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3월 27일 월요일,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3. 27. 11:21

2006년 3월 27일 월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브로커 비리 현정권도 마찬가지인가

 

거물 금융브로커 김재록씨의 대출청탁비리 사건의 전개양상이 심상치 않다. 800억원 대의 은행대출을 알선하고 십수억원을, 또 신동아화재의 인수청탁 조건으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만으로도 파장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김씨가 10여년 전부터 여야 없이 정치권서부터 관·재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인맥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처의 이권에 개입해왔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만큼, 현재까지의 혐의 정도로 그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검찰도 처음부터 고위 정·관계 인물들에 대한 김씨의 로비의혹에 눈길을 두어왔다. 실제로 전직 은행장과 최고위 경제관료의 이름이 튀어나오고, 심지어 그가 은행장 인사에 개입한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진승현, 이용호, 정현준게이트에 이은 또 하나의 대형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이다.

우리가 이 사건에 특히 주목하는 것은 앞서의 게이트들이 전 정권에서 이뤄진 비리였던 반면, 이번엔 현 정권에서의 청탁정황도 적지 않게 포착됐다는 점 때문이다.

앞서 사건들은 사회의 급격한 변화추이를 좇아가지 못한 일각의 구태가 재연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그 성과를 자부해온 현 정권에서도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형태의 권력형 비리가 저질러졌다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한 마디로 현 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외쳐온 개혁의 성과라는 것을 의심치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최근까지 현 정·관·법조계를 제 맘대로 농락해온 브로커 윤상림씨의 행각에서도 어느 정도 짐작치 못한 바는 아니었다.

정부가 아무리 서민들을 위한다고 외쳐대도 일반인이 납득할 수 없는 '그들'만의 비리구조가 온존돼 있다면 이런 말은 공허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어려운 여건에서 애를 쓰는 국민들의 의욕을 결정적으로 꺾고 정부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마저 접게 만들 뿐이다. 음습한 비리의 냄새를 풍기는 브로커들이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서식하지 못하도록 검찰은 책임감을 갖고 한 점 의혹 없는 수사결과를 내놓기 바란다.


[한겨레신문]‘김재록 수사’, 국민은 주목한다

 

대검 중수부가 수사 중인 ‘김재록 사건’이 심상치 않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주말 김씨를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어제는 현대·기아차 본사와 계열사 한 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회사가 조성한 비자금 중 수십억원이 김씨한테 흘러들어간 단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나아가 2002년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도 김씨가 불법 행위를 했는지 수사 중이다.

김씨는 김대중 정부 때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외자유치 과정에서 핵심적인 구실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수십건의 부실기업 국외매각과 인수합병에 직간접으로 관여했다. 정·관계 고위층과의 친분도 워낙 두텁고 넓어 ‘금융계의 마당발’로도 통한다. 금융감독원장한테 은행장을 직접 추천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이번 검찰 수사가 단순한 개인비리 차원이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업 구조조정 과정 전반으로 확대될 폭발성을 안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벌써부터 김씨와 친분이 깊은 정·관계와 금융계의 전·현직 거물들이 수사 대상으로 오르내린다. 현대차의 비자금 역시 검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김씨는 “합법적인 자문료를 받았고, 부당한 청탁은 없었다”며 혐의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경제부처와 금융계의 전·현직 고위층을 상대로 불법적인 청탁이 있었는지, 이들한테 대가성 로비자금이 흘러갔는지를 밝히는 건 검찰의 몫이다. 일각에선 부실기업 국외매각 정책의 희생양을 찾거나 특정 정치세력을 겨냥한 표적 수사라는 의혹 제기도 있다. 법조 브로커 '윤상림 사건'처럼 실체가 모호한 의혹만 부추켜선 안 된다. 불필요한 의혹을 불식시키는 건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뿐이다.


[동아일보] 金재록 씨의 배후 권력 밝혀야

 

김대중(DJ)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거물 경제 브로커로 활동한 김재록 씨 사건은 수사 브로커 윤상림 씨 사건보다 훨씬 큰 파장을 몰고 올 조짐이다. 수사를 맡고 있는 대검 중앙수사부 관계자는 “김 씨의 구속은 서막(序幕)에 불과하다”고 했다. 두 정권에 걸친 대형 게이트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들린다.

김 씨는 작년 5월 서울 신촌 민자역사 쇼핑몰 분양대행업체 S사에 우리은행에서 500억 원을 대출받도록 해주고 11억 원을 받았으며, 경기 부천시 쇼핑몰 T사가 같은 은행에서 325억 원을 대출받도록 도와주고 2억 원을 챙겼다. 우리은행의 대주주는 정부 산하 예금보험공사다. 모두 현 정부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누가 김 씨의 배후에 있는지 궁금하다.

검찰은 일요일인 어제 현대·기아자동차와 계열사인 ㈜글로비스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김 씨가 현대·기아차에서 수십억 원을 받고 정부를 상대로 모종의 로비를 벌인 혐의가 포착됐다고 한다. 김 씨는 DJ 정부 때 신동아화재 매각에도 관여한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

김 씨는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김대중 정부 시절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에게 은행장 추천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은행장 후보를 추천할 정도이니 부실기업 대출 알선은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 김 씨는 1999∼2002년 미국계 회계컨설팅 업체인 아더앤더슨코리아의 부회장으로 재직하며 여러 명의 고위 경제관료 자녀들을 이 회사에 취직시켜 주었고, 이 회사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자산 부채 실사 등 정부와 민간의 굵직한 용역을 잇달아 수주했다.

