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4월 10일 월요일,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4. 10. 13:13

2006년 4월 10일 월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이미지 정치 과잉이 걱정스럽다

5ㆍ31 지방선거가 5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판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단순히 지방권력의 재편에 머물지 않고 내년 대선의 향방을 가늠하는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싸움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치열한 기세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열린우리당이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을 영입해 서울시장 선거전에 기세를 올리자 한나라당은 오세훈 전 의원을 서울시장후보 경선에 뛰어들게 해 맞불을 놓았다.

정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책수행 능력 등 지방행정을 이끌어갈 자질보다는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는 이미지 정치에 치중해 선거를 인기투표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인기만으로 인구 1,000만의 거대도시 서울의 시정을 이끌어갈 수는 없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이미지정치를 우려하고 경계하는 이유다.

물론 여야는 말로는 정책선거를 강조한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정책선거로 치르겠다고 천명했다. 여야 5당 대표가 재원조달방안 명시 등을 통해 실현 가능한 공약 경쟁을 펼치자는 ‘매니페스토(manifesto) 정책선거 협약’을 맺은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시민단체와 학계를 중심으로 공약을 검증하는 ‘스마트’(SMART)운동도 전개된다니 기대가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지역이기주의에 영합하는 선심성 정책이 대부분이어서 얼마나 실현 가능한 공약이 제시될지 미지수다.

각 당의 공천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잡음이 일고 있는 것도 걱정스럽다. 과거처럼 중앙당이 개입한 비리는 자취를 거의 감췄다고는 하나 지방 차원에서는 금품수수 등의 비리가 기승을 부린다는 보도다. 구청장 경선을 앞두고 시의원들에게 돈을 준 서울 성북구청장 등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고 한다. 검찰은 선거사범을 엄정하게 처리함으로써 비리가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환율 하락을 체질개선 기회로
 
원-달러 환율 하락세(원화가치 상승세) 탓에 수출업계가 울상을 짖고, 경상수지 흑자 축소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난주에는 급락세가 두드러지며 원-달러 환율이 950원대로 떨어졌다. 대기업도 그렇겠지만, 특히 중소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많으리라 짐작된다.

수출업계의 고충은 이해되지만, 그렇더라도 외환 당국만 바라보며 환율 방어 대책을 호소하는 때는 지난 듯하다. 환율 급변을 막는 거야 마땅히 외환당국이 해야 할 일지만, 그 이상의 개입에는 신중해야 한다. 환율 방어엔 엄청난 비용이 들 뿐더러, 과거 경험으로 보아 성공하기도 어렵다. 결국은 품질에 바탕을 둔 수출 경쟁력 향상으로 기업이 스스로 헤쳐가는 길밖에 없다. 중국 등 거대 개도국들이 치고 올라오는 터여서, 설령 환율이 아니라도 가격에 기댄 경쟁력으로는 오래 견디기 어렵다.

환율이 하락하면 큰일이 날 것처럼 떠들곤 하는 도식적 관념도 바꿀 필요가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과거 실증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환율 하락에도 수출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왔고, 경상수지 흑자도 많은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환율 하락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완충하는 구실을 하고, 내수 회복과 통화량 관리에 도움을 주는 측면도 있다.

환율 하락세가 장기적 대세라면, 체질개선 기회로 삼겠다는 자세로 대응함이 바람직하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260원대에서 87년 말 120원대로까지 급락했지만 일본 기업들은 견뎌내지 않았던가. 기업은 원가 관리와 품질 향상에 힘쓰고, 정부는 이런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중소 수출업체는 환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게 이런 쪽이다.


[동아일보]기업들이 왜 투자 않고 298조 원이나 쌓아둘까

 

번 돈을 재투자하지 않고 그냥 묵혀 두는 기업이 많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2월에 결산하는 상장 제조업체 중 487개사가 쌓아 둔 잉여금이 작년보다 41조 원 늘어난 298조 원이고 이 가운데 51조 원은 현금 형태로 갖고 있다. 회사당 평균 6130억 원(현금 1050억 원)꼴이다. 기업 재무구조는 탄탄해지겠지만 국가 전체로 성장 잠재력이 위축되는 문제가 따른다.

