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29일 수요일, 조간 신문사설
2006년 3월 29일 수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소통 부족이 문제인 걸 이제 알았나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재계 CEO 300여명이 참석한 대한상의 초청 특강에서 ꡒ내가 말하고 난 후 보도를 보면 내 말과 다르거나,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지엽의 얘기나 양념 얘기들이 크게 나와 내 생각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답답함을 갖고 있다ꡓ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우리 사회의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을 위해선 정부와 재계 사이의 인식차를 좁힐 수 있는 ꡐ소통과 대면(對面)ꡑ 노력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최근 ꡐ인터넷 국민대화ꡑ에서 언급한 세금 이야기의 진의를 길게 설명했다.
사실 자신의 발언이 본래 의도와 달리 전달되거나 과장 해석돼 논란을 빚었다는 불만은 꼭 틀린 것만은 아니며 언론도 생각해볼 점이 적지 않다. 양극화 세금 부동산 정부역할 등 요즘의 주요 논쟁이 구체적 대안보다 책임공방에 머물러 있는 것도 정부와 전문가 혹은 국민 사이의 소통 부족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노 대통령은 아마 이 같은 소통 장애가 언론의 편견 탓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영민한 정부라면 소통 부족의 책임이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음을 쉽게 알아차릴 것이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정책적 배려와 함께 가진 계층이 양보하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정권 핵심부의 생각은 틀린 것이 아니다. 소득이나 재산이 많지 않더라도 사회공동체를 위해 월 1만원 정도의 세금을 더 내자는 제안에 발끈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가 세금 등의 얘기만 꺼내면 사회 전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정책의 눈높이가 국민이 아니라 정권의 자의적 잣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는 국민들에게서 1만원은커녕 1,000원의 선의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 스스로는 한없이 관대한 도덕적 잣대와 내부규율을 적용하면서 툭하면 상위 10%, 20% 계층을 걸고 넘어지고, 대기업의 사회공헌을 주문하는 식으로는 소통을 기대할 수 없다. 그 자리에 있던 CEO들의 반응을 점검하는 것으로부터 소통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한겨레신문] ‘책임 떠넘기기’가 빚은 화물연대 파업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어제 새벽 파업에 들어갔다. 노동자들은 차량 600여대로 광주 하남산업단지 삼성전자 앞을 막고 조선대에 모여 농성을 시작했다. 재파업을 선언한 철도노조와 연대하며 민주노총의 4월 총파업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투쟁을 좋아서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파업을 자주 한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한번쯤 들여다봐야 한다. 지난해 10월, 화물연대는 제도 개선 약속을 믿고 파업을 철회했지만 지금까지 성과가 거의 없었다. 관련 당사자가 매우 많고 거래 양태가 복잡해 운송료의 일반적 기준을 정하기 곤란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런데 이번엔 왜 하필 광주 삼성전자일까. 삼성전자의 제품 운송은 물류 대행기업과 재하청 회사를 거친 뒤에야 화물연대 조합원들에게 위탁된다. 다단계 하청을 거치면서 화물 노동자들이 손에 쥐는 금액은 삼성전자가 건설교통부에 신고한 운임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이번 파업의 또다른 쟁점은 일방적인 계약 해지다. 노사 교섭을 통해 운송료 현실화에 의견이 접근된 다음날인 지난 7일 조합원 51명이 문자메시지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운송료 정상화 요구에 대해 회사는 해고나 다름이 없는 계약 해지로 답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자신들이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해고자 복직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태도다. 또 재하청 운송회사는 자신들이 결정할 수준을 이미 넘어선 상태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은 시장경제 주의에 입각한 비용의 개념으로도 옳지 않다. 책임을 회피할 핑계를 찾을 것이 아니라 실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쪽에서 해결하겠다고 나서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몫은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동아일보] ‘한 달에 한 번꼴’ 부동산대책 내일 또 나온다
부동산대책이 내일 또 나온다. 서울 강남 등지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대해 재건축으로 오른 집값의 50%까지 개발부담금으로 물리고 강북지역 개발을 활성화한다는 내용이다. 노무현 정부 37개월 동안 큰 것으로만 네 번째, 작은 것까지 합해 35번째 부동산대책이다.
