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3월 31일 금요일,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3. 31. 11:29

2006년 3월 31일 금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수요만 억누르면 부작용이 더 크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추가대책은 예상대로 수요를 강력히 차단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계획대로 시행된다면 강남권을 비롯한 아파트 재건축은 당분간 동면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소형ㆍ임대주택의 의무비율에 더해 개발이익을 대부분 정부가 환수해가니 투자 메리트가 거의 사라지게 됐다.

또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 용인 등 투기지역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을 소득수준에 따라 최대한 제한함으로써 주택시장으로 몰리는 돈줄 자체를 틀어막았다. 6월부터는 주택거래 신고시 자금조달계획, 입주여부까지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하니 이래저래 주택시장은 한파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끓어오르고 있는 주택시장을 일시적으로 억누르는 진정제는 될 수 있어도 장기적 안정을 보장할 치료제로는 미흡해 보인다. 우리는 부동산대책은 시장 친화적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교육, 주거 조건 등을 이유로 강남으로 몰리는 실수요가 상당하고,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공급대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시장만 왜곡시킬 뿐이다. 지난 1월말 재건축 규제방침이 알려지면서 기존 강남아파트 값이 급등하고 그 여파가 목동, 여의도 등으로 확산된 풍선효과를 보지 않았던가.

따라서 강남 재건축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합리적 대책이 아니다. 강남 대체지로 판교, 송파 신도시 등을 개발하더라도 강남권 재건축을 어느 정도 허용해 중대형 공급의 숨통을 열어 놓아야 한다. 주택담보 대출에 대한 규제도 중산층 실수요자의 강남 진입을 사실상 봉쇄하는 부작용이 벌써부터 우려된다.

8ㆍ31 대책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부는 이런 문제점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시장 반응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필요한 대책들을 지속적으로 보완해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 고위 인사들이 강남 집값 불안을 시장현상이 아니라 부동산정책을 흠집 내려는 세력의 움직임인양 몰아붙이는 태도는 올바르다고 할 수 없다.


[한겨레] 국제 노동기준, 언제까지 외면할 건가

 

국제노동기구가 그제 한국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권고문을 채택했다. 내용은 공무원 노조활동 제한부터 건설노조 간부의 실형 선고 비판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다. 한마디로 수많은 국제 노동기준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리 노동운동이 국제 수준에 뒤처져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국제 기준에 미달하는 건 정부의 노동정책인 것이다.

국제노동기구가 지적한 문제점은 공무원 노조의 파업 금지와 가입자격 제한, 노조전임자 임금 금지 규정, 필수공익 사업 규정, 업무방해 등을 내세운 노조원 구속 등이다. 특히 건설노조 간부들이 원청 회사로부터 노조전임 비용을 받았다가 ‘공갈·협박’ 혐의로 구속된 사건에 대해선 정부에 피해 보상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법원 판결까지 문제 삼는 등 너무 과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슷하게 생각하는 시민도 꽤 많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제 사정을 알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국제 노동계에선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아니면 노조활동을 이유로 구속해선 안 된다는 게 상식이고,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없다. 우리 정부도 이를 의식해 노동법 위반으로 구속하는 건 될수록 피하지만, 대신 형법상 업무방해 등을 적용하고 있다. 국제 기준으로 보면 ‘눈가리고 아웅식’ 탄압인 것이다.

공무원 노조의 파업 제한, 과도한 필수공익 사업 규제 등도 명백한 노동권 제한이다. 특히 정부의 위선이 드러나는 부분이 노조 전임자 임금금지 규정이다. 정부는 세계적으로 전임자 임금을 주는 나라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권고문은 이 문제를 노사 자율에 맡기지 않고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야말로 잘못임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권고문을 존중해 노동정책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마땅하다.


[동아일보] 국제사회 大義 모르는 日정부의 '독도 妄動'

 

국가간 외교에서도 기본은 신뢰다. 이것이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서로 지켜야 할 ‘게임의 룰’이자 대의(大義)다. 그런 점에서 그제 일본 문부과학성이 내년부터 사용할 고교교과서 검정과정에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기)는 일본의 고유 영토’임을 명확히 기재하도록 출판사 측에 요구한 것은 스스로 국제적 신뢰를 저버린 행동이다.

