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7일 화요일 주요신문 사설
[조선일보 사설 2017년1월17일 화요일]특검이 청구한 이재용 구속영장, 법원 판단 주목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 공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삼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최순실씨 쪽과 지원 계약을 맺은 213억원과 최씨 조카 장시호씨에게 넘어간 16억원뿐만 아니라, 다른 50여 기업과 함께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204억원까지 모두 뇌물로 봤다. 구속 여부는 18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삼성은 합병이 먼저 이뤄진 다음 대통령의 강요로 최씨 모녀 지원이 이뤄졌다며 자신들은 피해자라고 주장해왔다.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경우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작년 11월 최순실씨 등에 대한 공소장에서 '기업들은 청와대 요구를 거스를 경우 세무조사 등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의무 없는 돈을 냈다'고 했다. 특검이 이런 '기업=피해자' 논리를 깨는 어떤 추가 증거와 정황을 확보했는지 알려진 것이 없다.
삼성은 처음엔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유망주 육성을 지원했을 뿐'이라고 하다가 '대통령 압박을 못 이겨 최씨 모녀를 지원했다'고 말을 바꿨다. 최순실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시기도 달라졌다. 여기에 합병 문제까지 겹치니 의심을 받게 됐다.
그러나 특검의 삼성 수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특검은 지난달 21일 사무실 현판식과 동시에 국민연금부터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당시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해준 대가로 삼성이 최씨를 지원한 증거 확보를 위해'라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뇌물 공여'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그에 맞춰 수사를 밀어붙여 왔다는 느낌을 준다. 뇌물을 받았다는 사람에 대해선 피의자 신문조서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뇌물을 준 게 아니라고 해명하는 사람을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하려 드는 것도 아주 이례적이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라는 걸 상당 부분 입증했다"고 한다. 그래야 이 부회장에게 제3자 뇌물죄뿐 아니라 일반 뇌물죄 혐의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제 공동체'란 부부와 같은 가족을 이른다. 가족이 아닌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지갑을 공유한 '경제 공동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지는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작년 6월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기업이 정 전 총장의 아들이 지분 33%를 가진 회사에 7억7000만원을 후원금 명목으로 보낸 것을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
에 대한 판단은 법원에 맡겨졌다. 이 부회장 구속 여부는 국민이 주목하고 세계 업계가 지켜보고 있다. 법원은 법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동시에 대통령의 죄를 입증하기 위한 부수적 필요성 때문에 다른 사람을 억지로 옭아매는 일도 막아야 한다. 법원이 다른 어떤 고려도 없이 오직 확인된 증거와 법리만을 놓고 판단하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 2017년1월17일 화요일] ‘이재용 영장’으로 더 분명해진 박 대통령 혐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횡령, 위증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넸다고 판단했다. 뇌물 액수가 430억원이니 가볍게 넘길 일이 결코 아니다.
이 부회장의 혐의는 진작부터 분명했다.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른다면 신병처리도 고민할 일이 아니었다. 이 부회장은 국회에서 위증을 했음이 드러난 터다. 특검이 밝힌 대로, 국가 경제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몇백억원을 뇌물로 안겨 엄청난 이득을 챙기고 편법을 동원해 거대 기업의 경영권을 넘겨받은 일을 그냥 넘긴다면 정의와 질서는 더는 찾기 어렵게 될 것이다. 명백한 범죄에 가담하고도 경제에 비중이 큰 기업의 총수라는 이유로 처벌을 면한다면 법치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삼성과 대통령 사이의 부당한 ‘거래’에 국민연금이 동원돼 국민의 노후자금이 큰 손실을 보게 된 것도 묵과할 수 없다. 응분의 처벌은 당연하다.
박 대통령의 혐의도 한층 분명해졌다. 특검은 삼성 쪽이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증거를 여럿 확보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라는 점도 여러 자료를 통해 입증할 수 있다고 한다. 특검 수사대로라면 삼성은 더는 피해자가 아니고, 대통령은 제3자 뇌물수수 혹은 포괄적 뇌물수수의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공소장을 보면, 박 대통령은 2015년 6월 말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 등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성사되도록 잘 챙겨보라”고 지시했다. 지시는 문 전 장관에게 전달돼 국민연금의 무리한 합병 찬성 결정을 빚어냈다. 그해 6월 삼성을 자금원으로 한 정유라씨 지원 계획이 만들어졌고, 합병 뒤인 7월25일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지원 미흡을 질책해 사실상 ‘대가의 사후 이행’을 재촉한 것까지 연결하면 대가관계는 더욱 분명해진다. 돈을 준 쪽은 물론 돈을 받은 쪽 처벌도 당연하다.