지난해 설비투자 증가율은 5.1%로 재작년(3.8%)보다 개선됐지만 금액으로는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겨우 회복한 상태다. 올해 증가율은 7.7%로 높아질 전망이라지만 1월 0.1%, 2월 2.3%로 저조했다. 한때 해외로 공장을 이전했던 기업들이 국내로 U턴해 하루가 멀다 하고 설비투자 계획을 쏟아 내는 일본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한국은행은 외국기업과 달리 국내기업들이 기술혁신이나 인적자원 투자에 제때 눈을 돌리지 못해 결국 투자가 부진해졌다고 진단했다. 또 고수익이 기대되는 투자 기회는 줄어드는 반면 중국 등과의 경쟁이 치열해졌으며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고 내수 부진까지 겹쳐 투자 유인(誘因)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나친 규제, 노사 갈등, 반(反)기업 정서, 정부정책의 불확실성 등을 핵심적인 투자저해 요인으로 꼽는다.

투자가 부진하면 당연히 일자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조업 취업자 증가율이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내수기업 중소기업의 투자가 특히 부진해 고용창출도 저조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우리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선진국들의 국민소득 1만∼2만 달러 때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투자 활성화, 경제의 효율과 성장을 중시하는 정책이 여전히 절실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번에도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수도권 규제 완화를 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며 귀를 막을 것인가. 양극화 해소도 과감한 규제 완화로 투자를 일으키는 것 말고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조선일보] 국제중학 못 만들게 하겠다는 전교조의 僞善

 

서울시교육청이 국제중학교 두 곳의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하자 全敎組전교조 서울시지부가 “모든 방법을 통해 반대투쟁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국제중학교 입학을 위한 초등학생 私敎育사교육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국제중학교는 국제화 시대를 감당할 인재를 키우자는 취지에 따라 영어로 수업한다.

지금은 이 나라와 저 나라를 가르던 경제의 울타리가 사라지는 시대다. 경제의 세계에선 모든 나라가 한 울타리 식구라는 이야기다. 그 세계의 共用語공용어가 바로 영어다. 그렇지만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英語영어의 힘’은 한심하다. 우리 학교에서 실제 써먹을 수 있는 영어를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은 16년 동안 학교 교육을 받은 신입사원을 뽑으면 자기네 연수원에서 새로 영어 교육을 시켜야 한다. 국제기구에 파견된 우리 공무원들은 영어로 의사 소통할 능력이 없다고 해서 퇴짜를 맞고 쫓겨온다. 이게 한국 영어의 실상이다.

중국은 개방 이후 영어 학습에 國力국력을 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가 IT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뜨고 있는 것도 사실상 인도의 공용어인 '영어의 힘' 덕분이다. 도시 국가 싱가포르에 다른 나라 중·고등학생이 몰려드는 것도 이 나라 영어교육의 强点강점 때문이다. 한해 10만명이 넘는 조기유학생도 최소한 영어만은 자녀들의 몸에 붙여주어야겠다는 부모의 뜻에 따라서다. 그 부모 세대는 영어에서만은 失敗실패의 세대다.

작년 말 신입생을 뽑은 청심국제중학교의 입학경쟁률은 21대 1이었다. 부산국제중학교도 1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나라 학부모와 학생들이 그만큼 제대로 된 영어 교육에 목이 마른 상태라는 증거다.

국제중학교가 貴族귀족 학교가 될 것이라 결사반대한다는 전교조 주장은 완전한 虛構허구다. 조기유학 보내면 한 해 수천만원이, 방학 때 한달짜리 短期단기 연수만 보내도 수백만원이 든다. 국제중학교는 1년에 1000만원이면 된다. 그 돈으로 기숙사 생활을 하며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교실에서 진짜 영어를 배우게 할 수 있다. 조기유학 보낼 형편이 못 되는 집의 아이들에게도 기회일 수가 있다.

