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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앵커브리핑중 의견의 다양성을…'열 번째 사람'

eros 2015. 10. 12. 23:00

의견의 다양성을…'열 번째 사람'


"열 번째 사람"

오늘(12일)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사람입니다.

영화 '월드워Z'에는 이스라엘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잠깐 나옵니다.

중대사안을 결정하는 10인 기구에서 설사 9명이 같은 결론을 도출해도 마지막 열 번째 사람은 의무적으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이른바 The Tenth Man. 즉 열 번째 사람의 제도화.

만장일치의 위험성을 그들은 이미 깨닫고 있는 것이겠지요.

며칠 전 발표된 노벨평화상은 우리에겐 낯선, 튀니지의 한 단체에게 돌아갔습니다. '국민 4자 대화기구'였습니다.

4년 전 재스민 혁명으로 '아랍의 봄'이 찾아왔지만 그 이후에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는 튀니지 뿐이었습니다.

어떻게 종교와 역사를 달리하는 이들이, 칼을 놓고 손을 잡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가장 기초적인 민주주의적 태도, 즉 다양성의 가치를 바로 그 4자회의가 지켜냈기 때문일 겁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를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명명했더군요. '균형 잡힌 필진' 또한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른바 '올바른 교과서'를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고 이른바 균형에 대해서도 정부의 주장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것은 이미 현실이 되어 있습니다.

역사를 보는 눈만큼 다양한 것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얼마 전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입니다. 두 남녀가 만나 술을 마시고 헤어지는 간단한 이야기인데,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리고 누가 기억하느냐에 따라, 만남의 내용은 달라집니다.

하물며 그것이 역사의 문제라면…

튀니지의 국민 4자기구는 끝없는 갈등을 멈추기 위해, 오히려 한 세력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면, 지금은 맞는 것이 그땐 틀렸고 그땐 틀렸던 것이 지금은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영화 속에 나온 얘기지만…역사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시각에도 the tenth man, 즉 열 번째 사람은 분명히 존재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결국 좀 불편하더라도 의견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것을 앞서간 선진국들이 예외 없이 인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마지막 열 번째 사람이 소위 보수이든 진보이든 말입니다.