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의 反이민 행정명령
[한겨레 사설 2017년1월31일 화요일] 극우·인종주의 색깔 강화하는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리한 통상 공세에 더해 극우·인종주의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합리적으로 질서 재편을 꾀하는 대신 자신의 극단적 정치성향을 나라 안팎에 강요하는 모양새다. 이런 시도가 더 위험하고 불안한 세계로 이어질까 봐 우려된다.
트럼프가 25일(현지시각) 행정명령에 서명한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계획이 대표적 사례다. 불법 이민자의 유입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3200㎞에 가까운 두 나라 국경 전체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웃나라 사람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인종주의적 행태다. 그는 대선 유세 때도 멕시코인을 강간범과 범죄자로 비하한 바 있다. 나아가 그는 12조원이 넘을 장벽 설치 비용까지 멕시코에 부담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멕시코의 주권조차 안중에 없는 행태다.
트럼프는 곧 시리아 난민 수용을 무기한 중단하고 다른 나라 난민도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주요 대상이 이슬람 나라들이어서 여기서도 인종주의가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런 반이슬람 성향은 중동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미 이스라엘은 그의 지원에 힘입어 팔레스타인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인다. 트럼프는 중앙정보국이 운영하는 비밀감옥을 부활하고 용의자에 대한 고문도 허용하려 한다. 이 또한 이슬람 과격단체에 대한 대응이 주된 명분이다.
어느 나라나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다른 나라를 일방적으로 압박하고 지구촌의 분열과 갈등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이와 같은 행태가 퍼질 경우 지구촌의 공존공영과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것은 물론 예기치 않은 무력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미국이 정말 이런 세계를 바라는 건지 궁금하다.
장벽 설치 등 트럼프의 최근 여러 조처는 실효성이 의문인데다 미국의 국제적 지도력마저 심각하게 손상한다는 점에서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제사회는 미국이 책임 있는 초강대국의 모습을 보일 것을 기대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2017년1월31일 화요일] 세계 흔드는 트럼피즘, 강 건너 불 아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슬람권 7개국 국민에 대해 최소 90일간 미국 비자 발급을 불허했다. 극단주의 무장세력에 대해 물고문과 비밀 감옥을 부활시키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미국이 내야 하는 국제기구 분담금을 크게 줄이겠다고도 했다. TPP 탈퇴와 NAFTA 재협상,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포함해 모두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일방적으로 내놓은 정책들이다. 트럼프 취임 열흘 만에 미국은 마치 다른 나라로 변한 것 같다. 그가 거의 매일 발표하는 정책은 미국 백인들에겐 어떤지 몰라도 세계에는 희망 아닌 걱정과 불안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 때문에 입국을 금지한다고 했지만 미 언론이 지적한 대로 그동안 미국을 위협한 테러리스트는 외국인보다는 미국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가 더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과 관련이 있는 국가는 '트럼프판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된 것도 문제다. 당장 보복 테러가 이어지거나 전 세계적으로 반미(反美) 물결이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의 정책은 올해 세계가 '초(超)불확실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1980년대 말 냉전(冷戰) 종식 이후 가장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시대로 들어서는 길목이라는 지적도 많다.
세계를 흔드는 이른바 트럼피즘(Trumpism)은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언제 어떤 파도로 다가올지 알 수 없다. 트럼프는 어제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은 언제나 100% 한국과 함께할 것"이라며 "한·미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을 것"이라고 했다. 두 나라의 정상이 조기(早期)에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다진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은 트럼피즘이 '미국 우선'의 고립주의와 일방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존의 동맹이라도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는 '통지서'나 '계산서'가 언제 날아들지 모른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생존을 미국에 절반은 의탁하고 있는 나라다. 미국 없이 북한 핵을 막을 수 없고, 중국·일본 틈바구니에서 운신하기도 힘들다. 그런 우리 처지에서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 아니라 세계 문제의 근원이 된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국정 사령탑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거센 물살을 돌다리 하나에 의지해 건너고 있다. 정치권과 정책 담당자들이 신중 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시점이다.