일본 정부는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 때마다 “일본 정부는 교과서 검정시스템에 간여할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해 왔다. 일본 정치인들도 자국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한국이 반발하면 “어차피 독도를 한국이 실효(實效) 지배하고 있는 만큼 한국 쪽에서 문제를 키울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이 같은 말들은 책임을 일시 모면하기 위한 둘러대기였음이 확인됐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에 대해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만큼 영토(분쟁) 문제가 아니다’라고 기술하도록 한 것도 독도에 대한 태도와 이율배반(二律背反)이다. 아직도 시대착오적 침략 성향과 영토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그러지 않아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놓고 아시아 각국뿐 아니라 미국에서조차 비판이 일고 있다. 헨리 하이드 미 하원국제관계위원장은 작년 10월 ‘야스쿠니신사는 태평양전쟁을 낳은 군국주의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대의에 역행하는 일본의 우경화 행보는 고립을 자초함으로써 국익(國益)에도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자라나는 세대에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면서 어떻게 ‘아시아의 지도국’으로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되겠다는 것인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만 해도 일본 측이 ‘공산품 90% 개방, 농수산물 50% 선 개방’이라는 자기중심적 협상안을 내는 바람에 결렬됐다. ‘상대가 한발 양보하면 한발 앞으로 더 나서는’ 영악스러운 계산으로는 존경받기는 고사하고 실익(實益)조차 챙길 수 없음을 일본 정부는 알아야 한다.


[조선일보] 일본의 안하무인 앞에 대한민국 정부는 어디 있는가

 

일본 정부가 내년부터 사용할 고등학교 교과서 檢定검정과정에서 독도 문제 記述기술을 ‘일본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독도의 日本일본 이름)에 대해 한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로 바꾸도록 지시했다. 출판사가 제출한 당초 案안은 ‘일본은 한국과의 사이에 다케시마 문제를 안고 있다’로 돼 있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에 대한 도발이고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능멸이다. 외교적 無禮무례를 넘어 외교적 宣戰布告선전포고에 가까운 만행이다. 국토를 보존하고 국민을 보위할 헌법적 책임이 있는 대통령 이하 이 정부 사람들의 대처를 주시할 것이다.

이 정권이 親美친미 親日친일 정권이라고 비방해온 이승만 박정희 시대라면 즉각 일본과의 국교를 단절했거나 즉시 한국의 駐日주일대사를 소환이라도 했을 것이다. 일본 정부는 몇 년 전만 해도 교과서 歪曲왜곡 문제가 나오면 “國定국정이 아닌 검정제도라서 정부가 관여하기 힘들다”고 했었다. 그러던 그들이 그런 시늉도 할 필요가 없다며 아예 벌거벗고 나온 것이다. 100년 전 이 나라 주권을 强奪강탈하고 이 국민을 노예로 착취했던 일본이 다음 세대에게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가르쳐 나중에 ‘독도는 일본 땅이니 내놓으라’고 한국을 윽박지르게 부산 앞 바다와 인천 앞 바다에 항공모함이라도 띄우도록 注入주입시키겠다는 속셈인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강행 이후 일본과 아시아 각국의 관계는 더 나빠지려야 더 나빠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은 그러니까 '우리는 막 가겠다'는 생각인 모양이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은 일본의 軍靴군화 발에 짓밟히던 그때의 아시아도 아니고 그때의 국민들도 아니다. 일본은 발을 잘못 디뎠다. 대한민국 정부가 제 몫을 못한다면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서 마지막까지 일본을 응징할 것이다.

일본이 왜 불과 3년 만에 이렇게까지 無道무도한 나라가 돼버렸을까. 작년 이맘때 대통령은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에 대해 “또다시 覇權主義패권주의를 관철하려는 의도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런 決意결의를 비웃기라도 하듯 더 노골적, 더 도발적으로 나온 것이다. 필시 우리의 虛點허점을 짚어 보고 대한민국 대통령의 경고를 공연한 虛張聲勢허장성세라고 얕잡아 보았음이 틀림없다.

국제사회는 그것이 同盟동맹관계로 정리되기 前전까지는 '힘에는 힘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리와 늑대의 사회다. 여기에 세력 균형의 원리에 입각한 同盟동맹체제가 도입돼 국가 간의 利害이해관계가 조정되고 그 바탕 위에 국제 正義정의라는 '소프트 파워'가 작용함으로써 국제사회는 질서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한 나라가 동맹체제를 벗어나려면 萬事만사를 제 힘으로 처리할 실력이 있거나 그게 아니면 國力국력이 강한 나라에게 굴욕을 당해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正義정의로 포장된 국제사회의 냉혹한 裏面이면이다. "패권주의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목청을 높인다고 국가를 보위하고 국토를 수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冷徹냉철한 사고로 오늘의 대한민국 처지를 돌아 보면 孤立無援고립무원이라는 옛말이 뼈마디에 저밀 만큼 고단하고 외로운 신세다. 이 정권 3년의 외교적 結末결말이 이렇다. '균형적 실리외교'와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美辭麗句미사여구로 장식된 외교의 거죽 속에서 한국의 國益국익을 거들던 과거의 同盟동맹은 해골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외교적으로 無力化무력화된 한국의 이런 처지를 꿰뚫어 보고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바로 봐야 한다. 대한민국에는 정부만 있는 게 아니라 국민이 있다. 일본은 지금 이 대한민국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행동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 약발 없는 강경책 대신 시장 물꼬를 터라