특검은 삼성이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돈도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기금 출연에도 대가관계가 있었다고 본 때문이겠다. 삼성 말고 다른 기업들도 출연 과정에서 민원사항을 전달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엄정한 조사와 처벌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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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사설 2017년1월17일 화요일] ‘이대 사태’ 부른 평단사업 재추진…15개 대학 230억 지원
정부가 지난해 ‘이화여대 본관 점거’ 사태를 불렀던 대학 평생교육 지원사업(평단사업)을 올해 다시 추진한다. 교육부가 17일 발표한 ‘2017년 대학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평단사업과 평생학습 중심대학 지원사업(평중사업)을 통합, 15개 내외 대학을 선정해 총 226억원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평단사업(9개 대학ㆍ255억원), 평중사업(37개 대학ㆍ131억원)과 비교하면 지원 규모와 대학 수가 모두 줄었다. 평단사업과 평중사업은 고졸 취업자의 ‘선(先)취업 후(後)진학’ 활성화와 성인 학습자의 평생교육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진행된 사업으로, 사업 취지와 내용이 중복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교육부는 지역별 평생교육 우수 모델을 만들기 위해 5개 권역(수도권 충청권 호남ㆍ제주권 강원ㆍ대경권 동남권)별로 선정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단과대 형태로만 운영했던 기존 평단사업과 달리 각 대학이 단과대, 학부, 학과, 컨소시엄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할 수 있다. 또 지난해 이대가 평생교육 단과대학 신설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농성으로 사업 참여를 철회하는 등 학내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학내 구성원의 동의 등도 대학 선정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사업 신청서 준비기간도 80일로 늘렸다. 참여를 원하는 대학은 4월6일까지 사업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5월 초 최종 선정 대학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앙일보 사설 2017년1월17일 화요일] 승부수 던진 특검…법원이 현명한 판단 내려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어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뇌물 공여와 위증, 횡령 혐의까지 적용했다. 특검은 “경제도 중요하지만 정의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최근 사흘간의 고민은 영장 청구를 위한 명분 쌓기였던 셈이다. ‘최순실 특검’이 ‘삼성 특검’으로 변질되고, 주범인 박근혜 대통령은 소환조사도 하지 않은 채 ‘종범(從犯)’ 격인 이 부회장부터 처벌하는 데 따른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한 배경에는 박 대통령도 뇌물 혐의로 사법처리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박 대통령을 겨냥해 뇌물죄 프레임을 미리 정해놓은 뒤 여기에 꿰맞추기 위해 이 부회장의 영장을 청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또 그동안 특검 주변에선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무죄로 오인되는 게 부담스럽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특검이 우리 사회의 반(反)대기업 정서와 ‘불구속=무죄’로 인식되는 현실을 핑계 삼아 영장 청구를 강행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오는 18일의 영장실질심사가 최대 분수령으로 보인다. 과연 특검이 이 부회장의 뇌물 증거를 얼마나 제시할지가 관건이다. 또 특검이 삼성의 최씨 모녀 지원을 이 부회장이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는가도 관심이다. 영장전담판사가 과연 이 부회장의 증거인멸이나 도주 가능성을 어떻게 판단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다만 우리는 형사사건의 경우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명백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바로 증거재판주의다. 앞으로 법원이 정치권과 광장을 휩쓰는 반대기업 정서에 흔들리지 말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주길 기대한다.
