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4월 13일 목요일, 조간 신문사

eros 2006. 4. 13. 14:36

2006년 4월 13일 목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악재에 포위된 한국의 경제현실

 

우리 경제가 안팎으로 전례 없는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 추세로 굳어버린 저(低)환율로 기력을 잃은 기업들이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격의 동시다발적 급등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재계를 뒤숭숭하게 하는 현대ㆍ기아차 수사,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 반기업 정서와 노사 불안까지 겹쳐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이란 핵문제와 미국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 나이지리아의 공급차질이 겹치면서 배럴 당 7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국제유가가 연내에 배럴 당 80달러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미국계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최악의 경우 10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불길한 것은 유가 뿐만 아니라 금 구리 아연 등 다른 원자재가격도 동반 급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환율 하락으로 가뜩이나 원자재부담이 무거워진 기업들은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조업을 단축하거나 적자수출을 강요 당하는 등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다.

현재의 유가 및 원자재가격 동향과 환율 움직임은 연초 정부 경제전망 때 내다본 수준보다 매우 나쁜 것이다. 이대로 가면 경상수지 160억 달러 흑자는 기대할 수 없으며 5% 성장도 힘겨워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 시각이다. 재경부에선 “더블 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 기미를 보이다 다시 추락하는 현상)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악재에 포위된 우리 경제가 경기 상승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의 완전한 불황 탈출과 거침없이 성장가도를 질주하는 중국 인도의 부상에 비해 우리 경제만 여기저기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다. 아시아 동력집단에서의 탈락을 우려하는 소리도 들린다. 투명한 경영, 정당한 부의 세습을 위한 검찰의 수사는 단호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 동시에 우리 경제가 부활의 힘을 잃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각별한 현실 인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겨레신문] 북한의 인도적 자세 절실한 납북자 문제

 

일본 정부가 유전자 검사 결과 1978년 납북된 한국인 김영남씨가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의 남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그제 발표한 뒤 납북자 문제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한테서 조사결과를 건네받아 자체 조사를 거친 뒤 이를 토대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일차적 과제는 김씨의 생존 여부와 그가 대남 공작원으로 알려진 김철준씨와 동일 인물인지 등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김씨는 우리 정부가 작성한 한국전쟁 이후 납북자 485명의 명단에 들어 있다. 따라서 이번 발표에 특별히 흥분할 일은 아니다. 김씨말고도 나머지 납북자와 540여명으로 추정되는 국군포로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납북자 문제를 과도하게 대북공세 자료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남북 긴장을 유발해 핵개발 의혹 등 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취임 이후 약속한 대로 납북자 문제를 실효성 있게 해결하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북한의 경직된 태도다. 북한은 지금까지 납북자 및 국군포로 존재 자체를 부정해 왔다. 이래서는 안 된다. 북한 당국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적극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미 남쪽에는 8천여명에 이르는 탈북자가 들어와 살고 있다. 북한 사회의 실상도 알려질 대로 알려진 상태다. 그런 만큼 납북자의 귀환에 따른 북한의 정치적 비용은 경미한 편이다. 조기 귀환이 어렵다면 생사 확인, 서신 교환, 상봉 등과 같은 방안을 단계적으로라도 실천함으로써 가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것이 인도주의적 자세다.


[동아일보] 대학등록금 놓고 포퓰리즘 경쟁인가

 

한나라당이 ‘대학 등록금 절반 인하’를 거론하자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등록금 후불제를 들고 나왔다. 어느 쪽이나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솔깃해할 것을 알고 던지는 득표용 미끼가 아닌지, 현실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한나라당은 “전체 등록금 중 절반인 4조 원을 다른 곳에서 충당하면 된다”고 했지만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막연하다. 열린우리당은 “국채를 발행해 등록금을 대 준다”고 했으나 이는 결국 국민 세금이다. 졸업생이 일정한 수입을 올리지 못하면 안 갚아도 된다는데, 실업자라도 된다면 실업급여까지 이중으로 세금을 날리게 된다.

