라도 실제 영해도 아닌 EEZ에서 외국정부 선박에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선박이나 인명을 손상한다면 오히려 불리한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정부와 사회 모두 이쯤에서 냉정한 사리분별을 촉구하는 국제법 전문가들의 고언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장애인, 우리 대신 십자가를 진 이들
정부가 장애인 대책을 쏟아내고, 언론매체가 관심과 지원을 호소하는 걸 보니, 장애인의 날(20일)이 다시
돌아왔나 보다. 지금까지 한 약속은 거의 지키지 못한 정부는 엊그제 ‘장애인 희망 프로젝트’와 ‘에이블 2010 프로젝트’ 등을 다시 내놨다.
공공서비스 확대를 비난해 온 언론들은 국내총생산 대비 장애인 예산이 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들의 10분의 1(0.27%)에 불과하다며
개탄한다.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않고 해마다 한차례 너스레나 떨고 넘어가는 배경엔, 장애를 사회 문제가 아니라 ‘개인 문제’로 여기는 인식 탓이 크다. 장애 발생은 개인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며, 따라서 그 책임은 당사자의 몫이라고 보는 그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장애는 그저 동정의 대상이다.
하지만 장애인의 89%는 교통사고, 안전사고, 약물사고 등 사회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선천성 장애도 오염된 물·공기·먹거리 등 사회적 요인으로 말미암은 때가 많아지고 있다. 오염된 환경과 적자생존의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한 장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따라서 책임은 사회가 더 많이 져야 한다.
정부는 장애인 수를 215만여 명으로, 장애인가구는 8가구당 1가구로 추정한다. 장애인 단체가 주장하듯이 장애인 수가 400만여 명이라고 할 경우, 4가구당 1가구가 장애인 가족이다. 4촌 범위 안에 장애인을 두지 않은 가족은 거의 없다. 남이 아니라 나와 우리의 문제인 것이다.
어떤 사회이건 장애는 피할 수 없다. 장애인은 우리를 대신해 그 십자가를 짊어진 이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사회적 보답은 참으로 부끄럽다. 실업률은 비장애인의 세 배(10.6%), 가구소득은 절반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이럴 순 없다.
[동아일보] 세금정책 들러리 거부한 조세개혁위원장
곽태원(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정부 쪽과 토론이 안 된다”면서 최근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정부가 세제(稅制)개편 방향을 미리 정해 놓고 이를 국민에게 설득할 논리를 개발하는 작업만 위원회에 맡기니 ‘들러리 위원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장(市場)원리를 왜곡하고 위헌(違憲)시비까지 낳는 부동산 관련 세제는 작년 8·31 부동산 종합대책에서 다 확정해 버려 위원회에서는 다루지도 못한다고 하니 ‘무늬만 위원회’인 셈이다.
이 위원회는 정부의 조세개혁안을 심의하고 공론화(公論化)한 뒤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일을 맡았다. 중장기 세제개편엔 각계각층의 의견이 수렴돼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안 됐다”고 곽 위원장은 밝혔다. 정부는 세제를 얼마나 왜곡하려고 전문가 토론조차 두려워하는지 궁금하다.
곽 위원장은 “지금은 성장이 중요한데, 정부가 세금을 더 걷어 양극화 해소용으로만 쓰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 상위 10% 계층에서 세금을 더 걷어 하위계층을 지원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상은 경제활동 의욕을 떨어뜨려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많은 전문가의 견해와 일치한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조세부담률이 선진국보다 낮다'고 주장하지만 곽 위원장은 "복지서비스 수준, 노동시장 여건 등이 모두 달라서 단순비교하면 안 된다"며 이를 일축했다. 소득세 법인세 등을 더 올리면 저항이 얼마나 심할지 뻔하다고도 했다. 또 노 대통령이 "우습게보지 말라"고 하는 8·31대책에 대해서도 곽 위원장은 "지속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낮게 평가했다. '큰 정부'를 추구하고 반(反)시장적 부동산정책을 선호하는 정부 인사들이 이런 쓴소리를 반겼을 리 없다.
