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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앵커브리핑중 어쩌면 서울 한복판에도…'마이크로네이션'

eros 2017. 3. 14. 23:00


아버지는 딸을 너무나 사랑했습니다. 요샛말로 하면 '딸바보' 쯤이 되겠지요. 미국 버지니아 주에 사는 예리미야 히톤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딸 에밀리는 공주가 되고 싶어 했고 고민하던 아버지는 왕국을 하나 만들어냈습니다. 아프리카 이집트와 수단 국경 사이의 사막지역. 그곳은 주인 없는 땅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딸에게는 왕관을 증정하고, 사람들에겐 '에밀리 공주'라 부르도록 했습니다.

이처럼 개인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작은 국가를 '초소형 국가체' 즉 MICRONATION (마이크로네이션) 이라고 부른다고 하는군요.

리투아니아에는 만우절에만 존재하는 '우주피스 공화국'이 있고,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경계선에는 채 서른 평이 되지 않는 작은 나라도 존재합니다.

마치 농담 같지만 농담은 아닌, 그러나 정식 국가로는 인정이 되지 않는 자칭 국가들일 뿐입니다.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 대지면적 484㎡…어쩌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도 초소형 국가, 마이크로네이션이 생겨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헌법에 의한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만의 진실로 벽을 쌓은 곳. 그곳엔 공화국에서 여왕이고자 했던 탄핵된 대통령의 미련과 그를 이용해 어떻게 해서든지 권력을 움켜쥐고픈 몇몇 사람들의 욕망이 뒤섞여 있습니다.


언론은 '대통령의 딸이 대통령이 됐다'고 썼지만...

그때 이미 "공주가 여왕 된 것" 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영상훈 칼럼 조선일보 2015년7월2일

그들이 방치 혹은 부추기고 있는 시위와 폭력, 겁박의 말들. 세 명의 시민이 급기야 목숨을 잃었지만 이 마이크로네이션의 주인은 누구든 아직 위로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꿈꾸게 했던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는 결국 이런 나라였던가…

"왕국의 아이들 모두는 배불리 먹어야 한다"

여왕이 된 일곱 살의 에밀리는 이렇게 말했다 합니다. 그렇게 해서 함께하는 행복과 웃음의 나라는 상상 속의 나라일 뿐…

현실은 484㎡에서 이루어지는 언필칭 자택정치. 그리고 이를 보위한다는 이른바 결사대.

그리고 불안한 눈빛으로 이를 지켜보는 담장 밖의 시민들.

오늘(14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공주가 꿈인 딸을 위해 왕국을 건설한 아빠



공주가 되는 것이 소원인 딸을 위해 실제로 사막에 왕국을 건설한 아빠가 있다. 믿기 힘들겠지만 진짜다.

허핑턴포스트US는 미국 버지니아주 애빙던에 사는 남자 예리미아 히톤이 이집트와 수단 사이의 사막 지역에 '왕국'을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이유? 7살 난 딸 에밀리의 소원이 공주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몇 달 전, 에밀리는 예리미아에게 "언젠가는 진짜 공주가 될 수 있을까?"라고 물었고, 예리미아는 "당연히 공주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자, 당신이라면 뭘 하겠는가. '겨울왕국'의 엘사 드레스를 선물로 사주거나, 뭐 그런 행동으로 대충 딸의 소원을 이뤄줬을 거다. 하지만 예리미아는 좀 더 진지한 남자였다. 그는 딸의 소원을 듣자마자 페이스북에 렇게 썼다. "대답을 했던 당시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딸의 소원을 이뤄줄 방법을 어떻게든 알아내야만 했다"

그는 결국 방법을 찾아냈다. 이집트와 수단 국경에 위치한 사막 지역인 비르 타윌(Bir Tawil)이 알고 보니 이집트도 수단도 주권을 행사하지 않는 그야말로 무주지였던 것이다. 히톤은 지난 6월 직접 사막 트레킹을 떠나 '히톤 왕국' 깃발을 비르 타윌에 꽂았다. 그리고 왕국을 선포했다.



히톤은 집으로 돌아온 뒤 모든 사람들이 7살 난 딸 에밀리를 '에밀리 공주'로 부르도록 했고, 왕관도 만들어서 증정했다. 브리스톨 헤랄드-쿠리어와의 인터뷰에서 에밀리 공주는 "대박이에요!"라며(영어로는 “It’s cool”이라고 말했다만....), 공주로서 그녀가 가장 관심 있는 것은 '히톤 왕국'에 사는 아이들이 충분한 식량을 공급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리미아 히톤은 히톤 왕국이 주변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정식 국가로 인정받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그의 영유권 주장이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것임을 의심치 않고 있다. 이집트와 수단 대사관은 이 사안에 대해 워싱턴포스트지가 보낸 이메일 인터뷰에 아직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자,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있다. 왜 히톤이 왕국을 선포한 '비르 타윌' 지역은 어떠한 국가도 점유를 주장하지 않는 무주지로 남았던 걸까?

대영제국이 이집트와 수단 지역을 지배하던 1899년, 이집트와 수단 간에 22도선을 양국의 경계로 삼는 협정이 체결됐다. 그러나 1902년도에 영국은 편의를 위해 별도의 '행정 경계선'을 설정했는데, 그러면서 수단 지역의 비르 타윌은 이집트에, 이집트 지역의 할라이브는 수단에 귀속시켰다. 하지만 할라이브는 해안선에 인접해있는 데다가 면적도 넓고 비옥한 땅이어서 이집트는 1899년 국경선에 따른 영유권을 주장했고, 수단은 1902년 국경선에 따른 영유권을 주장했다.

복잡하다고? 의외로 간단하다.

만약 당신이 비르 타윌을 당신 땅이라고 주장한다면 훨씬 풍요로운 할라이브는 가질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수단과 이집트는 여전히 할라이브 영유권을 주장하는 동시에, 비르 타윌은 서로 자신의 땅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비르 타윌은 남극 대륙과 함께 지구 상의 유일한 무주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과연 예리미아 히톤은 비르 타윌에 세운 '히톤 왕국'을 유지하고 딸의 왕관을 지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