재건축의 경우, 수익성을 낮추는 것 외에 이미 시행 중인 임대 및 중소형 아파트 의무 건설제도를 유지하고 안전진단을 강화해 허가를 까다롭게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좋은 교육 여건 등으로 강남 대형 아파트 수요가 이미 늘어난 상황에서 재건축 수요를 일부 억제한다고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요가 옮겨간 다른 아파트의 가격이 뛰는 ꡐ풍선효과ꡑ도 벌써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개발부담금에 대한 위헌(違憲) 시비도 나온다. 재건축은 정부가 형질 또는 용도를 변경한 것도 아니고 주택 면적만 늘리는 것이어서 개발부담금을 물릴 수 없다는 주장이다. 재건축 때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짓도록 한 규제에 대해선 이미 위헌소송이 제기돼 있다. 이처럼 위헌 시비가 잦은 것은 정부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는 규제를 남발하기 때문이다.
최근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ꡒ지난해 8․31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강남에서 집을 산 사람의 80%가 실수요자로 확인됐다ꡓ고 말했다. 그동안 부동산시장을 투기판인 양 몰아붙인 것이 잘못이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그렇다면 대책도 ꡐ고급ꡑ 수요에 부응하는 공급 확대 등 시장원리에 맞춰야 한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ꡒ8․31대책을 우습게보지 말라ꡓ면서 징벌적 중(重)과세와 규제 위주의 ꡐ8․31 코드ꡑ를 고집한다. 8․31대책으로 훈장 받은 공무원들의 보고만 받기 때문인가.
시장 흐름을 거스른 부동산대책 탓에 정책효과는 없고 시장만 왜곡돼 간다는 지적이 여당에서도 나오는데 왜 무시하는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 싫고, 부동산 때문에 ꡐ배 아픈ꡑ 사람들에게 영합하기 위해 ꡐ코드 정책ꡑ을 땜질식으로 덧입히기만 해서는 시장의 안정과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조선일보] 인권위는 국가기관에서 분리해 재단법인으로
자유주의연대가 27일 ‘국가인권위원회,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한결같이 인권위의 ‘헌법질서 무시病병’을 우선 지적했다. “인권위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을 무시한 채 보안법을 없애고 교사의 정치활동을 허용하라고 권고해 헌법과 법질서를 흔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토론자들이 거론한 인권위의 또 다른 병은 ‘갈등을 증폭시키는 병’이다. “인권위가 날선 쟁점이었던 이라크전 파병에 반대해 결과적으로 특정세력의 편을 드는 바람에 국가적 갈등과 논쟁을 확대 재생산했다”는 지적이다.
인권위의 ‘越權病월권병’도 거론됐다. 한 토론자는 “인권위가 지난해 당정이 마련한 비정규직 법안에 제동을 건 것은 자신 말고 다른 국가기관은 인권침해자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려는 의도”라고 보았다. 이러니 다른 정부기관들이 인권위 결정을 선뜻 받아들이려 할 리가 없다. 지난 4년간 다른 기관이 인권위의 개선 권고를 받아들인 비율이 30%밖에 안 되는 것도 인권위의 이런 ‘월권병’ ‘헌법무시병’ ‘갈등증폭병’의 合倂症합병증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인권위의 ‘북한 눈치보기병’과 ‘정치적 편향성’도 빠지지 않았다. 인권위가 “자기가 필요하면 유엔 결의를 金科玉條금과옥조로 내세우면서 북한 인권에 관해서는 유엔 결의를 모두 외면하고 전 세계 언론이 ‘惡法악법’으로 평가하는 신문법에 침묵하는 건 (정권 편을 드는) 정치적 편향성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이다. 북한 주민의 인권은 인권이 아니라는 식의 인권위의 似而非사이비 인권 활동에 대한 비판은 “어떤 국민도 인권위에 超초헌법적 권한을 준 일이 없다. (인권위 권고와 다른 결정을 한) 헌재와 대법원이 지금 훗날 청산대상이 될 ‘인권 탄압 過去事과거사’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냐”는 한 토론자의 발언 내용에 압축돼 있다.