정치권이 국립대도 아닌 사립대의 등록금 문제에 개입하는 것부터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니며 헌법에 보장된 ‘대학의 자율성’ 원칙에도 어긋난다.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을 허용하지 않는 3불(不)정책으로도 모자라 정부가 등록금 수준까지 결정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 다양성 경쟁성을 해칠 뿐이다. 우리는 미국 대학의 경쟁력이 자율에서 나오고 있음을 본다. 반면 유럽 대학은 정부의 과잉간섭 때문에 갈수록 경쟁력을 잃고 있다. 무상교육을 자랑해 온 독일은 교육의 질이 계속 떨어지자 대부분의 국립대에서 내년부터 등록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지금은 대학교육의 경쟁력 향상을 논할 때이지, 복잡한 인과(因果)를 따져보지도 않고 ‘등록금 선심 경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대학교육의 질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1년치 대학등록금이 연간 국민소득 정도는 돼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1만5000달러시대의 적정 등록금은 1500만 원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고교졸업생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나라에서 대학에 대한 공공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25위인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정치권이 대학에 간섭하고 싶다면 지난날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부실 대학’부터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등록금을 포함한 교육의 질에서 대학 스스로 경쟁을 통해 개혁하도록 풀어 주는 것이 옳다.


[조선일보] 대통령이 '혼자 읽기 아깝다'는 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9일 정책홍보사이트 국정브리핑에 들어가 “혼자 읽기 아까운 글입니다. 이런 좋은 글을 모아 책을 내면 어떨까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대통령이 이토록 큰 감명을 받은 글은 교육부가 조선일보 양근만 기자의 ‘교육부가 없어진다면’이란 칼럼을 반박한 것이다. 양 기자는 “교육부가 자립형 사립고 不可불가와 논술 가이드라인 등 규제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이런 발목잡기만 계속한다면 교육부가 굳이 필요없다”고 썼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조선일보가 무책임한 논리로 정부 公信力공신력을 떨어뜨린다”고 들고 나온 것이다.

OECD의 2003년 '국가별 대학자율 차이' 자료를 보면 우리 국공립대의 자율성은 예산 사용, 교육과정 편성, 학생數수 결정 등에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한국 대학 교육을 이 모양으로 망신시킨 규제의 주역이 교육부다. 교육부만 없어져도 한국 대학 교육의 順位순위는 몇 단계 올라갈 것이란 이야기다. 일본에선 1990년대 초반 文部省문부성을 없애야 한다는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관료적 규제가 교육의 質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문부성 산하의 公공교육보다는 학원 교육이 낫다면서 '학교'는 '학원'에서 배우라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뉴질랜드는 1985년 2053명이던 교육부 직원 수를 94년엔 639명으로 70%나 줄였다. 뉴질랜드 교육부가 직원 70%를 내보냈다 해서 뉴질랜드 교육의 질이 低下저하됐다는 소식은 없다. 오히려 한국 中·高校生중·고교생의 조기 유학이 몰리고 있다. 대통령은 이런 세계엔 깜깜한 채 '우리는 다 잘하고 있다'는 교육부 주장이 '혼자 읽기 아깝다'는 것이다.

11일엔 한덕수 총리代行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나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계 등 정부 정책을 왜곡한 폭로나 비판이 급증할 것이므로 (이를 받아쓰는) 잘못된 보도에 대해선 즉시 반론보도나 해명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전국 토지 소유자의 비율, 강남·북 학생의 서울대 진학 비율 등 갖가지 통계를 입맛대로 요리해서 선전하다 통계청의 만류까지 받은 이 정부가 이런 말을 한 것이다. 하긴 요즘 경제부총리의 손이 한가한 게 사실이다. 부동산, 양극화, 세금문제 같은 자신의 일을 모두 대통령에게 빼앗겨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정홍보처장 일이라도 나눠 할 생각인 듯하다.


