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17일 월요일, 조간 신문사설
2006년 4월 17일 월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서울시의원 연봉 6,804만원, 너무 많다
서울시의원 연봉 6,804만원은 기존 연봉 평균 3,120만원과 비교하면 배가 넘는 액수다. 그것도 1월분부터 소급해서 받게 된다. 이 정도 고액의 연봉을 지급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앞으로 일을 두 배로 하겠다는 것인지, 지금까지는 할 일을 반밖에 하지 않았다는 뜻인지 알 수 없다. 더구나 해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연봉을 더 올리려 하지 않을까.
지방의원 보수 현실화는 지난해 8월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유능하고 전문적인 지역 인재를 지방의회에 끌어들여 의회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취지를 십분 이해한다 해도 서울시의회의 경우는 너무했다.
시의회는 보수 책정 근거를 주민 의견 수렴 기능과 시 집행부 견제 기능 두 가지로 나누어 각각 국회의원과 시청 국장급 공무원(평균 연봉 6,908만원)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시의원은 국회의원이 아니며, 시의원의 직무는 시청 국장급 공무원과 다르다. 따라서 두 직역을 보수 산정의 잣대로 삼는 것부터가 잘못이다.
더욱이 지방의원은 공무원과 교사, 공기업 임직원을 제외하고는 얼마든지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다. 겸직을 안 한다 해도 제한된 회기 등을 고려할 때 시민의 혈세로 서울시 가구당 평균소득(3,739만원)의 배 가까운 연봉을 받는 것을 수긍할 시민은 거의 없다.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원 56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시민단체의 의견은‘연봉 5,000만원 이하가 적절하다’는 것이었으나 “한 학회의 설문 조사 결과만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없다”고 무시했다. 게다가 광주시의회(4,213만원) 경상남도의회(4,246만원)와 달리 시민 여론조사 같은 것을 거치지도 않았다.
실업자와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경제현실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서울시는 현재 5조 1,000억원이 넘는 빚을 안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보수 문제를 재론하고, 서울시장이라도 나서서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하기를 촉구한다.
[한겨레신문] 미군기지 오염처리 협상, 낱낱이 공개하라
미군철수라는 협박 카드가 지난달 열린 한-미 안보정책구상회의에서 제기됐다고 한다. 환경부가 사전합의를
번복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쟁점은 미군이 기준치의 70배나 되는 유독물질로 오염시킨 우리 땅을 되살리는 비용을 누가 내느냐였다. 반환 대상 62곳
기지의 오염조사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정화비용은 최소 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군으로서도 큰 부담이니 미루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헷갈린다. 첫째, 단지 오염처리 비용 문제 때문에 미국 육군이 철수 운운할 정도로 주한미군의 존재가 가벼운 것이었던가? 앞으로 공군과 해군도 오염처리 비용을 이유로 철수 운운할텐데, 이렇게 가볍고 허약한 동맹에 집착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둘째, 한국 정부가 미국을 기만했다는데, 그 내용은 무엇일까? 미국을 상대로 우리가 언제부터 합의를 번복할 정도로 주체적이 되었을까. 환경부는 환경문제를 존중하는 쪽으로 조율이 이뤄졌다고 했다. 그런데 윤광웅 국방장관은 미군의 입장에서 환경부에 압력을 넣었다고 한다. 누구를 위한 국방부인가. 정부는 그동안의 협상 내용과 함께 잘잘못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미국에서는 토양과 지하수가 유독물질로 오염되어 암 발생과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지자 주민들을 영구 이주시켰다. 그곳을 정화하는데는 22년이 걸렸다. 오염된 환경을 되살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보여주는 증거다. 유독물질로 오염시켜 뭇생명이 병들고 죽게 만들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우방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복잡한 사안일수록 협박이 아니라 원칙에 충실해야 올바른 해법이 나온다. 환경정책의 첫째 원칙은 오염자부담 원칙이다. 미국 교과서에 나오는 구절이다.
[동아일보] 韓 총리후보를 철저히 검증해야 할 이유
한명숙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늘 열린다. 여야 모두 선입견과 당리당략을 버리고 그가 과연 대한민국 총리감인지 검증해 주기 바란다. 그가 총리가 되면 국가경쟁력 제고와 국민의 삶 향상에 보탬이 될 것인가. 근대화와 민주화 이후의 국가 진로(進路)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국민은 더더욱 알 권리가 있다.
