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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앵커브리핑중 '권력은 탄피에서 나온다'

eros 2016. 3. 21. 23:00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槍杆子裏面出政權)"
중국의 지도자 마오쩌둥이 한 말이었습니다.

권력을 쟁취하려면, 또 지키려면 총과 칼, 무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이야기. 더욱이 정당성이 부족한 권력이라면 더 그렇겠죠.

북한의 권력자 김정은을 보면, 마오의 격언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측근 숙청설과 부단한 핵실험, 그리고 무력시위.

북한의 권력이 총구에서 나왔다면, 남한의 권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총탄이 남긴 탄피에서 시작됐습니다.

한국전쟁 이후에 전 국토에 상흔처럼 흩뿌려진 탄피들. 이 탄피들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선거, 그 가치를 새김하는 기표 용구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붓뚜껑이 아닌 탄피… 일부 지역에서 80년대 초까지도 사용됐습니다.

우리도 한때 권력은 총구에서 나왔던 역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부산에서 마산에서 광주에서… 그 총구에 당당히 맞선 시민들이 있었고 이때 떨궈진 탄피만큼 힘들게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냈습니다.

그리고 이봄. 정치권에선 서로를 겨눈 또 다른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천전이죠. 여기서 공천권은 권력의 총구가 되어 상대를 겨눕니다.

새누리당에서 진행된 대대적인 비박 몰아내기. 더구나 그 수장에겐 스스로 물러나기를 종용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묻지마식 비례대표 공천으로 시끄럽습니다. 당 대표는 공천안을 받지 않으면 되레 물러나겠다 으름장입니다.

이제 갓 출발한 국민의당의 공천과정도 그리 자랑스러운 상황은 아니어서 결국은 볼썽사나운 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반을 자신하는 새누리당의 '오만'.
현상만 유지해도 성공이라는 더민주의 '안분'.
그리고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무엇이 새로운 길인지는 명확하게 떠오르게 하지 못하는 국민의당의 '과신'….

이들이 잊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피가 일궈낸 지금의 세상. 그 권력은… 정당성은… 결국은 시민들, 유권자들에게서 나온다는 사실.

투표지 위에 탄피로 눌러 이어온 대한민국 주권의 힘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