[경향신문 사설 2017년1월31일 화요일]트럼프, 전 세계와 등지고 살자는 건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난민의 미국 입국을 120일간 중단하고, 이라크와 이란 등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맞서 미국 연방법원들이 공항에서 발이 묶인 입국자의 강제송환 금지 결정을 잇따라 내리고, 국내외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등 반발이 거세다. 하지만 트럼프는 “무슬림을 금지하는 게 아니다. 유럽에서 (난민 유입과 테러 빈발 등)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라”며 행정명령을 고수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조치에 서명한 데 이어 무슬림 입국 거부까지 트럼프의 고립정책이 강도높고 신속하게 실행되면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지고 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 파장은 단순한 무슬림의 국내 입국 금지에 그치지 않는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춰온 동맹을 한순간에 배제함은 물론 적으로 돌린 셈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제안보 질서는 미국이 수십년 전부터 동맹들에 한 약속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약속들이 자국에 불리하다고 하루아침에 파기하는 것은 지구촌을 유지해온 평화의 근간을 흔드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임한 것은 과거의 선택이지만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당장 이를 흔들 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또한 이민정책으로 나라를 발전시켜온 미국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일이다. 미국은 자본과 노동의 국경을 넘은 자유로운 이동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다. GE와 JP모건체이스 등 미국 대기업들과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이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 그 증거다. 실리콘밸리는 물론 미국의 과학계는 전 세계에서 우수인력을 공급받은 덕에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었다.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은 차별 철폐의 길을 걸어온 인류의 흐름과 보편적 가치에도 어긋난다. 미국 혼자 편해지자고 전 세계를 빈곤과 폭력에 내모는 반이민 행정명령은 거두어야 한다.
트럼프의 행정명령 발동 방식도 적이 우려스럽다. 미국은 이라크 등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중동 전문가들의 조언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한다. 향후 중국에도 같은 방식으로 대할 경우 그 파장은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으로선 끔찍한 일이다.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은 테러리스트들의 명분을 강화해주는 역효과만 낼 것이다. 이런 막무가내식 행동은 세계의 지도국가를 자임하는 미국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이번 조치를 환영한 것은 유럽의 극우정당들뿐이라는 사실을 트럼프는 유의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2017년1월31일 화요일] 트럼프의 반이민정책, 반인권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행정명령에 이어 27일엔 시리아·이라크·이란·리비아·예멘·수단·소말리아 등 중동·아프리카 7개 무슬림 국가 국민에게 90일간 비자발급 및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런 반이민정책은 특정 국가 국민 전체에 ‘불법이민자’ 또는 ‘잠재적 테러 위험자’의 딱지를 붙인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모욕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다. 이처럼 사람을 출신국가나 종교·신념에 따라 차별하는 것은 반인권적 조치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미국인이 종교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이주한 건국조상의 후예임을 잊은 반역사적 행동이기도 하다.
반이민정책은 글로벌 테러의 원인인 극단주의를 부추겨 ‘테러와의 전쟁’의 발목을 잡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오죽하면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이번 행정명령이 미국 안보를 개선하기보다 테러리스트 모집을 더욱 돕게 될 것”이라는 비난 성명까지 냈겠는가. 실제 2015년 1월 ‘샤를리 에브도’ 총기난사, 2015년 11월 파리 테러, 2016년 7월의 니스 테러 등 최근의 글로벌 테러는 프랑스·벨기에 등 유럽국가 국적자인 이민 2세들이 주도했다. 트럼프가 입국을 금지한 국가의 국민은 오히려 테러 피해자로 볼 수 있다. 테러를 뿌리 뽑으려면 이들의 입국을 막을 게 아니라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게 더욱 필요하다.
미국 내에서 반발이 확산되는 현상도 더욱 주목된다. 캘리포니아·뉴욕 등 16개 주 법무장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비미국적이고 비헌법적”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향후 5년간 난민 1만 명을 고용하겠다는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자, “난민에게 문을 여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등에게서 일말의 희망을 발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인과 이민자에 대한 근거 없는 증오와 편견을 멈춰야 한다.
정부도 미국과 동맹이라는 이유로 우리 국민이 중동·이슬람 국가에서 괜한 오해를 사거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3만에 이르는 재미 한인 불법 체류자들의 체류 안정화와 외교갈등 최소화를 위해 미국 행정부와의 대화와 협력도 강화할 때다.
[한국일보 사설 2017년1월31일 화요일] 민주주의 원칙마저 짓밟은 트럼프의 본격적 이민 규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테러 자행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이라크 등 7개국 국민에게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전세계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트럼프가 대선 과정에서 이슬람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고 난민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누누이 밝혔지만, 막상 관련 조치를 실행하는 데 따른 갈등과 분란이 이만저만하지 않다.