여권(與圈)은 그의 능력과 자질을 따지는 데 대해서는 ‘양성(兩性) 평등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행태’라고, 과거 행적과 사상을 거론하면 ‘색깔공세’라고 역공한다. 이런 행태야말로 운동권 식의 얄팍한 검증봉쇄 수법이자 국민 호도책(糊塗策)이다.
한 후보자의 남편은 1968년 ‘통일혁명당 간첩단 사건’으로 13년간 옥살이를 했다. 자신도 1979년 북한 방송 청취 등이 문제가 된 ‘크리스챤아카데미 사건’으로 2년간 실형을 살았다. 그렇다면 그때의 사상이 지금도 유효한지, 무슨 생각으로 북한 방송을 들었는지 국민은 분명한 답을 들어야 한다.
한 후보자는 북한 핵과 인권에 대해 ‘친북 자주파’에 가까운 입장을 보였고, 비정규직 문제에선 조직노동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왔다. 이를 ‘재야(在野)생활 30년의 산물’로 당연하게 여길 것이 아니라 그 사상의 궤적을 따져 앞으로 국정에 어떻게 투영될지 가늠해 봐야 한다. 이런 검증에 대해 ‘냉전사고(冷戰思考)’를 들먹이는 세력이야말로 정체성(正體性)을 의심받을 만하다. 사상 문제뿐 아니라 한 후보자는 아들 군(軍)보직 청탁 의혹, 건강보험 위장 가입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런 의혹들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 후보자의 ‘남편 옥바라지’ 자체는 순애보일지 모른다. 그의 인상은 부드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감성적 평가만으로 모든 걸 덮을 수는 없다. 국무총리 직을 수행하는 지도자의 국가 정체성에 대한 신념, 주요 정책에 대한 소신, 그리고 국정수행 능력은 국운(國運)과 직결되는 것으로 사랑이나 감성의 영역과는 별개다. 이번 인사청문회가 또 한번의 요식 절차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조선일보] '놀랍고' '슬프고' '부끄러운' 현대車
사태
현대차가 지난 2002년 不實부실계열사의 은행 빚 2000억원 중 550억원을 蕩減탕감받기 위해 한 회계법인 대표를 통해 산업은행과 금융당국 등에 20억원의 돈을 뿌린 사건은 '놀랍고' '슬프고' '부끄러운' 사건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각각 10억원과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산업은행 前전 간부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사건이 벌어졌던 지난 2002년 현대차 그룹의 매출액은 55조원, 순이익은 2조7670억원이었다. 그해 현대차는 임직원의 급여를 8.9% 인상했다. 그런 현대차가 550억원을 갚을 돈이 없다며 국민에게 그 부담을 떠넘겼다니 놀라운 것이다. 최고 경영진이 최소한의 양식과 이성적 판단 능력을 갖고 있었더라면, 설혹 아랫사람이 이런 便法편법을 쓰면 이렇게 빚을 탕감받을 수 있다는 제안서를 올렸다 해도 오히려 야단을 치며 물리쳤을 것이다. 한국 제2의 대기업인 현대차에 그런 상식 수준의 良識양식조차 없었다는 것이 우선 ‘놀랍다’.
현대차 사옥 건축 인·허가 문제로 출발한 이번 사건은 수백억원대의 비자금 조성으로 번져가더니 이제 불법적 빚 탕감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며칠 있으면 또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를 일이다.
本社본사의 이런 상황으로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州주에 세울 공장 착공식이 연기되고, 앨라배마공장의 싼타페 생산도 뒤로 미뤄졌다. 세계의 주요 언론이 몇 주 동안 ‘Hyundai’ 사건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면서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도 멍이 들기 시작했다. ‘글로벌 생산’을 내세운 한국 대표기업이 기업윤리 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지 못함으로써 회사 자체가 흔들거리고 있는 현실이 ‘슬프다’.