[중앙일보] 청와대 코앞에 횟집 낸 대통령특보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가 청와대 앞에 횟집을 개업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정치 동지이자 측근이다. 정치권의 소문으로는 대통령과 이 특보는 평생을 동고동락하기로 약속한 사이라고 할 정도다. 2004년 총선에서 낙선하자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에, 지난해 재.보선에서 떨어지자 정무특보에 임명됐다. 2002년 대선 때는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과 함께 '좌 동연, 우 강철'이라고 불렸다. 그런 권력 실세가 청와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음식점을 낸 것은 적절치 못한 처신이다.

우선 그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이 특보는 "먹고살기 위해 가게를 열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왜 굳이 청와대 부근에 횟집을 차려야 했을까. 자연히 청와대 직원과 권력 주변의 인사들이 몰려들게 돼 있다. 권력에 줄 대려는 사람들도 몰려들 것이다. 대통령 특보가 청와대 코앞에 음식점을 낸 것은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라고 공개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에 대한 존중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럴 수는 없다. 권력의 사랑방이 만들어지면 결국 대통령에게 누가 된다.

청와대도 한심하다. 문제점을 뻔히 안다면 대통령이 만류하든지, 그게 곤란하면 민정수석실이라도 나서서 막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기껏 "대통령 정무특보는 무보수 명예직이기 때문에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게 아니다"는 말이나 하고 있는가.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것도 문제다. 대통령을 보좌한다면 그에 응당한 보수가 지급돼야 한다. 대통령 특보가 생활이 안 돼 대통령 궁 앞에 음식점을 연다면 이를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감히 이 특보를 만류할 사람이 없었다면 더욱 문제다. 권력 운용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여당의 부산시장 후보)의 말처럼 '수산업 진흥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여긴다는 말인가.

공직자는 직책에 맞는 처신을 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 주변은 더욱 조심스러워야 한다. 무엇이 대통령에 대한 예의이며, 공직윤리를 지키는 일인지 돌아보라.
 

[경향신문] 하인스 워드 모자가 한국사회에 남긴 것

 

미식축구 스타 하인스 워드와 그의 어머니 김영희씨가 9박10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워드 모자는 방한 중 가는 곳마다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혼혈인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혼혈인 차별금지를 위한 법과 제도를 논의하기 시작했고 다인종·다문화를 수용하는 교과내용 개편도 검토되고 있다. 워드 모자는 한국사회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온 ‘혼혈 한국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워드가 떠난 자리에 남은 이 땅의 혼혈인들은 그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일과성 유행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열광하는 것은 워드 모자의 성공신화 때문이지 혼혈인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변화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워드 모친이 "워드가 유명해지니까 관심을 보인다"며 한국사회의 이중성을 꼬집은 것도 강한 여운을 남긴다.

워드 모자는 한국 사회에 반성과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주고 떠났다. 또한 숙제도 남겼다. 자신들에게 쏟아진 성원과 사랑이 한국의 다른 혼혈인들에게도 똑같이 보내지길 바란다는 것이다. 워드 모자는 또 가정 해체 등으로 퇴색돼 가는 효와 모성(母性)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한국 사회가 워드 모자의 꿈을 이뤄 주려면 혼혈인에 대한 법적 제도적 지원은 물론 한국 사회의 내면을 겹겹이 싸고 있는 차별과 편견의 벽부터 허물어야 한다. 워드의 어머니 같은 혼혈인의 부모에 대해서도 똑같은 관심과 격려가 있어야 한다.

세계는 갈수록 국경을 초월한 혼인이 확산돼 가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하루 빨리 다인종 문화, 혼혈사회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학교와 가정, 직장 등 모든 분야에서 혼혈의 가치와 문화적 다양성을 중시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인종과 집단, 출신 배경의 차이와 다양성을 수용하는 ‘열린 사회’야말로 워드 모자가 남긴 숙제에 대한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