트럼프의 서명으로 당장 이라크 시리아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 7개국 국민의 미 입국 비자 발급이 중단되고 난민 입국 프로그램은 120일 동안 중단됐으며 난민 심사도 강화됐다. 트럼프는 이번 조치를 왜 취하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미국을 지지하고 미국인을 사랑하는 사람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가 원래 정치 철학은 결여한 채 백인 국가 만들기에 혈안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렇더라도 미국 내외의 여론마저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이들 국가 난민 출신이 주요 테러를 일으킨 적도 없으니 이번 조치가 또 다른 분노를 불러 도리어 미국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당장 미국은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등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법원이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고 주 법무방관들 또한 “헌법 위반”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존 매케인 등 여당 인사들조차 우려하는 정도이니 그 심각성을 짐작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안 그래도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미국을 갈등과 분열로 내몰아 비판을 받았다. 그렇게 대통령이 됐으면 화합을 도모하는 게 우선일 터인데도 또 다시 갈등의 골만 깊게 하고 있으니 애초 지적됐던 그의 역량과 자질에 대한 의심을 다시 키운다. 프랑스 등 우방조차 실망감을 나타낸 데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국과 관계 개선 계기를 마련한 이란이 미국인의 입국을 거부하는 대응조치를 취하고 있어 미국의 위상과 이미지 훼손은 피하기 어렵다.
지금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난민이 다량 발생하고 있다. 난민 문제 해결에 미국 또한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문 또한 무성하다. 이번 조치는 그런 요구를 깡그리 무시한 것으로서 세계 최강을 자처하는 미국의 국가적 행동과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번 행정명령은 특정 종교와 인종을 차별함으로써 민주주의 정신을 정면으로 무시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여러 이민자의 문화가 섞여 이룬 미국 사회의 다양성 또한 훼손될 수밖에 없다. 심각한 결과가 현실화한 이후에야 정책 수정이 가능하리란 점이 더욱 암담하다.
[매일경제 사설 2017년1월31일 화요일] 역사 시계 거꾸로 돌리는 트럼프의 反이민 행정명령
전 세계를 혼란과 충격 속에 빠뜨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강경 반이민 정책은 21세기판 히틀러의 재현이라는 원초적 비판을 넘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어처구니없는 조치다. 트럼프가 지난 27일(현지시간)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테러 위험 7개 국민 비자 발급 일시 중단과 난민 입국프로그램 4개월간 보류를 담고 있다. 서명 후 미국에 도착한 난민들이 공항에 억류되고 입국 거부 및 비행기 탑승 제한 사태가 속출했다. 유효한 비자를 지닌 미 영주권자나 7개국과 겹치는 이중 국적자까지 미국 입국이 거부됐다. 주요 국제공항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독일 프랑스 등 우방국에서조차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 비자 발급 거부국이 미국인 입국 금지로 맞대응하겠다니 맞서 달리는 열차끼리 충돌한 꼴이다.
트럼프는 29일 무슬림이라는 종교에 대한 금지가 아니라 테러 대비책이라는 성명을 냈지만 안보를 지키기 위한 작은 비용에 불과하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시민단체들의 소송에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 등에서 일부 제동을 거는 결정을 내렸으나 제한적이었다. 공화당 상하원 의원 중에도 비판이 나오고, 15개주 법무장관들이 행정명령을 헌법 위반이자 비미국적이라며 반기를 들 정도인데도 트럼프는 밀어붙이겠다니 당혹스럽다.
트럼프의 정책은 앞으로 미국을 아메리칸 드림의 기치 아래 이민자의 나라로 자처하기 어렵게 만들 듯하다. 시위자들의 피켓에 적힌 `미국은 이민자와 난민들이 건설했다`거나 `무슬림 입국 금지는 반미국적이다`는 글귀가 상징적이다. 국경을 넘어 전문인력을 충원해온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뼈 있는 비판도 이를 잘 대변한다. 인도 출신의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와 이민자 가정 출신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주저 없이 나선 건 이례적이다. 트럼프의 이번 조치는 미국 내 거주하는 한인 영주권자와 체류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25만여 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되는 한인 불법체류자에 대한 직접적인 조치 가능성이 우려된다. 외교부가 미 관계당국과 협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지만 훨씬 적극적인 대비책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