검찰은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김 씨를 둘러싼 의혹 사건들의 실체와 정관계(政官界) 배후 인물들을 밝혀내야 한다. 검찰은 현 정권에서 일어난 몇몇 사건의 경우 용두사미로 수사를 끝내 살아 있는 권력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씨 사건이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검찰은 두 정권에서 김 씨를 비호하면서 이용한 권력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事故 사죄한다며 또 사고 낸 롯데월드

 

서울 롯데월드에 26일 아침 10만 人波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수십명이 넘어져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롯데월드측이 지난 6일 발생한 놀이기구 탑승자 추락사망 사고에 謝罪사죄한다면서 無料무료 개장 행사를 시작한 첫날 생긴 일이다. 롯데월드와 연결된 지하철 잠실역 일대엔 새벽부터 사람이 몰렸다고 한다. 오전 9시 입장을 시작한 뒤 40분 만에 수용 한도 2만명이 넘어 버릴 정도였다. 자칫 대형 사고가 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26일은 대부분의 학교가 쉬었던 토요일 다음날이어서 連休연휴였다. 무료입장 행사를 벌이면 많은 시민이 몰려들 거라는 건 누가 봐도 뻔한 일이었다. 경찰도 안전사고가 걱정되니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는 공문을 롯데월드측에 보냈다고 한다. 롯데월드도 신문에 낸 광고에서 ‘쾌적한 환경을 위해 입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사람이 몰릴 것이라는 예상은 했던 것이다.

이날 롯데월드에 찾아온 10만명 중 입장한 사람은 2만2000명이다. 나머지 8만 가까운 시민은 아수라장 속에서 기다리다 실망과 짜증만 안고 돌아갔다. 입장한 사람들도 즐거운 휴일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롯데월드 놀이기구가 37개다. 시설마다 500명씩 줄을 선 셈이니 그게 무슨 관람이 되고 놀이가 되겠는가. 놀이기구가 과열돼 작동이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무료개장을 하려면 인터넷 추첨 등으로 利用?이용권을 미리 나눠주는 방법을 택했어야 사고도 막고 시민 불편도 덜 수 있었다. 그렇지만 롯데월드는 선착순으로 무료입장객을 끊겠다는 발상을 했다. 시민들이야 와서 줄 서서 기다리건 말건 애당초 관심 밖이었을 것이다. 공짜 손님을 불러 북적대게만 하면 놀이기구 사망사고에 따른 이미지 추락과 입장객 감소를 만회할 수 있을 거라는 얄팍한 商魂상혼이 드러나 보인다. 이날 입장객 부상 사고가 그 정도였던 게 천만 다행일 따름이다.

 

 

[중앙일보] "차라리 무능한 검사가 돼라"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 수사관행을 질타하고 나섰다.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에 대한 솔직한 내부비판이다. 그는 뇌물이나 횡령 혐의로 수사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조세 포탈 등 다른 혐의로 압박을 가하는 식의 수사 관행을 '비겁한 짓'이라고 표현했다. "차라리 무능한 검사라는 소리를 듣는 게 낫다"고도 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의 발언은 '절제된 검찰권 행사'와 '품격 있는 수사'에 대한 주문으로 보인다.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본분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수사성과를 내야 한다는 욕심이 지나치면 상대적으로 인권 문제에 소홀해지기 쉽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의 변화된 수준에 맞는, 피의자에 대한 배려가 상대적으로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중앙지검장은 "검사와 가족, 주변 사람들이 1년간 계좌추적과 출국금지를 당하고 검찰에 불려다닌다고 생각해 보라"고 반문했다. 수사를 해보고 혐의가 없으면 없다고 솔직히 인정하자는 것이다. 백번 천번 맞는 말이다. 한때 우리 사회에는 "형사는 패 조지고, 검사는 불러 조지고…"라는 비아냥이 있었다. 이런 말을 듣지 않으려면 검찰 스스로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를 절제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모처럼의 내부 비판을 계기로 검찰이 거듭나길 다시 한번 기대한다.
 

[경향신문] 깨지고 있는 서울대 교수 정년보장

 

서울대 교수들의 정년보장이 ‘좁은 문’이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서울대의 부교수 자동 정년보장이 폐지된 2002년 2월 이후 부교수 승진자 218명 가운데 심사를 거쳐 정년을 보장받은 경우가 11%에 그쳤다. 정년보장의 잣대가 세계수준으로 상향조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다른 대학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제로 일부 대학들에서도 정년보장 기준을 강화하는 움직임들이 보이고 있다. 교수사회의 이른바 ‘철밥통’ 관행이 깨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현상은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는 변화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교수사회는 정년보장이란 울타리 안에서 안주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저런 부작용들이 따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은 “일주일에 딱 하루 학교에 나오는 교수들이 서울대에 있다”며 쓴소리를 한바 있다. 창피를 주어야 할 교수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일이 물론 서울대 뿐은 아닐 터이다. 또한 논문표절, 공동저자 ‘무임승차’, 연구비 비리 등 교수사회의 도덕적 해이가 계속 불거져 나왔다. 이같은 부작용들은 대학과 학문의 발전을 저해한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세계화시대에 살고 있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대학의 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이다. 지난해 영국의 ‘더 타임스’가 발표한 세계대학 순위에서 서울대는 93위에 올랐다. 우리나라 대학이 100등 안에 든 것이 처음이라니 부끄러운 성적표다. 지금 우리나라 대학들은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교수사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학의 중심은 교수이다. 교수들이 자기 직분에 매진할 때 대학이 바로 설 수 있다. 교수들이 학문적 능력과 연구업적, 그리고 학생지도를 객관적으로 평가받은 후 정년을 보장받는 풍토는 확산되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대학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나아가 국가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