전교조는 부잣집 아이들은 수천만원 들여 조기 유학 보내도 되지만, 그보다 못한 집 아이가 더 적은 돈으로 국내에서 영어를 배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僞善위선도 이런 위선이 없다. 전교조는 惡악 중에서 가장 못된 惡악이 위선이란 걸 모르는가.


[중앙일보] 엉터리 기상 예보로 황사 뒤집어쓴 국민

 

그저께 "황사가 오늘 아침을 고비로 약해지겠다"는 기상청 예보만 믿고 봄나들이에 나섰던 국민은 종일 황사에 시달리고, 뒷북치는 기상청에 울화통을 터뜨려야 했다. 이날 기상청이 한 일은 실시간 상황 중계뿐이었다. 이날은 학교가 쉬었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황사 대란'이 벌어졌을 것이다.

기상청은 "황사는 통상 네이멍구(內蒙古)에서 발생해 서쪽에서 오는데 이번에는 네이멍구와 만주에서 생긴 것이 북한을 통해 내려와 관측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황사에 무방비로 농락당했음을 자인한 꼴이다.

중국의 환경파괴로 인해 황사는 매년 심해지고 있다. 이제는 봄뿐 아니라 가을.겨울에도 우리를 엄습한다고 한다. 황사에는 미세 먼지에다 중금속까지 섞여 있어 국민 건강에 매우 해롭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나 기상청은 여전히 무사안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야 비로소 중국에 관측소를 세우고, 황사 정보를 받기 시작했다. 그나마 네이멍구에만 치중해 있어 만주에서 발생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북한과의 정보 교류도 없다고 한다.

기상이나 자연재해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렇더라도 요즘 기상예보를 보면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틀리는 날이 잦다 보니 국민으로부터 "기상청이 아니라 기상기록청"이란 비아냥까지 들을 정도다. 정확한 기상예보는 국민의 건강.안전에 매우 중요하다. 기상청은 인력.장비 부족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경향신문] 집권측에서조차 딴 소리 나오는 한·미 FTA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무리하게 추진해선 안된다는 신중론이 열린우리당 안에서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제 관련 제도와 규범을 획기적으로 바꾸게 될 한·미 FTA를 시한을 정해놓고 내년 6월까지 최종 타결하겠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한·미 FTA가 결국 당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당략적 접근법이 엿보이지만, 집권여당 안에서 뒤늦게나마 한·미 FTA 신중론이 나오는 것만 해도 고무적인 일이다.

마침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최근 인터넷 매체들과의 잇단 인터뷰에서 한·미 FTA가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폭로해 파장을 낳은 바 있다. 그는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한·미 FTA 협상을 직거래하고 있다” “한·미 FTA는 미국 자본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것으로, 체결되면 경제가 망하고, 안 되면 정치가 망한다” “한·미 FTA는 임기 내에 업적을 남기려는 대통령의 조급증 때문에 시작된 한건주의”라며 노대통령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그의 발언 중에는 특정인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공격한다는 느낌을 주거나,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많이 있다. 그러나 한·미 FTA가 지금 왜 문제가 되는지, 또 그것이 앞으로 어떤 문제를 파생시킬지에 관한 그의 인식에는 주의깊게 들여다볼 대목이 적지 않다.

FTA, FTA 하지만 한·미 FTA는 과거 칠레와 맺었던 FTA에 견줄 바가 아니다. 한·미 FTA는 농업문제를 넘어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 전체를 담보로 한 국제협약이다. 정전비서관의 말마따나 법안 하나를 만드는 데도 몇 개월씩 걸리는데, 법안 수십개를 만드는 거나 마찬가지인 한·미 FTA를 1년 남짓 사이에 최종 타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정부는 왜 집권측 안에서조차 한·미 FTA에 딴죽을 거는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