[경향신문 사설 2017년1월17일 화요일] 반기문의 나흘, 정치교체와 거리 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주 귀국한 후 폭넓은 대선 행보를 하고 있다. 귀국 이튿날부터 국립서울현충원 참배와 고향인 충북 음성 꽃동네 방문에 이어 그제는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천안함을 견학했다. 어제는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거제 대우조선해양을 들렀고, 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가 있는 봉하마을과 세월호 현장인 팽목항, 광주 5·18묘역을 방문한다. 자신이 제시한 대통합과 정치교체라는 과제 실천에 옹골차게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그의 행보가 ‘정치교체’ 슬로건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기성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보여주기식 행보와 실패한 이명박 정권의 인물들을 주변에 포진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이미 심판받은 정치세력과 함께 정치를 혁신하겠다는 것은 코미디다. 또 반 전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을 잘 안다. 기회가 되면 촛불집회에 참석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어제 박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그는 “잘 대처하시라”고 했다. 촛불시민의 뜻을 일관되게 무시하는, 직무정지된 대통령에게 한 덕담으로 적절치 않다. 보수층을 의식한 구태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그가 말하는 대통합이 모두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것이라면 적이 실망스럽다. 시민을 분열시키는 비리와 부정의를 바로잡지 않는 한 대통합은 없다. 그게 빠진 대통합 구호는 이합집산으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무원칙한 세 모으기와 대통합을 구분하지 못할 시민들이 아니다.
정치교체의 내용은 짐작할 수조차 없다. 국내 정치 경험이 없어 해법을 제시하기 어렵다면 그에 상응하는 현실 진단과 해법의 방향 정도는 밝혀야 한다. ‘진보적 보수주의자’라는 모순적인 말로 은근슬쩍 넘길 문제가 아니다. ‘귀족 노동자’를 날 서게 비판했으면 거제 조선소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언급도 했어야 시민들이 수긍한다. 반 전 총장의 분명한 노선과 입장을 기대한다. 이것만이 철저한 검증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대통령을 뽑으려는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길이다.
[동아일보 사설-2017년1월17일 화요일] 국정 농단 부인한 崔, 대통령 헌재 나올 이유 분명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어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정 농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최 씨는 “박 대통령을 통해 이권을 추구한 적이 없다”며 “미르재단 등 어디를 통해서도 한 푼도 받은 게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에 대해서는 “연설문 표현을 고친 적은 있지만 기밀이 담긴 문건은 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최 씨에게 넘어간 문건 180여 개 가운데 47개가 기밀문건이다. 이것만 골라서 보지 않았다는 말에 헌재 재판관들이 수긍할지 모르겠다.
지난해 11월 수감된 최 씨가 공개 장소에서 자신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최 씨는 자신의 비리 혐의는 “모른다”, “아니다”, “기억 안 난다”, “답변 못 한다”, “증언 거부하겠다”로 일관했다. 가끔 “유도성 질문 마라”라며 발끈하는가 하면 세월호 사건 당일 기억에 대해선 “어제 오늘도 기억 못 한다”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형량을 걱정해야 하는 법원 재판과 달리 헌재에서는 뻣뻣하게 나온 것이다. 심지어 자신이 40분이나 검토하고 서명한 피의자 신문조서조차도 “제대로 보지 못한 상태에서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박 대통령과 똑같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4일 제2차 대국민 사과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최 씨가 이권을 챙기고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적시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경계의 담장’을 낮추는 바람에 최 씨의 이런 비리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고 사과했지만 최 씨는 이날 “내가 무슨 비리를 저질렀다는 말이냐”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최 씨는 “미르 및 K스포츠재단은 각각 차은택 및 고영태 씨가 만든 것”으로 “이들을 약간 도왔을 뿐 설립과 운영엔 간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모든 책임을 차 씨, 고 씨에게 떠넘긴 셈이다. 박 대통령은 최 씨에게, 최 씨는 차 씨와 고 씨에게, 차 씨와 고 씨는 다시 최 씨에게 서로 책임을 핑퐁 게임하듯 떠넘기는 형국이다.
백보를 양보해 최 씨가 추구한 이권과 국정 개입 등이 박 대통령 측의 주장대로 국정의 1% 미만이라고 하더라도 국회는 주권자인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중대한 헌법 위배 행위로 보고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박 대통령도 인정한 ‘특정 개인의 위법 행위’에 대해 최 씨가 헌재에서 부인한 만큼 이제는 대통령이 헌재에 나와 직접 소명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