현대차의 경영방식에 대해선 그동안 말이 많았다. 작년 한 해에만 사장급 이상 인사만 여섯 차례 있었다고 한다. 회사 상층부 인사가 이렇게 빈번했다는 것은 전문경영인의 위상이 그만큼 불안했다는 뜻이다. 자신의 자리가 불안한 경영인이 忠言충언을 할 리가 없다. 수사의 발단이 됐다는 投書투서도 이런 회사 분위기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노조는 노조대로 상속문제에 민감한 社主사주들의 약점을 잡아, 노조가 경영진을 쥐고 흔든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 대표기업의 이런 前전 근대적 경영 현실은 스스로가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현대차는 '놀랍고' '슬프고' '부끄러운' 경영 현실을 벗어던지고 국민들에게 '당당하고' '기쁘고' '자랑스런' 소식을 전하는 회사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중앙일보] 일본의 계획된 도발에 단호히 대처하라
일본 정부가 독도 인근의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들어와 수로 탐사를 하겠다고 국제수로기구(IHO)에 통보했다. 다른 나라의 EEZ에서 해양 측량을 하려면 해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국제법의 상식이다. 일본이 한국 정부와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우리 측 EEZ에서 수로 탐사를 하겠다는 것은 한국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 일본이 독도 인근 해역에서 수로 측량을 하겠다고 나선 저의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3월 일본 시마네현은 '다케시마의 날' 제정 조례를 통과시켰고, 같은 달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초계기가 독도와 인근 영공 진입을 시도했다. 지난달 일본 문부성은 내년도 고교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명기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수로 탐사 계획은 그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의도된 도발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6월 해저 지명을 논의하는 국제회의를 앞두고 독도 주변을 분쟁 수역으로 묶어 두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울러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일본의 국내 정치적 의도다. 9월 자민당 총재 선출을 앞두고 유력한 차기 총재 후보로 올라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보수우익 지지세력을 결집할 목적으로 독도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강경 노선을 '국내용'이라고 폄하한 일본이 똑같은 수법으로 독도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 문제로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소원해진 틈을 이용해 독도 문제를 정치적 카드로 활용하려는 그 얄팍함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일본 선박이 우리 측 EEZ에 무단 진입할 경우 정선(停船).나포 등 법에 정해진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정부가 천명한 것은 당연하다. 이로 인해 예상되는 물리적 충돌과 그에 따른 파장은 일본 측 책임인 것 또한 분명하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독도를 영유권 분쟁 지역으로 만들어 국제법으로 해결하려는 일본의 끈질긴 의도에 휘말릴 가능성이다.
양국이 주장하는 EEZ에는 중복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일 어업협정 협상에서 EEZ가 겹치는 부분이 일부 포함된 해역을 '중간수역'으로 설정했고, 이에 따라 그 해석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이 문제를 국제 법정으로 가져갈 경우 판결이 우리 측에 유리할 것으로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만큼 일본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되 이 사안이 국제법적 문제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6자회담 무용론과 한국정부의 역할
지난 주 도쿄에서 열린 동북아협력대화(NEACD)에서 기대됐던 북·미 접촉이 불발된 이후 6자회담에 대한 회의론, 심지어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보수신문의 한 칼럼니스트는 ‘북한 달래기로 6자회담을 성공시킨다는 노무현 정부의 전략의 파산’이라고 현상황을 진단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워싱턴발로 미 행정부 내에서 대북 정책 재검토론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이들의 분석이 근거가 없지는 않다. 지난 주에만 해도 북한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미국의 선(先)금융제재 해제를 둘러싸고 가시가 돋친 말들을 교환했다. 또 미국의 북한 선박 제재조치, 일본의 요코다 메구미 딸의 유전자 검사결과 발표 등 6자회담 재개에 부정적인 소식만 돌출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상황을 바로 6자회담 무용론으로 결론짓는 것은 너무 앞선 생각이다. 회담이 열리지는 않지만 6자회담이라는
체제(regime)의 존재 자체가 아직은 북핵 상황 악화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6자회담 참가국 중 어느 나라도 이탈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것이 방증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현 상황을 6자회담 파국의 길이 아니라 회담재개를 앞둔 북·미간의 기싸움이라고 보고
싶다.
우리는 무용론이 더욱 거세어지기 전에 하루 빨리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 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장관급 회담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주목한다. 특히 남북장관급 회담에 기대를 갖는다. 정부는 그동안 금융제재
문제에 대해 다소 불분명한 입장을 취해왔다. 이를 통해 정부가 북한에 얘기할 수 있는 명분을 축적했다고 본다. 정부는 이번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에 따라 북한이 얻게 될 과실을 분명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