 

정부·여당이 '서민 주거 복지 증진과 주택시장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재건축에 따른 이익을 최고 50%까지 환수하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택시장 합리화 방안'이라는 제목보다는 '주택시장 죽이기 방안'이 더 어울린다. 불로소득 환수라는 명목으로, 팔지 않아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개발이익 부담금을 내게 한다면 주택시장의 재건축을 통한 공급 기능은 거의 마비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 담보대출을 주택가격뿐 아니라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로까지 제한함으로써 개인의 재산 운용 재량권을 위축시키고, 은행의 자율 기능까지 침해하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좋은 집을 사고 싶은 사람도 대출 받기가 어렵게 되고, 은행은 자기 책임하에 돈을 빌려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아파트 공급 방안으로, 이미 여러 차례 발표됐던 판교와 송파 신도시 및 국민임대주택 단지인 세곡.우면지구와 양주.김포 신도시의 확대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강남에 집을 사겠다는 수요층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거나, 강남과는 여건이 다른 양주.김포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토지라는 한정된 자원을 필요로 하는 주택의 경우 시장주의만으로 해결이 어렵고 정부 개입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는 대책들은 시장 실패의 보완이 아니라 아예 시장과 반대로 가거나 아니면 정부가 주택시장을 틀어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강남 집값 오름세나 재건축을 통한 과도한 불로소득은 좋은 주거환경에 새 집을 마련하고 싶어 하는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많아 생긴 결과다. 재건축을 억제해 공급을 틀어막으면 기존 아파트, 특히 최근에 지은 새 아파트 중심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게 뻔하다. 이런 당연한 시장 원리를 굳이 외면하니 당국자들조차 서로 말이 엇갈리는 것이다.

국정홍보처장은 강남 집값을 "그들만의 머니게임, 폭탄 돌리기"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그냥 내버려 두면 된다. 언젠가는 폭탄이 터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경부 차관은 "강남 집값 잡기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강남과 목동 등 일부 지역 이외의 서울 전역 및 전국의 집값은 거의 변동이 없다. 그렇다면 서민들이 강남 집값 때문에 주거의 불안을 느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정부 당국자들은 또 8.31 대책의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기다리면 된다. 미실현 이득의 과세라는 위헌 소지까지 있는 방안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 이는 결국 정부 스스로도 정책의 효과에 대해 자신이 없다는 방증인 셈이다. 이제라도 시장을 옥죄는 정책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주택시장 합리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경향신문] 일본은 진정 우리 이웃나라인가

 

교과서는 어린 학생들의 의식 형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교과서에는 가능한 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내용을 담아야 된다. 그런데 일본 문부성이 지난 해 중학교 교과서에 이어 올해 고교 교과서 검증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독도영유권을 명시토록 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이같은 행위는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간헐적으로 터져 나왔던 고위인사들의 일회성 망언과 차원이 다르다.

일본 정부가 교과서 검증을 통해 개악한 대표적 내용은 창씨개명 관련이다. 한 교과서가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해서 했다’는 아베 외상의 발언이 ‘역사적 사실에 반하는 취지’ 때문에 문제가 됐다고 서술하자 문부성은 이를 삭제토록 했다. 한국인들의 자발적 창씨개명이 일본 정부의 공식입장인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독도영유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자신들이 이른바 센카쿠열도에 대해 ‘실효적 지배’를 영토 주장의 근거로 들면서도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도의 영유권은 부인하는 이율배반적 주장을 교육하도록 했다. 일본이 진정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의 이웃나라인지 의심이 갈 정도다.

일본은 과거사 문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의 관계가 최악의 상태다. 그럼에도 일본이 교과서 검증을 통해 학생들을 상대로 의식화에 나선 것은 이웃국가에 대한 일본내 국수주의 세력의 ‘도발’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웃인 일본 정부의 이러한 막무가내식 도발에 대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그렇지만 일본 내에도 자국 정부의 이러한 막무가내식 경향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진 사람이 적지않다. 우리가 할 일은 ‘굵고, 그리고 가능한 한 짧게’ 일본의 도발을 비판하는 한편 일본인들을 상대로 서로의 간극을 좁혀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작업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