곽 위원장의 사의를 통해 정부가 증세(增稅)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세제 ‘칼질’을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는지 드러났다. 누차 지적했듯이 극빈층 복지 혜택을 늘리기 위해선 정부가 예산낭비를 줄이고 사업도 축소하는 게 우선이다. 장래의 나라 살림살이를 좌지우지할 중장기 세제개편을 더는 ‘정권 코드’ 입맛대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곽 위원장의 문제 제기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고 수용할 가치가 있다.
[경향신문] 일본의 독도 야욕 물리칠 전략 전술에 빈틈
없어야
일본 해상보안청 海洋調査船해양조사선이 18일 도쿄 항을 출발해 독도와 가까운 해안인 돗토리현의 사카이항에 입항했다. 해양조사선은 빠르면 20일 독도 근해에서 測量측량 활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여야 대표들을 만나 “우리가 조용한 외교를 수년간 해오는 사이에 일본은 공격적으로 변경해 가고 있다. 일본 정부선박이 우리 EEZ(배타적 경제수역) 내에 들어 올 경우 侵略침략 행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은 독도 근해에 18척의 경비정을 배치해 일본 조사선의 진입을 저지키로 했다.
일본 조사선은 독도 인근 동북부 마름모꼴 해역을 측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마름모꼴의 한 변은 독도를 기점 삼아 설정한 것이다. 일본이 겉으론 측량 활동을 내세웠지만 배경엔 우리의 독도 領有權영유권을 훼손하겠다는 의도를 깔고 있는 것이다. 일본 조사선의 문제 해역에 대한 측량 활동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그러나 일본과의 싸움은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멱살잡이만이 아니다. 국제사회라는 무대에서도 동시에 진행되는 전략 전술의 싸움이기도 하다. 일본 조사선은 국제 해양법상 어선과 같은 민간 선박이 아니라 정부 선박으로 분류된다. 해양법에 정부 선박은 領海영해 안에서도 拿捕나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따라서 해경이 일본 선박을 나포할 경우 일본은 곧장 이 문제를 해양법 재판소로 가져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독도 및 인근 해역은 국제사회에서 분쟁 지역으로 부각되며 나포행위에 대한 재판결과도 일본에 유리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도발 전술은 지금 이 시나리오를 자락에 깔고 있다. 해양법 전문가들은 밀어내기 방식으로 일본조사선의 문제 해역진입을 사전 차단하되 나포와 같은 조치는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독도 문제를 최종적으로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간다는 里程標이정표를 진작부터 세워 놓고 있다. 그리고 그 중간 단계로 일본이 제소해도 우리가 응하지 않으면 訴소가 성립되지 않는 국제사법재판소와 달리 일본의 제소만으로도 재판을 할 수 있는 해양법 재판소를 활용한다는 전술이다. 이번 일본의 독도 근해 측량활동은 이런 함정을 미리 파두고 벌이는 유인 전술이다. 한국 대응 전술이 이런 함정에 빠지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한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1978년 이번 측량활동 수역에 대한 일본 명칭을 국제 기구에 등록해 놓은 후 27년 동안 방치했다. 일본이 독도에 검은 손을 들이민 것은 대통령 말처럼 ‘조용한 외교’ 때문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과 국토를 방위한다는 본래의 사명을 망각한 채 자주외교라는 시대착오적 口號구호 아래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다녔던 ‘눈 어두운 외교’ 탓이다.
정부가 제 몫을 못하면 국민들이 대신 나설 수밖에 없다. 국민 하나하나가 독도를 지켜내겠다는 결연한 의지 아래 다음 행동을 준비할 때다.