인권위가 국민 세금을 한 해에 200여억원이나 갖다 쓰면서 均衡균형감각을 잃은 무책임한 결정만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선 인권위를 국가기관에서 떼내 재단법인으로 바꾸자는 제안은 진지하게 검토할 만하다.
[중앙일보] 실업고 학부모 100만 표 겨냥해 선심
정부와 여당이 실업고의 대입 특별전형 비율을 3%에서 5%로 올려 2008년에 시행하고 실업고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줄줄이 실업고를 방문해 양극화를 선동하더니 결국 정략적 냄새가 풀풀 나는 정책을 확정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실업고를 죽이려고 작정하지 않았다면 이 같은 정책을 내놓을 리가 없다. 실업고는 산업 현장에 필요한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곳이다. 시설이나 교육과정 등을 여기에 맞춰 놨다.
몇 년 전만 해도 실업고생의 40%가량이 대학에 갔으나 2004년 특별전형 제도가 도입되면서 이 추세가 가속화돼 지난해에는 67%로 올라갔다. 이번 정책이 시행되면 실업고생의 상당수가 대학에 진학하게 돼 실업고가 대학 가는 지름길이 될 게 뻔하다.
게다가 대학에 간 실업고생이 학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주요 대학이 실업고생 특별전형 확대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이번 정책이 제대로 시행될지도 의문이다.
장학금만 해도 그렇다. 실업고가 본래의 목적대로 간다면 지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번 정책은 "장학금을 다 줄 테니 기술 배울 생각 말고 대학 가라"고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산업의 변화에 맞춰 특성화하고 기자재와 실습실 등 교육 시설을 보완해 실업고를 원래 목적대로 되돌려야 한다. 이것이 진정으로 실업고를 위하는 길이다.
정부.여당은 특별전형 비율을 높이면 실업고생 학부모 100만 명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표를 줄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는 대단한 착각이다. 더 이상 실업고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
[경향신문] 북한 문화재 서울전시 의미가 크다
북한의 국보급 문화재 90여점이 서울에 온다니 반갑다. 오는 6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릴 예정인 북한문화재 특별전이 기다려진다. 이번 특별전은 남한의 국립중앙박물관과 북한의 조선중앙력사박물관 사이에 이루어진 첫번째 교류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민간분야에서 일부 교류가 있었지만, 남북의 국립박물관 차원에서 우리 민족의 전 역사시대를 포괄하는 유물들이 대거 선보이는 것은 남북 문화재 교류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전기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서울나들이를 하는 북한 문화재는 고고역사분야 유물 65점, 회화작품 25점 등이라고 한다. ꡐ상원 검은 모루 출토 구석기ꡑ ꡐ왕건 청동상ꡑ ꡐ관음사 관음보살좌상ꡑ 등 소중한 문화재들이다. 구석기부터 조선시대까지 통시적 유물들이 한자리에 전시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의미가 남다르다. 또한 거의 모든 유물들이 남한에 처음 공개되는 것들이어서 기대된다. 특별전에 거는 우리의 기대는 크다.
남북 문화재 교류는 아직 초기단계지만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남북은 북한 고구려고분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힘을 모았다. 일본 야스쿠니신사 한구석에 방치되어 있다가 100년 만에 돌아온 북관대첩비가 고향인 북한으로 돌아간 것도 남북 문화재 교류와 역사복원의 새로운 이정표라 할 만했다.
남북은 특별전을 계기로 문화재 교류의 새 물꼬를 텄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남북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열린 마음으로 교류의 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우리의 문화재들도 북한에 가서 전시되어야 한다. 북한의 고구려․발해․고조선 유물, 남한의 신라․백제․가야 등 남북의 문화재들을 상호전시․연구한다면 우리 역사를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재 교류에는 남북의 화해․협력을 위한 동질성 회복의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