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에 숨겨진 경제이야기16 '수상한 그녀-인생 전성기로의 순환'
수상한 그녀 '인생 전성기로의 순환'
“50년은 젊게 보이게 해드릴게요.”
영정사진이나 찍어둬야지 하면서 찾아간 사진관. 난생 처음 꽃단장을 하고 사진을 찍었을 뿐인데, 진짜 50년이 젊어졌다. 잃어버린 젊음을 다시 찾는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황동혁 감독의 <수상한 그녀>는 어느 날 우연히 젊음을 되찾은 칠순 할머니 이야기다. 혈혈단신으로 아들을 대학교수로 키운 오말순은 아들 생각만 하면 세상에 겁날 게 없다. 하지만 과도한 아들 사랑은 며느리를 옭죈다. 심장병을 얻게 된 아내 때문에 아들은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보내려 한다. 우연히 이 말을 엿들은 오말순은 충격을 받고 밤길을 방황하다가 한 사진관에서 영정사진을 찍는다. 사진관 상호가 ‘청춘’이다. 사진을 찍고 나왔더니 자신이 20대로 돌아가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시 젊어진 자신을 즐기기로 한다. 이름을 ‘오두리’로 바꾸고 20대 꿈이었던 가수에 도전한다.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상처가 나면 젊음을 잃어버린다. 그녀는 과연 젊음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70대가 인생의 끝을 준비하는 황혼기라면 20대는 한창 꽃봉오리가 피는 전성기다. 사람의 삶은 주기가 있다. 유아기-소년기-청년기-중년기-노년기다. 싫든 좋든 인간은 삶의 곡선을 따라 전성기를 겪고 이어 늙어간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지표들이 따로 노는 것 같아도 멀찍이 떨어져서 보면 흐름이 있다. 이를 경기순환(Business cycle)이라고 한다. 경기는 확장→후퇴→수축→회복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경기가 저점에서 고점으로 갈 때는 경기상승 국면, 고점에서 저점으로 가면 하강 국면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패턴을 벗어나 갑자기 호황을 맞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특수경기’라고 한다. 전쟁 때 군수물자 생산이 급증하면서 일어나는 전쟁특수가 대표적이다. 경기가 예상치 못하게 급락하는 경우는 공황이라고 부른다.
경기순환은 주기에 따라 4종류로 나눈다. 3~4년마다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것을 소순환이라고 한다. 발견자의 이름을 따 키친순환이라고도 하고, 재고순환이라고도 부른다. 호황기에 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리면서 재고가 크게 늘게 되는데 재고를 줄이기 위해 생산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불황이 온다. 재고가 다 떨어지면 다시 생산을 늘리는데 이때 호황이 온다는 것이다. 펀드 투자 시기로 3~4년을 권고하는 것은 소순환이 근거가 된다.
7~12년마다 호황이 온다는 이론은 주순환이다. 통상 10년을 주기로 기업은 낡은 설비를 새 설비로 바꾸는데 이때 호황이 찾아온다. 그래서 설비투자순환이라고 하며 주글라순환이라고도 한다. 10년 경제위기론의 배경이 된다. 1987년 블랙먼데이,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매 10년마다 찾아왔다.
14~20년 순환은 중기순환이라고 한다. 중기순환은 건물의 사용기한이 다돼 새로운 건물을 지어야 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쿠즈네츠 순환이라고 부른다. 장기순환은 40~70년으로 통상 50년을 말한다. 기술혁신, 신자원개발 등으로 인해 찾아오는 호황을 말한다. 콘드라티예프 순환이라고도 한다. 소련의 경제학자 콘드라티예프는 1780년 말~1850년(산업혁명), 1850년~1890년(철도건설과 증기·강철 보급), 1890년~1920년 초(자동차·전기·화학 발전) 등을 각각의 주기로 봤다.
땅에서 태어나 땅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삶은 70년짜리 장기순환과 주기가 가장 닮아 보인다. 하지만 태어나서 10년 뒤 학생이 되고, 20년 뒤 사회인이 되고, 30년 뒤 아버지가 되는 10년 주기의 주순환도 인생에는 있다. 또 3년에 한 번씩 승진할 경우 소순환에 해당한다. 신체적으로는 20대가, 사회적으로는 40대가 정점일 수도 있다. 다만 인생은 경제와 달리 한 번의 순환밖에 없는 것이 아쉽다. 당신 삶의 최전성기는 언제인가.
<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