[중앙일보] 문제만 터지면 내놓는게 사회공헌기금인가
일단 환영하면서도 찜찜한 구석을 떨치기 어렵다. 과연 이것이 제대로 된 방식인지도 의문이다. 봇물을 이루는 기업들의 사회 헌납을 지켜보는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 현대차가 글로비스 주식을 포함해 1조원의 사회공헌자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도 1000억원을 사회공헌기금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앞서 제일은행을 판 뉴브리지캐피털이 200억원, 삼성은 8000억원을 사회에 헌납한 바 있다.
돈을 많이 벌어 그 일부를 자발적으로 사회에 환원한다면, 그 기업은 마땅히 아름답게 여기고 칭찬받을 일이다. 그러나 사회공헌 약속이 한결같이 검찰 수사나 사회적 지탄으로 위기에 몰려 있는 때와 맞물리는 게 눈에 거슬린다. 당연히 "수사 물타기냐" "사법처리를 모면하기 위한 무마용"이라는 구설이 따르게 마련이다. '검찰 수사→사회 헌납'이 관행처럼 굳어지는 현상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사회공헌을 두둔하는 듯한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재계가 요동치는 모습은 지극히 전(前)근대적 풍경이다.
기업의 사회공헌 다짐이 법률.도덕적 사면을 보장하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부정과 비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모두 끝낸 다음에야 내놓을 수 있는 약속이다. 당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냉정한 말 같지만 그래야 기업도 산다. 법치가 무너지면 기업도 권력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사회 헌납 풍토는 건전한 자본주의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따라서 이런 식의 사회 헌납은 선진사회로 가는 일시적인 통과의례에 그쳐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 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불법
정치자금으로 보험 들던 시절은 지났다. 후계구도를 위한 편법 역시 국민은 이제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 식의 경영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기업의 윤리 위반 비용이 1조원까지 치솟지 않았는가. 투명경영.윤리경영은 더 이상 장식품이 아니라 생존 수단이 된
시대다. 아무리 털어도 먼지 안 나는 기업이 나와야 한다.
[경향신문] 무거운 책무 느껴야 할 ‘최초의 여성총리’
국회가 한명숙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가결함으로써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가 탄생했다. 한총리는 ‘물지게 리더십’이라는 자신의 말대로 균형감각을 갖춘 답변과 모나지 않은 처신으로 인사청문회를 대과 없이 치렀다. 하지만 새 총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높은 것은 무엇보다 최초의 여성총리라는 역사적 의미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한총리는 무거운 사명감과 책무를 느끼며 국정을 수행하기 바란다.
여성총리의 탄생은 가부장적 문화와 관행이 뿌리내린 한국사회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획기적 사건이다. 기존의 남성적 정치문화와 관료주의의 구태와 부조리를 시정할 대안적 리더십, ‘여성의, 여성을 위한 국정’을 펴나갈 교두보를 마련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만만찮은 난제들도 쌓여있다. 우선 해결할 문제는 ‘첫 여성총리’라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 어떤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국정을 이끌 것이냐이다. 남성중심의 내각에서 어떻게 리더십을 확보하느냐도 관건이다. 해묵은 논란이 말해주듯 우리 헌법체제에서 총리의 위상은 대통령이 총리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좌지우지되어 왔다. 만약 한 총리가 대외적 이미지 관리나 의전적 총리의 역할에 그친다면 ‘여성총리 1호’의 역사적 의미는 퇴색될 것이다.
여야의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독자적인 정치력을 발휘하는 문제도 남성과 차별화된 여성총리의 리더십을 가늠하는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한
총리가 지방선거운동기간에는 당정협의회를 중단하고 공약발표도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실천이다. 청와대와 내각은 물론 정치권과
관료사회에 공정·중립의 선거관리를 위한 총리의 단호한 의지가 관철되어야 한다. 한총리는 ‘여성총리 1호’라는 명예에 안주해선 안된다. 여성총리
2호, 3호가 계속 나올 수 있도록 ‘성공한 여성총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